퀵바

걸룡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걸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9:50
최근연재일 :
2022.09.01 22:45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5,315
추천수 :
245
글자수 :
264,345

작성
22.07.26 00:43
조회
34
추천
1
글자
12쪽

047. 민생불안

DUMMY

“정 순경! 이리 와 보게!”


“넵!”


“그거 그렇게 하면 안 돼. 내가 하는 것을 잘 봐.”


요즘 정순경은 자신의 속한 동댕이마을 농업1반의 반장에게 일을 배우고 있다.


“농사일이 익숙지 않은 것은 알지만, 계속 이래서는 안 돼.”


“죄송합니다.”


사실 정 순경은 더 이상 경찰이 아니었다. 얼마 전 그는 경찰직에서 해고되었다. 무슨 비위행위를 하여 잘린 것은 아니었고 정리해고였다. 정순경 외에도 구(舊) 별빛바리기성의 많은 공무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성이 해체되고 대구부에 속하게 되자 예전만큼 조직을 유지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정리해고 된 자들에게는 새로이 경작권이 할당되었다. 정 순경도 그런 케이스로 하루아침에 공무원에서 농민으로 신분이 바뀌게 되었다. 이제껏 하지 않던 일을 하려니 어리바리 대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자! 다들 잠시 쉬지!”


반장의 신호에 일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자리를 잡았다. 반장은 그런 그들에게 담배 한 까치 씩 돌렸다.


“오? 웬 담배? 그것도 필터담배라니...”


“이거 정순경이 돌리는 거야. 알고는 펴.”


“정 순경 잘 필게.”


“이야! 이걸 어디서 구한 거야? 냄새 좋고!”


고된 노동에 찡그려져 있던 아재들의 얼굴들이 조금은 펴졌다.


“요즘 힘들지?”


“아, 아닙니다.”


“아니긴... 힘들겠지.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자네 나름대로 불만이 있겠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다른 사람들 보다 훨씬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해. 일도 하루빨리 익숙해져야하고...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네...”


경작지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새로 경작권을 나눠 주려하니 결국 기존 농민들의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괜히 밉보이지 말라는 반장의 충고였다. 정순경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하루아침에 동료애가 생길 수는 없는 법이었다.


“대구부도 참 그래. 공무원 수를 줄였으면 세금도 좀 내려야 하는 것 아니야? 세금은 전처럼 똑같이 거둬가니...”


“그러게 말이야. 그만큼 세수가 남을 텐데 도저히 어디에 쓰는지 모르겠어.”


“어디에 쓰기는! 대구부 놈들 뱃대지 기름칠 하는데 쓰이겠지.”


잠시 쉬는 시간이지만 사람들은 대구부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렸다. 요즘 2명만 모여도 대구부에 욕을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별빛바라기 쪽의 민심이 매우 좋지 않았다.


기존 엘더가문에 대한 특혜, 대량해고를 했음에도 유지되는 세금, 그러한 세금이 별빛바리기에서 쓰이지 않고 대구부 본성에 대부분 흘러 들어가는 상황 등의 이유로 말미암아 구 별빛바라기성의 속읍들의 재건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대구부에서 속읍의 재건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으니 당연히 그에 따른 고용은 발생하지 않았고, 이에 산업구조는 더욱더 농업에 편중되고 있었다. 그러나 애초에 토지면적은 한정되어 있기에 생산력은 뻔했고, 이는 곧 구매력의 감소를 의미하였다.



***



“에엑! 어, 얼마요? 뭐 이리 비싸요?”


“요즘 시세가 그래.”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비싸잖아요.”


“나도 물건 떼 오는 가격 생각하면 남는 것도 없어.”


“그러지 말고 좀 깎아주세요.”


“에이, 안 돼, 안 돼.”


민정은 오일장에 갔다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요즘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저번 오일장에 이어 또 다시 대폭 값이 오른 것이었다.


“저기요, 물건 안 사실 거면 좀 비켜주시겠어요?”


“예?”


상인이 아니라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손님이 민정에게 면박을 주었다.


“물건 사는데 방해된다고요! 제가 먼저 사도 돼죠?”


물건 값이 올랐음에도 줄을 서야할 정도로 물자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아, 아니에요. 살 거예요. 이모, 여기 돈이요.”


가격을 생각하면 주머니가 열리지 않았지만 최소한의 생필품은 확보해야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요즘 구 별빛바라기성의 속읍의 주민들은 물자조달에 있어 -예전의 별빛바라기 본성을 대신하여- 대구부에 크게 의지하고 있었다. 공급은 불안정해지고 수요는 그대로이니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운송거리가 늘어난 만큼 비용이 증가하였고 상인들의 마진도 비례하거나 혹은 그 이상으로 늘어나니 별빛바라기성의 최종소비자가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나버렸다.



***



“지랄 염병! 그래, 물가 잡으려는 생각이 전혀 없다 이거지?!”


철수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다.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미곡 가격마저 미친 듯이 오르고 있었다.


아무리 별빛바라기의 구매력이 떨어졌다고 하여도 이 정도로 오르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말이 되지 않는 일을 대구부는 가능하게 만들었다.


대구부는 또 다시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을 펼쳤다. 이쯤 되면 확실히 의도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그간 다른 물자와는 달리 미곡 유통에 있어서만큼은 어느 부나 성 할 것 없이 개입을 하였다. 시장기능에 맡겨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이 간혹 있긴 하였지만 그건 어느 정도 공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담보가 있어야 가능한 얘기였다. 공급의 안정성은 생산력과는 또 다른 문제였다. 최근 상인들의 매점매석 행위가 그 반증이었다.


대구부는 시장자율기능에 맡긴다는 명분하에 별빛바리기성 지역의 미곡시장에 대해 완전히 손을 놓아 버렸다. 그러면서도 대구부 지역은 예전처럼 수요공급을 직접 통제하였으니 앞뒤가 맞지 않은 얘기였다.


“완전히 말라죽겠군.”


철수는 대구부가 별빛바라기 속읍들을 완전히 경제적으로 예속화하기 위해 벌인 짓이라고 생각하였다. 사실 철수는 대구부의 미곡정책이 발표되었을 때 상인들이 매점매석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건 몽룡도 마찬가지였다. 대단할 것도 없었다. 웬만한 상인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하였는데 대구부 관료가 그것을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동안의 대구부의 정책에 그러한 의도가 분명 있기는 하였다. 다만 이번 정책은 미묘하게 다른 면이 있었다. 이번 미곡정책은 경제예속화의 의도보다는 행정편의적인 귀찮음의 산물이었다.


즉, 원래라면 대구부에서 행정력을 상실한 별빛바라기성을 대신하여 미곡유통을 관리 하여야했으나, 그 추가적인 행정력의 소모가 싫었던 것이다. 웃기게도 이것이 일차적인 이유였다. 그 결과 상인들에게 유통을 맡기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나온 것이었다.


여하튼, 그 결과 쌀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별빛바라기의 주민들 상당수가 농민들이니 자기 먹을 쌀은 남겨두었기에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될 수 있겠으나 아무리 그래도 비농민 인구의 비중도 적지 않았으며, 결국 다시 전체적인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모두 다 고통 받게 되었다. 심지어 안정적으로 미곡을 공급하고 있는 대구부 본성에도 영향을 끼쳐 대구부의 물가도 단기간에 상당히 올라버렸다. 이에 대구부 본성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불만도 쌓여가니 이건 대구부에서도 원하던 결과가 아니었다.


“형님, 준비되었습니다. 출발하시죠.”


철수는 혹시나 싶어 쌀값이 오르기 전에 진작 미곡을 확보하기 시작하였다. 몽룡의 협조를 받아 갈대소리마을, 동댕이마을 등 별빛바라기 지역에서 산출된 것과 대구부에서 -직접 공급을 통제하는 물량을 제외하고- 시장에 유통시키는 일부 물량을 확보해나갔다. 물론 다른 상인들도 같은 생각이었기에 한계가 있었다.


이와는 별도로 그나마 가까이에 위치한 월성부(月城府) 지역에서도 미곡을 사들였다. 물론 월성부도 일정량을 우선 구입하는 등 미곡유통에 대한 통제를 하기에 철수가 확보할 수량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그 동안 모은 물량을 모두 합쳐보니 결코 개인이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은 아니었다. 심지어 웬만한 상단이 확보할 수 있는 물량 이상이었다.


“넌, 이번 일에서 빠져.”


“예?”


“예는 무슨... 알잖아?”


철수는 최종소비자, 즉 일반주민에게 직접 일정 소량에 한정하여 기간을 끊어가는 식으로 쌀을 팔 생각이었다. 철수가 유통시킨 물량이 다시 다른 상인들에게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가격은 당연히 지금의 미쳐버린 가격이 아닌 예전의 통상적인 가격을 받을 생각이었다. 철수가 이래봤자 전체적인 시장 안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몰랐으나 매점매석한 다른 상인들에게는 미운 털이 박힐 것이다.


“괜찮아요. 형님답지 않게 뭘 그런 것 신경 쓰십니까?”


“내가 안 괜찮아. 나중에 너를 통해 혹시라도 일을 도모해야 할 지 모르는데 괜히 다른 상인들과 척을 지지마. 이번에 욕먹는 일은 나로 충분하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지?”


“쯔읍... 그렇게 까지 말씀하신다면, 일단 알겠습니다.”



***



별빛바라기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져가기만 할 때,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사건이 또 다시 터졌다. 별빛바라기성의 부속 교도소에서 반란이 일어난 것이었다. 대구부에서 정보를 통제하여 자세한 사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탈옥수들이 대거 이탈하여 산속으로 숨어들었다고 하였다.


가뜩이나 경찰인력이 너무 많이 줄어 치안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 이 같은 일마저 터져버렸으니 주민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만큼 대구부에 대한 불만은 계속 쌓여가기만 하였다.


대구부도 이 일에 대해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즉시 탈옥수 체포령을 발동하였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복 받으실 겁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엄마... 이제 밥 먹으러 가자... 크흡...”


사람들은 연신 철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하였으며, 한편으로는 서럽게 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철수는 마음이 무거웠다. 그간 철수는 부지런히 별빛바라기 지역을 순회하며 미곡을 공급하고 있었으나, 미곡가격은 여전히 비쌌다. 최근에 상인들이 슬그머니 가격을 꽤나 내렸는데도 그러하였다. 사람들이 부족한 식량을 아껴가며 버티듯이 상인들도 가격을 두고 버티고 있었다.


상인들은 철수로 인해 그들의 수익실현이 늦어지는 바람에 다소 신경실적인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그러다가 뭣도 모르고 선을 넘는 일이 간혹 벌어지기도 하였다. 대담하게도 일부 상인들은 자유기사를 고용하여 철수의 영업을 방해하려고 하였다.


참고로 고용된 자유기사 중에는 대구부 소속은 있지 않았다. 그래도 같은 대구부 소속의 자유기사를 공격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았고 무엇보다 철수의 실력이 만만치 않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실상은 그것마저도 철수의 실력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것이었지만, 여하튼 대구부 자유기사는 상인들의 제의를 거절하였다.


할 수 없이 타지의 자유기사를 고용한 상인들은 일을 벌였는데, 결국은 철수에게 완전히 개박살 나버렸다. 그리고 이런 일에는 집요한 철수에게 단단히 걸려서 위자료 명목으로 자신들이 확보한 미곡 일부를 토해내야만 하였다. 철수라고 무턱대고 뜯어낼 수는 없었기에 그래봤자 대단한 양은 아니었지만 나름 도움이 되었다. 여하튼 이런 일이 두어 번 있고는 상인들은 감히 철수에게 덤빌 생각은 하지 못하고 일단은 속으로 분을 삭일뿐이었다.


‘역시, 힘들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구부에서도 뒤늦게나마 현 상황을 해결하려고 나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물가상승도 어느 정도 것이었다. 최근의 별빛바라기성의 상황은 터지기 직전의 화약고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다행은 개뿔! 제 놈들이 싼 똥, 겨우 이제야 치우려들다니... 휴~. 근데 이놈들 또 뻘짓거리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어.’


치이익.


갑작스런 무전소리가 철수의 상념을 깨웠다.


- 철수 오빠! 지금 어디야?

- 본성 근처인데 왜?

- 빨리 와줘, 황 선생님이... 급히 오빠를 찾으셔.


아무래도 황 감독의 남은 시간이 이제 정말로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 변경 공지 22.06.03 42 0 -
50 049. 아사(餓死) 22.09.01 16 0 13쪽
49 048. 치안불안 22.07.27 31 1 12쪽
» 047. 민생불안 22.07.26 35 1 12쪽
47 046. 황 감독 22.07.23 35 1 12쪽
46 045. 태수대리 22.07.19 40 2 13쪽
45 044. 이별 22.07.14 35 1 12쪽
44 043. 술은 적당히 22.07.13 34 1 12쪽
43 042. 집행 22.07.11 41 1 12쪽
42 041. 누가 요괴인가? 22.07.07 35 1 12쪽
41 040. 성씨 둔갑사건 22.07.05 31 1 12쪽
40 039. 말뚝에 묶여 있는 망나니 22.07.01 34 1 11쪽
39 038. 금선탈각 22.06.30 38 1 11쪽
38 037. 번운복우 22.06.29 43 1 13쪽
37 036. 파업과 항명 22.06.27 40 1 12쪽
36 035. 충(忠) 22.06.25 37 1 13쪽
35 034. 상속 22.06.23 38 1 12쪽
34 033. 가디언 22.06.22 42 2 12쪽
33 032. 월령 22.06.21 44 2 12쪽
32 031. 식철(食鐵) 22.06.17 43 1 12쪽
31 030. 이름 짓지 못한 마을 22.06.16 51 2 12쪽
30 029. 달빛 아래에서 22.06.15 48 2 12쪽
29 028. 마왕 불가살 22.06.14 52 4 12쪽
28 027. 최후의 수단 22.06.11 56 4 12쪽
27 026. 폭주하는 마왕 22.06.10 60 3 12쪽
26 025. 가는 날이 장날 +1 22.06.08 65 4 12쪽
25 024. 토지매입 22.06.07 59 2 13쪽
24 023. 흙도깨비 22.06.03 64 2 13쪽
23 022. 야반도주 22.06.02 62 4 12쪽
22 021. 연인 22.06.01 69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