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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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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9:50
최근연재일 :
2022.09.0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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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글자수 :
26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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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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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45. 태수대리

DUMMY

“인사는 잘 하고 오셨어요?”


“네, 덕분에... 감사합니다.”


보패 사두마(四頭馬)에 탑승한 서기준이 둔갑을 풀고 그의 본 모습으로 돌아갔다. 떠나기 전 변학도에게 인사를 하고 싶었던 서기준을 배려하여 허민정이 그녀의 모습으로 둔갑하는 것을 허락해줬다. 그렇다고 변학도를 속인 것은 아니었다. 변학도 역시 서기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둔갑을 한 것은 만약을 대비하여 단지 사람들의 이목을 숨기지 위해서였다.


“오, 다시 봐도 신기하네요.”


“그런데... 꺼림칙하지 않습니까? 저 같이 수염 시커먼 아저씨가 민정씨 같이 젊은 ...”


서기준은 말끝을 흐렸다.


“예? 아~! 저 같이 ‘예쁜’ 아가씨로 둔갑했던 것이 신경 쓰이시는군요. 괜찮아요, 오히려 제가 고집 부려서 죄송해요.”


정말로 민정이 고집을 부린 것은 아니었다. 단지 민정은 서기준이 이성으로도 변신할 수 있는지 궁금하였기에 이왕 변신할 것이며 자신으로 해달라고 하였다.


“젊다고 했지 ‘예쁜’이라는 말은 안한 것 같은데...”


민정의 미모가 나쁘지 않았지만 그걸 자신의 입으로 말하는 뻔뻔함에 철수가 딴죽을 걸었다.


“오빠가 잘못들은 거예요. 서 선생님, 그렇죠?”


두 눈을 반짝이며 압박해오는 민정의 모습에 서기준은 대항하지 못했다.


“예? 네, 그렇습니다.”


“거봐요.”


“그래, 그렇다 치자. 이제 출발 할 테니 그만 자리에 앉아.”


사두마는 몽룡과 현남이 탄 차량을 쫓아 여뀌꽃성을 서서히 벗어났다.



***



- 아, 참! 이걸 잊을 뻔 했군요. 혹시 엘더가에 PC가 있나요?

- 네, 있긴 있습니다만... 이게 뭔가요?

- 보시면 압니다.


“도대체 뭐길래?”


학도는 철수가 떠나기 전 건네준 저장장치를 PC에 연결하였다.


‘이건?’


저장장치에 든 파일을 하나하나 모두 확인한 학도는 적잖이 놀랐다.


‘어느새 이걸... 역시나... 서기준 씨를 구한 일도 그렇고...’


학도는 다시 한 번 철수에게 감탄하며 얼마 전 일을 떠올렸다.



***



아직 철수가 민정을 데리러 가기 전의 일이었다.


“그렇군요, 일이 그렇게 된 것이군요.”


철수는 서기준과 묘미진에 대하여 자신이 알고 있는 바와 생각한 바를 학도 등에게 설명을 하였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서기준을 구하고 싶습니다. 괜찮겠습니까?”


“?! 그렇습니까...”


서기준의 사정이 딱했으나 어째든 죄를 지은 사람이었다. 여하튼 여뀌꽃성의 엘더인 학도로서는 뭐라고 대답하기 곤란하였다.


“...”


“제가 만일 이 기사님의 뜻에 반대한다면 어찌하시겠습니까?”


“엘더의 판단에 따르겠습니다. 다만, 서기준에게 씌여진 ‘살인의 죄’는 누명이라는 것을 고려하셨으면 합니다.”


학도의 물음에 철수는 머뭇거림 없이 즉답하였다.


‘나의 판단에 따르겠다고하지만... 어째 테스트받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학도가 새삼 철수를 바라보니, 그의 표정은 덤덤하기만 하였다.


“끄응... 알겠습니다.”


학도는 긴 고민 끝에 서기준을 구출하기로 결심하였다. 학도의 대답이 떨어지자, 몽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현남은 의외라는 듯 놀란 모습을 숨기지 않고 학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학도 그 자신이었다.


‘내가 원래 이랬나? 성에서 내린 판결을 이리 쉽게 무시해버리다니...’


평소 자신에 대한 주변의 평이 ‘원칙을 중시하고 대체로 모범적이지만 다소 냉정하며 소심한 모습도 있다’라는 것을 학도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현남이 저런 태도를 보이는 것이었다. 지금의 모습은 그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다행입니다.”


‘훗, 다행이라고?’


“이로써 엘더께서도 공범이 되시는군요.”


“예? 공범이라고요?”


“표현이 좀 그랬나요?”


“아, 아닙니다.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공범이 된 것이 맞군요. 거참... 그건 그렇고 서기준 씨를 구할 방도는 생각해두셨습니까?”


“엘더께서 도와주신다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흙도깨비’에다가 약간의 손을 가하면 형 집행 전에 서기준과 바꿔치기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그래서... 설마했는데... 그런데 정말 가능합니까?”


좀 전에 학도는 철수의 부탁으로 ‘흙도깨비’를 보여줬다. ‘흙도깨비’의 겉모습은 살아있는 사람과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이의안의 예에서 보듯이 주인과 똑같은 모습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외에 특정인의 모습을 그대로 흉내 내지는 못하였다. 아무리 흙도깨비의 얼굴을 조정해보아도 본 모습과는 차이가 있었다. 애초에 ‘흙도깨비’는 둔갑술과는 다른 성격의 비술이었다.


“꽤나 실력 좋은 특수분장사를 알고 있거든요. 그 사람 실력이면 충분합니다.”


철수는 황 감독의 제자 허민정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



철수 등은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도망치던 서기준을 흙도깨비와 바꿔치기하였다. 뒤늦게 쫓아온 관리들은 부랴부랴 서기준의 모습을 한 흙도깨비를 끌고 돌아갔다.


화르륵.


그리고 며칠 뒤 그 흙도깨비가 불에 활활 타고 있었다.


‘괜찮을까요?’


월령이 철수에게 말을 걸었다.


‘뭐가? 아... 저 정도 불이면 시체를 남기지 않는다고 하여도 크게 의심하지는 않을 거야.’


‘그게 아니라...’


‘그럼 뭐?’


‘저 사람들... 힘들지 않을까요?’


‘무슨 소리지?’


‘자신들 손으로 돌을 던졌다는 것에 더해 이제 눈앞에서 불에 타 죽는 모습을 보았으니, 마음에 병이 생기지 않을까요?’


‘난 또 뭐라고... 알게 뭐람!’


‘예? 어쩜 사람이 이리 매정해요?!’


‘몰라, 인마.’


이번 일로 주민들이 죄책감을 느낄지 자기합리화를 할지 아니면 트라우마에 빠질지 알 수 없었지만 철수는 그 일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기로 하였다. 서기준에게 돌을 던지게 한 것은 태수 표길강이었고 그에 더해 불 쇼를 벌인 것은 철수였지만, 여하튼 서기준에게 가차 없었던 것은 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철수가 한 동안 마을에서 탐문해보니 주민들 역시 성의 판결을 곧이곧대로 믿고 있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어렴풋하게나마 그간 서기준이 자신들을 돕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느끼고 있었다. 형 집행일에 서기준을 위하여 돌을 허투루 던지겠다는 말하는 사람들도 꽤나 있었다.


그러나 막상 형 집행이 시작되자 김 씨를 제외하고는 경쟁하듯 서기준 -모습을 한 흙도깨비-를 돌로 맞혔다. 심지어 실실 웃고 있는 사람들도 꽤나 보였다. 그러한 웃음이 쾌락의 광소(狂笑)인지 아니면 이 황당한 상황에 대한 실소인지 아니면 또 다른 어떠한 의미인지는 단정할 수는 없었지만 철수가 그들을 변호할 이유도 없었다.


‘혹시 저 사람들을 어리석다고 생각하시는 것이에요?”


‘저 사람들의 몫을 굳이 뺏고 싶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다는 것뿐이야. 내 앞가림도 하기 버거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철수 역시 속이 편한 것만은 아니었다. 여하튼 이 날 서기준은 공식적으로 죽은 것으로 처리되었다.



***



수화기를 내려놓은 표길강은 구시렁거렸다.


“지들이 뭔데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아?”


광주부에서 서기준의 일로 우려의 뜻을 전해왔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놈이야?”


광주부 주민들 사이에 표길강에 비판여론이 커지는 한편 광주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다. 뒤늦게 묘미진이 잡힌 일과 서기준이 묘미진이 지은 죄를 덮어썼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가운데 누군가가 서기준이 돌에 맞아 피떡이 되는 모습과 불에 타 죽는 모습을 광주부에 유포했던 것이다. 거기에다 표길강이 형 집행을 빙자하여 주민들에게 투석을 강매했다는 소문마저 돌았다. 이에 비록 형식적이나마 광주부에서 표길강에게 유감의 뜻을 밝힌 것이다. 신경이 쓰이지만 그뿐이었다. 여뀌꽃성의 이름으로 대충 사과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유야무야 넘기면 그만이었다.


똑똑.


“변학도 엘더입니다.”


“응? 벌서 시간이 이렇게 되었군. 들어오라고 하게.”


학도가 표길강에게 독대를 요청해와 오늘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있었다.


“어쩐 일입니까?”


“다른 게 아니라 태수에게 한 가지 청이 있어 왔습니다.”


“그게 뭡니까?”


“그전에 이걸 먼저 보셨으면 합니다.”


학도는 가지고 온 장치로 어떠한 내용의 동영상을 표길강에게 보였다.


“이건?!”


“네, 태수께서 묘미진과 뒹굴고 있는 모습이죠.”


“이제 보니 광주부에 소문을 낸 것이 학도 당신 짓이었군. 하하! 이거 참! 어처구니가 없군.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거지?”


“제가 성(城)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자리를 하나 만들어 주시길 바랍니다. 이왕이면 태수자리가 좋겠군요.”


“흥! 미쳤군, 이 따위로 같잖은 협박이 통할 것이라 생각했나보지? 생각보다 순진하네. 여하튼 네놈은 오늘 나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이야. 각오는 되었겠지?”


“태수야 말로 허세부리지 마시지요. 요괴 년이랑 붙어먹은 것이 알려지면 태수에게 과연 타격이 없을까요? 그리고 이게 다가 아니죠.”


학도는 다음 영상을 재생하였다. 동영상에는 묘미진의 증언이 담겨 있었다. 이의안을 해친 일의 배후에 태수 강길강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기에 엘더씩이나 되는 이의안이 그리 자신을 고발했는데도 표길강이 끝까지 모르 척했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묘미진 자신이 사람들을 헤치고 다닌 것도 표길강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이, 이 무슨!”


“마물과 결탁하여 ‘엘더’인 할아버지를 해한 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바입니다.”


“멍청하기는! 이깟 마물의 말을 믿는다고?!”


“그 마물과 뒹굴었던 사람이 할 말은 아니죠.”


“이런 씨발, 아니라고 했잖아!”


“예, 계속 그렇게 발뺌하십시오. 저는 이것을 가기고 이만 광주부로 가보겠습니다. 과연 어떻게 결론이 날까요?”


학도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젠장! 자, 잠깐 기다려!”


“뭡니까?”


“난 정말 모르는 일이야. 너의 할아버지의 일에 전혀 상관이 없단 말이야.”


“그걸 지금 믿으라고?”


“아, 글쎄 묘미진의 농간이라니까?”


“이제 그만하시죠.”


학도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에라이!”


“커헉!”


표길강은 급한 마음에 검을 들어 학도의 몸통을 찌르고 말았다.


“그러게 적당히 까불... 어? 뭐야?”


“태수께서는 ‘흙도깨비’를 모르고 계셨습니까?”


‘아차차.’


“여하튼 이것으로 보다 확실해졌군요. ‘마인’ 표길강! 각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 아니야. 정말 아니라고. 학도 이 친구야 나 좀 살려줘!”


표길강은 무릎을 굻고 두 손으로 빌기 시작하였다.



***



“이거 왜이래? 나 몰라? 나 성홍인이야!”


“네, 잘 압니다. 그런데 뭐 어쩌라고 이 씨발님아!”


성에서 나온 관리들은 성홍인의 발악을 가볍게 무시하고 제 할일을 하고 있었다. 관리들은 성 씨 가문의 재산을 압류하고 있었다. 얼마 전 성 여사의 불법여신행위와 인신매매 등에 대해 유죄가 확정되었다. 성 여사는 구속되어 감옥에 갇히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명령이 내려졌다. 이에 여뀌꽃성 행정청은 신속하게 집행에 나섰다.


- 이건 말도 안 돼!


성 여사는 억울함을 호소하였지만 증거가 차고 넘쳤다. 그간 서기준이 수집하고 정리해온 자료가 철수를 통해 학도에게 건네졌다. 학도는 ‘태수대리’라는 직책으로 직접 성 여사를 고발하였다. 참고로 표길강은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무기한 요양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자신의 대리로 변학도를 지목하였다. 다른 엘더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표길강은 묵살하였다. 아무래도 표길강이 이의안 엘더의 일로 학도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났다.


비록 태수가 아니 태수대리였지만 변학도는 적극적으로 태수의 모든 권한과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였다. 비단 성 여사의 건만 아니라 그간 케케묵은 문제를 하나하나씩 바로잡기 시작하였다. 부패한 엘더들과 관료들의 반발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표길강을 앞세우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 적절히 찍어 눌렀다.


‘이제 내친걸음이야.’


표길강이 묘미진과 내연관계에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표길강을 탄핵하는 묘미진의 증언은 사실이 아님을 변학도는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묘미진의 증언은 학도가 직접 묘미진에게 와인을 던져주고 받아낸 것이었다. 철수가 건네준 동영상에는 표길강과 묘미진의 밀회장면만이 있었을 뿐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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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049. 아사(餓死) 22.09.01 16 0 13쪽
49 048. 치안불안 22.07.27 31 1 12쪽
48 047. 민생불안 22.07.26 34 1 12쪽
47 046. 황 감독 22.07.23 35 1 12쪽
» 045. 태수대리 22.07.19 40 2 13쪽
45 044. 이별 22.07.14 35 1 12쪽
44 043. 술은 적당히 22.07.13 34 1 12쪽
43 042. 집행 22.07.11 41 1 12쪽
42 041. 누가 요괴인가? 22.07.07 35 1 12쪽
41 040. 성씨 둔갑사건 22.07.05 31 1 12쪽
40 039. 말뚝에 묶여 있는 망나니 22.07.01 34 1 11쪽
39 038. 금선탈각 22.06.30 38 1 11쪽
38 037. 번운복우 22.06.29 43 1 13쪽
37 036. 파업과 항명 22.06.27 40 1 12쪽
36 035. 충(忠) 22.06.25 37 1 13쪽
35 034. 상속 22.06.23 38 1 12쪽
34 033. 가디언 22.06.22 42 2 12쪽
33 032. 월령 22.06.21 44 2 12쪽
32 031. 식철(食鐵) 22.06.17 43 1 12쪽
31 030. 이름 짓지 못한 마을 22.06.16 51 2 12쪽
30 029. 달빛 아래에서 22.06.15 48 2 12쪽
29 028. 마왕 불가살 22.06.14 51 4 12쪽
28 027. 최후의 수단 22.06.11 56 4 12쪽
27 026. 폭주하는 마왕 22.06.10 60 3 12쪽
26 025. 가는 날이 장날 +1 22.06.08 65 4 12쪽
25 024. 토지매입 22.06.07 59 2 13쪽
24 023. 흙도깨비 22.06.03 64 2 13쪽
23 022. 야반도주 22.06.02 62 4 12쪽
22 021. 연인 22.06.01 6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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