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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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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9:50
최근연재일 :
2022.09.01 22:45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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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32
추천수 :
245
글자수 :
264,345

작성
22.07.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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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40. 성씨 둔갑사건

DUMMY

변학도가 철수와 몽룡에게 이의안의 유언을 설명하는 때로부터 꽤나 오래 전 어느 날,


성 여사의 아들, 성홍인은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니미 씨팔! 딸꾹!”


여느 때처럼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신 성홍인은 이리 휘청 저리 휘청 갈지자로 걷는데, 그 모양새가 참으로 가관이었다. 밤이 깊고 달마저 그믐이라 길마저 밝지 않았다. 그래도 귀소본능이 살아있는지 어째저째 자신의 집을 제대로 찾아가고 있었다.


졸졸.


물 흘러가는 소리 때문이었을까? 개울 위로 놓인 다리를 건너고 있었을 때 성홍인은 갑자기 요의를 느꼈다. 성홍인은 몸을 다리 바깥쪽으로 틀고 바지춤을 벗었다.


부르르.


일을 마친 성홍인은 절로 몸을 떨었는데,


“어, 어...”


풍덩.


술기운에 몸을 가누지 못한 성홍인은 그만 다리 밑으로 떨어졌다.



***



산 속에서 홀로 숨어 살던 서기준은 쌀 도둑질을 마치고 은거지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어? 저 놈은?’


한 사내가 온 몸이 젖은 체 개울가에 쓰려져 있었다. 머리를 깨먹었는지 이마에서는 피가 보였다. 안면이 있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 나름 잘 아는 인간이었다.


‘저놈 새끼! 보나마나 진창 퍼 마시다 저 꼴이겠지.’


그래도 일단 구하고 봤다.


‘내가 왜 이 녀석을! 젠장!’


그런데 막상 구하고 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봐! 정신차려봐!”


한 동안 성홍인의 뺨을 때려본다.


“으음...”


“정신이 들어?”


“... 너 이 새끼 누구야?”


정신을 어느 정도 차린 성홍인은 대뜸 상대방의 정체를 물었다. 도둑질을 마치고 돌아가던 서기준은 얼굴을 가리고 있던 중이었다.


“내가 누군지는 알거 없고. 정신을 차렸으면 됐다.”


서기준은 몸을 일으킨 후 등을 돌렸다.


“자, 잠깐...”


급히 자신을 부르는 성홍인을 서기준은 무시하였다. 괜히 상대해 봤자 서기준 자신에게 좋을 것이 없었다. 그런데...


“... 난 누구지? 그리고 여기는 어디고?”


“뭐?”


그 뒤 한 동안 말을 나누어보니 아무래도 성홍인은 기억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순간 서기준의 머릿속에 한 가지 나쁜 꾀가 떠올랐다. 서기준은 송홍인을 일단 자신의 거처로 데리고 갔다.



***



‘그래. 이건 기회야! 더 이상 망설이지 말자.’


서기준은 성씨의 집안으로 들어갔다.


“여보!”


성홍인의 아내이자, 성 여사의 며느리 그리고 한 때는 서기준의 연인이었던 채세희가 서기준을 발견하고는 달려왔다. 성홍인이 실종되고 며칠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채세희의 모습이 꽤나 초췌하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몸은 괜찮고요? 어머니가 크게 걱정하고 계세요.”


서기준은 성홍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서기준은 초인도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반각성자도 아니었지만, 놀랍게도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둔갑할 수 있었다. 여하튼 채세희가 걱정하고 있는 상대는 서기준이 아닌 자신의 남편 성홍인이었다. 서기준은 그런 채세희의 모습이 괜히 못 마땅하여 무심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히익.”


갑자기 채세희는 들릴 듯 말 듯 아주 작은 비명소리를 내더니 두 눈을 질끈 감고는 자신의 몸을 움츠렸다.


“여보? 왜 그래?”


“아, 아니에요. 죄송해요.”


‘젠장,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 일 줄은...’


성홍인은 그간 채세희를 상습적으로 폭행하였다. 그래서 성홍인으로 둔갑한 서기준의 얼굴이 살짝 굳어진 것만으로도 채세희는 자신을 때리려고 하는 줄 알고 지레 겁을 먹고 저러는 것이었다.


“여보, 그 동안 미안해.”


“예?”


“앞으로 당신을 때리는 일은 없을 거야.”


원래라면 성홍인 그자가 채세희에게 사과를 할 일이었다. 그러나 서기준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제는 서기준 자신이 성홍인으로 살아갈 터이니 말이다.



***



미모의 여성이 성씨 집안 마당 한 가운데에 당당하게 서 있었다. 여자는 아침 댓바람부터 막무가내 성 여사를 찾아왔다. 자신을 자유기사라고 소개하였지만, 성 여사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을 의심하는 기색에 여자는 자유기사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신진철로 된 검을 꺼내 들어 성 여사 코앞에 들이 내밀었다. 검에는 이름으로 보이는 ‘묘미진’이라는 글자가 새겨져있었다.


성 여사는 일단 여자를 자유기사라고 인정하고 넘어가기로 하고 찾아온 연유를 물었다. 그런데 한다는 말이 성 여사 자신의 아들이 실상은 마인이 둔갑한 가짜라고 하는 것이었다.


“하신 말씀에 책임질 수 있습니까?”


“목이라도 내놓죠.”


“기사님 목을 가져서 어디에 쓰겠습니까? 여하튼 어찌 증명하시겠습니까?”


성 여사의 말에 여자는 자신의 품에서 작은 냄비뚜껑 크기 정도의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자, 이것이면 마인의 정체를 밝힐 수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이것은 ‘조요경(照妖鏡)’이라고 하는 보패입니다.”


“보패요? 그런데요?”


성 여사는 덤덤히 대꾸하였지만 사실 조금 놀랬다. 보패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평범한 자유기사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왜냐하면 보패를 가동하려면 일정 수준의 법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이 ‘조요경’은 마물의 정체를 밝히는 신통력이 있지요. 이걸 아드님 아니, 아드님을 사칭하는 마인에게 비춰보면 됩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기사님을 완전히 믿을 수는 없군요.”


“뭐, 상관없습니다. 결국 믿게 되실 겁니다. 자, 들어오시지요!”


여자는 고개를 살짝 꺾어 누군가를 크게 불렀다. 그 소리에 한 남자가 천천히 집안으로 들어왔다.


“!”


성 여사는 크게 놀랐다. 분명 집안의 자기 방에서 자고 있을 아들이 대문을 건너고 있었다.


“어머니! 접니다. 제가 홍인입니다. 으흐흑.”


성홍인의 모습을 한 남자가 서럽게 울어댔다. 이러면 확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가야, 가서 홍인이를 깨워 데리고 오너라.”



***



“여보! 어서 몸을 피하세요.”


“그, 무슨?”


느지막이 잠자리에서 일어난 서기준은 앞뒤 없는 채세희의 말에 어리둥절하였다.


“어떤 자유기사라는 사람이 어머니를 찾아와 당신이 성홍인으로 둔갑한 가짜라고 하며 무슨 보패로 그것을 밝혀낼 수 있다고 합니다.”


“뭐요?”


서기준은 깜짝 놀라다가 문뜩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데 어째서 채세희는 자신에게 도망치라고 말하는 것일까?


“당신, 진짜 성홍인이 아니지요?”


채세희는 조심스럽게 묻고 있었지만 눈빛은 확신을 갖고 있었다.


“...”


서기준은 순간 당황하여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뭐, 상관없습니다. 여하튼 빨리 몸을 피하세요.”


서기준은 잠시 멈칫거렸다.


“뭐하고 있습니까? 어서요! 이대로 죽고 싶은 것입니까?”


결국 채세희가 시간을 버는 동안 서기준은 도망을 갔다.


잠시 후, 채세희와 가짜 성홍인인 서기준의 거처로 성 여사가 다시 사람을 보내왔다. 아들을 데리러 간 며느리인인 채세희에게서 아무런 소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찾아도 서방님이 보이지 않습니다.”


채세희는 다시 성 여사와 묘미진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자신이 늦게 된 핑계를 대었다.


“그것 보십시오. 도둑이 제 발 저린 꼴이죠.”


묘미진이라는 자유기사는 의기양양하였고,


“서방님은 무슨! 내가 네 남편이지 않느냐!”


성홍인은 채세희에게 버럭 소리를 쳤다.


“자자, 진정하고.”


성 여사는 그런 성홍인을 조용히 달랬다. 이 상황에 가장 놀란 사람 중 하나일 텐데 성 여사는 의외로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음... 아무래도 도망간 녀석이 가짜인 듯한데... 하지만 장담할 수 없지. 마인이 사람으로 둔갑할 수 있다면 지금 눈앞의 녀석들이 그렇지 않다는 보장이 없어. 만약 이들이 자신의 아들을 납치하여 숨겨놓고는 이 작당을 벌인 것이라면?’


그런 성 여사의 마음을 눈치 챈 것일까?


“제가 그 가짜 놈을 잡아와 확실하게 조요경으로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이미 도망간 것 같은데 찾을 수 있겠습니까?”


“흥, 그래봤자지요. 놈이 저희가 올 줄 알고 미리 몸을 피했을 가능성은 적습니다. 아마도 아직은 멀리 도망가지 못했을 겁니다.”


“그럼 가급한 빨리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걱정 마십시오.”


묘미진은 자신만만하였다.



***



채세희의 표정이 굳어졌다. 묘미진은 무슨 재주를 부렸는지 금세 서기준을 찾아냈다. 도망가던 가짜 성홍인, 서기준은 결국 다시 잡혀 밧줄에 묶인 채로 성 여사 집 마당에 쓰러져있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성 여사의 허락을 미리 받아 두었던 묘미진은 서기준에게 즉시 조요경을 내밀었다. 곧 조요경에서 한 줄기 빛이 나와 서기준을 비추었다.


“으아아!”


잠시 뒤 외마디 비명소리와 함께 둔갑이 풀린 서기준의 본 모습이 드러났다.


“이게 무슨!”


이제야 성 여사는 크게 놀라며 서기준과 성홍인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으으으...”


서기준은 계속 신음을 흘렸다. 갑자기 둔갑이 풀리는 바람에 몸속의 기운이 이리저리 튀면서 고통이 계속되었다.


“네 이놈! 감히 남의 집 귀한 자식으로 둔갑한다는 말이냐? 하는 짓이 역시 마인답구나!”


서기준은 묘미진의 고함에 대꾸하지 않고 성 여사를 찾으며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이게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다짜고짜 저 보고 가짜라니요?”


서기준은 일단 우기고 보았다. 자신이 진짜고 집으로 찾아 온 저들이 무슨 수작을 부려 자신의 모습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별 소용이 없었다. 한 번 의심이 생긴 성 여사는 집요하게 서기준과 성홍인에게 질문 공세를 하였다. 서기준은 처음에는 곧잘 대답하였으나 결국에는 한계에 부딪히고 말았다. 더 이상 둘러댈 말이 없었다.


“묘 선생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할지?”


“하하, 별말씀을. 명색이 기사라는 소리를 듣고 사람인데, 마인을 보고도 모른 척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일단 서기준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관리들에게 잡혀갔다.


‘멍청하기는. 뭐, 덕분에 오랜만에 재미겠어. 그러게 진작 성홍인을 처리하지 그랬어?’


서기준이 곁을 지나칠 때 묘미진은 속으로 혀를 찼다. 서기준에게 성홍인을 죽일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못했다. 죽인다는 생각까지는 못한 것이다.


얼마 뒤 재판에서 서기준에게 사형이 선고되었다. 성홍인을 사칭한 죄 외에도 그에게는 살인의 죄까지 얹어졌다. 최근 여뀌꽃성에서 일련의 실종 및 연쇄살인사건이 있었는데 그 범인으로 서기준이 지목된 것이었다. 그러나 서기준은 그 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서기준은 실종 및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끝까지 부인하였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애초에 그를 범인으로 단정하고 시작한 재판이었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여뀌꽃성 태수는 본보기로 삼을 목적으로 행정청장에게 공개처형으로 진행할 것을 지시하였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투석형이 집행될 것이라고 하였다. 투석형은 죄인에게 뭇 사람들이 돌을 던지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수백 개의 돌을 맞은 죄인은 예외 없이 고통 속에서 비참히 죽어갔다.


조만간 서기준의 형 집행이 이루어질 것이다. 형 집행 전 까지 성에서는 서기준을 말뚝에 묶어 두기로 하였다. 여기까지가 일단 서기준이 말뚝에 묶이게 된 그간의 대략적인 경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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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049. 아사(餓死) 22.09.01 17 0 13쪽
49 048. 치안불안 22.07.27 31 1 12쪽
48 047. 민생불안 22.07.26 35 1 12쪽
47 046. 황 감독 22.07.23 36 1 12쪽
46 045. 태수대리 22.07.19 40 2 13쪽
45 044. 이별 22.07.14 36 1 12쪽
44 043. 술은 적당히 22.07.13 35 1 12쪽
43 042. 집행 22.07.11 41 1 12쪽
42 041. 누가 요괴인가? 22.07.07 35 1 12쪽
» 040. 성씨 둔갑사건 22.07.05 32 1 12쪽
40 039. 말뚝에 묶여 있는 망나니 22.07.01 35 1 11쪽
39 038. 금선탈각 22.06.30 38 1 11쪽
38 037. 번운복우 22.06.29 43 1 13쪽
37 036. 파업과 항명 22.06.27 41 1 12쪽
36 035. 충(忠) 22.06.25 38 1 13쪽
35 034. 상속 22.06.23 39 1 12쪽
34 033. 가디언 22.06.22 42 2 12쪽
33 032. 월령 22.06.21 44 2 12쪽
32 031. 식철(食鐵) 22.06.17 43 1 12쪽
31 030. 이름 짓지 못한 마을 22.06.16 52 2 12쪽
30 029. 달빛 아래에서 22.06.15 48 2 12쪽
29 028. 마왕 불가살 22.06.14 52 4 12쪽
28 027. 최후의 수단 22.06.11 57 4 12쪽
27 026. 폭주하는 마왕 22.06.10 61 3 12쪽
26 025. 가는 날이 장날 +1 22.06.08 66 4 12쪽
25 024. 토지매입 22.06.07 59 2 13쪽
24 023. 흙도깨비 22.06.03 64 2 13쪽
23 022. 야반도주 22.06.02 63 4 12쪽
22 021. 연인 22.06.01 6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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