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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님의 서재입니다.

역대급 무역천재가 사업을 잘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10.16 10:21
최근연재일 :
2023.12.18 19:02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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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490
추천수 :
2,170
글자수 :
417,030

작성
23.12.0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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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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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58화 라이벌 사의 계략

DUMMY

햇살 좋은 3월 말의 토요일 오후.


룸으로 분리되어있는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서류가방을 열고 준비한 서류를 모두 하나씩 끄집어냈다.

필요한 내용은 이미 모두 확인한 상태.


콤피라이프(ComFi-Life)를 다니는 상대가 찾아올 시간이 다 되었다.


이제 어떻게 일이 진행될 것인가는 상대방에게 달린 일이다.


- 똑똑


문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열린 문 안으로 젊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진구 실장님 되십니까?”


나를 바라보며 이름을 묻는 사내.

이십대 후반이나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평범한 외모의 남자다.


“김영일씨?”

“...예.”

“제가 차진굽니다. 들어와 앉으시죠.”


내 말에 사내가 완전히 발을 룸안으로 들이고 등 뒤로 문을 닫았다.

발을 옮긴 그가 내 맞은편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사진에서 본 것보다 어두운 피부.

잔뜩 긴장한 얼굴은 바짝 굳어있다.


“먼저 하실말 없습니까? 김영일씨.”

“......”


굳은 표정으로 입을 꽉 다물고 앉아있는 사내.

시선은 나를 피해 내 앞의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잔에 두고 있다.


다시한번 노크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차는 뭘로 하시겠습니까?”

“...괜찮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내.

잠깐 그런 그를 본 내가 고개를 돌려 문 앞에 서 있는 웨이터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냥, 내가 마시는거하고 똑같은 걸로 주세요.”

“알겠습니다.”


고개를 까딱한 웨이터가 문밖으로 사라졌다.


양팔을 들고 가슴을 가로질러 팔짱을 꼈다.

느긋하게 왼쪽다리를 들고 오른쪽 무릎위로 올려 다리를 꼰다.


잔뜩 얼어붙은 표정의 사내가 꿀꺽하고 침을 삼켰다.


나처럼 아주 평범한 남자다.

길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헤어스타일에 특별하지 않은 얼굴.

지난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던지 두 눈은 많이 부어있다.


슬며시 벌린 입 밖으로 마치 쉰 듯한 숨소리가 새어나온다.

다시한번 꼴깍하고 그가 침을 삼키자 그의 목울대가 한순간 불거졌다.


-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들어온 웨이터.

그의 앞 테이블 위에 커피를 내려놓고 재빠르게 사라졌다.


“삼일이면 충분한 시간이었을 것 같은데... 안그렇습니까?”

“......”


나의 그 말에도 사내는 마치 굳어버린 것처럼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사흘전에 이 김영일이란 사내와 통화를 했었다.


해외 IP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그의 정체는 쉽게 들통났다.

우리 쪽에서 조사하는 능력이 뛰어났다기 보다는 상대가 너무 허술했다.

마치 우리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을 거라 예상했던 듯.


그를 제외하고 두 명의 여성이 해외 IP를 사용해서 악성루머를 퍼뜨린 것이 확인되었다.

그 셋 모두 동일한 회사의 직원이며, 또한 여직원들은 모두 인턴 사원들.


다른 두 여성보다 김영일에게 초점을 맞춘 것은 그들과 달리 이 사내는 돈거래를 했기 때문.

브라질의 방송사 PD와 기자들에게 암암리에 돈봉투를 전달한 것.

또한 돈봉투를 전달한 시점과 그가 브라질에 다녀온 시점도 절묘하게 일치한다.

모두 그의 짓이라는 빼박인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일주일 텀을 두고 또다시 움직인 사내.

브라질에서 꽤 잘 나간다는 너튜버 6인의 통장으로 돈을 입금한 것.

그리고 입금된 시점부터 이틀에 한 번, 총 3회에 걸쳐 너튜버들이 근거없는 악성루머를 퍼뜨렸다.


교묘한 프로그램 편성과 말솜씨가 얼마나 뛰어났는지 모르지만,

그런 터무니없는 미신적인 소문을 믿어 더스터 세일이 60퍼센트나 폭락하다니.

브라질 사람들의 사고가 이상한 건가?

아니면, 한국에서 똑같은 일이 발생하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려나?


“누가 시킨건지 말씀해 보세요. 김영일씨.”

“......”

“경찰에 고소장 접수하기 전에 그래도 개인적으로 말이라도 들어보라는 사장님의 지시 때문에 이렇게 자리를 마련한 겁니다. 저 같았으면 그냥 일 진행했어요.”


계속 꿀먹은 벙어리처럼 꼼짝도 안하고 앉아있는 사내.


“이제 겨우 2년 차 직장인이지 않습니까? 회사에서는 자르면 그만인 소모품입니다. 김영일씨. 도대체 뭐 때문에 입을 다물고 말을 안 하시는지 이해가 되질 않네요.”

“......”

“참, 이상하군요? 회사에서 그만한 대가로 돈이라도 왕창 받았다면 이해가 가는데 그런 거래도 없고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더럽고 낡아빠진 고시원에 사신단 말이죠? 그걸 보면 현금으로 보상을 받아먹은 거 같지도 않은데...”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자 어휘 선택도 마구잡이다.


받은 돈이 있다면 처음에야 조심하느라 시간을 끌었다 해도, 그 일이 벌어진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

아직까지 이 남자가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회사에서 시킨일... 아닙니다.”


어렵사리 입을 연 사내.


“회사에서 시킨 게 아닌데 그 일을 같은 회사 인턴 두 명과 같이 했다고요? 정말 어이가 없네요?”

“......”

“김영일씨 지금 뭔가 단단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김영일씨에게 돈 받았다는 진술서 이미 브라질 PD, 기자. 너튜버한테 다 받았습니다. 녹취록도 있어요. 김영일씨는 절대로 못 빠져나가요.”

“......”

“뭐, 좋습니다. 말씀 안 하셔도 좋아요. 전 여기까지가 제 역할이니까요.”


입 다물고 있는 상대.

대화하고 싶지 않다면 법대로 하는 수밖에.



이 모든 걸 가능한 모든 수단 동원해가며 알아낸 남미팀 유창준과장.

어떻게든 팀을 살려보려 하는 그의 노력이 가상해서 도와주려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희생하려는 직원은 회사 입장에서 커다란 보물이 아닐수 없다.

물론 브라질의 티비와 라디오방송, 그리고 너튜브를 통해 공격적인 광고와 홍보를 하기로 사모는 결정한 상황.


남미 프로젝트가 완성될 때까지 전담 더스터 디자이너도 배정되었고.

캄포 그란데에 생산공장도 짓겠다 사모가 나서서 약속까지 했다.


물론, 유창준 과장을 통해 들은 사실에 좀 더 꿀을 바른 이야기를 사모에게 전달하긴 했다.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자신의 의견이 수렴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도 했다.

그래서 밀어주기로 결심한 일.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으려는 의지가 없는 사내.

바로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김영일이라는 남자는 아니다.

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존재일 뿐.


“가기 전에 제가 조언 한 가지 해드리죠.”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던 서류의 복사본들을 주섬주섬 집어들어 서류가방에 넣는다.


“뭔데요?”


내내 입 쳐닫고 있다가 그래도 조언이라니까 물어본다.


“변호사 사세요. 김영일씨.”


내 말에 더욱 더 굳어진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사내.


“우리 회사 절대로 그냥 유야무야 지나가지 않을 겁니다. 김영일씨가 어떤 사람인지 여기 오늘 내가 간 보러 나온 거 같아요?”


짜증이 확 몰려와 퉁명스럽게 내뱉는다.


“김영일씨가 혼자서 한 일이고, 그 많은 돈까지 여기저기 뿌리고 다니면서 우리 회사의 상품을 비방하려고 했다면, 변호사를 살만한 재력은 되겠네요. 그렇죠?”

“......”

“작은 죄목까지 다 찾아내서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어떻게든 책임지게 할겁니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변호사 사세요. 전관예우 못해서 안달하는 그런 끗발 좋은 변호사로요.”


사내를 노려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연히 시간만 낭비했군요. 앞으로는 다시 보지 맙시다. 변호사들이 알아서 할 테니.”

“.....죽으려고 했습니다!!”


밖으로 나오려는 나의 바짓가랑이를 잡은 사내.

그런 그의 행동에 놀라 걸음을 멈췄다.


그의 팔을 잡아 떼냈다.


“....휴우우..”


한숨이 나온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이 없어서....”


마치 중얼거리듯 말하는 사내의 두 눈의 흰자위가 붉게 충혈되어있다.


“빨리 말해주세요. 저 바쁜 사람이라...”


또다시 입을 다물고 있는 사내를 보며 내가 재촉했다.


“오해가 있었습니다. 정말 오해였어요. 회사에서....”


낮은 목소리로 그가 입을 열었다.


“넘어지는 여사원을 부축해준 것 뿐이었어요. 그런데 그걸로 제가 성추행을 했다고...”

“......”

“전 절대 그러지 않았어요. 그런데 회사가 그렇게 몰아갔어요. 그리고 시키는 일만 제대로 하면 그 일은 없던 걸로 무마시켜주겠다고....”


두 손바닥을 편 그가 얼굴을 감싸쥐었다.


정말 갈수록 태산이다.


“그 일을 시킨 건 홍보부의 황주한 부장입니다.”

“......”

“올해 3분기부터 멕시코에서 아르헨티나까지 더스터를 출시하기로 되어있습니다. 몇 년 전에 오토스윕에서 일했다는 직원이 지난해 1월에 우리 회사로 왔어요. 그 직원을 통해서 남미 시장 가로채기로 계획했고요.”

“......”

“비다 꼬모다(Vida Comoda) 라는 이름으로 다음 달에 현지 회사도 개업합니다. 절 좀 도와주신다면 저도 제가 아는 대로 모두 알려드리겠습니다.”


얼굴에 잔뜩 초조함을 담고 있는 사내가 그렇게 내게 거래를 제안했다.



* * *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현장과 연결된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선 윤 반장.

주위를 한번 둘러본 후 책상에 앉아있는 구한서에게 다가갔다.


“차 부장님은 어디 간겨? 벌써 퇴근한건가?”


퇴근직전 부지런히 서류정리중이던 구한서가 고개를 들었다.


“퇴근은요. 어느 분 만나고 들오신다고 하셨는데 아직이시네요? 왜요?”


구한서의 말에 윤 반장이 손에 쥐고 있던 생산 지시서를 그에게 내밀었다.


“한서야. 그럼 혹시 네가 알 수 있냐? 여기 있는 두 규격 재활용 할 만한 수출품 있는지...”

“....글쎄요.”

“16.5 x 0.8 은 418 킬로고 21.5 x 0.9는 지금 230 킬로 정도 남았는데, 소둔까지는 아주 완벽하게 됐거든? 근데 슬리팅(Slitting : 절단) 작업하다가 사고를 좀 쳤어. 유상록이가.”


그런 그의 등 뒤로 압연 1호기에 있어야 할 유상록이 조금 초조한 표정을 하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뭘 어떻게 했길래?”

영업하고 돌아온 오 부장.

고개를 들고 윤 반장을 빤히 바라보았다.


“절단 작업하다가 잠깐 졸았는지 뭐 했는지...”


멋쩍게 웃는 윤 반장.


“아니, 무슨 압연을 하다가 졸긴 졸아? 그게 말이 돼? 난리 날라고.”

“그게, 또 아기가 아파서 상록이가 밤새 잠 한숨도 못 잤는데, 바빠서 쉬지도 못하잖아요. 일 많아서 이번 달엔 월차도 못쓰게 했고. 회사도 책임이 있는 거예요.”


그렇게 윤 반장이 등 뒤에 서 있는 유상록 씨 편을 들었다.


“뭐야? 뭔데?”


하필 마침 그때 내려온 고 이사.

가늘어진 눈 사이로 눈동자의 빛이 날카로와졌다.


“SK-3야? 아니면 SK-5야?”

“...그게...”


철의 재료를 묻는 고 이사의 말에 윤 반장이 잠깐 머뭇거렸다.


“스텐레스예요. 얼마 전에 소량 주문 들어온 거요.”

“뭐야?”


단번에 커진 목소리로 짜증을 낸 고 이사.


“정신은 어따두고 작업했으면 그 비싼 스텐을 불량을 내? 그거 알면 사장님이 가만 계실 거 같아?”

“저도 할 말 있어요. 이사님.”


윤 반장의 등 뒤에서 불쑥 튀어나온 유상록.


“벌써 두 달 동안 꼼짝 못하고 일했잖아요. 쉴 틈도 주셔야죠. 우리가 로봇도 아니고....”

“흐이구. 배가 불렀어 배가. 너 그래서 이번 달에 얼마 받아간 줄 아냐? 내가 네 급여 명세표도 봐서 알아!”


수고한다고 사장이 특근 수당을 듬뿍 얹어준 덕분에 불평 한 마디 안 했던 현장 직원들.

하지만 피곤한 몸은 어쩔 수 없다.

피곤하면 쉬어야지.


“차 부장님?”


어느새 전화를 걸었는지 그새 구한서의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린다.


“스텐이구요. 불량이 좀 났는데요. 재가공해서 보낼 데 있나요? 규격은 두 종륜데 합해서 650 킬로 정도 되는데요.”

“지금 주문받은 곳 중에서 수출에 스탠이 어딨어?”


역정을 내는 고 이사.


“...헐! 어떻게 규격까지 알고 계세요? 차 부장님 짱이다 진짜!”


구한서의 말에 사무실 직원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할게요.”


통화를 끝낸 구한서.


“그래 뭐라고 그래”

“미국 뉴욕 Home DIY Steel 에 가공해서 넘기면 된다는데요? 그쪽에서 신용장 오픈할 때 됐다면서요.”

“차 부장이 살렸다. 상록아. 안 그랬으면 며칠을 사장님한테 사무실 직원들도 시달렸을텐데.”


이사의 말에 유상록이 머리를 긁적이며 배시시 웃음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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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6화 다가오는 변화 +2 23.12.16 395 18 12쪽
65 65화 의외의 접촉 +2 23.12.16 390 19 12쪽
64 64화 우연인 듯 필연인 듯 +3 23.12.15 431 17 12쪽
63 63화 모든것은 계약대로 +2 23.12.15 427 19 13쪽
62 62화 설치된 시한폭탄 +3 23.12.14 431 20 14쪽
61 61화 줄다리기 +4 23.12.13 458 18 12쪽
60 60화 그림자속으로 +3 23.12.12 488 20 12쪽
59 59화 침묵의 맹세 +4 23.12.11 541 24 13쪽
» 58화 라이벌 사의 계략 +3 23.12.09 571 22 13쪽
57 57화 그 남자의 사정 +2 23.12.08 569 21 12쪽
56 56화 더스터 디자인의 비밀 +3 23.12.07 618 24 12쪽
55 55화 해결의 한걸음 +2 23.12.07 613 23 12쪽
54 54화 사건의 파장 +3 23.12.06 658 24 13쪽
53 53화 뜻밖의 제안 +5 23.12.06 649 23 12쪽
52 52화 무녀의 후손 +5 23.12.05 643 24 12쪽
51 51화 낯선 만남 +4 23.12.04 681 26 12쪽
50 50화 악마를 보았다 +3 23.12.03 742 24 12쪽
49 49화 소문 +4 23.12.02 728 26 12쪽
48 48화 몬스터 길들이기 +4 23.12.01 763 23 13쪽
47 47화 타석에 들어서다 +3 23.11.30 784 26 12쪽
46 46화 첫 번째 대화 +1 23.11.29 769 30 14쪽
45 45화 사장 아들의 등장 +5 23.11.28 808 28 12쪽
44 44화 찾아드는 행운 +3 23.11.27 842 27 13쪽
43 43화 앨리슨 드부아 +5 23.11.26 866 3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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