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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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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9:50
최근연재일 :
2022.09.0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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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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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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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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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35. 충(忠)

DUMMY

연문찬은 각오를 다졌다. 아무리 막 각성한 초인이라고는 하지만 어째든 상대는 초인이다. 연문찬이 용력을 타고났고 실력이 뛰어났지만, 한낱 자유기사 따위가 초인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반드시 여사님을 지킨다.’


“기사님! 그만두세요!”


연문찬이 도중형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배은소도 아는 사실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흥분한 도중형이 연문찬을 죽일 수도 있었다.


“그만둘 수 없습니다.”


연문찬에게 있어 이것은 단지 배은소만을 지키는 싸움만이 아니었다. 도원형 엘더의 명예와 그리고 연문찬 그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싸움이기도 하였다.


연문찬은 도원형이 죽고 나서 한 동안 실의에 빠졌다. 자신의 눈앞에서 죽어가는 도원형의 마지막 모습이 매일 꿈에 나타났다. 그런데 이제 또 배은소 여사마저 욕을 당한다면 자신은 도저히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도 도원형 엘더는 영웅으로써 명예로운 죽음이었다. 그리고 냉정히 따지자면 도원형 엘더 마저 상대할 수 없었던 그 괴물을 상대로 연문찬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적어도 발악은 할 수 있었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이러겠습니까?”


배은소를 안심시키려고 말은 그리 했지만 사실 뾰족한 대책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정확히는 한 가지 요행을 기대하는 것은 있었으나, 그것으로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


배은소는 연문찬의 말을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호오?”


다만 도중형이 약간 경계를 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



도중형은 계속하여 연문찬에게 달려들었다. 비록 도중형이 아직 전력을 다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연문찬은 용케도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흥!, 기세등등하게 나타나더니만 결국 도망만 치고 있구나!”


연문찬은 정면대결을 피하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시간을 최대한 오래 끄는 것이 목적이었고, 정면대결을 해봤자 자신만 손해를 볼 뿐이었다.


“쥐새끼 같은 놈!”


도중형은 잡히지 않는 연문찬 때문에 슬슬 열이 받쳤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연문찬 역시 죽을 맛이었다. 하는 것이라고는 도망치는 것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웠다. 도중형의 공격이 스치기만 하더라도 치명상이 될 것이다.



***



뒤늦게 소식을 들은 철수는 급히 도원형 엘더의 저택으로 달려갔다.


철수가 도착해보니 연문찬은 이미 한계에 달해 있었다.


‘다행히 아직 늦지 않았군.’


보다 못한 철수가 뛰어들려는 찰나 갑자기 월령이 끼어들었다.


‘주인님! 잠시 만요.’


‘왜?’


‘저를 믿고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



연문찬은 정신이 없었다. 초인으로 각성한지 얼마 되지 않은 도중형은 힘의 사용과 몸놀림에 미숙한 점이 많았지만, 도중형은 점차 공격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그에 따라 조금씩 공격이 연문찬의 몸에 스쳐갔고, 조금씩 데미지가 쌓이고 있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도중형의 공격을 정통으로 맞지는 않았다. 연문찬 자신이 생각해도 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점차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어졌다. 그저 피하고 또 피할 뿐이었다. 이제는 그저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있을 뿐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문찬은 계속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연문찬은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이럴 수가 있나?!’


도중형은 경악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연문찬을 갖고 논다는 감이 없잖아 있었다. 여유만만이었다. 조금씩 속도를 높여가며 연문찬이 허우적대는 꼴을 구경하였다. 그러다 그것이 지겨워져 슬슬 끝을 내려고 하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연문찬은 계속하여 자신의 공격을 피하였다. 좀 전만 해도 허둥지둥되던 연문찬이 이제는 제법 여유가 있어 보이기까지 하였다.


열이 받은 도중형은 좀 더 속도를 높였다. 그러나 공격이 빨라지는 만큼 연문찬의 움직임 역시 덩달아 빨라지고 있었다. 도저히 자유기사의 몸놀림이 아니었다.


‘월령아, 이거 혹시 문찬이가 각성한 것이냐?’


‘네. 이제 문찬 씨도 한권래 씨처럼 반각성자가 된 것입니다. 아직 본인 스스로는 모르고 있겠지만요.’


놀랍게도 연문찬은 전투 중에 각성을 한 것이었다. 지금 연문찬의 움직임에는 법력이 실려 있었다.


‘그럼 이제 개입해도 되냐?’


‘좀 더 두세요. 가급적 저 상태가 오래 유지될수록 성취가 높을 것입니다. 정말 위험한 순간이 아니라면 기다려주세요.’


“으아아!”


도중형이 고함을 쳤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이 어지간히 열받았나보다.


“씨발, 좀 봐줬더니 기어오르기는! 이제 더는 안 되겠어.”


도중형이 잠시 공격을 멈추는가 하더니 자세를 가다듣고 호흡을 뱉었다. 이윽고 좀 전 보다 훨씬 빨라진 공격이 연문찬에게로 향했다.


휙.


깜짝 놀란 연문찬이 가까스로 도중형의 공격을 피했으나 중심을 잃고 땅을 굴렀다. 더는 무리였다. 철수는 급히 뛰어 들어 쓰러진 연문찬의 뒷덜미를 잡아끌면서 뒤로 물러나 도중형과의 거리를 벌렸다.


“넌 또 뭐야?”


마무리를 할 찰나에 갑작스런 방해가 들어오자, 도중형은 짜증이 확 치솟았다.


‘막상 뛰어들긴 했는데,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철수는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눈앞의 도중형을 제압해야 할지 말지 고민이 살짝 되었다. 제압이 하자니 뒷일이 성가실 것 같고, 그렇다고 연문찬을 죽이려 드는 도중형을 그냥 둘 수는 없었다.


‘뭘 고민하고 있어? 될 대로 되겠지.’


고민은 길지 않았다. 철수는 자세를 잡았다.


“허참! 이것들이 내가 만만해 보이나? 아님 그냥 미친 거야?”


도중형도 더는 말하지 않고 철수에게로 달려들었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당신!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야!”


“어, 여보!”


도중형의 아내 임채원이 나타났다.



***



임채원의 옆에는 조주민이 서 있었다. 조주민은 함께 온 경찰들에게 명령하였다.


“감히 도중형 엘더에게 덤벼들다니! 연문찬을 즉시 체포하시오!”


철수는 조주민이 왜 저러나 싶었으나, 조주민이 그런 철수에게 남몰래 눈을 깜빡여보이자 철수는 뒤로 조용히 물러났다. 조주민은 기회를 놓치고 않고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상황을 보니 이철수 기사께서는 단지 피를 보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끼어든 것 같은데 맞습니까?”


“... 네. 그렇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가주님! 일단 여기는 저에게 맡겨주시겠습니까?”


“무슨! 이놈을 내 오늘 직접...”


“여보! 뒷일은 청장에게 맡기고 우리는 이만 돌아갈까요?”


“그, 그럽시다.”


임채원의 일갈에 움츠러든 도중형이 마지못해 대답하였다.


“행정청장!”


“네, 가주님.”


“알아서 잘 처리할 것이라 믿겠소.”


“네.”


그러던 중 임채원이 먼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가, 같이 갑시다. 여보.”


도중형은 그런 임채원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



우습게도 도중형은 공처가였다. 그건 엘더가 된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오랜 습성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았다. 철수는 몰랐지만 도중형이 중증의 공처가라는 사실은 꽤나 가신들 사이에서 유명한 얘기였다.


도중형의 처(妻)는 대구부에서 제법 명성이 있는 엘더 임하수의 무남독녀였다. 도중형이 그녀와 결혼한 것은 사실 자신의 형 도원형에 대한 열등감 때문이었다.


도중형은 자신이 형 도원형보다 못난 것이 없다고 생각하였다. 단지 자신의 형은 운 좋게 초인으로 각성했을 뿐이었다. 참을 수 없는 부조리였다. 언제가 부터 도중형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자신의 아이만큼은 반드시 초인으로 각성시키겠다고 결심하였다.


그래서 지금의 아내와 결혼한 것이었다. 도중형은 의도적으로 임채원에게 접근하였다. 도중형이 형 도원형 보다 월등히 나은 점이 하나있었는데 그것은 그의 얼굴이었다. 도중형은 꽤나 미남으로 이를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고 이용할 줄도 알았다.


도중형은 단순히 얼굴만 잘생긴 것이 아니었다. 매너도 있었고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줄도 알았다. 도중형은 결혼 전에 꽤나 연애를 했고 당연히 그만큼 헤어짐도 있었다. 그런데 재미난 점은 그의 옛 연인들이 헤어진 지금에도 하나같이 그를 좋게만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제대로 임자를 만나게 되었다. 임채원의 성격은 상당히 드셌다. 임채원 역시 도중형에게 홀랑 넘어갔으나 도중형의 옛 연인들과는 달랐다. 임채원은 뭐든지 자신이 쥐고 흔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그것은 자신의 남편에게도 예외가 없었다.


“허!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되는 건가?”


철수는 헛웃음이 나왔다. 형수를 겁탈하려고 한 놈이 그것도 ‘엘더의 사리’를 이어받아 이제는 초인이 된 놈이 막상 자신의 아내가 나타나자 찍소리 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모습은 다시 생각해봐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철수가 후에 알고 보니 연문찬이 도중형을 상대하고 있는 사이에 조주민이 급히 도중형의 처에게 사정을 알렸던 것이다. 연문찬은 아니 조주민도 포함하여 이 둘은 도중형의 처에게 희망을 걸었던 것이다. 다행히 의도한 대로 되었으나 무모한 작전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시 달리 다른 방법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여하튼 철수는 한숨 돌렸다. 하지만 아직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조주민이 연문찬을 체포한 것은 아마도 도중형의 손에 연문찬이 죽는 일을 막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도중형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연문찬은 가주를 상대로 하극상을 일으킨 것이었다. 연문찬은 지금 감옥에 갇혀서 그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



연문찬의 처분은 가신단이 의결하여 도중형의 최종재가를 받는 방식으로 결정하기로 하였다.


“연문찬을 처벌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넘길 수 있을까요?”


“애초에 이번 일이 발생한 경위를 생각 해 보십시오.”


“그걸 누가 모릅니까? 하지만 가주께서 저리 강경하시니 어쩔 도리가 있겠습니까?”


“그럼 연문찬 그 사람을 처벌하자고요?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제 말은 가벼운 징계를 하는 선에서 적당히 마무리 짓자는 것입니다.”


“흐음... 이거 골치 아프군.”


“청장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주민은 가신들 중에서 특히나 발언의 영향력이 큰 편이었으나, 별다른 의견을 내지고 않고 있었다.


“저는... 연문찬 그 사람을 파면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


“아니, 그 무슨?”


파면이라면 최고수위의 징계였다. 가신들은 조주민의 발언에 적잖이 놀라고 있었다.


“감히 엘더께 칼을 겨누었습니다. 하극상도 이런 하극상이 없죠.”


조주민은 덤덤히 말을 이어나갔다.


“허참. 청장께서 그리 말씀하시다니 조금 뜻밖입니다. 같은 가신이라는 입장을 떠나 연문찬 그 사람과 꽤나 친한 사이이지 않습니까?”


“제가 그 사람과 특별히 더 친했나요? 글쎄요? 그리고 설사 그렇다하더라도 공과 사는 구분해야겠죠?”


일부 가신들은 그런 조주민을 경멸의 눈으로 보기도 하였다.


“벌써부터 새로운 가주님의 눈에 들려고 그러시는 것은 설마 아니겠죠?”


“자자, 그만들 합시다. 설마하니 청장이 그럴 사람입니까? 원래 주제로 돌아가죠.”


그 뒤 한참이나 회의가 이어졌다. 긴 시간 끝에 가신들의 의견은 연문찬이 억울하나 어느 정도 형식적인 징계가 있어야 된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



“가주님의 말씀을 전하겠습니다. ‘가신들의 의견을 잘 알겠으나 가주된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크다. 이에 다시 논의하도록 하길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조주민은 가신들에게 도중형의 말을 전했다.


“끄응... 기대를 했는데 역시나 이 정도로는 어렵군요.”


“징계수위를 높여 다시 건의하도록 하죠.”


“어느 정도로 해야겠습니까?”


“휴~, 쉽지 않군요.”


“고민하실 것 없습니다. 파면입니다.”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가신들 사이에서 조주민은 또다시 파면을 주장하였다.


“그래도 그건 좀...”


“파면 외에는 길이 없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그런 일이 있었는데 연문찬이 어찌 다시 엘더의 밑에서 일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다른 것도 아니고 가주에 대한 하극상에 대하여는 파면 정도의 처벌이 되어야 가주님의 권위가 무너지지 않습니다.”


“끙...”


가신들의 고민이 다시 길어졌으나 결국 이번에는 조주민의 의견을 따르는 것으로 모아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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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049. 아사(餓死) 22.09.01 16 0 13쪽
49 048. 치안불안 22.07.27 31 1 12쪽
48 047. 민생불안 22.07.26 35 1 12쪽
47 046. 황 감독 22.07.23 36 1 12쪽
46 045. 태수대리 22.07.19 40 2 13쪽
45 044. 이별 22.07.14 35 1 12쪽
44 043. 술은 적당히 22.07.13 35 1 12쪽
43 042. 집행 22.07.11 41 1 12쪽
42 041. 누가 요괴인가? 22.07.07 35 1 12쪽
41 040. 성씨 둔갑사건 22.07.05 31 1 12쪽
40 039. 말뚝에 묶여 있는 망나니 22.07.01 34 1 11쪽
39 038. 금선탈각 22.06.30 38 1 11쪽
38 037. 번운복우 22.06.29 43 1 13쪽
37 036. 파업과 항명 22.06.27 41 1 12쪽
» 035. 충(忠) 22.06.25 38 1 13쪽
35 034. 상속 22.06.23 38 1 12쪽
34 033. 가디언 22.06.22 42 2 12쪽
33 032. 월령 22.06.21 44 2 12쪽
32 031. 식철(食鐵) 22.06.17 43 1 12쪽
31 030. 이름 짓지 못한 마을 22.06.16 52 2 12쪽
30 029. 달빛 아래에서 22.06.15 48 2 12쪽
29 028. 마왕 불가살 22.06.14 52 4 12쪽
28 027. 최후의 수단 22.06.11 57 4 12쪽
27 026. 폭주하는 마왕 22.06.10 61 3 12쪽
26 025. 가는 날이 장날 +1 22.06.08 66 4 12쪽
25 024. 토지매입 22.06.07 59 2 13쪽
24 023. 흙도깨비 22.06.03 64 2 13쪽
23 022. 야반도주 22.06.02 63 4 12쪽
22 021. 연인 22.06.01 6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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