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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님의 서재입니다.

역대급 무역천재가 사업을 잘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10.16 10:21
최근연재일 :
2023.12.18 19:02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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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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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0
글자수 :
41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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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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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5화 해결의 한걸음

DUMMY

현장과 연결된 사무실 문이 열리고 들어온 공장장.

벌겋게 변한 얼굴로 오 부장을 향해 걸어왔다.


“아! 정말 짜증나게 하네.”

“왜, 또? 무슨 일인데?”


주먹을 꽉 쥔 채 양쪽 허리에 올린 공장장을 올려다보는 오 부장.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입꼬리에 웃음을 흘렸다.


“아니-이, 신한특수강에서 우리 수출품 가공한다고 원자재 받아갈 때, 분명히 로트번호 9-8에서 10-2까지 가져갔다고. 출고하는 놈하고 그쪽에서 온 화물기사도 서로 확인하고 사인도 했다고.”

“그런데, 왜? 그게 없어지기라도 했대?”

“아니, 그게 아니고 우리한테 받아간 게 그게 아니라는 거야.”


마치 울화통이 터져 못 견디겠다는 듯 씩씩거리고 있는 공장장.

그의 마지막 말에 눈치 빠른 오 부장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했다.


“그러니까 우리 쪽에서 다른 원자재를 보내줬다고 하는 거네? 그쪽에서.”

“나쁜 쉐끼들. 불량난 거 우리한테 뒤집어 씌우려고...”

“그래서?”

“성분 분석표하고 우리한테서 가져갔다고 하는 코일 쌤플 가져오라고 했어. 내 눈으로 확인해보겠다고.”


고개를 돌려 흘끗 나를 본 공장장.

다시 나를 외면하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수출품 불량 건에 대해 사장이 신한특수강에 연락한 후.

자체 확인을 해보겠다고 그쪽 담당자가 대답했다고 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난 후 온 연락은 우리 회사로부터 받아 간 원자재 품번이 달랐다는 말.


압연되고 슬리팅(slitting : 절단) 되는 코일 반제품은 고객의 사용 용도에 따라 성분이 다른 코일을 가공한다.

그래서 고객에게 물품 배송시 정확한 성분을 확인할 수 있는 분석표가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그게 무슨 말이야? 수출 물품 가공 끝난 다음에 그때 우리 회사에 다시 입고할 때 성분 분석표 받아왔잖아?”


이제 똥그래진 눈으로 오 부장이 공장장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때, 성분 분석표 확인 안 했어?”

“당연히 했지. 그걸 왜 안 했겠어. 근데 자기네가 그 성분 분석표를 잘못 보낸 거라네?”

“그런 어거지가 어딨어? 지들이 서류상 그렇게 처리했으면 지네 책임이지.”


수출품에 관련한 그들의 대화.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생산과 관련된 내용은 공장장의 권한과 책임.

내가 뭐라 끼어들 내용도 상황도 아니다.


그저 열이 받쳐서 사무실에 들렀던 듯.

그렇게 한탄을 늘어놓은 후 공장장은 다시 돌아갔다.



다시 사무실 문밖이 소란스러워진 것은 그로부터 약 한 시간 후.

사내들의 큰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공장장의 등 뒤로 따라 들어오는 두 사내.

한 사람은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것이 50대 중후반은 되어 보인다.

그 뒤를 따르는 30대 초반 정도의 잘생긴 얼굴에 늘씬한 정장남.


“아이고, 그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공장장은 참말로!”

“아니긴 뭐가 아녜요? 우리한테 밀 시트(Mill Sheet :성분 분석표) 보내주셨잖습니까?”

“그게-에. 우리 사무실에 이번에 들어온 인턴아가 뭘 모르고 다른 밀 시트를 보냈다니깐.”

“그게 말이 됩니까? 박 부장님.”


그렇게 떠들어대며 세 사내가 걸음을 옮겨 경리부 뒤편에 있는 소파로 향했다.

두 손님의 맞은편 자리에 앉은 공장장.


“한지은 씨. 미안한데 커피 좀.”

“..네에.”


다시 신한특수강에서 온 박 부장에게 고개를 돌린 공장장.


“박 부장님, 우리 1~2년 알던 사이도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 같이 철 만지면서 먹고 살 거 아닙니까? 이렇게 증빙서류까지 있는데도 아니라고 우기시면...”

“내가 오죽 답답하면 여기까지 왔겠나. 공장장.”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신한특수강 박 부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현장에서 일하는 아-들이 초보들도 아이고 십 년 넘게 압연만 해온 애들 아이가. 여기서 가지고 간 원자재로 가공했다면 그런 불량을 만들 리가 없다. 공장장.”


말끝마다 공장장을 붙이며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은 박 부장.

옆에 앉아있던 젊은 사내가 다이어리를 펼쳤다.

그 안에 끼어있던 종이 한 장.

잠자코 옆에 앉아있던 박 부장에게 건넸다.


“이거. 이게 그때 우리한테 보낸 원자재 오리지날 밀 시트 아이가?”


손으로 종잇장을 받아 든 공장장.

잠시 내용을 읽어보는 듯하던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거, 우리 밀 시트 아닙니다.”

“...뭐어?”

“박 부장님. 우리 쪽에는 이런 성분 분석표가 나온 원자재 자체가 없어요. 예?”

“우리도 없다. 공장장.”

“......”

“여기서 받아 간 원자재 빼놓고는 우리도 이런 내용 밀 시트는 없다. 아이가.”


박 부장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 쉰 공장장.


처음 거래하는 곳이라거나, 잘 모르는 거래처라면 서류로 끝을 보고 말겠건만.

같은 철강 분야에서, 특히 좁은 냉간압연강대 쪽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게다가 상대가 그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 더더욱.


잔뜩 일그러진 공장장의 얼굴을 바라보던 박 부장.


“공장장. 나 올해가 마지막이다.”


팔을 뻗어 박 부장이 공장장의 두 손을 잡았다.

읍소작전으로 돌입한 것.


“이제 정년퇴직이다. 공장장도 알제? 나 현장에서 잔뼈가 굵어 지금까지 버텨왔다는 거. 나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왔다. 아이가.”

“......”

“내가 앞으로 몇 개월이나 남았다고 남은 인생 부끄럽게 살겠다고 여까지 와서 거짓말을 씨불이겠나?”


그렇게 하소연하는 박 부장을 바라보며 공장장이 ‘푸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이메일을 확인했다.


왔다. 드디어.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고 어제 인도네시아의 스틸코어 솔루션 담당자에게 멜을 보냈었다.

한 가지만 확인해 줄 수 있냐고.


“...오호..”


그쪽 담당자가 첨부해준 파일을 열어보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구한서 바쁘냐?”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 모두 공장장과 박 부장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중인지 조용한 사무실.

그런 고요함을 내 목소리가 휘저었다.


“아뇨.”


고개만 돌리면 될 것을.

항상 그러하듯 얼른 자리에서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내 앞으로 녀석이 다가왔다.


“별건 아니고, 프린터 상태 좀 확인해주고 출력되는 것 좀 갖다줄래?”

“또 잼 걸려있는 거 같은데요? 고쳐볼게요.”


싱긋 웃은 녀석이 내게 등을 돌리고 프린터로 향했다.


“아, 근데 사실...”


박 부장과 동행한 또 다른 젊은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무역 쪽에서 잘못된 걸 수도 있거든요.”


갑자기 왜 무역을 걸고 넘어지지? 생산 쪽의 문제를?


“서류상에 수입업자가 지정해 놓은 내용을 무역 담당자가 잘못 해석한 것 때문에 불량 아닌 불량으로 판명될 수도 있는 일이거든요.”

“에이. 그건 아니다. 우리도 무역 담당자 잘 해. 그런 실수 안 하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 공장장.

나와 눈이 마주치자 겸연쩍은 웃음을 흘렸다.


“그래. 안 과장. 다른 회사에 방문해서 잘 모르는 상황에 그렇게 말하면 실례지.”


아. 그렇군.

저 젊은 사내가 바로 안정현.

내가 처음 차진구의 몸으로 들어와 어리버리하고 있을 때 사무실의 오 부장과 공장장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친구다.

토익 점수가 960이었다고 했나?

한창 바쁜 시즌에 한 달 동안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갔다 왔다고 들었다.


그땐 대리였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이젠 과장으로 승진했군.


“그래도 여러 가능성은 열어놓고 확인해 봐야죠.”


자신감 있는 말투로 안 과장이 말을 잇는다.


“제가 신한특수강에 입사했을 때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거든요. 그 전 선임자가 전문대 출신이었는데 신용장 내용 해석을 잘못해서 생산한 제품이 전부 불량 처리되는 바람에...”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오 부장.

웬일로 그의 얼굴에 피식하는 웃음이 번졌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그의 입에서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에이. 안 과장. 어디 와서 씨알도 안먹힐 소리를!”


그의 말에 고개를 돌려 오 부장을 돌아본 안정현.

나와 눈이 마주치자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왜요. 그런 가능성 때문에 무역부 사원을 채용할 때는 졸업한 대학 네임 밸류 따지는 거잖아요.”


바로 그때 내 앞으로 다가온 구한서.


“부장님, 프린트 다 됐는데요?”

“...어, 고마워.”


녀석에게서 프린트된 사진을 받아서 다시 한번 확인을 하나씩 한다.

열세 장의 사진.


자리에서 일어서는 나와 눈이 마주친 안정현 과장의 입꼬리에 희미한 웃음이 흘렀다.

뭐, 내가 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니 그럴 수밖에.


경리부서를 돌아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박 부장의 앞 테이블 위에 프린트된 용지를 올려놓았다.


“이게 뭡니까?”


한 장을 집어 든 박 부장.

그 안에 찍혀있는 사진을 빤히 바라보던 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옆에 앉아있던 안정현도 한 장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공장장의 손에도 한 장이 쥐어졌다.


뭐, 구차하게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인도네시아 스틸코어 솔루션 담당자가 수입품 중 불량품으로 분류해놓은 제품을 자세하게 카메라로 찍어서 보내온 사진.


“차 부장. 이거 수입한 쪽에서 보낸 거 맞지?”

“예. 공장장님.”


가늘게 뜬 눈으로 사진을 바라보던 박 부장의 눈꼬리에 옅은 경련이 일었다.


“사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거 신한특수강에서 가공하신 거 맞으시죠? 코일에 붙어있는 밀 시트도 우리 회사에서 출고된 것이 맞습니다. 시리얼 번호도 일치하고요.”

“......”

“여기 책임자 이름도 그대로 써 있는데... 박종팔이라고요.”


“맞네! 박종팔이.”


의기양양해진 공장장.

하마터면 그들의 농락에 당해 불량품 중에서 절반의 손해를 끌어안아야 했던 상황.

이제 승리의 쾌거를 이룬 표정이다.


“그 자식 우리 회사에서 일하다가 몇 년 전에 그쪽으로 넘어간 놈인데. 여기서도 툭하면 불량 내더니 그놈 실력 어디 안 갔네?”

“......”

“소둔(냉간압연시 경화된 재질을 연화시키기 위한 공정)불량에다 절단면 불량이라는 결과서가 첨부되어 있고요. A-7, A-8,....A-19. 불량은 총 13 코일 총중량이 820킬로입니다.”


“이제 다 해결된 거죠?”


가슴을 쫙 펴고 희멀건 웃음을 짓는 공장장.


“공연히 먼 걸음 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좀만 기다리셨으면 메일로 그냥 보내드렸을텐데...”


잔뜩 굳어진 얼굴로 프린트된 용지를 움켜쥔 박 부장.

옆에 앉아있던 안정현이에게 건네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 * *



“아이고! 와서 그렇게 잘난 체를 하더니...”


혀를 쯧쯧 찬 오 부장.


“어딜 와서 감히 누구한테 덤벼 덤비길.”


그렇게 말한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등 뒤의 벽에 걸려있던 자켓을 집어 들었다.


“일도 잘 해결됐는데, 그럼 차 부장님이 한 턱 쏘시는 거예요?”


얼굴에 환한 웃음을 담은 경리부 한지은.

왜 이야기가 항상 그렇게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는 거냐고.


“그럼 차 부장님 덕분에 우리 달달한 커피 한잔하는 건가요?”


경리부 강 부장도 옆에서 거든다.


“커피 가지고 되겠어? 그리고 난 지금 외근 나가야 하는데. 퇴근하면서 오랜만에 소주에 고기 좀 쏘지?”

“좋아요. 소주에 삼겹살.”

“무슨 맨날 삼겹살이야. 차 부장님이 쏘시는 건데. 간만에 소고기 어때?”

“굿 아이디어! 제가 아는 좋은 데 알아요. 오늘 모두 거기로 가요. 예약해 놓을게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저렇게 열심히 김칫국들을 왕창 들이키고 있네.


“무슨 일인데 그려요?”


마침 오전 배송을 마치고 들어온 이 기사.

퇴근 후 소고기 파티라는 말에 손뼉까지 치면서 나를 보고 환한 웃음을 터뜨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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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화 그림자속으로 +3 23.12.12 488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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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화 라이벌 사의 계략 +3 23.12.09 571 22 13쪽
57 57화 그 남자의 사정 +2 23.12.08 569 21 12쪽
56 56화 더스터 디자인의 비밀 +3 23.12.07 619 24 12쪽
» 55화 해결의 한걸음 +2 23.12.07 614 23 12쪽
54 54화 사건의 파장 +3 23.12.06 658 24 13쪽
53 53화 뜻밖의 제안 +5 23.12.06 649 23 12쪽
52 52화 무녀의 후손 +5 23.12.05 644 24 12쪽
51 51화 낯선 만남 +4 23.12.04 681 26 12쪽
50 50화 악마를 보았다 +3 23.12.03 742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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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화 몬스터 길들이기 +4 23.12.01 763 2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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