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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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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9:50
최근연재일 :
2022.09.01 22:45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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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9
추천수 :
245
글자수 :
26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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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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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39. 말뚝에 묶여 있는 망나니

DUMMY

조부의 장례 문제로 가급적 빨리 여뀌꽃성에 도착하기 위해서 몽룡은 따로 부리는 사람을 대동하는 일 없이 단지 철수와 현남 이 두 사람하고만 함께 하였다. 원래라면 향단도 장례식에 참석하게하려고 했지만 사촌동생 변학도가 재차 보내 온 소식에 조금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고, 상단 일을 처리할 것도 있어 이번에는 대구부에 남게 하였다.


“하아암~, 이제 거의 도착했군요. 현남 씨가 고생이 많습니다.”


철수가 기지개를 키며 차창 밖을 바라봤다. 서서히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뭘요. 이 정도는 전혀 문제없습니다.”


현남은 밤새 혼자서 운전을 하였다. 철수가 교대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손님인 철수에게 그럴 수 없다고 하여 끝내 혼자서 운전을 하였다.


“이사님, 도착하면 바로 주무세요.”


한 때는 이의안 엘더가의 부집사였던 강현남은 이제 몽룡이 만든 상단의 이사가 되었다.


“휴~ 악덕 사장님 밑에서 고생이 많습니다. 밤새 운전시켜놓고 기껏 한다는 소리가 잠이나 자라니?”


“하하, 역시 이 기사님 생각에도 그렇죠?”


철수의 농담에 맞장구치는 현남이었다.


“그러게 저도 운전한다고 했지 않습니까?”


“에휴, 누굴 죽이시려고요?”


현남은 몽룡이 운전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몽룡이 자신의 상관이어서가 아니라 몽룡의 운전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몽룡에게 운전을 맡겼으면 아직 여뀌꽃성 근처에도 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쨌든 조부를 잃은 몽룡이었다. 자신이 있는데 굳이 몽룡이 수고하게 싶지 않았다.



***



“뭔가 어수선하군요.”


이의안 엘더의 저택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철수 등이 탄 차량은 서행으로 그들 곁을 지나고 있었다.


“응?!”


“저거 사람 아닙니까?”


사람들이 모여 있던 작은 공터 한 가운데 커다란 말뚝이 박혀 있었고 거기에 어떤 한 남자가 밧줄로 묶여있었다. 남자는 기운 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그의 몸 곳곳에는 크고 작은 상처가 나 있었다.


“이게 무슨... 어? 뭐야?”


공터에 모여 있던 사람들 중 일부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묶여있던 남자에게 갑자기 돌을 던지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에 철수 등은 깜짝 놀라 차에서 내려 사람들 곁으로 갔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강현남은 한 남자의 어깨를 붙잡고 물었다. 안면이 있는 자였다.


“어? 부집사님 아니십니까? 아! 엘더 어르신 일 때문에 오셨군요.”


“네, 그런데 무슨 일이기에 다들 저 사람에게 왜 저러고 있습니까? 저 사람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그게 얘기가 좀 깁니다. 그리고 저 사람은... 일단 부집사님도 아시는 사람입니다.”


행인의 그 말에 강현남은 묶여있는 남자의 얼굴을 유심히 다시 살펴보았다. 비록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얼굴을 확인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낯이 익긴 한데... 아! 아니 왜 저 사람이?”


정말로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벌써 몇 해 전에 실종된 사람이었다. 그래서 다들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큰 죄를 짓고 지금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예? 저 사람이요?”


“예.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더니 저 사람이 그럴 줄이야. 아니, 생각해보니 사람도 아니군요.”


“사람이라도 죽인 것입니까?”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였죠. 아니, 어쩌면 그 보다 더한 일입니다.”


“그런데 누가 말뚝에 저 사람을 매달아 놓았습니까? 관에서 아무 말도 않던가요?”


“예, 관에서도 묵인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좀 더 상세히 얘기 해봐요.”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아, 차라리 엘더가에 우선 가신 다음에 거기에서 천천히 얘기를 들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전 이만 일이 있어서...”


행인은 인사도 제대로 안하고 급히 자리를 떠났다.


“뭐지?”


의문이 완전히 풀린 것이 아니었지만, 철수 등은 더는 그곳에서 지체할 수 없어 일단은 이의안의 집으로 갔다. 그리고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개입할 수 있는 일도 아닌 것 같았다.



***



“형님, 오셨습니까?”


“미안하다. 늦었다.”


“할아버지께 먼저 인사하시죠.”


몽룡은 학도의 안내를 받아 이의안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이의안은 아직 뚜껑을 덮지 않은 관속에 누워있었다. 몽룡이 마지막으로 그의 모습을 확인하자 그제야 관의 뚜껑이 닫힐 수 있었다. 결국 조손지간은 생전에 화해를 하지 못하였다. 아마 이리 될 것이라고 몽룡은 예상했던 바이지만 막상 이때가 오니 마음이 심히 무거웠다.


“학도 네가 고생이 많았겠구나.”


“아닙니다.”


“발인은 언제 할 생각이냐?”


“형님 뜻에 따르겠습니다. 다만, 내일이라도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래, 그렇게 하자꾸나.”


일반적인 장례 절차대로라면 이미 시일을 넘겼다. 그러나 몽룡이 없는데 학도 마음대로 장례를 치룰 수는 없었다. 적어도 학도의 생각은 그랬다. 다만 몽룡의 고모는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뭘 저 놈의 의견을 묻고 있어? 그리고 설마 몽룡이 너! 연을 끊고 나간 주제에 행여 지금에 와서 상주 행세를 할 생각은 아니겠지?”


몽룡은 상대할 가치를 느끼지 못해 대꾸하지 않고 잠자코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변학도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크게 분노하고 나섰다.


“어머니는 말씀을 삼가십시오! 누가 뭐래도 상주는 형님입니다. 아니, 그 이전에 누가 상주니 뭐니 따지고 싶습니까?”


상주와 후계를 동일 시 여기는 몽룡의 고모로서는 따져야 할 문제였다.


“학도야! 너 설마 후계를 잇지 않을 생각이니? 돌아가신 네 할아버지도 분명히 너에게 후계를 넘기신다고 하셨어. 행여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밖에 누가 없습니까?”


갑자기 학도가 집안 일꾼을 찾았다.


“도련님 찾으셨습니까?”


학도의 소리에 근처에 있던 집사가 다가왔다.


“여기 이(李) 여사님을 거처로 모셔주십시오!”


급기야 학도는 자신의 어머니를 여사님으로 부르더니 내쫓았다. 집사는 학도의 명에 가타부타 말하지 않고 그대로 따랐다.


“잠깐만요, 기다려주세요.”


몽룡은 자신의 고모를 끌고나가는 집사를 불러 세웠다. 집사는 다시 몽룡에 말에 몽룡의 고모를 풀어주고 뒤로 물러섰다.


“고모님, 고모님이 걱정하시는 일은 없을 겁니다.”


“네 말은 후계 자리를 욕심내지 않겠다는 말이냐?”


“예.”


“반드시 네 말을 지키길 바란다.”


몽룡의 고모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확 밝아졌다. 몽룡의 성정 상 자신의 말을 번복하지 않으리라.


“단! 지금부터 장례가 끝날 때 까지 고모님이 제 눈앞에 보이거나 고모님의 목소리가 제 귀에 들리면 저도 생각이 바뀔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몽룡의 말에 몽룡의 고모는 다시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래도 자신이 윗사람인데 아들로 모자라서 조카에게도 저런 소리를 들으니 피가 거꾸로 솟았다. 게다가 자신은 돌아가신 이의안 엘더의 하나 밖에 없는 딸 아닌가? 딸이 아버지 장례에 참석하지 못하게 조카가 겁박으로 막는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았다. 패륜이었다.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 이건 어른으로써 한 마디 해야 해.’


몽룡의 고모가 그런 생각으로 막 입을 열려는 순간 몽룡의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는 몽룡은 가만히 자신의 검지를 입에 가져갔다. 더는 말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학도는 이 상황을 짐짓 모른척하고 있었다.


‘허업!... 저 놈의 눈초리하고는... 그래, 학도가 후계를 완전히 이을 때까지 내가 참는다.’


살기등등한 몽룡의 모습에 몽룡의 고모는 살짝 실례를 하였다. 풍덩하고 긴 치마가 아니었다면 사람들 앞에서 큰 망신을 당할 뻔하였다.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이미 망신을 당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여하튼 몽룡의 고모는 몽룡의 저런 모습은 생전 처음 보았다. 몽룡의 고모가 부집사를 시켜 몽룡 자신을 암살하려했던 일을 추궁할 때도 저러지 않았다.


“알아들으신 것 같으니 이제 가보세요.”


이제야 겨우 몽룡의 고모는 더는 말하지 않고 조용히 자기 발로 밖으로 빠져나갔다.



***



이의안의 장례가 마무리 되고, 공식적으로 변학도가 엘더 자리를 이어받았다. 변학도는 도원형과 도중형의 경우와는 달리 이의안의 직계이기에 ‘엘더의 사리’를 받아들이는데 목숨을 걸 일이 없었다.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후계 문제가 마무리되었지만 몽룡과 철수 그리고 현남은 아직 대구부로 돌아가지 않고 있었다. 이의안이 마지막 숨이 넘어가지 전 다른 사람들을 물리치고 학도에게만 남긴 유언에 대해서 학도가 할 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나도 그렇지만 여기 철수 형님도 오면서 궁금한 것이 많았다.”


학도가 이의안의 유언이라면서 꼭 철수와 함께 오기를 몽룡에게 부탁한 일 때문이었다.


몽룡이 학도에게 처음 받은 연락은 이의안이 위독하니 빨리 오라는 것이었다. 그 소식에 몽룡은 바로 채비를 하였다. 그러나 몽룡이 미처 출발도 하기 전에 다시 학도에게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받게 된 것이었다. 정말로 갑작스런 죽음이었다.


“우선, 할아버지께서 이 기사님의 도움을 받으라고 하신 연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전에 죄송하지만 이 기사님에게 먼저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물어보세요.”


“할아버지께서는 이 기사님이 사실은 초인이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집사도 없었고 현남도 없었다. 단지 철수, 몽룡 그리고 학도 이 세 사람뿐이었다. 철수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살짝 끄덕여줬다. 애초에 각성자도 아니었고 이제 법력도 없었지만 괴물 같은 힘은 남아있었다. 그렇기에 연문찬과 헤어지면서 바위를 깨는 퍼포먼스와 함께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형님도 알고 계셨죠?”


“그래, 알고 있었어.”


이의안과의 철수의 대결을 목격했던 몽룡은 진작 철수를 각성자로 여기고 있었다.


‘정말이었어... 그래서 할아버지께서...’


- 혹시 이철수 그 사람이 탐탐치 않게 여기면 몽룡과의 인연을 강조해서라도 꼭 이 일을 맡게 해라. 이 일은 달리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때가 없어.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자면 할아버지께서는 이 기사님의 도움을 받아 꼭 ‘묘 선생’의 정체를 밝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묘 선생? 그 사람은 또 누구야?”


“묘선생은 최근 성 여사 집에서 지내고 있는 자유기사입니다.”


“뭐? 성 여사? 그 사람이 관련되어있는 일이야?”


“네, 그런 셈이죠. 묘 선생이 누군지 얘기하려면 먼저 성 여사의 아들에 대한 일을 아셔야합니다.”


“성 여사의 아들?”


“네. 그런데 혹시 말뚝에 묶여있던 남자를 보셨습니까?”


얘기가 자꾸 이리저리 튀었다.


“보긴 봤습니다만, 그 사람도 이 얘기에 관련이 되어 있나 보죠?”


이번에는 철수가 학도에게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바로 그 사람이 성 여사의 아들입니다. 아니, 그간 아들인척 해왔던 사람이죠.”


“예?”


“뭐라고? 학도야 도대체 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어찌된 일이냐면...”


학도는 본격적으로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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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049. 아사(餓死) 22.09.01 17 0 13쪽
49 048. 치안불안 22.07.27 31 1 12쪽
48 047. 민생불안 22.07.26 35 1 12쪽
47 046. 황 감독 22.07.23 36 1 12쪽
46 045. 태수대리 22.07.19 40 2 13쪽
45 044. 이별 22.07.14 36 1 12쪽
44 043. 술은 적당히 22.07.13 35 1 12쪽
43 042. 집행 22.07.11 41 1 12쪽
42 041. 누가 요괴인가? 22.07.07 35 1 12쪽
41 040. 성씨 둔갑사건 22.07.05 31 1 12쪽
» 039. 말뚝에 묶여 있는 망나니 22.07.01 35 1 11쪽
39 038. 금선탈각 22.06.30 38 1 11쪽
38 037. 번운복우 22.06.29 43 1 13쪽
37 036. 파업과 항명 22.06.27 41 1 12쪽
36 035. 충(忠) 22.06.25 38 1 13쪽
35 034. 상속 22.06.23 38 1 12쪽
34 033. 가디언 22.06.22 42 2 12쪽
33 032. 월령 22.06.21 44 2 12쪽
32 031. 식철(食鐵) 22.06.17 43 1 12쪽
31 030. 이름 짓지 못한 마을 22.06.16 52 2 12쪽
30 029. 달빛 아래에서 22.06.15 48 2 12쪽
29 028. 마왕 불가살 22.06.14 52 4 12쪽
28 027. 최후의 수단 22.06.11 57 4 12쪽
27 026. 폭주하는 마왕 22.06.10 61 3 12쪽
26 025. 가는 날이 장날 +1 22.06.08 66 4 12쪽
25 024. 토지매입 22.06.07 59 2 13쪽
24 023. 흙도깨비 22.06.03 64 2 13쪽
23 022. 야반도주 22.06.02 63 4 12쪽
22 021. 연인 22.06.01 6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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