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르블랑 님의 서재입니다.

역대급 무역천재가 사업을 잘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10.16 10:21
최근연재일 :
2023.12.18 19:02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73,492
추천수 :
2,170
글자수 :
417,030

작성
23.12.07 19:54
조회
618
추천
24
글자
12쪽

56화 더스터 디자인의 비밀

DUMMY

회전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1층 라운지 안내데스크에 유니폼을 입고 서 있던 여성.

다소곳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이고 나에게 인사를 한다.


그 옆에 정장을 입고 서 있던 젊은 남자.

데스크를 부지런히 돌아 나왔다.


손바닥을 펴고 가로막는데도 막무가내로 다가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사내.


“이렇게 안 하셔도 됩니다. 홍우영 씨.”

“사장님께서 정중하게 모시라고 특별히 말씀하셨습니다.”


하여간 사모도 유별나다.

내가 불편하다고 말해도 오히려 그 정도의 특권은 몸에 익히라고.

그 정도는 적당히 존중받는 존재라는 마인드를 가지란다.


출근 시간이 좀 지났다 해도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사람이 오늘따라 보이지 않는다.


남자 둘이 나란히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으려니 공연히 뻘쭘하다.

안내데스크 특성상 외모와 목소리빨로 직원을 뽑다보니,

키도 180은 훨씬 넘고 호감형으로 잘생긴 얼굴의 남자 직원.


키높이 구두를 신었는데도 돌아보면 시선이 들어오는 건 녀석의 목 부분.


‘나도 꿇리지 않아’ 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긴 하지만.

타인의 눈에 내 모습에 카리스마가 느껴지기라도 할까?


“....푸훕!”


그런 생각이 들자 어이없는 웃음이 나온다.

그럴 리 없지.

그냥 생긴 대로 살자. 차진구.

어쩌겠냐.


동승하려는 그를 만류하고 막 엘리베이터 문을 닫으려고 할 때였다.


“...잠시만요!”


코너를 돌아 엘리베이터 안으로 뛰어 들어온 한 사내.


숨을 헐떡이며 문 옆의 층 숫자를 살폈다.

5층에 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한 그가 슬그머니 나를 돌아보았다.


위로 올린 손을 그대로 내리는 걸 보면 오토스윕 직원이다.

5층 전체를 사모의 회사가 쓰고 있기 때문.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부리나케 달려 나간 사내.

사무실로 통하는 유리문을 전투적인 모습으로 밀고 들어갔다.


입구의 벽 한쪽에 걸려있는 시계는 9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다.


‘...지각이군.’


나나 그 사내나 둘 다 늦었다.


일직선으로 난 통로를 걷다 보면 양쪽으로 세워진 파티션 뒤에서 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온갖 외국어가 사무실 안에서 난무하고 있다.


코너를 돌아 이사실을 지나 비서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좋은 아침입니다. 차 실장님.”

“어서오세요. 실장님.”

“좋은 아침. 특별한 일 없지? 사장님은?”

“아직 출근 전이세요.”


겉옷을 벗어 옷걸이에 거는 나를 보며 고수아가 대답한다.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연 강한우.


“사장님께서 출근하시면 전화 좀 달라고 하셨습니다.“

”오케이.“


자리에 앉아서 오래 기다리지 않도록 사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몇 번 울린 후 전화를 받은 사모.


”여보세요?“

”예. 사장님. 차 실장입니다.“

”아, 오늘 내 컨디션이 별로라서 말이죠. 출근하기가 힘들겠네요.“


그렇게 말하는 사모의 목소리가 평상시와는 사뭇 다르게 들렸다.


”어디 편찮으십니까?“

”그건 아니고 그냥 감기 기운이에요. 목감기. 오늘만 좀 쉬면 낫겠죠.“

”...예에.“

”두 가지만 부탁하려고 전화 달라고 한 거예요.“

”예. 말씀하십시오.“

”하나는 남미 수출팀 팀장하고 전반적인 수출 동향 좀 물어봐줘요. 그리고 혹시 시간 되면 천인산업 장두호 사장 입원해 있는 병원에 한 번 문병 가줬으면 하는데....“


우리 측과 상대방 측의 입장의 차를 확인해 달라는 의미.


”알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철구는 여행사 일은 어떻게 하고 있어요? 물어보지도 않았지만, 녀석이 아무런 말도 없어서 말이죠.“

”처음이라 아직 실적은 없습니다.“

”뽑아 놓은 직원 급여 줄 만큼은 되야 할 텐데...“


전화 받고 내근해줄 여직원 한 명을 뽑아 사무실에 앉혀 놓은 안철구.

홈페이지 관리와 인터넷을 통한 홍보 담당으로 채용했다.

그래도 본인은 잠재력 있는 고객들을 찾아다니며 계약을 따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 와중에 놀라운 것은,

그래도 녀석이 일본어를 썩 잘한다는 것.

뭐, LA에 가서 성인물 영화배우인 여친하고 매일 일본어로 대화를 했을 테니 당연한 일일지도.

일본에 관심도 많았고 여행도 많이 다녀 일본 문화에 대한 지식은 어떤 면에선 빠삭하다.

대충만 말해도 여행비용까지 산출해 낼 수 있으니 놀라운 일.

정확한 금액이야 오슈 익스프레스에서 도와줄 터.


”걱정하지 않으셔도 그 정도 실적 정도는 달성할 거 같습니다. 어제 통화해보니 그럭저럭 할 만하다고 하던데요.“

”그래요? 다행이네요. 그럼 차 실장만 믿어요.“

”예. 사장님. 편히 쉬시고 나중에 전화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다이어리를 들고 일어서는데 고수아가 나를 빤히 바라본다.


”고수아씨 왜?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

”사장님 아들 말씀하시는 거죠? 여행사 시작했다고요.“

”어. 그런데?“

”지난 주말에 제 친구들하고 강남 카페에 갔다가 사장님 아들을 우연히 봤거든요. 근데 친구들이 넘 잘생겼다고 난리라서요.“


입꼬리를 올리고 웃는 고수아.

그래, 남자가 봐도 겉모습이야 부러울 정도로 잘생기긴 했지.


”너튜버도 시작했더라구요.“

”...뭐?“

”아, 실장님 모르셨어요?“


휴대폰을 손에 쥔 그녀가 액정창을 손가락 끝으로 톡톡 두드렸다.


”여기 보세요.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는데 벌써 구독자 수가 3만이 넘어요.“


그녀의 손에 들린 화면에 패셔너블한 옷차림을 한 사내의 모습이 나타났다.

자켓을 벗어던진 사내.

흰 와이셔츠만 입고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화면을 응시하고는 슬며시 윙크를 날린다.


”항상 그렇게 생각하지만 너~무 잘생겼어요.“


양쪽 입꼬리가 귀에 걸린 고수아.

마치 넋이라도 잃은 표정으로 액정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푸는 철구.

운동은 열심히 했는지 탄탄한 가슴과 복근을 내보이며 최신 유행하는 아이돌 춤을 따라 추고 있다.


”근데 친구들이 사장님 아들보고 일본 여행 가자고 난리들이에요.“

”...그래?“

”여러 명이서 일본 패키지 짜면 사장님 아들이 여행하는 동안 에스코트는 안 해주는지 친구들이 물어보라고 해서요.“

”......“

”제 친구들 말고도 벌써 몇 팀 일본 여행 가겠다고 신청했을걸요?“


뒤통수를 한 방 맞은 듯한 기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녀석이 고생이란 고생은 잔뜩 할 거라 생각했건만.

이런 식으로 녀석에게 여행사 일이 쉽게 풀리면 안 되는 건데.


외모만 돼도 성공이 가능한 더러운 세상.

어느새 너튜버가 될 생각까지 했을까?


뭐, 처음엔 외모빨로 좀 모인다 하더라도 녀석의 사이코 성향을 알면 모두 다 떨어져 나갈 것.


”이제 시작하는 거라서 철구는 영업에 집중하고 에스코트는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쓸거야. 아마.“

”...아. 글쿤요.“

”난 사장실에서 잠깐만 서류 몇 가지 서류 좀 확인할게.“

”알겠습니다.“


실망한 표정을 짓는 고수아를 보면서 비서실에서 나왔다.


영업력이 부족해서 손가락 빨게 되면 도와주려 했더니.

오히려 방해해야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네.


사장실에 들어갔다.

창가로 가서 블라인드를 올리니 환한 빛이 방 한가득 채운다.


소파로 발을 옮겼다.

자리에 앉아 탁자 위에 있는 수화기를 들고 내선을 누른다.


여성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남미팀 고은희입니다.“

”비서실 차진구 실장인데, 강인식 팀장님 좀 부탁해.“

”차 실장님. 지금 강 팀장님은 외근 중이십니다.“

”그래? 혹시 어디가셨는지...“

”천인산업 장 사장님 문병 다녀오신다고 하셨습니다.“

”아!“

”혹시 전하실 말씀이라도...“

”아니, 그러면 유창준 과장은 자리에 있나?“

”예. 전화 돌려드리겠습니다.“


사실, 강인식 팀장이나 유창준 과장 모두 직접 만나본 적은 없다.

그저 조직도를 통해서 체계를 확인하면서 머릿속에 넣어둔 것일 뿐.


북아프리카 팀부터 조금씩 실적과 돌아가는 상황을 확인해보겠다고 사장에게 보고했었다.

하지만 이번 폭력 사건으로 인해 남미 팀부터 확인에 들어가게 된 것.


”예. 남미팀 유창준 과장입니다.“


귀에 경쾌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서실 차진구 실장입니다. 사장님 대행으로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전반적인 무역상황을 보고 받을 수 있을까요?“

”지금 말씀이신가요?“

”네. 가능하다면 지금 말씀해주셔도 되고, 아니면 추후 서면으로 제출해주셔도 됩니다.“


내 말에 잠시 뜸을 들이던 유창준 과장.


”지금 뵙고 보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사장실로 오시면 됩니다.“


뜻밖이다.

대부분 이런 일이 있으면 미루지 않는가?

게다가 본인이 팀장도 아니고 과장인 입장.

불편한 생각에 회피할 것이라 생각했건만 오히려 당당하다.


역시, 덕분에 북아프리카 팀의 체크는 뒤로 미뤄졌다.



-똑똑!


”들어오세요.“


사장실의 문이 열리고 들어온 남자.

서류가 담긴 파일철을 손에 쥐고 내게 다가왔다.


”남미팀 유창준 과장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어딘가에서 봤다고 생각했었다.


”아침에 엘리베이터에서 뵈었군요?“

”아! 예...“


뻘쭘한 표정을 짓는 유 과장.


”앉으세요.“


맞은편 소파를 가리키자 그가 자리에 앉았다.

탁자 위에 파일철을 내려놓은 그가 언뜻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왜요? 무슨 특별히 할 말이라도...“


내 말에 그가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제가 여기서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그대로 사장님께 보고됩니까?“


상당히 진지한 표정으로 그가 물었다.


”내가 듣고 지나갈 수 있는 개인적인 일이라면 사장님께 말씀까지 드리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회사에 관련된 일이면 말씀을 드려야죠. 사장님 대행으로 하는 일이니까요.“

”...예.“


틀림없이 무엇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얼굴.

하지만 여전히 망설이고 있는 표정이다.


재촉하지 않는다.

나는 다른 일로 바쁜 사장을 대신해 자료조사를 하고 보고를 하는 것일 뿐.

그 이외의 권력을 사용한다는 것은 권력남용을 의미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잠시 더 그렇게 뜸을 들이던 유창준 과장.


”우선 지난해와 올해 1분기의 실적을 보고드리겠습니다.“

”...예. 그렇게 하시죠.“


파일철을 펴고 서류를 꺼낸 유 과장.

내가 볼 수 있도록 자료를 돌려놓았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차량용 더스터의 세 가지 디자인 중에서 가장 잘 나간 디자인은...“


그가 펴 놓은 브로셔에 A, B, C 세 가지의 더스터 모델 설명이 나와 있다.

조금씩 디자인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사실 내 눈에는 대동소이.

그래도 차이를 말하자면 A 모델이 다른 것에 비해 조금 두툼해 보이는 정도.


”여기 이 A 모델이 지난해 상반기에 가장 많이 팔렸던 제품입니다. 차량의 표면에 묻어있는 먼지를 털어내는 것에는 별 차이가 없지만, 손잡이의 그립(Grip)감이 세 모델 중에서 가장 뛰어납니다.“

”...아, 그래요?“

”예. 손바닥의 크기가 한국인과 같은 아시아인종과 남미인들이 다른 이유입니다. 우리가 쥐고 안정감을 느끼는 크기는 그쪽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너무 작게 느껴집니다. 브라질에 있는 에이전트에서 테스트를 거쳐서 나온 결과니까요.“

”그렇군요. 근데 그렇다면 하반기에는 A 모델이 가장 많이 팔리지 않았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왜, 그렇죠?“


내 말에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던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역대급 무역천재가 사업을 잘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합니다. 죄송합니다. +3 23.12.19 169 0 -
공지 연참대전참가로 연재 일자가 바뀌게 되었습니다. +1 23.12.03 65 0 -
공지 후원 감사드립니다. (업데이트 12/01) 23.11.12 71 0 -
공지 제목 변경 안내 23.10.24 101 0 -
공지 연재 시간 변경합니다. ( 낮 : 12:15 -> 오후 7:00 ) 23.10.19 1,643 0 -
67 67화 발없는 소문 +2 23.12.18 334 17 12쪽
66 66화 다가오는 변화 +2 23.12.16 395 18 12쪽
65 65화 의외의 접촉 +2 23.12.16 390 19 12쪽
64 64화 우연인 듯 필연인 듯 +3 23.12.15 431 17 12쪽
63 63화 모든것은 계약대로 +2 23.12.15 427 19 13쪽
62 62화 설치된 시한폭탄 +3 23.12.14 431 20 14쪽
61 61화 줄다리기 +4 23.12.13 458 18 12쪽
60 60화 그림자속으로 +3 23.12.12 488 20 12쪽
59 59화 침묵의 맹세 +4 23.12.11 541 24 13쪽
58 58화 라이벌 사의 계략 +3 23.12.09 571 22 13쪽
57 57화 그 남자의 사정 +2 23.12.08 569 21 12쪽
» 56화 더스터 디자인의 비밀 +3 23.12.07 619 24 12쪽
55 55화 해결의 한걸음 +2 23.12.07 613 23 12쪽
54 54화 사건의 파장 +3 23.12.06 658 24 13쪽
53 53화 뜻밖의 제안 +5 23.12.06 649 23 12쪽
52 52화 무녀의 후손 +5 23.12.05 644 24 12쪽
51 51화 낯선 만남 +4 23.12.04 681 26 12쪽
50 50화 악마를 보았다 +3 23.12.03 742 24 12쪽
49 49화 소문 +4 23.12.02 728 26 12쪽
48 48화 몬스터 길들이기 +4 23.12.01 763 23 13쪽
47 47화 타석에 들어서다 +3 23.11.30 784 26 12쪽
46 46화 첫 번째 대화 +1 23.11.29 769 30 14쪽
45 45화 사장 아들의 등장 +5 23.11.28 808 28 12쪽
44 44화 찾아드는 행운 +3 23.11.27 842 27 13쪽
43 43화 앨리슨 드부아 +5 23.11.26 866 32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