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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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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9:50
최근연재일 :
2022.09.01 22:45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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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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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글자수 :
26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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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3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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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46. 황 감독

DUMMY

학도가 여뀌꽃성의 ‘태수대리’가 되는 것은 철수 일행이 다시 대구부로 돌아오고 시간이 꽤 지난 후의 일로, 그 사이 철수는 잠시 간의 평범한 일상을 보낸 후 다시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언니!”


“와! 이게 누구야? 나 보고 싶어서 왔어?”


“응.”


“정말?”


“그럼~. 내가 철수 오빠에게 졸라서 먼저 대구부로 왔어. 그것 때문에 얼마나 툴툴되던지.


아닌 게 아니라 여뀌꽃성을 떠난 철수는 별빛바라기성에 먼저 민정을 데려다 주고 대구부로 갈 생각이었지만, 민정이 오랜만에 연화를 보고 싶다고 하여 순서를 바꾼 것이었다.


“응? 왜?”


“귀찮게 군다고! 다시 나 별빛바리기성으로 데려다 주고 대구부로 돌아오기 번거롭다고 오는 내내 얼마나 구시렁거리던지... 나 참! 누가 데려다달라고 했나?”


“이런~ 이거 안 되겠네! 내가 혼내 줄께!”


“응, 그래. 꼭이다!”


“근데 당사자는 왜 안 보여?”


“곧 올거야, 몽룡 오빠 집에서 잠시 일이 있대.”



***



철수는 서기준의 존재를 당분간 주변인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향단에게만은 전후사정을 알려주며 서기준을 보게 해주었다.


“감사합니다.”


향단은 서기준에게 큰절을 하였다.


“이 무슨... 어서 일어나십시오.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덕분에 성을 무사히 빠져나와 지금 도련님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아... 하지만, 그건 이 기사님이 수고하신 일이고, 제가 한 일은 고작 장부 몇 건네 준 것이 다입니다.”


“고작이라뇨? 도와주시지 않으셨다면 일이 어려워졌을 겁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도 도움을 주셨지 않습니까? 뜬금없이 용돈을 주시거나 굳이 노름을 가르쳐 준다는 핑계를 일부러 돈을 잃어버려주셨지요. 당시에는 참 별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와 모두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거야...”


“그리고 어찌됐든 그 성 여사에게 한 방 먹였지 않습니까? 그 여자도 가족이 고통 받는 것을 조금은 겪어봐야합니다.”


그리 말하는 향단은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고 눈에서 불이 튀었다.


“그렇군요...”


서기준은 그 동안 잠시 잊고 있었지만, 어쩌면 자신 이상으로 성 여사에게 원망이 있을 수밖에 없는 향단이라는 것을 새삼 기억해냈다.



***



철수가 대구부로 복귀하고 며칠이 지난날이었다.


“연화야, 웬 할머니가 널 찾던데?”


볼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 온 철수는 한 노부인이 집 대문 앞에서 맴돌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래?”


연화는 철수에게 어떤 사람인지 더는 물어보지도 않고 집 밖으로 나가더니 잠시 후 돌아왔다.


“누군데? 아는 사람 맞아?”


“뭐, 일단은. 최근에 우연히 알게 된 분이야.”


“그래? ... 혹시 뭐 ‘도를 믿으십니까?’ 이런 부류는 아니겠지?”


“뭐어? 아니야. 그 분이 그렇게 보여?”


“그건 아니지만, 겉으로 봐서 아나? 근데 무슨 일로 온 거야?”


철수는 물끄러미 연화를 쳐다보았다. 연화가 말하는 투로 봐서는 그 노부인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뭐, 그냥 하실 말씀이 있어서...”


“눈치를 보아하니 어렵게 찾아오신 것 같은데, 차라도 한 잔 대접하지 않고?”


“그냥 간단한 얘기였어.”


“그래?”


평소와 다른 연화의 모습에 묘한 위화감을 느낀 철수였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후에 철수가 전후사정을 알게 되지만, 노부인과 연화가 나눈 얘기는 사실 연화가 말한 것과는 달리 그냥 저냥 간단한 얘기는 아니었다.



***



서기준의 일로 민정이 고생한 일도 있고, 황 감독이랑 오래 만에 만나 회포를 풀 생각으로 철수는 별빛바라기성을 방문하였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별일 없는데?”


질문을 조금 잘못했음 깨달은 철수가 고쳐 말한다.


“그게 아니라 이곳 사람들의 표정이 전보다 훨씬 좋지 않아서요. 감독님께 별일 없으면 다행이구요.”


“아... 그 얘기인가? 뭐 그렇다면 별일이 있기는 하지. 요즘 다들 힘들어 죽겠다고 난리야.”


“아무래도 재건하는데 고생이 많겠죠.”


“단순히 그래서 그런 것은 아니야. 자네가 일전에 보았다시피 그 거대마물에게 성이 파괴됐을 당시에도 요즘 정도는 아니었어.”


철수는 황 감독의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말로 그랬다. 불가살로 큰 피해를 입어지만 사람들은 의외로 그만한 것이 다행이라고 여겼으며, 비록 태수는 도망가고 엘더들은 죽었지만 오히려 사람들은 마음을 모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었다.


“하지만 가뜩이나 물자가 부족한데, 이 와중에 경작지가 줄어버렸으니 민심이 흉흉할 수밖에... 자네도 알고 있잖아?”


엄밀히 말하면 달빛바라기성의 전체 경작지가 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일반주민들이 실제로 경작할 수 있는 1인당 평균면적이 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까닭은 천재(天災)도 인재(人災)도 아니었다. 정책의 잘못이니 굳이 인재(人災)라고 말한다면 그럴 수도 있기는 하겠다.


“대구부에서 엘더들에게 땅을 나눠 준 것을 말씀하시는 거죠?”


정확히는 경작권을 나주어 준 것이었다. 경작권은 경작지에 대한 소유권이 아니다. 경작권이 있다고 엘더들의 사유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각 성 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엘더에 대한 품위유지비 혹은 각 엘더들이 성에서 많은 직책에 따른 대가로 금전 대신 경작권을 주거나 혼용하기도 한다.


참고로 대부분의 주민들은 농지를 사유지를 보유한 경우가 거의 없다. 단지 성에서 할당해준 경작권이 있을 뿐이다. 작은 농지라도 사유지로 가질 정도면 일반주민이 아니다. 적어도 미골의 바로 아래인 삼두품인 사람이다. 일부 성은 삼두품에게도 소유권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러한 성에 사는 삼두품이 억울해 하지는 않는다. 현실적으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차피 못 산다. 값이 비싼 것은 당연하고 매물 자체가 없다.


“그래. 맞아”


별빛바라기성 엘더들의 공백이 발생한 상황에서 대구부는 마물에 대한 방위를 한다는 명목으로 대구부의 엘더들을 각 속읍에 대한 담당자로 새로이 지정하였다. 그리고 그 담당자에 대한 대가지불로 속읍의 경작권 일부를 일시적으로 할당해주었다.


여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그러면서도 별빛바리성의 기존 엘더가문에 할당되어있던 경작권 또한 그대로 두었다. 기존 엘더들이 죽거나 실종 상태로 그 역할을 못하고 있는 바인데, 일반주민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이중으로 나가고 있는 셈이었다.


“기존 엘더가문들이 경작권을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주민들이 항의하는데도 대구부가 묵살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기는 하였습니다.”


“엘더들의 희생에 보훈을 하겠다는 것인데... 뭐 좋아 당연히 그래야지.”


“유가족들이 있으니까요.”


“그래, 하지만 현직에 있을 때랑 똑같이 대우하는 것은 아니지 않아? 평소 받아가는 것이 박봉이라면 또 몰라. 직책과는 상관없이 엘더들이 품위유지비로만 받아가는 돈이 어느 정도인지 자네도 잘 알지?”


“예...”


철수 또한 이번 대구부의 일처리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마왕 불가살 그리고 나아가 현자가 관련된 일이었기에 그들의 후인인 철수로서는 괜히 움츠러드는 점이 있었다. 그렇다고 대구부를 두둔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대구부가 왜 그런다고 생각하나? 원래 대구부가 아닌 별빛바라기성의 엘더들을 챙기는 이유가... 정말로 단순한 보훈차원에서?”


“흠, 글쎄요.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데요?”


“엘더들... 그러니까 엘더의 후계자들을 미리 포섭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네.”


“나중에 엘더들의 시신을 찾게 된다면 어차피 그 후계자들이 뒤를 이을 테니까 말이죠.”


“그렇지! 지금부터 관계를 좋게 해두어야 나중에 딴 생각을 하지 않겠지. 이를테면 성(成)의 독립이라든지... 아닌 게 아니라 요즘 엘더가문들 대구부에 아주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하더군.”


“그래요?”


“일부 후계자들이 부백에게 사사로이 충성서약을 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야.”


“예? 정말요?”


“몰라, 어디까지나 소문이니까. 그래도 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면 영 터무니없는 말은 아닌 것 같아.”


“흐음, 걱정이군요.”


“그래서 말인데... 이제 얘 좀 데려가게.”


“누구요? 저요?”


철수와 황 감독의 대화를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민정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그래 너 맞아. 철수 따라 이제 대구부로 가서 살아. 철수야 괜찮겠지?”


“예, 저야 상관없습니다만...”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왜 그런대요?!”


민정이 약간 높아진 목소리로 황 감독에게 따지고 들었다.


“내가 너에게 가르쳐 줄만 한 것도 다 가르쳤고, 여기서 괜히 고생하지 말고 철수랑 가.”


“고생은 무슨... 싫어요!”


“고집 부리지 말고, 내 말대로 해. 앞으로 여기 더 살기 팍팍해질거야.”


“그렇다면 감독님도 같이 가요. 오빠, 그래도 돼지?”


“물론이지. 마침 잘 됐습니다. 감독님도 함께 가시죠.”


“아니야. 난 됐어.”


“같이 가시죠. 혹시라도 부담이 될까봐 그러시는 것이라면 신경 쓰시지 마세요. 제가 이리 보여도 돈 잘 버는 자유기사아닙니까.”


“잘 알지. 부담이 될까봐 그런 것이 아니야. 돈이라면 나도 좀 있고...”


“그럼 왜 저만 가라고 하는 건데요?”


“나는 이제 늙었어. 아들이 묻혀있는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


“그리 따지면 저도 마찬가지에요. 선생님이 아드님 핑계를 대시면 저 또한 오빠를 들먹일 수밖에요.”


“어허! 이 늙은이 그만 괴롭히고 네 갈길 찾아가.”


“제 갈 길은 제가 알아서 정해요.”


“요 꼬맹이가! 오냐오냐했더니...”


“선생님이 고집을 부리는 진짜 이유를 제가 모르는 줄 아세요?!”


갑자기 민정이 눈물을 흘리며 버럭 소리를 쳤다.



***



철수와 황감독은 토라져버린 민정을 두고 잠시 산책을 나왔다.


“언제부터였습니까?”


“좀 됐네...”


황 감독은 암 말기였다. 황 감독은 숨긴다고 숨겼지만 민정은 진작 눈치 채고 있었다. 민정은 황 감독이 애써 병을 숨긴다는 것을 알고 그동안 모르척하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 혹시 저와 처음 볼 때 이미 병중에 계셨던 겁니까?”


황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군요... 그런데 그 동안 어찌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으신 겁니까?”


“자네에게 말해 뭐하나? 얼마 안 가 죽을 줄 알았지.”


정근수와 최영학의 사건도 이제 제법 오랜 전 일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저는 민정이 그 아이까지 맡겼으니...”


“아니야. 고마운 일이야.”


“예?”


“그 아이 덕분에 그나마 지금까지 살 수 있었다고 생각하네. 물론 의학적인 근거는 없어. 하지만 나는 분명 그리 느끼고 있네.”


“...”


“민정이 그 녀석 내 마음의 구멍을 꽤나 메워주었네. 애초에 자네도 그 속셈으로 민정이를 내 곁에 붙여둔 것 아닌가? 아들의 복수를 마친 내가 행여 삶의 의욕을 잃을까봐... 아니 그런가?”


“네.”


“건방진 친구 같으니.”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앞으로 민정이 잘 부탁하네. 내 마지막 부탁일세.”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감독님 지금이라도 치료를...”


“소용없어. 의사가 내게 말해준 여명을 넘긴지 오래야. 그것도 이제는 더는 힘들어.”


“...”


“편히 가게 해주게.”


“네.”


“그래, 고맙네. 고마우이.”


다음 날 철수는 일단은 홀로 대구부로 돌아갔다. 민정은 결국 황 감독의 곁을 지키기로 하였다. 병을 들킨 황 감독은 역시 더는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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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049. 아사(餓死) 22.09.01 16 0 13쪽
49 048. 치안불안 22.07.27 31 1 12쪽
48 047. 민생불안 22.07.26 35 1 12쪽
» 046. 황 감독 22.07.23 36 1 12쪽
46 045. 태수대리 22.07.19 40 2 13쪽
45 044. 이별 22.07.14 35 1 12쪽
44 043. 술은 적당히 22.07.13 34 1 12쪽
43 042. 집행 22.07.11 41 1 12쪽
42 041. 누가 요괴인가? 22.07.07 35 1 12쪽
41 040. 성씨 둔갑사건 22.07.05 31 1 12쪽
40 039. 말뚝에 묶여 있는 망나니 22.07.01 34 1 11쪽
39 038. 금선탈각 22.06.30 38 1 11쪽
38 037. 번운복우 22.06.29 43 1 13쪽
37 036. 파업과 항명 22.06.27 40 1 12쪽
36 035. 충(忠) 22.06.25 37 1 13쪽
35 034. 상속 22.06.23 38 1 12쪽
34 033. 가디언 22.06.22 42 2 12쪽
33 032. 월령 22.06.21 44 2 12쪽
32 031. 식철(食鐵) 22.06.17 43 1 12쪽
31 030. 이름 짓지 못한 마을 22.06.16 52 2 12쪽
30 029. 달빛 아래에서 22.06.15 48 2 12쪽
29 028. 마왕 불가살 22.06.14 52 4 12쪽
28 027. 최후의 수단 22.06.11 56 4 12쪽
27 026. 폭주하는 마왕 22.06.10 61 3 12쪽
26 025. 가는 날이 장날 +1 22.06.08 65 4 12쪽
25 024. 토지매입 22.06.07 59 2 13쪽
24 023. 흙도깨비 22.06.03 64 2 13쪽
23 022. 야반도주 22.06.02 63 4 12쪽
22 021. 연인 22.06.01 6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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