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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님의 서재입니다.

역대급 무역천재가 사업을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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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10.16 10:21
최근연재일 :
2023.12.18 19:02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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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493
추천수 :
2,170
글자수 :
417,030

작성
23.12.1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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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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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글자
12쪽

61화 줄다리기

DUMMY

시청역 근처의 대로에 있는 빌딩안.

7층 콤피라이프의 서울사무소에 한 사내가 들어왔다.


익숙한 듯 양쪽 파티션 안의 직원들을 무시한 남자.

거침없이 걸음을 옮겨 맞은편 부장실 앞에 섰다.


-똑똑


노크를 한 사내.

안에서 대답을 하기도 전 문을 벌컥 열었다.


“오토스윕 곽 이사님?”


눈꼬리를 치켜올리고 바라보던 그가 다음 순간 바로 표정을 밝게 바꾸었다.


“연락도 없이 어떤일이신지...”


그렇게 말하며 책상 뒤에 앉아있던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우선 앉으시죠.”


그의 말에 곽 이사가 소파의 한쪽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렇지 않아도 술이나 한잔 하자고 전화 드릴참이었습니다만...”

“황 부장!”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는 황주한 부장을 향해 곽 이사가 큰 소리로 불렀다.

분노가 섞인 그의 목소리.

그런 뜻밖의 모습에 황주한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금 사람가지고 장난치는 건가? 이게 뭐야 도대체!”


자신의 자켓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손에 쥔 곽 이사.

마치 내팽개치듯 탁자 위에 그것을 던져놓았다.


“이게... 뭡니까?”

“그걸 지금 나에게 물어? 당신이 나한테 어떻게 된 것인지 설명을 해야 할 것 아냐!”


손을 뻗어 봉투를 손에 든 황 부장이 봉투 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슬며시 꺼내 쥔 종이를 펴고 읽고 있는 황 부장.

화등잔만 해진 눈으로 기함을 토해낸다.


“...아니!! 이게 도대체...!”


시뻘게진 얼굴로 할 말을 찾지 못하는 황 부장의 입밖으로 낮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 * *



4월 말.


초봄의 향긋한 봄내음이 여전히 싸늘한 바람과 함께 날아드는 오후였다.


카페의 구석자리에 앉아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있었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에 번지는 환한 웃음.

또, 그만큼 사람들이 걸치고 있는 옷의 색깔도 밝아지고 가벼워졌다.


“차진구씨.”


커피잔을 내려놓는 나의 귓전에 들려오는 사내의 목소리.

고개를 들어보니 훤칠한 키에 잘생긴 귀공자의 외모를 한 사내가 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왔으면 앉아.”


내 말에 자리에 주저앉듯 자리를 잡고 앉는 사내.


“와아~! 난 차진구씨가 이런 사이코인지 몰랐네.”


그렇게 말한 안철구.

마치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빤히 바라본다.


“부탁한 일은?”

“아니, 하라니까 하긴 했는데 도대체 이게 뭐하는 건지...”

“두더지굴에 연기 피우는 거라고 해 두지?”

“와아~! 진짜. 이게 말이 돼?”

입을 크게 벌리고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웃고 있는 안철구.

가능한한 꾸미고 다니라고 했더니.

정말 잘나가는 최고 배우 저리가라다.

큰소리로 말하는 목소리도 매력적이고.


그래 너 짱먹어라.


벌써 까페의 주변에 앉아있던 여성들은 슬쩍슬쩍 고개를 돌리며 녀석을 흘끗거린다.

몰래 촬영하는 것은 불법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은밀히 도촬하는 것들도 보인다.


“이거 이렇게 하면 그쪽이 속는다고?”


그렇게 말하면서 안철구가 나를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이 그런 식으로 나오면 아무도 안 믿지. 근데, 안철구씨가 하면 믿을 거 같아서... 그리고 곽 이사는 안철구씨가 너튜브 하는 것도 잘 알고 있거든. 게다가 구독자수도 15만이 넘어갔다는 것도...”

“와! 사람을 아주 그냥 띄엄띄엄 아네? 나 그래도 이런 일 막 벌이는 사람은 아냐아!”

“그럼 하기 싫어?”

“하기 싫은 건 아니지.”


그가 7살 먹은 개구쟁이같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진짜 사이코 같은 녀석.


“너무 터무니없는 거 같으니까 그렇지.”

“기분나쁘진 않았고?”

“찝찝하고 더럽지만, 뭐 상대는 이미 죽은 거 아냐? 그냥 그런 척만 하면 되는거잖아?”


역시 이 녀석.

생각이 단순해서 좋다.


“근데, 그럼 꼭 나중에 하루미 메이하고 잘 되게 해줘야 하는 거지? 어머니한테 말 잘해줘서 믿을만한 상속자로 만들어 주는거고?”

“욕심도 많지. 하나만 골라. 거래는 공정해야지.”

“그럼 당장은 하루미 메이.”

“좋아.”


내 말에 녀석이 흡족한 웃음을 짓는다.


예상외다.

이정도로 부유한 젊은 놈이 이런 순애보를 가지고 있다고?

여친 품에 끼고도 지나가는 여자들 훑어보느라 정신없을 만도 하겠구만.

귀국한 후에도 그 어떤 여자를 두 번 본 적도 없는 듯 하다.

하루미 메이가 그 정도로 녀석의 온 영혼을 빼앗은 건가?


하긴 그정도 까지 미쳐있으니 내가 하는 제안을 받아들였겠지.


“내가 준 자료는 모두 다 머릿속에 입력했지?”

“여기서 한번 읊어볼까?”

“아니, 그럴필요는 없고.”


녀석에게 손을 저으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넓은 홀의 한 구석.

뜨문뜨문 놓여있는 테이블.

여전히 힐끗거리는 젊은 여자들의 얼굴은 볼 수있지만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결코 들리지는 않는 거리이다.


그래도 조심하는 것이 현명한 일.


“호주 T-renders 사에서 양모 원자재 수입하면서 서류 위조한 정우열이란 놈이 지금 콤피라이프에 있는 거 확실하지?”

“확실해. 남미 마케팅 팀장으로 있는 거 확인했어.”

“알았어.”


고개를 뜨덕이는 녀석을 보면서 내가 표정을 바꾸었다.


“안철구!”


진지한 내 얼굴을 본 녀석.

장난스러운 표정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똑같이 담담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너, 어머님이 평생 고생해서 일구신 오토스윕 사를 맡아서 키울 미래 경영인이지?”

“당연하지. 그게 의심스러워?”

“그럼. 이번에 증명해 보여라. 안철구.”

“......”

“네 모든 걸 바쳐서 네 회사와 네 직원들 지키겠다는 모습 보여줘.”

“......”

“그럼, 어머니께 앞으로 계속해서 네가 믿을만한 놈이라는 거 내가 어필해주마.”

“알았어.”

“그리고, 이번에 이 모든 일.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거다? 이 모든 일. 모두 네 머릿속에서 나온거야. 네가 찾아내서 확인하고 계산한 후에, 네가 방법을 찾아내서 행동한 거다. 네 어머니 회사 지키기 위해서...”

“......”

“네가 약속한 대로 오롯이 너 혼자 이 일의 모든 책임을 지는거야. 알았지?”

“알았다. 알았어.”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모든 일 나 혼자 해낸거다. 네 도움은 없었어.”

“....좋아.”


옆에 놓여있던 가방을 집어들었다.


“이번일 하나로 네가 보여줘야해. 회사를 위해서 네가 얼마나 최선을 다할 수 있는지. 회사를 위해서 네가 얼마나 네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지 어머니에게 증명할 기회라는 거 잊지마.”

“....그러는 너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나를 올려다보며 녀석이 물었다.


“너는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네가 이렇게 해서 뭘 얻는다고?”

“돈으로 살 수 없을 만큼 큰 자산.”

“.....?”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으로 녀석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중에 차차 알게 될거야.”


여전히 나를 빤히 바라보는 녀석을 향해 한번 웃어보이고 나는 카페의 문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집의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언뜻 주머니에서 꺼내 본 휴대폰의 액정창.

이제 시간은 8시 30분을 지나고 있다.


아직 안철구에게 연락이 오지 않고 있다.

곽 이사든 콤피라이프든 어떤 결단을 내렸다면 안철구에게 연락을 했으련만.

만일 그들에게 전달된 내용을 그들이 무시해버린다면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갈 것이다.


- ♬♩♪♩~ ♬♪♩♬~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손에 쥐어있던 휴대폰이 울렸다.


액정창에 나타난 상대는 안철구.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와 휴대폰을 귀에 갖다댔다.


“여보세요?”

"아직 새끼들한테서 연락이 없네?“

”좀 만 더 기다려봐. 올거야.“

”그런데..좀이 쑤셔서 말이지. 내가 만든 동영상 편집까지 거의 다 마쳤는데, 어때? 보내줄까?“

”그래. 함 보자. 얼마나 잘만들었는지.“

”오케이.“


통화를 마쳤다.


옷을 갈아입고 차 한잔을 끓여 소파에 앉았다.

탁자 위에 놓여있던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신호음.


액정화면을 몇 번 두드리니 녀석이 보낸 동영상이 나타났다.

손끝으로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역시 패셔너블한 옷을 입고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안철구.

진지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주시하고 있다.


”오늘 제가 너튜브 방송으로 드릴 말씀은 제 불쌍한 연인에 대한 이야깁니다.“


그렇게 말을 꺼낸 녀석.

옅은 기침을 하고난 후 손바닥을 펴고 옆머리를 뒤로 쓸어넘겼다.


”저는 아직까지 비밀 연애를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상대를 밝히기가 좀 껄끄러웠기 때문입니다.“


쓸쓸한 미소를 입가에 띄우고 있는 녀석.

연기력이 장난이 아니다.

진짜 배우해도 되겠어.


”상대를 밝히기 힘들었던 이유는 바로...“


아랫입술을 슬며시 깨문 녀석.

입꼬리가 슬며시 아래로 구부러졌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남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말한 녀석.

손등으로 눈꼬리를 슬며시 문질렀다.


”그런데 그렇게 감추었던 비밀을 이렇게 밝히게 된 이유는... 그가 터무니없는 이유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콤피라이프라는 기업의 만행을 이 자리에서 고발하기 위해서 이렇게 너튜브를 찍게 되었습니다. 우선, 제 애인이 남긴 유서를 좀 봐주십시오“


녀석이 김영일이 남긴 유서를 화면에 들이밀었다.


펜으로 한자한자 쓴 손글씨.


”가짜라고 한다면 국과수에 필적확인 보내서 확인하면 되는 일이고요. 제 애인은 벌써 저와 몇 년동안 사귄 사이입니다. 제가 유학하면서도 항상 서로 연락해왔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제 애인이 회사에서 여직원을 성추행 하다니요?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매도해서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습니까? 그리고 회사가 그런 만행을 저지른 이유는...“


마치 정말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악문 표정을 보인 안철구.


”라이벌 기업의 남미 시장을 빼앗기 위해서 그런 짓을 저지른 것입니다.“


정말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서 녀석이 피를 토하는 열변을 쏟아내고 있었다.


”증빙 자료도 모두 제 손에 있습니다. 라이벌 기업이었던 오토스윕사에서 수출 서류를 위조해서 사리를 취한 정우열 팀장이 바로 그 장본인입니다. 그자는 예전에 오토스윕사에서 근무하던 중....“


그렇게 계속해서 떠들고 있는 안철구.



정말 예상치도 못했을 자료를 김영일의 이름으로 곽 이사에게 발송했다.

김영일의 유서에 나와있던 내용과 나의 추측, 그리고 아직까지 돌아가던 내용을 그럴듯하게 정리한 협박문.

자신은 죽지만 절대로 가만있지 않겠다는 프린트된 편지까지 넣어 놓았다.

신문사와 방송사에도 모두 보내 자신의 죽음의 비밀을 알리겠다 했으니.


그리고 그 모든 내용은 자신의 연인이었던 안철구가 보관하고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아직 놈들이 안철구에게 어떤 연락이 없네.


똥줄은 타겠지만 놈들도 믿는 구석이 있을 터.

설마 기업을 물려받을 안철구가 커밍아웃까지 하면서 일을 키울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 터.


그렇게 나올까봐 이렇게 너튜브용 동영상을 제작한 것이다.

입다물고 있는 놈들에게 이걸 보낼 예정.


너튜브에 올릴 일자와 시간까지도 보기좋게 적어서 말이다.


이럴땐 안철구가 세상 똘아이라는 것이 얼마나 도움되는지 모르겠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건, 자기 멋대로 행동할 녀석.

그런 녀석이기에 나의 계획에 OK를 했겠지만 말이다.


놈들이 이길 것인지 안철구가 이길 것인지.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난 이제 안철구의 뒤에 서서 안철구에게 에너지바를 먹이며 힘을 내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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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5화 의외의 접촉 +2 23.12.16 390 19 12쪽
64 64화 우연인 듯 필연인 듯 +3 23.12.15 431 17 12쪽
63 63화 모든것은 계약대로 +2 23.12.15 427 19 13쪽
62 62화 설치된 시한폭탄 +3 23.12.14 431 2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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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9화 침묵의 맹세 +4 23.12.11 541 24 13쪽
58 58화 라이벌 사의 계략 +3 23.12.09 571 22 13쪽
57 57화 그 남자의 사정 +2 23.12.08 569 21 12쪽
56 56화 더스터 디자인의 비밀 +3 23.12.07 619 24 12쪽
55 55화 해결의 한걸음 +2 23.12.07 613 23 12쪽
54 54화 사건의 파장 +3 23.12.06 658 24 13쪽
53 53화 뜻밖의 제안 +5 23.12.06 649 23 12쪽
52 52화 무녀의 후손 +5 23.12.05 644 24 12쪽
51 51화 낯선 만남 +4 23.12.04 681 26 12쪽
50 50화 악마를 보았다 +3 23.12.03 742 24 12쪽
49 49화 소문 +4 23.12.02 728 26 12쪽
48 48화 몬스터 길들이기 +4 23.12.01 763 23 13쪽
47 47화 타석에 들어서다 +3 23.11.30 784 2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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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화 사장 아들의 등장 +5 23.11.28 808 28 12쪽
44 44화 찾아드는 행운 +3 23.11.27 842 27 13쪽
43 43화 앨리슨 드부아 +5 23.11.26 866 3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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