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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님의 서재입니다.

역대급 무역천재가 사업을 잘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10.16 10:21
최근연재일 :
2023.12.18 19:02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73,660
추천수 :
2,170
글자수 :
417,030

작성
23.10.16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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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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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2화 녀석은 개호구였다.

DUMMY

“나가서 일 봐.”


마치 귀찮다는 듯, 그가 나를 향해 손을 휙 내저었다.

그런 다음, 눈을 깔고 그가 책상 위에 있는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갑작스러운 주위 변화에 신체마저도 내 것이 아닌 낯선 느낌,

게다가 난데없이 맞닥뜨린 상황에 얼떨떨해진 나는 그런 그를 멀거니 바라보았다.


“야, 뭐해? 빨리 안 나가고. 일 안 할 거야?”

“아! 예에...”


슬그머니 뒷걸음질 치는 나의 눈에 책상 위에 놓여있는 명패가 들어왔다.

[이사 고주환]


몸을 돌려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문을 열고 방에서 나왔다.

밖은 두 평 남짓한 공간. 뱅갈고무나무와 녹보수가 문 양옆에 서 있고 계단까지 한 줄로 작은 화분이 늘어서 있다. 그 뒤에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바로 정면에 보이는 화장실.

부리나케 걸음을 옮겨 그 안으로 들어갔다.


“..허어어!!”

거울 안에 보이는 찌질한 사내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기함했다.


덥수룩한 머리카락, 윤기 없는 얼굴, 작은 눈에 작은 입, 뾰족한 턱,

좁은 어깨에 볼품없이 작은 키. 170은커녕 165는 넘으려나?

그런 그의 몸을 가리고 있는 헐렁한 회사 작업복.

가슴에 노란색 실로 자수 놓아져 있는 이름.


’사원 차진구‘


자신의 고손자 신체에 나를 넣어주겠다는 노인의 말이 떠올랐다.


“....휴우!”


거울 속에 있는 갑갑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튀어나왔다.

언뜻 집어넣은 잠바 주머니에서 잡히는 것이 있다.


휴대폰이다.

끄집어 낸 손에 쥐어진 휴대폰의 액정화면을 내려다보았다.


10월 23일 월요일 11:10


“...헐!”


추석 첫 연휴였던 9월 28일 밤에 무당굿을 한 게 틀림없는데 날짜가 바뀌어있다.

순간, 백발노인이 한 말이 떠올랐다.

자신의 고손자가 스물아홉의 액운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그렇다면...


몸을 돌려 화장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삼 년 동안만 이놈 모습으로 살아남기만 하면 된단 말이지?”


팔을 들고 양어깨를 돌렸다. 슬며시 입 밖으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꼼짝없이 죽을 운명이라 생각했건만, 이런 행운이 찾아오다니...


우선, 찌질한 녀석을 채용한 이 회사는 도대체 어떤 곳인지 좀 돌아볼까?


천천히 발을 옮겨 계단을 내려왔다.


정면에 열린 유리문 밖으로 시멘트 바닥이 보인다.

10여 미터 너머에 빛바랜 연하늘색의 커다란 게이트가 입을 벌리고 열려있는 것이 나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짙은 청색의 작업복을 입고 분주하고 몸을 움직이고 있는 현장 직원들.


“야! 너 왜 여기서 넋 놓고 있냐?”


갑작스레 들려오는 사내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왼쪽으로 나 있는 문이 열려있고 문가에 서 있던 남자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눈빛에 경멸을 감추지 않고 나를 노려보는 남자.


“아. 예. 그게....”

“빨리 들어가서 일해. 네 책상에 비욘드 파일 올려놨으니 확인하고 서류 만들어 놔.”

“예. 알겠습니다.”


입꼬리에 비웃음을 날리며 나를 흘끗 본 사내가 내 어깨를 툭 밀치고 내가 방금 내려온 계단을 쿵쿵거리며 올라갔다.

뭐, 친구들 사이에서도 모자란다고 천대받는 놈이었으니 회사에서는 오죽하랴.


문손잡이를 잡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 보는 사무실이라 해도 내 자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작은 사무실 안, 겨우 두 개의 부서.

경리부와 영업부라는 글씨가 씌어있는 두 개의 팻말이 각각 두 개의 부서 앞쪽 천장에 매달려있다.


맨 안쪽, 서로 붙여 놓은 책상에는 남,녀 직원이 앉아서 고개를 푹 숙인 채 무엇인가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물론, 그 사이에는 서류꽂이가 세워져 있지만 고개만 들면 서로의 시선을 피할 수 없을 것.

그런 그들 맨 뒤, 큰 책상에 앉아있는 나이 든 사내가 경리부 부장일 듯.


사무실의 중앙에 배치된 부서의 맨 앞, 혼자 앞을 보도록 뚝 떨어져 있는 책상.

그리고 그 뒤에 마찬가지로 마주 앉도록 두 개의 책상이 붙여져 있다.

그 맨 뒤, 비어있는 자리가 영업부 부장의 자리인 것이 틀림없다.

모두 영업을 나간 것인지 자리에는 아무도 없다.

아니 방금 나를 지나쳐 위층으로 올라간 사내가 이 자리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겠지.


’저 자리가 틀림없네.‘


영업부 맨 앞의 책상으로 발을 옮겼다.

역시, 책상 위에 ’비욘드‘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황토색 파일철이 올려져 있다.


서류꽂이 한가운데는 [무역 서식/은행 네고 필요 서류]라는 이름의 두툼한 검은 파일이 있다.

그리고 책상 한구석에 세워져 있는 탁상용 달력.

【2017년 10월】


6년 전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사님이 뭐라고 말 안 하시드나?”


놀랄 틈도 없이, 들려오는 갑작스러운 무거운 바리톤의 말투에 고개를 돌렸다.

열린 문 뒤로 부장들의 책상 위치에 나란히 놓여있는 또 하나의 책상이 나의 시야에 들어왔다.

[공장장 금혁두]


짧고 뻣뻣한 머리에 짙은 눈썹, 큰 눈과 주먹코에 역시 두툼한 입술을 한 남자가 나를 보며 씨익 웃고 있다.


“아. 예...”

“좀 알아서 잘 해라잉?”


대답 대신 고개를 꾸벅하고는 의자를 당겨서 앉았다.


말하는 본새가 역시 호의적이지는 않다.

회사 직원들 모두 녀석에게 호의적인 인간은 하나도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

회사는 또 하나의 정글.

인정받고 승진하기 위해 줄을 서고 정치질하고 자기보다 못한 상대는 밟고 오르는 것이 꼭, 대기업 내에서 뿐만은 아니잖은가.

이렇게 가조-옷같이 작은 회사도 그런 시스템의 축소판일 뿐.


여튼,

이곳이 압연하는 회사라는 건 그래도 알고 있었다.

친구 배광식이 침을 튀기며 떠들지 않았던가.

지렁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섬 떠나면 굶어 죽을 줄 알았던 모자란 놈이 그래도 취업했다고. 수능만 치면 입학이 가능한 듣보잡 전문대 영어과 나와서 그래도 불러주는 데 있으니 성공한 거 아니냐고. 게다가 무역 일 한다고 자기 입으로 말했다고...


뭐, 그래도 다행인 것은 종로 영어학원에서 회화를 배우던 시절, 같은 클라스에 무역회사 다니던 40대 남성이 있었다. 꽤 이름 있는 종합상사에 근무하고 있던 그와 일년 가까이 같은 반에서 수강을 했었다.

그런데, 상사맨이라니.

세계 곳곳을 다니며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이 부럽지 않은가?


호기심과 관심을 보이는 내게 그는 가끔 커피까지 사면서 자신의 성공담을 말해주곤 했다.


그리고 그랬던 덕에 제법 무역에 관해 그럴듯하게 읊어볼 정도가 되었다.


그랬던 경험이 이렇게 되움이 될 줄이야.


열어 본 파일철 안의 서류.

무역서류가 틀림없다.

L/C(신용장), 오퍼 시트(offer sheet), 그 뒷장에 상업송장(commercial invoice) 까지.


그런 나의 등 뒤에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언뜻 고개를 돌려보니 좀 전에 위층으로 올라갔던 사내다.

그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야‘라니.

와! 정말 이 녀석은 이 좆만한 회사에서 무슨 취급을 받고 있던 건가?


“그 파일 확인해 보고 네고(nego)할 서류 빠진 거 있으면 다 만들어 놔. 그리고 이 앞에 한산정공하고 안산에 산흥철강 오늘까지 납품한다고 했으니까 이 기사 들어오면 배송하라 해. 알았지?”

“...예...에?”


내 입에서 나오는 어정쩡한 말투에 영업부 부장 자리에 앉는 사내로부터 마뜩잖은 시선이 날아왔다.

그의 옆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아있는 공장장이 영업부 부장과 나를 번갈아 보며 웃음을 날리고 있다. 마치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감상이라도 하는 듯한 표정이다.


여전히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던 부장이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서류 다 만들어 놓고 한산정공하고 산흥철강 물건 내보내라고. 오늘 중에!”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우선은 상호명을 잊어버리기 전에 적어 놓기 위해 책상 한쪽에 있는 펜을 손에 쥘 때, 부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비욘드 물건 출하 언제 완료되는지 공장장님한테 여쭤보고 차량 수배해라.”

“....예.”


그래,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 줄은 알겠다. 수출품 완료시기 물어보라는 거지?

바로 제 옆에 앉아있는 공장장에게 물어본 다음에 지시하면 될 것을 나에게 다시 물어보라는 거지?

메모지 위에 상호를 다 적은 후 고개를 공장장에게 돌렸다.


“공장장님 비욘드 물건 출하가 언제인가요?”


내 질문에 기름이 번질거리는 그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이 번졌다.


“현장 들어가서 윤기철이한테 물어봐. 그놈이 알 거다.”

“...알겠습니다.”


입술을 지그시 물고 웃음을 참는 표정을 짓는 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만만한 놈으로 보이니까 똥개 훈련 시키면서 주변 새끼들이 그거 구경하면서 스트레스 해소하고 있었네? 사무실에 기쁨조 한 놈 두고 있어서 회사생활 재미있었겠어?


손에 메모지 한 장과 볼펜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향해 서너 걸음 옮겼을 때 책상 위에 올려있던 전화가 울렸다.

발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는 그사이에 작은 갈등이 일었다.


전화를 받고 내용을 모르면 저놈들이 또 시시덕거리며 비웃겠지?

하지만 어차피 3년을 이놈 모습으로 살아야 하고 또 당장 먹고살기는 해야 하는 일.

네놈들이 얼마나 잘난 척을 하던 금방 내 손아귀에 들어올 거다.

나 ’홍두식‘ 이야! 이놈들아!


다시 책상으로 돌아와 전화기로 손을 뻗는 나의 귀에 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손을 내리고 다시 문밖으로 향하기 전 언뜻 고개를 돌려 수화기를 귀에 붙이고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쏘리. 노 잉글리시. 콜 유 어게인.”


수화기에 대고 엉망인 발음으로 그렇게 말한 후 그가 전화를 끊었다.

언뜻 나와 눈이 마주친 그가 얼굴을 찌푸렸다.


“영어과 나오면 뭐 하나? 영어 한마디도 못 하는데.”

“그래도, 저놈. 아이엠 차진구. 아이엠 해피. 이런 건 하는 거 같던데 왜애?”


능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공장장이 부장과 나를 번갈아 보았다.

그러는 사이에 부장은 다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


“호철이냐? 비욘드에서 전화가 방금 왔거든. 전화 좀 대신해 줘.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 수출품 1차 선적분 생산은 내일까지 완료한다고 얘기해. 지난번 2차 선적분에서 불량 난 것도 이번에 같이 보내준다고 말해주고...”


그에게 등을 돌리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

수출품은 내일까지 나온다고 전화에다가 부장이 말했다.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을 왜 나에게, 아니 진구에게 물어본 거지? 테스트한 건가?


어이가 없다.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상황이네.

아니, 그렇게 일 못하는 것 같으면 잘라버리지 왜 그러진 않은 거야?

이런 콧구멍만 한 회사에서 필요 없는 직원 하나 자르는 거야 일도 아니지 않아?’


그러는 사이 나의 시야에 돌아가고 있는 거대한 압연기가 들어왔다.

청작업복을 입고 압연기 앞에 서 있던 사내가 나를 보고 희미한 웃음을 흘렸다.

그래도 공장장이나 영업부 부장의 얼굴에 흐르던 비웃음은 아니다. 그냥 아는 사람을 만났을 때 얼굴에 나타나는 별 의미 없는 웃음이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다.


“경리과 미쓰 한 한테 안전화 하나 사달라고 말하라니까, 왜 안 해요? 저 구두 봐. 저거. 입사한 지 겨우 6개월밖에 안 됐으면서 구두는 십 년은 신은 거 같네.”


그의 말에 신고 있던 구두를 내려다보았다.

앞부분이 위로 둥글게 말아 올라와 틀어진 것이 오래 신은 이유라 생각했건만 그게 아니었단 말이네?

바닥을 내려다보니 온통 시커먼 기름 천지다.

이 모자란 놈, 안전화 한 켤레 사달라는 말도 못 했단 말이지?


그건 그렇고.

사내의 가슴에 자수 놓여있는 이름 부분에 얼룩이 져 정확하게 읽을 수 없다. 그래도 윤기철이란 이름은 결코 아니다.


“윤기철 씨는 어디 있나요?”


나의 말에 그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흘렀다.


“좋아. 좋아. 우리끼리 있을 땐 그렇게 막 부르고 그래야지. 다 받아주고 너무 깍듯하니까 사무실 직원들이 우습게 보는 거 아녜요. 안 그래요?”


그렇게 말한 그가 엄청나게 큰 원통형 기기를 가리켰다.


“아마 지금, 소둔로 뒤에서 작업하고 있을걸요? 불러줄게요.”


그런 그가 내게 등을 보이고 돌아서 서너 걸음 옮겼다.


“윤 반장님! 윤 반장님! 면회요!”


여러 기계가 돌아가는 시끄러운 현장 안에서 둔탁한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

작업하던 여러 현장 직원들의 시선이 그와 나에게로 몰려들었다.


“한창 바쁜데 왜 또 부르는 거야?”


둥근 소둔로 뒤에서 나타난 남자가 마치 짜증 난다는 듯 소리를 빽 질렀다.


“비욘드 물건 언제 출하되나 하고요.”


질문하는 나를 보고 걸어오는 그가 오만상을 찌푸렸다.


“공장장 지금 사무실에 없어?”

“있는데 윤 반장님에게 물어보라고 하네요. 저라고 여기까지 오고 싶었겠어요?”


시큰둥하게 대답하는 나를 보고 그가 씨익 웃었다.


“내일 야간조가 완료할 거야. 18톤 맞지? 그래도 밤 10시는 돼야 할 거 같으니 그때 맞춰서 들어오게 배송차 부르고 실어서 내보내면 돼.”


뭐야? 그러면 밤 열 시까지 회사에 남아있으라는 거야?

그리고 실어서 내보내라니? 내가 싣는 거라고? 저 철판 코일 덩어리들을?

천장에 박힌 레일을 따라 드르륵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호이스트를 보면서 뒷목을 잡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현실이 바뀌었는데, 내 목숨 살려준다면 기쁜 마음으로 하는 수 밖에...




“윤기철이한테 물어봤어?”


사무실로 들어오는 나를 보며 공장장이 물었다.


“예.”


일부러 간단하게 대답한 후 자리에 앉았다.

나의 등 뒤에서 공장장과 영업부 부장이 무슨 시선을 나누고 말을 하든 신경 끄기로 했다.

부지런히 녀석이 하는 일을 머릿속에 넣어 놓아야 더 이상 주변 인간들에게 비웃음 사지 않을 거 아닌가.


책꽂이 한쪽에 <컴퓨터 자료 입력 방법>이라는 이름의 두툼한 검은 파일철이 보이고 그 옆에 <회사 제품 설명서>라는 한글과 영문으로 된 회사 소개서가 꽂혀있다.

꽂혀있던 회사 제품 설명서를 꺼내고 비욘드 파일을 펼쳤다.


상품의 숫자 x 숫자 는 철판의 폭과 두께(mm)를 말하는 것이란다.

그럼 비욘드 송장에 있는 아이템은 6.5 x 1.2 이니 폭이 6.5 에다가 두께가 1.2 라는 거로군.

게다가 이 회사는 냉간압연회사.

철판을 압연하는 과정에서 열을 가하는 것이 아닌 재료의 재결정온도 이하에서 압연 가공을 한단다.


이제 기초적인 지식을 머릿속에 넣고 있지만 어쩌랴. 맞닥뜨려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그렇게 하나하나 신용장부터 서류를 꼼꼼히 체크하는 중에 책상 위의 전화가 울렸다.

두 번 울리기 전에 손을 뻗어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피하지 않고 맞닥뜨린다. 그리고 해결한다. 그게 정답이다.


“인천특수철강입니다.”

“야! 차진구!!”


수화기 건너편 사내가 소리를 빽 질렀다.


“...누구...신지요?”

“뭐? 누구?”


상대 사내의 어이없다는 듯한 희미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 마태식이다.”

“아. 예에.”


젠장. 마태식이 누군지 내가 어떻게 알겠나? 그냥 아는 척 슬쩍 대답할 수밖에.


“너, 학산철강에는 왜 120 x 2.5를 보냈냐?”

“......”


내가 어떻게 알겠나? 난 그런 거 보낸 적 없다. 거기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내가 114 x 1.8 보내라고 했잖아! 지금 학산에 공장 멈춰 섰다고 작업 못하고 놀고 있다고 난린데 너 그거 어떻게 할 거야? 도대체 왜 시키는 대로 안 해!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니냐?”

“......”

“너 이번에 네가 잘못한 걸로 거기서 거래 안 하겠다고 하면 어쩔 거야? 네가 책임질래?”


전화에 대고 있는 대로 악을 지르는 사내의 말을 듣다 보니 슬며시 화가 나기 시작했다.


“저는 전달 받은 대로 한 것 뿐인데요?”


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른다. 확인도 안 된 일로 혼자 독박 쓸 수는 없는 일.


“그럼, 내가 너한테 그거 보내라고 시켰다고?”

“......”

“내가 금요일 저녁 너한테 적어 준 메모장 봐봐!”

“...그게....”

“나 회사 금방 도착하니까 메모장 줘 봐! 난 저얼때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고래고래 악을 지른 그가 전화를 끊었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책꽂이에 있는 파일을 모두 꺼내 하나씩 털어보기 시작했다.

분명 메모장이라고 했다. 그걸 받아서 녀석이 일을 진행한 것일 터. 증빙서류로 어딘가 남겨 놓았을 것이다.


“마 대리는 또 왜 그렇게 화가 났냐?”


책상 서랍을 하나씩 열고 내용물을 확인하는 나를 보던 공장장이 입꼬리를 올리고 비웃음을 날렸다.

부장은 얼굴을 찌푸린 채, 눈을 깔고 나를 바라보지도 않고 있다.


책상 그 어느 곳에도 마 대리가 건넸다는 메모지는 보이지 않았다.

전달받은 게 금요일 저녁이라 했으니 혹시 쓰레기통에 버렸나?

막 허리를 굽히고 책상 옆 쓰레기통을 뒤져보려고 하는 순간,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야! 차진구!!”


울그락불그락한 얼굴로 악을 내지르며 한 사내가 나를 향해서 성큼성큼 걸어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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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5화 해결의 한걸음 +2 23.12.07 615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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