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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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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9:50
최근연재일 :
2022.09.01 22:45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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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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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글자수 :
264,345

작성
22.06.2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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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34. 상속

DUMMY

철수가 배은소 여사와의 대화를 마치고 성내에 마련된 자신의 임시숙소로 돌아와 보니 연문찬과 쇠머리성의 행정청장 조주민이 기다리고 있었다.


“올 거면 미리 언질을 좀 주지. 너야 그렇다 치더라도 읍장님... 아, 이런... 죄송합니다. 행정청장님을 괜히 기다리시게 만들어?”


조주민은 도원형이 대구부에 있을 때 갈대소리마을의 읍장을 맡았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아닙니다. 제가 무턱대고 따라온 것입니다.”


“요즘 이리저리 정신없이 바쁘시죠? 고생이 많으십니다.”


“별 말씀을요.”


“그런데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달리 하실 말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함께 식사도 하면서 겸사겸사 한 가지 일을 부탁 좀 드릴라고요.”


“하하, 청장님 부탁이라면 들어 줘야죠. 무슨 일입니까?”


“아, 우선 그 전에 먼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


“가주님의 동생분이 후계를 잇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셨습니다.”


“그렇군요. 결국 그리 되는군요.”


“네.”


이 자리에 앉아있는 모두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이다. 도원형에게 직계혈족이 없는 이상 방계에게도 기회가 있었다. 그 중 가장 유력한 자가 도원형의 하나 밖에 없는 남동생인 도중형이었다. 그는 방계 중에 가장 혈연적으로 가까웠고, 꽤나 야심이 있는 자였다.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놀랍군요.”


방계에게 기회가 돌아와도 막상 엘더의 후계를 잇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는 드물었다. 방계의 경우 ‘엘더의 사리’를 이어받는 것에 종종 실패하고는 했다. 혈연적으로 멀면 멀수록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방계 중 가장 가까운 형제의 경우 그 성패가 대략 반반이라고 세간에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실패는 곧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이었다. 몸속으로 들어간 ‘엘더의 사리’가 제대로 융합되지 않으면 그것은 단지 맹독에 불과하였다.


도중형이 그나마 선대 도원형 엘더의 형제지간으로 방계 중에서는 가장 가까운 자였으나, 어찌되었건 목숨을 걸고 하는 도박이었다.


“그래서 말입니다. 앞서 나가는 감이 있지만 몇 가지 가정적 상황을 두고 미리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도중형 도련님께서 상속에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겠으나 만약 성공하는 경우 그리고 여사님께서 쇠머리성을 떠나시겠다고 하는 경우에 여사님과 별이, 돌이 남매를 기사님께서 보살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여사님을요?”


“네. 그렇다고 해서 거창한 일을 부탁드리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살핀다고 해서 경제적 지원 등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옆에서 시중을 들라는 것도 아닙니다. 여사님과 별이, 돌이의 생활에 대한 지원은 엘더 가문에서 계속할 것입니다. 기사님께 바라는 것은 그저 옆에서 한 번씩 지켜봐주셨으면 하는 정도입니다.”


“여사님을 여기 쇠머리성이 아닌 다른 곳에 모실 생각입니까?”


“네. 여사님께서 허락하신다면 대구부로 다시 모셨으면 합니다.”


“약간 뜻밖입니다. 별이와 돌이의 경우에는 저 또한 어느 정도 생각한 바가 있었습니다. 여사님께서 그 둘을 내치지 않겠지만 혹시 일이 꼬여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여사님의 경우에는 다르지 않습니까? 게다가 도원형 태수님의 묘가 여기에 있습니다. 과연 떠나려고 하실까요? 아니, 애초에 떠나실 이유가 있습니까?”


“순전히 저의 노파심에 불과하지만... 조금 걸리는 점이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그 부분은 묻지 않으시면 안 되겠습니까? 부탁을 하는 주제에 죄송한 일이지만 제 입장 상 기사님께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흐음, 그 사정... 여기 문찬이는 알고 있는 것입니까?”


철수는 자신의 턱을 잠시 어루만지며 물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문 외부인이 알면 곤란한 일이라는 것이다.


“뭐, 알겠습니다. 청장님 말씀대로 하죠.”


“감사합니다.”


“뭘요. 청장님의 부탁이 없어도 될 일이었습니다.”



***



“고(故) 도원형 가디언의 ‘엘더의 사리’에 대한 이전을 인정합니다.”


요식적인 선언에 불과하였다. 배은소 여사가 도중형의 상속을 인정 안하려고 하면 당장에야 그럴 수는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도 없고 명분도 없는 일이었다. 생전 도원형이 동생 도중형을 탐탐치 않게 여겼지만 그것과 후계문제는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거기에다 도중형에 대한 세간의 평가 또한 나쁘지 않았다. 하다못해 다른 지원자가 있다면 또 모를까 후계를 잇겠다고 나선 사람은 결국 도중형 한 사람 뿐이었다.


“저 도중형은 선대(先代)의 부인과 자녀를 성심성의껏 지원하고 보호할 것을 맹세합니다.”


가신단과 쇠머리성의 관계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도중형은 배은소로 부터 ‘엘더의 사리’를 건네받았다.


꿀꺽.


도중형은 마른 침을 삼켰다. 이미 각오한 일이였지만 역시나 두려움이 아예 없을 수는 없었다. 초인의 힘과 영웅이라는 명예 그리고 가주라는 부와 권력이 눈앞에 있었다. 과연 목숨을 건 이 도박은 성공할 것인가?


비단 도중형 뿐만 아니라 좌중의 모든 사람들이 긴장하고 있었다.


꽈득. 우걱. 우걱.


드디어 도중형이 ‘엘더의 사리’를 자신의 입으로 털어 넣고 씹기 시작하였다.


꿀꺽.


그렇게 한참을 씹더니 크게 한 번 삼켰다.


“으으...”


도중형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극심한 고통이 몰려왔다. 상속의 성공여부와 상관없이 반드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으으...”


여전히 도중형은 신음을 흘리고 있었으나, 시간이 좀 지나자 표정이 한결 좋아졌다. 좋은 징조였다.


“오오...”


잠시 후 사람들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도중형의 몸에서 노란색 빛이 발산하고 있었다. 이로써 도중형이 새로운 가주가 되었다.



***



배은소 여사는 이제 중년의 나이였지만 여전히 그 미모가 뛰어났다.


‘이제 형수님... 아니, 은소와 함께 할 수 있어. 애초에 내가 먼저 좋아했단 말이야.’


도중형은 일찍이 자신의 형수를 마음에 두고 있었으나 자신의 형 도원형의 존재로 그 마음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도중형은 자신이 형이 엘더이기에 배은소를 빼앗겼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간 도원형은 도중형에게 있어 형이 아니라 연적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상당히 잘못된 인식이었다. 애초에 형 도원형이 배은소를 빼앗은 적도 없으며, 배은소가 도원형을 좋아하게 된 것도 도원형이 엘더라는 사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도중형은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배은소를 만나러 왔다.


“오늘도 또 웬일이십니까?”


배은소는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내었다.


“안부 차 왔습니다. 형님도 안 계신데 이제 제가 형수님을 챙겨야하지 않겠습니까?”


도중형은 배은소가 그러거나 말거나 제 할 말만 하였다.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저까지 이리 신경 쓰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보고 싶어서 말씀대로는 못 하겠습니다. 형수님이 걱정되는 걸 어쩌겠습니까?”


도중형의 능글거리는 말투에 배은소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꾹 참고 말을 이어나갔다.


“이제 가주(家主)가 되셨으니 이리저리 많이 바쁘실 터입니다. 그런데 이리 처신한다면 오히려 저를 욕보이게 하는 일입니다.”


“아!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럼 차라리 형수님이 저의 집으로 들어오시면 어떻겠습니까? 아침저녁으로 수시로 뵙고 좋지 않습니까?”


“?! 선을 넘지 마십시오.”


배은소는 수치심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예? 우리 사이에 무슨 말씀을 그리 섭섭하게 하십니까? 저는 그저 형수님이 걱정되어 그런 것인데...”


“가주께서는 제발 언사를 신중히 하십시오.”


배은소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도대체 왜 그러시는지 저는 당최 모르겠습니다.”


‘이런, 뻔뻔한!’


“정말로 모르시겠습니까?”


“예.”


“휴~. 그럼 이 얘기는 그만하고 다른 얘기를 하죠.”


“그래요. 형수님.”


“이왕 오늘 오셨으니, 미리 말씀드리지요. 저와 아이들은 조만간 쇠머리성을 떠날까합니다.”


“예? 그건 안 됩니다.”


“가주께서 된다 안 된다 할 문제가 아닙니다.”


“의지할 곳 없이 어디서 지내신다는 말씀입니까? 아! 혹시 가문의 지원을 기대하신다면 잘못 생각하신 겁니다. 말이 좀 나오겠지만 지원을 하고 말고는 결국 제 손에 달렸습니다.”


도중형이 슬슬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상관없습니다.”


“뭐라고요? 흥! 과연 어디 상관없을까요?”


“?”


“단순히 지원만 끊지 않겠습니다. 가주의 모든 권한을 동원하여 형수님이 가지고 계신 모든 재산을 압류하겠습니다.


“말도 되지 않는 소릴...”


“왜요 못할 것 같습니까? 돌아가신 형님이 사사로이 문중의 재산을 횡령했다고 하면 그만입니다. 횡령한 돈은 당연 유가족이 갚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로 부족하여 돌아가신 형님마저 모욕하실 생각이십니까? 이 정도로 못난 분이셨습니까?”


“그만큼!”


도중형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만큼... 제가 형수님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죠. 왜 몰라주시는 겁니까?”


“기가 막히는군요. 동서에게 미안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습니까?”


“형수님만 곁에 있으면 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언제까지 이 따위 더러운 말을 듣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배은소도 더는 참지 못하였다.


“뭐라고요? 저의 고백을 지금 더럽다고 했습니까? 제 사랑을 모욕하시는 겁니까?!”


“더럽다고는 했으나 도련님의 사랑을 모욕한 적은 없습니다. 미친개의 발정 따위를 사랑이라고 하지는 않죠.”


“시발! 날 미치게 한 것은 너야. 나의 순정을 모욕하지 마!”


“이제 그만 돌아가십시오. 이 이상 서로 간에 더 나눌 말은 없는 것 같습니다.”


“...”


“커억!”


도중형은 손을 뻗어 배은소의 목을 움켜잡았다.


“까부는 것도 여기까지입니다. 형수님.”


털썩.


도중형은 배은소를 그대로 밀쳐버린 뒤 쓰러진 배은소의 몸 위로 올라탔다.


“이게 무슨 짓이지?”


배은소는 기가 죽지 않고 도중형을 놀려보았다.


“남녀 사이에 이러쿵저러쿵 쓸데없는 말이 많았습니다. 역실 밀당은 피곤하기만 할 뿐 도움이 안 되네요.”


도중형은 배은소를 자신의 몸무게로 누르는 한편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벗기 시작하였다.


‘여기까지인가? 진작 떠나야했어.’


배은소는 자신의 혀를 깨물려고 하였다.


꽉.


“아악!”


도중형은 배은소의 얼굴을 한손으로 잡아 엄지와 중지로 양 턱관절 부위를 지그시 눌렀다.


“행여 자결할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별이, 돌이라고 했나요? 친자식도 아닌데 무척이나 아끼신다고요? 제가 어찌할 것 같습니까?”


“이익!”


도중형은 서서히 배은소의 얼굴을 잡은 손의 힘을 풀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양손을 배은소의 어깨 위로 가져갔다. 배은소는 더는 반항하지 못하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공교롭게도 그 순간!


쾅!


방문이 통째로 떨어져 나갔다. 깜짝 놀란 도중형이 방문 쪽을 쳐다보니 한 사내가 자신을 죽일 듯 노려보고 서 있었다.


“너, 너 이 새끼! 너 도대체 뭐야!?”


도중형이 사내의 정체를 몰라서 물은 것이 아니었다. 감히 가신(家臣) 따위가 가주의 행사에 끼어들었기에 그저 황당하여 내지른 소리였다.


“나? 영웅 도원형님의 마지막 기사!”


그러나 상대는 곧이곧대로 자신을 소개하였다. 왜냐하면 그는 ‘돌대가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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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049. 아사(餓死) 22.09.01 17 0 13쪽
49 048. 치안불안 22.07.27 31 1 12쪽
48 047. 민생불안 22.07.26 35 1 12쪽
47 046. 황 감독 22.07.23 36 1 12쪽
46 045. 태수대리 22.07.19 40 2 13쪽
45 044. 이별 22.07.14 36 1 12쪽
44 043. 술은 적당히 22.07.13 35 1 12쪽
43 042. 집행 22.07.11 41 1 12쪽
42 041. 누가 요괴인가? 22.07.07 35 1 12쪽
41 040. 성씨 둔갑사건 22.07.05 31 1 12쪽
40 039. 말뚝에 묶여 있는 망나니 22.07.01 35 1 11쪽
39 038. 금선탈각 22.06.30 38 1 11쪽
38 037. 번운복우 22.06.29 43 1 13쪽
37 036. 파업과 항명 22.06.27 41 1 12쪽
36 035. 충(忠) 22.06.25 38 1 13쪽
» 034. 상속 22.06.23 39 1 12쪽
34 033. 가디언 22.06.22 42 2 12쪽
33 032. 월령 22.06.21 44 2 12쪽
32 031. 식철(食鐵) 22.06.17 43 1 12쪽
31 030. 이름 짓지 못한 마을 22.06.16 52 2 12쪽
30 029. 달빛 아래에서 22.06.15 48 2 12쪽
29 028. 마왕 불가살 22.06.14 52 4 12쪽
28 027. 최후의 수단 22.06.11 57 4 12쪽
27 026. 폭주하는 마왕 22.06.10 61 3 12쪽
26 025. 가는 날이 장날 +1 22.06.08 66 4 12쪽
25 024. 토지매입 22.06.07 59 2 13쪽
24 023. 흙도깨비 22.06.03 64 2 13쪽
23 022. 야반도주 22.06.02 63 4 12쪽
22 021. 연인 22.06.01 6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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