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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걸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9:50
최근연재일 :
2022.09.01 22:45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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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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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글자수 :
26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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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0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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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6. 폭주하는 마왕

DUMMY

철수는 일단 읍사무소 밖으로 나와 박 씨를 다시 만났다.


“제가 연화를 찾으러 갈 테니 아저씨는 일단 대구부로 피하세요.”


“연화를 두고 내가 어디를 가?”


박 씨도 철수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았지만 부모 마음이라는 것이 그렇지가 않았다.


“걱정되시겠지만 대구부에서 기다리세요. 여기에서 기다리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무의미하지 않습니까?”


“...”


“게다가 기껏 연화를 무사히 데려왔는데 아저씨 신변에 무슨 일이 있으면 저는 연화에게 원망만 들을 겁니다. 그건 너무 한 거 아니겠습니까? 아저씨가 저 혼나면 책임지실거예요?”


철수는 그리 말하면서 실없이 웃어보였다.


“알겠네.”


“네. 연화는 무사할 테니 마음 편히 기다리고 계세요. 저 갑니다.”


“철수야.”


“왜요?”


“미안하다. 염치없지만 가지 말라고 할 수가 없네... 다만, 아니겠다싶으면... 무리하지 말고 연화는 포...”


울먹이며 이어지는 박 씨의 말.


“영감님!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시고 피난 갈 준비하세요. 저 진짜 갑니다.”


철수는 끝까지 듣지 않고 박 씨의 말을 잘라버렸다.



***



“철수 씨, 차량을 바꿔 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중대장은 철수의 트럭형 호송차와 특전중대의 소형전술차량 중 한 대를 가리켰다.


“그래도 돼요?”


별빛바라기성으로 가야하는 철수의 입장에서 육중한 트럭보다는 아무래도 기동성이 좋은 소형차량이 더 적합했다.


“원래라면 함부로 군용차를 맡기면 안 되지만, 그 대신 철수 씨의 트럭을 쓸 수 있다면 저희로서도 그 편이 좋습니다.”


중대장은 엄지를 세워 자신의 어깨 뒤를 가리켰다. 읍사무소 앞에는 피난가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그들의 손에는 제법 짐들이 챙겨져 있었다. 그래봤자 옷가지 정도이겠지만, 아무리 급해도 아예 맨몸으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무사귀환을 빌겠습니다.”



***



철수는 별빛바라기성으로 가면서 자신의 핸디형 무전기를 계속 켜 놓았다. 이따금씩 자신 쪽에서 호출을 하기도 하였다. 혹시 별빛바라기성에서 들어오는 무전이 있을 줄 몰라서이다. 다행히 배터리는 충분하였다.


그러나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수신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이 한정되었기 때문이다. 철수가 가진 무전기와 애초에 군(軍)과 관(官)에서 사용하는 무전기는 주파수 대역이 맞지 않았고, 만약 신호가 잡힌다면 철수와 같은 자유기사로부터일것이다.


문제는 한 성의 자유기사 자체가 그리 많지 않은데다가 모든 자유기사들이 무전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무전기는 그 유용성이 높았지만 자유기사들에게도 은근히 부담이 될 정도의 가격이었다. 평소에는 딱히 쓸 일이 없어 의뢰가 있을 때 보증금을 걸고 대여해서 사용한다. 그것도 의뢰내용에 따라서 선택한다.


그렇기에 일반인들이 무전기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웬만큼 재력이 있고 무전기에 관심이 큰 사람이라면 아니라면...


‘아차차! 황 감독님이 가지고 있잖아! 멍청하게도 왜 이제야 생각난 거야?’


철수는 자신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전보다 적극적으로 호출을 하기 시작하였다. 아직까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지만, 조금씩 별빛바라기성에 가까울 질수록 교신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배터리 문제로 상대방 무전기가 꺼져있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응? 저건?”


갈대소리마을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맞은 편 저 멀리서 특이한 모양의 장갑차 한 대가 맹렬한 속도로 다가왔다. 여느 장갑차와는 달리 밖에서 운전석이 보였다.


‘저 특이한 모양, 육중한 덩치에 저 속도... 혹시 화륜장갑차(火輪裝甲車)인가?’


화륜장갑차는 가디언 강석주가 가지고 있다는 차량형 보패였다. 마물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듯이 보패도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 정체모를 물건이었지만 마물과의 싸움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철수는 월령에게 들어서 보패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았다.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위선이라고 해야 할까? 이세계의 마법사들이 마물과의 전쟁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라고 보낸 것이었다.


철수는 안력을 최대한 높여 스쳐지나가는 장갑차의 운전석을 살폈다. 역시나 강석주였다. 강석주의 표정은 겁에 질려 있었고 조급하였다.


‘쯧, 도망치는 것인가?’



***



태수와 지나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치이익...


“여기는 별빛바라기성, 수신합니다.”


“!”


놀랍게도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카피. 주파수 이동하겠습니다. 주파수는 XXX.XXX”


“라져.”


철수는 자신이 지정한 주파수로 무전기를 조정한 뒤 기쁜 마음에 소리쳤다.


“혹시 민정이니?!”


“님. 교신 매너 꽝이네요.”


민정이 맞았다. 언제는 은인이 어쩌고저쩌고 하던 녀석이 언제가 부터 철수에게 편하게 말을 하였다. 철수도 그러는 편이 좋았다.


“이 상황에 농담이 나와?”


“뭐, 그건 그러네요.”


“여하튼 지금 괜찮아? 다친 곳은 없어? 황 감독님은?”


“네. 다행히 저나 선생님 모두 무사합니다. 그런데 오빠는 어떻게 된 거에요? 목소리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일이 있어 잠시 갈대소리마을에 들렸다가, 소식을 듣고 지금 성으로 가는 길이야.”


“뭐라고요?! 지금 오고 있다고요?”


“왜 아니겠어.”


“오던 길 빨리 돌아가세요. 빨리.”


“어떤 상황인데?”


“이미 마물이 다 휩쓸고 좀 전에 떠났어요.”


“그런데?”


“마물이 향한 곳이 서쪽이에요. 잘못하면 마주친다고요!”


“요령껏 피해서 들어갈게.”


“한가한 말 하시네. 지금 성의 엘더들이 모조리 당했다고요. 태수도 죽었는지 살았는지 보이지도 않고요.”


“설마 했는데 상황이 심각하군. 그런데 못 돌아가. 찾을 사람이 있어.”


“혹시 연화 언니에요?”


“어? 네가 어떻게 알아? 그리고 언니라니?”


“연화 언니라면 지금 함께 있어요. 무사하니까 걱정 말고 돌아가요.”


“어떻게 같이 있는 거야?”


“얘기가 기니까 자세한 사정은 나중에. 그리고 우리 지금 개인전화로 얘기하는 것 아닙니다. 교신은 짧고 명료하게! 님 좀 매너요!”


민정이 생뚱맞게 매너 타령을 했다.


‘!’


철수는 아차 싶었다. 무전의 특성상 누구든지 쉽게 민정과 철수의 대화를 몰래 듣고 있을 수 있었다. 민정과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필요 이상의 말은 금물이었다.


“오빠 나 여기 있어.”


“연화니? 괜찮아?”


“그래, 괜찮으니까 돌아가. 아버지는 무사하지?”


“아저씨는 먼저 대구부로 대피하셨으니 걱정하지 마.”


“그래, 다행이다. 오빠 괜히 얼쩡거리지 말고 돌아가. 나중에 봐.”


“아, 알았어.”



***



결국 마주쳤다.


‘뭐라고? 월령 네가 저 마물을 알고 있다고?’


‘네. 저쪽 세계에서 마왕이라고까지 불렸던 존재입니다.’


‘마왕이라면 세니?’


‘오랜만에 멍청한 질문을 하시는군요. 괜히 마왕이겠어요?’


‘얼마나 세니?’


‘최전성기 때의 현자님의 최고 컨디션이어도 택도 없을 정도요. 아니, 현자님이 문제가 아니라 저쪽 세계에서도 감당할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월령이 예전에 현자에 대해 알려 준 것이 있었다. 현자가 이 세계로 와서 어찌 보면 허무하게 명을 달리 하여 그리 강하지 않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원래라면 국공 따위는 가볍게 제압할 수 있었다. 다만, 억지로 차원이동하여 그 여파로 심신이 크게 망가진 탓에 철수가 현자를 만났을 당시에는 원래 현자가 있던 세계에 있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진 상태였던 것이다. 그 약해진 상태에서도 철수에게 비술을 전수한 것이었다.


‘애초에 현자님께서 동귀어진의 비술을 연구하신 계기도 저 마왕입니다.’


‘그런데 사용하지는 않으셨나보네?’


동귀어진은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하여 마물을 승천시키는 술법이다. 그러니 사용한다고 해도 한 번이 끝이다.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응? 무슨 말이지?”


‘순했습니다.’


‘응??’


월령에 말에 철수는 더 이해할 수 없었다.


‘마왕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강력해서가 아닙니다. 극과 극은 통하는 것인지, 아니면 오랜 세월 토벌된 적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마왕은 신성을 깨우친 존재입니다. 인간과 의사소통이 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비록 마물이었지만 그 지혜는 인간 현자들을 넘어섰죠. 인간과 마법사 입장에서는 여전히 적이었지만 마물이라고 부르는 것이 오히려 실례였죠.’


‘...’


‘게다가 저 마왕은 난폭하지 않았습니다. 피해를 전혀 주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 강력함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인간들이 감사해 할 정도였죠. 사실 상 먼저 건들지만 않으면 아무 탈도 없었죠. 처음에는 그걸 아무도 몰랐지만 다행히 현자님께서 눈치 채셨죠.’


‘그런데, 지금은 왜 저래? 이런 표현이 이상할지도 모르겠는데 완전히 눈이 뒤집혔어. 이성은 고사하고 저건 그냥...’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아까 저도 깜짝 놀라서 저도 모르게 마왕에게 텔레파시로 말을 걸어 봤는데 전혀 대답하지 않더군요.’


‘네가 마왕에게 말을 걸었다고?’


‘네. 사실 현자님도 그렇지만 저도... 친분이라고 한다면 약간의 친분이 있는 관계인지라...’


‘... 지금 친분이라고 했니?’


계속되는 놀라운 소리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철수였다.


‘네. 뭐, 어찌 그리됐습니다. 여하튼 저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음. 그래도 혹시 짐작 가는 이유가 있어?’


‘그냥 저 혼자만의 생각입니다만, 마왕도 차원이동하면서 현자님처럼 심신에 뭔가 타격을 받은 것은 아닐지...’


‘뭐, 일단 쫓아가자.’


철수와 월령이 주고받는 사이에도 마물은 쉼 없이 서쪽으로 가고 있었다.



***



‘태세신창(太歲神創)’


철수는 오행신공의 목의 기운을 이용하여 번개의 창을 만들었다. 그리고 마물에게 던졌다.


쾅.


직격이었다.


“전혀 관심을 주지 않는구나.”


철수는 재빨리 차량에 올라타 다시 마물을 쫓기 시작하였다.


마물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사람들이 피난 갈 수 있는 시간이라도 벌 생각이었다. 처음에 오행신공으로 놈을 공격했을 때 놈은 잠시 관심을 가지는 듯 했다. 잘만 하면 유인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말로 멍청한 생각이었다.


우선 놈은 처음 한 번을 제외하고는 철수의 공격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모기에 물린 것으로도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그리고 놈은 생각이상으로 빨랐다. 설사 놈이 철수의 의도대로 철수를 쫓아온다고 해도 문제였다. 순식간에 따라잡혀 아작이 날 것이다. 지금 움직이고 있는 속도도 결코 느린 속도가 아니었지만, 철수가 처음으로 공격했을 때 녀석은 순식간에 철수와의 거리를 좁혔다.


다행히도 녀석은 그 큰 고개를 한 번 갸웃거린 후 다시 제 갈 길을 가기 시작했지만, 철수는 간담이 서늘했다. 강석주가 화륜을 타고 도망치면서도 조급해하던 것이 괜히 그런 것이 아니었다. 지금 철수는 오기가 생겨서 마물을 공격하고 있을 뿐이었다.


여하튼 놈은 지금 철수를 완전히 무시하고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갈대소리읍은 진작 박살났다. 마물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대구부로 걸음을 옮겼다.


‘이러다가 따라 잡히겠어. 게다가 어쩌면 대구부도 위험할지도 몰라.’


철수가 보기에 놈은 막무가내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데미지가 없다고 하지만 자신을 공격하는 철수를 버려두고 일정하게 서쪽으로 가는 것은 분명 이상하였다.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일까?’


고민해봐야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 무슨 소용일까 싶었다. 지금 철수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마물의 뒤를 쫓는 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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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049. 아사(餓死) 22.09.01 16 0 13쪽
49 048. 치안불안 22.07.27 31 1 12쪽
48 047. 민생불안 22.07.26 35 1 12쪽
47 046. 황 감독 22.07.23 35 1 12쪽
46 045. 태수대리 22.07.19 40 2 13쪽
45 044. 이별 22.07.14 35 1 12쪽
44 043. 술은 적당히 22.07.13 34 1 12쪽
43 042. 집행 22.07.11 41 1 12쪽
42 041. 누가 요괴인가? 22.07.07 35 1 12쪽
41 040. 성씨 둔갑사건 22.07.05 31 1 12쪽
40 039. 말뚝에 묶여 있는 망나니 22.07.01 34 1 11쪽
39 038. 금선탈각 22.06.30 38 1 11쪽
38 037. 번운복우 22.06.29 43 1 13쪽
37 036. 파업과 항명 22.06.27 40 1 12쪽
36 035. 충(忠) 22.06.25 37 1 13쪽
35 034. 상속 22.06.23 38 1 12쪽
34 033. 가디언 22.06.22 42 2 12쪽
33 032. 월령 22.06.21 44 2 12쪽
32 031. 식철(食鐵) 22.06.17 43 1 12쪽
31 030. 이름 짓지 못한 마을 22.06.16 51 2 12쪽
30 029. 달빛 아래에서 22.06.15 48 2 12쪽
29 028. 마왕 불가살 22.06.14 52 4 12쪽
28 027. 최후의 수단 22.06.11 56 4 12쪽
» 026. 폭주하는 마왕 22.06.10 61 3 12쪽
26 025. 가는 날이 장날 +1 22.06.08 65 4 12쪽
25 024. 토지매입 22.06.07 59 2 13쪽
24 023. 흙도깨비 22.06.03 64 2 13쪽
23 022. 야반도주 22.06.02 62 4 12쪽
22 021. 연인 22.06.01 6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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