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걸룡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걸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9:50
최근연재일 :
2022.09.01 22:45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5,340
추천수 :
245
글자수 :
264,345

작성
22.06.21 00:49
조회
44
추천
2
글자
12쪽

032. 월령

DUMMY

철수는 산길을 내려가면서 한 가지 생각에 빠졌다.


‘그런데 왜 삼두육비가 발동되지 않는 거지?’


몸속에서 느껴지는 정체 모를 기운이 삼두육비의 비술에 반응하지 않는 다는 것은 확인한 바였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삼두육비 비술 그 자체는 발동해야 했다. 삼두육비의 비술은 법력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력에 의지하는 비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뭔가 발동되는 것 같다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경미한 피로감이 아주 잠시 느껴졌을 뿐 삼두육비의 부작용도 딱히 없었다. 몇 번이고 다시 시도하여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월령이라면 알고 있을 걸 같은데 말이지... 도움 안 되는 녀석!”


철수는 자신의 손목에 차고 있는 팔찌를 바라보며 작게 투덜거렸다. 그렇지만 사실은 그저 다시 보고 싶었다.


- ...님 ...니임.


“응?”


- ...


“잘못 들었나?”


- ...


“나도 참. 이제 헛것이 들리네.”



***



‘주인님! 제발요! 저 월령이에요! 주인님!’


철수는 대답이 없었다.


“나도 참. 이제 헛것이 들리네.”


‘헛것이 아니라고요! 주인 놈아! 바보! 똥개!’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힝~. 아직 멀었나...’


월령은 또 다시 다음 보름달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시무룩해졌다. 그 순간...


‘이 못된 녀석! 바보? 똥개라고?’


‘어?!’


‘이제껏 어디에... 아니, 그 동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으아앙!’


월령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렸다.



***



‘자, 정리해보자. 그러니까 네 말은 그 마왕 불가살이 승천하면서 남긴 육신과 내가 융합했다는 거지?’


‘네. 그 덕분에 죽었던 주인님이 다시 살아 난거에요.’


‘그리고 월령 너의 ‘자아’는 불가살의 영혼에 그 원천을 두고 있어 불가살의 승천에 영향을 받아 지금까지 봉인되어 있었던 것이고?’


월령의 설명을 듣던 철수는 깜짝 놀랐다. 월령이 그 불가살과 이 정도로 깊은 관련성이 있을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네.’


‘아니, 아니지... 마왕이 월령 너에게 말한 바로는 자신의 승천과 동시에 너의 자아가 소멸될 것이라고 했다고?’


‘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소멸되지 않고 봉인으로 끝났지만요.’


‘...’


‘주인님?’


‘흐음... 지금 내 몸속에서 느껴지는 이 기운의 정체가 ‘법력’이 아니라 ‘마력’이라는 말이지? 철을 먹는 이상식욕도 불가살과 융합했기 때문이고?’


철수가 식철을 하면서 철수는 몸이 강해짐과 동시에 마력을 가지게 되었다. 마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성장함에 따라 드디어 월령과 대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맞아요.’


‘법력이 없어져서 ‘오행신공’이 발동되지 않는다는 것은 알겠어. 그런데 왜 ‘삼두육비’는 발동하지 않는 거지?’


‘그것도 아마 주인님이 마왕님과 융합했기 때문 일거에요. 마왕님이 ‘불가살’로 불린 이유는 말 그대로 살(殺)을 가할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었죠. 삼두육비의 비술은 술자 스스로 자신에게 해(害)를 가하는 대가로 강대한 힘을 얻는 것인데, 애초에 비술에 필요한 생명력을 소진할 수 없다면 비술이 발동되지 않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일 아닐까요?’


‘그렇다면 ‘식철’ 뿐만 아니라 ‘불가살’도 물려받았다? 그 말이야?’


‘네.’


‘그럼 혹시 나 이제 마물이 된 거야?’


‘그건 아니에요.’


‘그렇다면 여전히 사람?’


‘으음... 아마도?’


‘...’


‘헤헤.’


‘웃어?’


‘어? 지금 설마 화내시는 거예요? 솔직히 다 말해주면 화 안 내기로 약속했잖아요?’


월령은 자신이 멋대로 ‘철수의 부활’을 결정한 일로 철수가 화를 낼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철수에게 설명하기 전에 ‘화 내지 않기’를 미리 약속받았었다.


‘네 존재가 없어진다는 위험을 무릅쓰고도 그랬단 말이지?’


철수가 화가 나긴 났다. 다만 화난 이유가 월령이 걱정한 것과는 달랐다.


‘예.’


‘예에? 상관없다는 식으로 들리는 구나?’


‘뭐, 아시다시피 저 ‘인공지능’이잖아요.’


‘글쎄다. 혹시 다음에도 그럴 거니?’


‘주인님. 혹시 ‘꽃’이라는 시를 아세요?’


‘시? 묻는 말에 대답은 않고 갑자기 뜬금없이.’


‘여하튼요.’


‘내가 시에 별 관심이 없어서 잘 몰라. 아! 혹시 김춘수 시인의 ‘꽃’인가?’


‘네. 그거요.’


‘그 시가 어쨌는데?’


‘시의 해석은 제 각각이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주인님은 저에게 있어 ‘이름을 불러주는 이’라고요.’


‘... 도대체 뭔 소리인지...’


‘헤헤, 모르면 말고요.’


‘쯧.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


‘네!’


월령은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대답하였다.



***



마왕 불가살은 승천하기 직전 옛 기억 하나를 떠 올렸다. 현자에게 한 가지 일을 부탁할 때였다.


- 그러니까 ‘아기들’의 영혼만이라도 따로 떼 내어 승천시키고 싶다는 말이지?

- 가능하겠는가?

- 글쎄... 어려운 일이야.


불가살은 전쟁에 희생된 양민들의 원혼이 뭉쳐 탄생한 존재였다. 대부분 성인들의 영혼들이었지만 아이들의 영혼도 많았다. 전쟁 통에 부모와 함께 죽은 아이들의 영혼이었다. 부모와 헤어지지 못하고 엉켜버린 것이다. 그 중에는 미처 세상에 태어나지 못하고 엄마의 뱃속에서 죽은 아이들도 있었다.


- 부탁하네. 그래도 인간 세상 최고의 현자는 다름 아닌 자네 아닌가?

- 띄어줘도 소용없네. 마음은 이해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야.

- 그러지 말고 방법을 좀 알아보게. 자네도 ‘아기들’이 불쌍하잖아?

- ... 시간이 필요하네. 그리고 어쩌면 영영 불가능한 일이지도 몰라.

- 일단 시도라도 해볼 일이야.


결국 현자는 불가살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 이 팔찌로 아기들의 영혼을 우선 옮긴다는 말이지?

- 그래, 그 다음에 비로써 승천시킬 수 있는 것이지.


역시 현자였다. 불가살의 영혼에서 아이들의 영혼을 따로 떼어 내어 승천시키는데 성공하였다.


- 고마워, 고마워. 이로써 아기들이 편히 쉴 수 있겠군.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네.

- 거참, 마왕에게 고맙다는 소리를 다 듣다니...

- 아무렴 어떤가?

- 어?!

- 응? 갑자기 왜 그래?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아기들의 영혼이 무사히 승천한 것은 맞았다. 그러나 현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하나 발생하였다.


- 팔찌에게 자아가 생긴다니...

- 뭐?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그 후, 현자가 연구하여 알아 낸 바로는 아기들의 영혼이 팔찌에 머물면서 그 흔적을 남긴 것에서 우연찮게 일종의 인공지능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그 인공지능이 바로 지금 불가살과 함께 승천을 기다리고 있는 ‘월령’이었다.


‘인간의 감정을 가지게 되었지만, 결국에는 인공지능이었나?’


월령은 자신의 주인인 철수라는 인간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자아가 소멸되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불가살은 월령이 인공지능이기에 망설임이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하였다.


‘응? 뭐지 이 두려움은? 아!...’


불가살은 월령이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이 자신에게 전달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월령은 지금 자신의 존재가 없어진다는 원초적인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버티고 있음이 불가살에게도 느껴졌다.


‘크하하핫!’


불가살은 크게 웃었다.


‘쯧! 꼬맹이! 그래서야 어디 승천할 수 있겠어? 너는 두고 나 먼저 갈 테니 천천히 세상 구경하다가 오게.’


역시나 마왕이었다. 같이 딸려오는 ‘월령’을 억지로 떼어 놓더니 홀로 승천해버렸다.



***



철수는 쇠머리성에 방문할 준비를 차근차근 하나씩 하고 있었다.


“형님,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소식을 듣고 몽룡이 찾아왔다.


“응? 그럴래? 근데 요즘 바쁘지 않아?”


“바빠도 가야지요. 제법 멀고 험한 길입니다. 어찌 형님이랑 연화 누님 그리고 아저씨 세 분만 보낸다는 말입니까? 형님도 그렇습니다. 호위도 없이 도대체 무슨 생각이십니까? 뭐, 잘 됐습니다. 겸사겸사 가디언 내외와 별이, 돌이도 보고요.”


아직 몽룡은 철수가 초인의 힘을 되찾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제 제법 큰 상인이 된 몽룡은 자신이 직접 자유기사들을 고용해 철수의 뒤를 따라갈 생각이었다.


“아... 그런 이유라면 걱정하지 마.”


철수는 마당 한편에 가 적당한 크기의 돌멩이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러더니 자신의 검지로 그 돌멩이에 가만히 구멍을 뚫었다.


“이제 완전히 회복하신 것입니까?”


“그래.”


“역시나 그랬군요.”


“알고 있었어?”


“아니요.”


“별로 놀라는 눈치가 아닌데?”


“호위도 없이 가신다는 것이 저에게는 더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이제 납득이 가나?”


“네. 여하튼 다행입니다만... 휴~...”


“갑자기 웬 한숨이야?”


“아, 아닙니다.”


몽룡은 기뻤으나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철수가 좀 더 빨리 회복했더라면 마을이 빼앗기는 일은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였다.



****



“기사님! 도련님!”


대화를 마친 몽룡이 미처 철수의 집을 나서기 전 현남이 헐레벌떡 철수의 집으로 들어왔다.


“어? 갑자기 무슨 일이세요?”


“큰일 났습니다.”


“예? 무슨 일인데요?”


몽룡이 물었다.


“쇠머리성이 마물에게 습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뭐라고요?”


이번에는 철수가 놀랐다.


“그리고 도원형 가디언께서 그 마물과의 전투 중에 그만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대구부에서 쇠머리성 방향으로의 상행(商行)을 주의시키면서 대략적인 사정을 조금 전 대구부 상인회에 전달해 왔습니다.”


“혹시 별이, 돌이와 문찬이의 소식은 없습니까?”


“대략적인 상황만 전달되었을 뿐 구체적인 피해상황은 아직 확인하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와장창.


그릇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철수가 돌아보니 새파랗게 얼굴이 질린 연화와 박 씨가 서 있었다.


“쇠머리성은 나 혼자 갈게. 마침 준비도 얼추 되었으니 바로 출발할게.”


연화와 박 씨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철수가 쇠머리성으로 출발하기 하루 전, 쇠머리성은 그저 평화롭기만 하였다.


“으하하암.”


초병이 게으른 하품을 내뱉었다. 그가 지키고 있는 곳은 성(城)의 서북쪽 초소였다.


쿵... 쿵...


별안간의 울림이었다. 깜짝 놀란 초병은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늦은 오후였지만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아 밝은 편이었다. 그러나 특별히 이상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불길하였다. 불길하고 불길하였다. 온 몸에 소름이 돋고 하체가 부들거려왔다. 본능이 격렬하게 경고하였다. 간혹 상관이 순찰을 돌 때 느끼는 그 따위 말랑한 것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었다.


쿠오오오...


정체 모를 짐승의 포효가 들려왔다. 초병은 급히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초병의 시선이 향한 곳은 성 근처의 숲이었다.


쿵... 쿵...


또 다시 땅이 울렸다.


꿀꺽.


뒤늦게 정신을 차린 초병이 초소에 비치된 유선 통신기를 들었다.


“충성! 이상 징후 발생!”


“정체가 파악되었는가?”


“아직 모습은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유선통신 이대로 계속유지하고, 실시간으로 상황전달 바람.”


잠시 후면 기동타격대가 도착할 것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초병은 숲에서 눈을 때지 못하고 마른 침만 계속 삼켰다.


아주 잠시간의 정적.


드디어 불길한 그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성에서 숲까지 거리가 꽤 되는데도 그 형상이 비교적 분명히 보였다. 전체적인 모습은 원숭이. 그 중에서도 고릴라에 가까웠다. 그러나 고릴라보다 몇 배나 훨씬 큰 크기였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흉흉한 눈빛과 섬뜩한 하얀 이빨이 여기에서도 보였다. 초병은 비명을 지르고 싶었으나 보고가 우선이었다.


“대형마물출현. 현재 마물의 위치는 서북쪽 임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 변경 공지 22.06.03 42 0 -
50 049. 아사(餓死) 22.09.01 17 0 13쪽
49 048. 치안불안 22.07.27 32 1 12쪽
48 047. 민생불안 22.07.26 35 1 12쪽
47 046. 황 감독 22.07.23 36 1 12쪽
46 045. 태수대리 22.07.19 40 2 13쪽
45 044. 이별 22.07.14 36 1 12쪽
44 043. 술은 적당히 22.07.13 35 1 12쪽
43 042. 집행 22.07.11 42 1 12쪽
42 041. 누가 요괴인가? 22.07.07 36 1 12쪽
41 040. 성씨 둔갑사건 22.07.05 32 1 12쪽
40 039. 말뚝에 묶여 있는 망나니 22.07.01 35 1 11쪽
39 038. 금선탈각 22.06.30 38 1 11쪽
38 037. 번운복우 22.06.29 44 1 13쪽
37 036. 파업과 항명 22.06.27 41 1 12쪽
36 035. 충(忠) 22.06.25 38 1 13쪽
35 034. 상속 22.06.23 39 1 12쪽
34 033. 가디언 22.06.22 43 2 12쪽
» 032. 월령 22.06.21 45 2 12쪽
32 031. 식철(食鐵) 22.06.17 43 1 12쪽
31 030. 이름 짓지 못한 마을 22.06.16 52 2 12쪽
30 029. 달빛 아래에서 22.06.15 49 2 12쪽
29 028. 마왕 불가살 22.06.14 52 4 12쪽
28 027. 최후의 수단 22.06.11 57 4 12쪽
27 026. 폭주하는 마왕 22.06.10 61 3 12쪽
26 025. 가는 날이 장날 +1 22.06.08 66 4 12쪽
25 024. 토지매입 22.06.07 59 2 13쪽
24 023. 흙도깨비 22.06.03 64 2 13쪽
23 022. 야반도주 22.06.02 63 4 12쪽
22 021. 연인 22.06.01 69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