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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님의 서재입니다.

역대급 무역천재가 사업을 잘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10.16 10:21
최근연재일 :
2023.12.18 19:02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73,472
추천수 :
2,170
글자수 :
41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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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6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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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66화 다가오는 변화

DUMMY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자리에 앉아있던 사내가 일어났다.


“모두 둘러보시니 어떻습니까?”

“정말 어마어마하군요.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집니다.”


내 말에 사내가 입가에 웃음을 흘렸다.


“지금은 철강 쪽만 보신 거지만 물류와 IT 쪽도 계열사가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내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도 열정의 빛이 번쩍인다.



나를 진일홀딩스로 초대한 인사관리과 우창진 과장.

가이드까지 데려와 동행하게 하도록 하고 회사의 현장 곳곳을 견학하도록 해 주었다.


인천특수철강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거대한 공장 내부와 최신식 설비를 갖춘 대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쉽게 머릿속에 들어온다.

냉간압연으로 제약된 우리 회사의 현실과는 엄청난 격차가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곳에 속해 일한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낄만했다.


“그래서 답은 언제쯤 해 주실 수 있는지요?”


은근한 말투로 나를 바라보는 우 과장.


“저도 오 이사님께 보고도 드려야 해서요.”


마치 지금 이곳에서 내가 그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듯 하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무역 쪽에 전체적인 권한이 있다고 해도.

최종적인 결정은 사장이 하는 것.


“호의적인 말씀을 사장님께 전달해드리겠습니다만... 제가 결정권자가 아니라서요.”

“아! 예. 아무래도 그러시겠죠?”


겸연쩍은 표정을 지어보인 사내.

마치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차를 몰고 진일홀딩스에서 나와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아직 퇴근 시간 전이라서 다행히 고속도로가 많이 붐비지는 않는다.


내심 큰 기대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장.

회사를 둘러본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할 터였다.

나와 만나서 대화를 한 후에 퇴근할 예정이라고까지 했으니.


부지런히 달리는 차가 어느새 인천의 남동 IC를 지났다.

그리고 머지않아 눈앞에 회사의 입구가 나타났다.




“그래, 가서 보니까 우리랑은 비교가 안 되지?”


은근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사장.

당연한 사실이다.

작은 개인 회사와 계열사까지 갖추고 있는 기업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것.


“그래, 같이 한번 협력해서 발전해 나갈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게요. 사장님....”


나를 빤히 바라보는 사장을 보고 입을 열었다.


“개인적인 판단입니다만, 당장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할 때만 건당 협력을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

“예. 제 생각에는 그편이 나을 듯 합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미간을 좁히며 사장이 손가락 끝으로 턱을 긁었다.


사장의 생각도 이해는 한다.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진일홀딩스에서 새로운 설비와 기술을 지원하겠다 약속했다.

현재까지 현장에서 생산할 수 없었던 철강을 제조할 시스템도 증설하겠다 했고.

최첨단 시스템을 가동할 인력 지원도 보장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정확하게 계약서로 명시하기로 하고.

그 대신에 이 이후로 해외 수입업체로부터 들어오는 주문은 정해놓은 기준을 따라 공평하게 두 기업에서 생산하고 수출하는 것.


그것이 사장에게는 상당히 큰 메리트로 여겨졌던 것이 틀림없다.


회사의 외적인 확장에 진심인 사장.

물론 그렇게 기업을 키우는 것에 집착하는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새로운 기술을 들여와 더욱 발전된 기업으로 변모시키겠다는데 무슨 이견이 있겠는가?


하지만, 한가지가 계속 걸린다.

처음부터 그 기업이 그런 계획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

내게 스카웃의 손길을 뻗쳤다가 내가 거절한 후에 방향을 바꿔 플랜 B로 그 계획을 설명했다는 것.

물론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

어느 것에도 얽매이고 싶지 않다는 의미.

지금 내가 이곳에서 열정적으로 숨 쉬고 살아가는 것도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기 때문.


만일 내가 다른 것을 원하게 된다면, 나는 미련 없이 떠날 것이다.

어차피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3년.


그렇기 때문에, 이런 계약이 어떤 식으로든 나의 발목을 잡거나,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흐음...”


여전히 고개를 주억거리며 고심하고 있는 사장.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그 결정에 나의 의견은 배제되길 원한다.


“...당장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그런 건 아닐 겁니다. 그게 간단하게 결정하고 말고 할 만큼 작은 일은 아니니까요.”

“그래 알았다. 그쪽하고 자주 연락하면서 좀 두고 보자.”

‘알겠습니다.“


사장에게는 조금 아쉽겠지만 시간을 두고 얼마간은 두고 보는 것이 현명하다.

급해서 서두를 필요는 없는 터.

조바심을 누르고 한 걸음만 뒤로 옮겨도 아마 사장은 더 넓은 그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 *




목요일 아침.

비서실 문을 열고 안으로 발을 들였다.


”좋은 아침.“

”어서오세요. 실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실장님.“


여느 때처럼 반겨주는 고수아와 강한우.


자켓을 벗어 책상 뒤의 옷걸이에 걸고 자리에 앉았다.

항상 그렇듯이 제일 먼저 컴퓨터를 켜고 사모의 일정을 확인한다.


”사장님은 오늘 오전에 개인 모임이 있으셔서 오후에 출근한다고 하셨습니다.“


눈치껏 미리 알려주는 고수아.


”아, 어제부터 새로 오신 이사님 출근하셨는데. 실장님은 아직 못 뵈셨죠?“

”그래? 나야 아직 본 적이 없지.“

”저, 실장님 그러시면...“


나를 바라보는 고수아의 입꼬리에 희미한 웃음이 배어있다.


”커피를 이사님 실로 가져다 드릴까요? 이사님도 실장님 오시면 이사님 실에 들러달라고 전화 주셨습니다.“

”그래? 뭐, 그럼 그렇게 하지.“

”잠시만요. 그럼 이사님께 먼저 말씀드리고요.“


수화기를 든 그녀가 번호를 누르고 맞은편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흘끗 바라보았다.


”예에. 이사님. 실장님 오셨습니다.“


얼굴에 미소를 가득 담은 그녀.


”알겠습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그녀가 나를 돌아보았다.


”기다리고 계시 답니다. 실장님. 전 빨리 커피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오케이. 고마워.“


처음 인사드리는 것뿐이라 부담가질 것도 없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거울을 흘끗 들여다본다.

여느 때와 똑같이 거울 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차진구.


천천히 걸음을 옮겨 비서실을 나섰다.

이사실을 향하는 내 시야에 열려있는 문이 들어왔다.


열린 문을 슬쩍 두드리며 방 안을 들여다본다.


역시,

이제는 더 이상 벽에 등을 지고 골프를 치는 연습을 하고 있는 곽 이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내 시야에 들어온 사람.

검은 정장을 한 젊은 여성이다.


나를 발견한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모서리를 돌아서 나온다.


”.....어!“


그런데 어디서 본 듯한 얼굴.

입가에 웃음을 담고 있던 그녀도 나를 보는 순간 표정이 바뀌었다.


그리고 한순간 떠오른 한 장면.

친구 한동관과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면서 그가 찍은 동영상을 볼 때였다.

그때 옆 테이블에서 어떤 남자와 말다툼하던 여성.

틀림없는 그녀다.


내 얼굴에서 미묘한 표정의 변화를 읽은 그녀.

잠깐 내 얼굴을 흘끗하더니 곧 그녀도 기억해 냈다.


평범한 여성이라면 당황할 수도 있으련만.

이내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녀가 나에게 맞은편의 소파를 손으로 가리켰다.


”어서오세요. 차 실장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아직 이사님의 성함을...“

”민하경입니다.“


그녀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옅은 미소로 자신의 생각을 감춘 그녀.


”잘 부탁드립니다. 민 이사님.“


내 말에 여유로운 표정을 보이며 그녀가 소파에 앉았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나도 엉덩이를 붙였다.


그녀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해 주고 싶어 슬쩍 입 밖으로 꺼낸 말.


”민 이사님의 명성은 이미 회사에 소문이 다 퍼져있는 상황이라 특별한 어려움은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게 무슨 의미죠?“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주시하는 그녀.


”아, 별다른 뜻은 아니고요.“

”혹시 저에 관해서 쓸데없는 말을 퍼뜨리고 다니신 건 아니시죠?“


슬며시 아랫입술을 깨무는 민하경 이사.

그런 그녀의 입술이 한순간 파르르 떨렸다.


”아! 그, 그게 아닙니다. 이사님.“


예상치 못했던 오해를 불러일으켜 버린 내 말.

어떻게든 상황을 바로잡아 보려고 다시 입을 열었다.


”기울어가는 기업도 심폐소생술로 살리셨다는 말을 들었다는 걸 말씀드리려고 한 겁니다.“

”...아! 그런 말이었어요?“


그제서야 희미한 웃음이 그녀의 입가에 번지기 시작했다.


”그렇습니다. 이사님을 뵙는 것이 오늘 처음인데 제가 무슨 쓸데없는 말을 퍼뜨리고 다니겠습니까.“


내 말에 피식 웃음을 흘린 그녀.


”차 실장님 거짓말도 잘하시네요?

“...예에?”


그녀의 말에 당황한 내가 다시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여튼,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회사에서 어려운 일을 잘 해내셨다는 말씀은 사장님께 이미 들어서 알고 있어요.”

“......”

“목요일만 출근하신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그럼 나머지 요일은 뭘 하는지 혹시 물어봐도 되나요?”

“인천에 있는 또 다른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나 사장님의 가족분이 하시는 철강 회사가 그곳에 있어서요.”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그녀가 상당히 불편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그런 우연이 이렇게 생기는 바람에 황당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건 또 뭐야.


“...저, 그럼 저는...”


막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순간이었다.

문에 노크 소리와 함께 고수아가 들어왔다.

그런 그녀의 손에 쥐어져 있는 트레이 위에 놓여있는 커피 두 잔.


조용히 걸어온 그녀가 탁자 위에 커피를 다소곳이 내려놓았다.


“사장님께서는 오후 2시 넘어서 회사에 도착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이사님.”

“알았어요. 고마워요.”


목례를 하고 밖으로 나가버린 고수아.


“저, 그럼 더 하실 말씀 없으시면 저도 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알았어요. 일 보도록 하세요.”


탁자 위에 놓여있던 내 커피잔을 들고 몸을 일으키는 나를 흘끗 올려다본 그녀.


“혹시 회사 자료를 대충 훑어보고 싶은데요. 차 실장님.”

“예. 그러시면 관리부 한유준 차장을 부르시면 필요하신 자료를 모두 찾아드릴 겁니다.”

“관리부 한유준 차장요?”

“예.”

“알겠어요.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할게요.”


그런 그녀에게서 마치 도망치듯 이사실에서 나왔다.


하필 남자친구하고 헤어지는 자리를 목격한 그녀가 회사의 이사로 오다니.

손바닥을 횡으로 크게 그어 남친의 뺨을 휘갈기던 그녀의 모습이 나도 모르게 떠올랐다.


그리고 곧이어 내 자리로 걸어와 내가 마시던 물잔을 들고 벌컥벌컥 들이키지 않았나.


‘...아주 배짱 두둑한 여장부라더니...’


한 회사의 간부직으로 와서 경영을 책임지고 나갈 몸인데, 뭐, 그 정도의 깡은 필요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성별과 상관없이 카리스마 쩌는 사람을 동경해 오긴 했었다.

그만큼 타인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데 도움이 되는 요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금 오버스러운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그래도 사모가 생각하는 바가 있어 모셔 온 것일 터.

이제 곧 그녀의 진면목을 보여주겠지.


여튼, 그녀가 무언가를 보여줄 거란 기대감을 가지고 한번 지켜보기로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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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5화 의외의 접촉 +2 23.12.16 389 19 12쪽
64 64화 우연인 듯 필연인 듯 +3 23.12.15 431 17 12쪽
63 63화 모든것은 계약대로 +2 23.12.15 427 19 13쪽
62 62화 설치된 시한폭탄 +3 23.12.14 431 20 14쪽
61 61화 줄다리기 +4 23.12.13 458 18 12쪽
60 60화 그림자속으로 +3 23.12.12 488 20 12쪽
59 59화 침묵의 맹세 +4 23.12.11 541 24 13쪽
58 58화 라이벌 사의 계략 +3 23.12.09 570 22 13쪽
57 57화 그 남자의 사정 +2 23.12.08 569 21 12쪽
56 56화 더스터 디자인의 비밀 +3 23.12.07 618 24 12쪽
55 55화 해결의 한걸음 +2 23.12.07 613 23 12쪽
54 54화 사건의 파장 +3 23.12.06 658 24 13쪽
53 53화 뜻밖의 제안 +5 23.12.06 649 23 12쪽
52 52화 무녀의 후손 +5 23.12.05 643 24 12쪽
51 51화 낯선 만남 +4 23.12.04 680 26 12쪽
50 50화 악마를 보았다 +3 23.12.03 742 24 12쪽
49 49화 소문 +4 23.12.02 728 26 12쪽
48 48화 몬스터 길들이기 +4 23.12.01 763 23 13쪽
47 47화 타석에 들어서다 +3 23.11.30 784 26 12쪽
46 46화 첫 번째 대화 +1 23.11.29 769 30 14쪽
45 45화 사장 아들의 등장 +5 23.11.28 808 28 12쪽
44 44화 찾아드는 행운 +3 23.11.27 841 27 13쪽
43 43화 앨리슨 드부아 +5 23.11.26 865 3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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