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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님의 서재입니다.

역대급 무역천재가 사업을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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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10.16 10:21
최근연재일 :
2023.12.18 19:02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74,306
추천수 :
2,170
글자수 :
417,030

작성
23.12.02 12:20
조회
739
추천
26
글자
12쪽

49화 소문

DUMMY

“....아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머리에 쓰고 있던 모자를 집어들고 사내가 사모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손바닥을 펴고 흰빛이 가득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 나이 든 남자.

얼굴 가득 피곤함이 묻어있다.


“괜찮습니다. 김 사장님. 앉으세요.”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난 사모가 손으로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


“예에. 그럼. 실례합니다.”


자리를 잡고 앉은 노인.


“이쪽에 계신 분이 우리 회사를 인수하고 싶다는 분이신가요?”


나를 바라보는 노인의 한쪽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그렇게 미소를 보이려는 그의 얼굴에 번지는 것은 웃음이라기보다는 안타까움.


“예. 맞습니다. 사장님. 제가 제일 믿고 의지하는 분이에요.”


그렇게 나를 소개하는 사모의 옆에서 나는 얼른 명함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처음 뵙겠습니다. 차진구라고 합니다.”


내 명함을 받아 든 그가 찬찬히 명함에 찍힌 글자에 시선을 두었다.


“이름이 정말 좋군요. 전력을 다해 구원한다는 의미네요?”

“예에? 아! 예에.”


한자 없이 한글로만 쓰여있는 명함을 보면서 자신 마음대로 해석을 한 노인.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차진구라는 이름에 익숙해져 버린 내 자신.

이젠 홍두식이라는 원래 내 자신의 정체성조차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나중에 다시 원래 내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면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과 나의 이름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게 될까?


“그런데 어떻게 마스크 사업에 손을 댈 생각을 하시게 되었는지요?”


차분한 그의 눈빛이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려는 듯 나를 응시하고 있다.


“지금 마스크 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들도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요.”

“그렇게 상황이 좋지 않은가요?”


사내의 어두운 표정을 살피며 사모가 입을 열었다.


“최악의 상황이죠. 폐업하지 못해 생산설비를 돌리고 있는 형편이니까요.”

“....저런.”


혀를 ‘쯧쯧’ 찬 사모.

고개를 돌려 나의 표정을 살폈다.

여전히 여유로운 나의 얼굴을 본 사모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간다.


“그럼, 제가 할 역할은 모두 끝난 것 같으니 저는 이쯤 해서 돌아가겠습니다.”


옷매무새를 다듬은 그녀가 옆에 놓여있던 가방을 손에 쥐었다.


“그럼 나중에 연락주세요. 차 사장님.”

“감사합니다. 곧 전화드리겠습니다.”


자리에 일어서서 총총걸음으로 사라지는 사모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다시 자리에 앉아 여전히 빤히 나를 바라보는 노인.


“주식도 가장 밑바닥이라고 생각할 때 투자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글쎄요. 그렇긴 하지만 마스크로 큰돈을 벌었다는 업체를 본 적 없고, 저도 그렇다보니...”


씁쓸한 미소를 띠는 노인을 보자니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운영하던 공장이나 회사를 타인에게 넘길 때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같이 행동하지 않는가?

오히려 상황은 좋고 매출도 흑자이긴 하지만 다른 피치 못 할 일로 어쩔 수 없이 넘기게 되었다고 설레발을 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노인은 스스로 마스크가 불황 산업이라고 본인의 입으로 털어놓고 있다.

마치 지금 인수하면 너도 망하는 걸 피할 수 없다는 경고를 보내는 듯한 말과 표정.


“마스크 생산을 오래 하셨습니까?‘


내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을 정도로 오래 했지요.“


그렇게 말하는 노인의 얼굴 가득 피어오르는 아쉬움.


”뭐, 그래도 이제 때가 됐으니 보내줘야죠. 그럼 같이 한번 가서 보시겠습니까?“

”예. 그럼...“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를 따라 나도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한때는 건실했던 마스크 공장.

경기도 안산에서 30년을 버텨냈다고 했다.

한 달 생산량이 평균 20,000 피스.

근무하던 직원들 모두 고스란히 인수하는 것이라서 다행이라며 그가 앞장을 섰다.



* * *




”마스크 사업이 생각대로 쉽지는 않을 겁니다.“


승용차 뒷좌석의 내 옆에 앉은 노인.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노인의 그 말에 차를 운전하던 그의 아들이 룸미러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고개를 돌려 전방을 주시한다.


”중국발 황사다 뭐다 하면서 떠들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마스크의 매출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여름에는 더우니 아무리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가 나쁨이라고 해도 대부분 사람들 마스크 착용하지 않아요. 겨울에도 마찬가지구요. 방송 영향을 많이 받지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는 노인.


”방송에서 ’미세먼지 나쁨이니 마스크를 착용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라고 한마디 말해주는 것이 항상 내 바람이었어요. 하지만 으레 그랬듯이 처음에만 사람들이 ’위험하다. 마스크 착용해야 한다‘ 하고 설레발쳤던 거지 이제는 미세먼지 속에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졌어요.“

”...그렇군요.“


사람들에게 필수품이 아닌 것으로 전락한 상품.

게다가 자신의 외모를 아름답게 치장해 주는 것이 아닌, 거북하고 불편한 제품.

비즈니스를 해오면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해가 가는 말이었다.


”그래서 이제 사람들이 모두 손을 털면서 나가려는 때에 왜 들어오겠다고 하시는 건지... 물론 우리에겐 좋은 일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쓸쓸한 표정으로 그가 희미한 웃음을 입가에 흘렸다.


”그래도 생각하시는 바가 있으니까 하시는 거겠죠. 그리고 아버지 말씀처럼 그렇게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중국발 미세먼지는 갈수록 더 나빠질 테니 사업은 좋아지겠죠. 뭐, 역설적인 말 같긴 하지만요.“


듣다 못 한 아들, 운전을 하면서 그렇게 덧붙였다.


”예, 또 인생사 앞일은 모르니까요. 누가 아나요?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는 시대가 도래할지...“

”...어허허허허...“


내 말에 노인이 실소를 하듯 웃었다.


”물론 그런 날이 오면 안 되겠지만, 아직까지 마스크 사업을 해온 입장에서, 내 한번 그런 날이 오는 걸 보고 싶군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또한 씁쓸한 웃음이 입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그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세상.

이제 곧, 그런 세상의 모습을 그는 보게 될 것이다.


운도 억세게도 없지.

마스크 공장을 남에게 넘기고 두 해를 넘기고 나니 날개 돋친 듯 팔리는 마스크를 보면 노인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렇게 그의 인생 얘기를 듣다 보니 차량은 안산에 있는 그의 공장에 도착했다.



* * *




”다녀왔습니다.“


배송을 마친 이 기사가 퇴근 시간이 되기 직전에 사무실로 들어왔다.


”수고하셨어요.“


그에게서 배송전표를 받아 든 구한서가 규격과 총량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구한서. 혹시 너 뭐 아는 거 있냐?“

”...네?“


갑작스러운 이 기사의 질문에 손에 들고 있던 전표에서 구한서가 고개를 이 기사에게 돌렸다.


”뭘요?“

”그게, 혹시... 차 부장님 이제 우리 회사 그만두냐?“

”그게 무슨 말이야?“

자동으로 반응하듯 오 부장이 고개를 들고 이 기사를 바라보았다.


”누가 뭐라고 그래?“


잠시 당황해 보이던 이 기사가 희멀건 웃음을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뭐, 헛소문이긴 하겠지만요. 배송 나갈 때마다 거래처에서 그러는디요. 차 부장 회사 그만뒀냐고요.“

”뭔, 새끼들이 개 소리들을 하고 지랄들이야. 지랄이. 제 일들이나 똑바로들 하라고 그래.“

”그럼 안 그만두는 거 맞죠?“


불안했던 듯한 표정의 이 기사.

오 부장의 말에 그제야 입가에 편안한 웃음기가 배어 나온다.


”왜요? 이 기사. 누가 뭐라고 그래요?“


경리부 강 부장이 고개를 돌리고 넌지시 물었다.


”아뇨. 지난주 화요일부터 차 부장님 마스크 공장 본격적으로 가동 시작했잖아요. 그리고 거기뿐 아니고요. 안산에 있는 [예화 마스크]도 차 부장님이 인수했다는디요? 거기 바로 옆이 우리 거래처잖아요. 동화 철강.“


뜻밖의 말에 사무실 사람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인천 맨 끝자락에 있는 운전면허 시험장 근처에 마스크 공장을 세웠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안산에 있는 또 다른 마스크 공장까지 인수했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


”그럼 정말 차 부장, 우리 회사 그만두는 거 아닐까요? 그게 사실이라면 이제 자기 소유 공장이 두 개나 되는 사장님인데...“

”에이, 그럴 리 없어. 차 부장이 당장 물건 팔아서 돈 벌 계획을 세운 게 아니야. 그 옆에 큰 창고 만들어놨잖아. 생산되는 대로 거기다가 보관해 놨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출하한다고 했거든.“

”그럼 무슨 돈으로 그거를 다 해요? 팔지도 않으면 돈 나올 데도 없을 텐디.“


오 부장의 말에 이 기사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이 기사, 별걱정 다 한다. 얼마 전에 싱가포르 월드커넥트 사장 와이프가 투자한 거 모르냐? 1차로 투자한 금액이 8백만 달러다.“

”와아. 그럼 그게 얼마야? 100억 되겠는데요?“


눈이 똥그래진 강 부장. 입가에 옅은 웃음이 흐른다.


”그게 단 줄 알아? 사모도 투자한다고 했고. 사모도 모르면 몰라도 그 이상 투자할 생각 하고 있을걸?“


모두 경악한 표정으로 서로 마주보고 있을 때 사무실의 문이 열렸다.


”왜? 무슨 일인데 다들 표정이 그래?“


사무실 직원들을 돌아본 고 이사.

오 부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 그럼 진짜 차 부장님 회사 그만둘 수도 있겠네요. 그 정도면 뭐 하러 몇 푼이나 번다고 회사 다니겠어요?“


실쭉한 표정이 된 구한서.


”이게 다 무슨 얘기야? 차 부장이 회사를 왜 그만둬?“

”차 부장이 안산에 있는 마스크 회사도 하나 인수했다네요. 이사님. 그 정도 되면 회사는 그만두는 거 아닌가 하고요.“

”그렇다고 차 부장이 회사 그만둘 거 같냐? 사나이가 의리가 있지.“


고 이사의 말에 오 부장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에이, 이사님은 무슨 이런 상황에서 의리를 찾고 그러세요. 나 같아도 그만둘 텐데.“

”뭐야?“


눈에 쌍심지를 켜는 고 이사를 보며 구한서가 책상 위에 놓여있던 휴대폰을 들었다.

액정화면에 손가락 끝을 툭툭 누른 녀석.

휴대폰을 귀에 갖다 댔다.


”...아, 차 부장님? 저 구한서요.“


모든 직원들의 시선이 통화 중인 구한서에게 몰렸다.


”저기요. 혹시 차 부장님 설마 회사 그만두시는 건 아니죠?“


조심스러운 말투로 전화기에 대고 묻는 구한서.

겸연쩍은 표정에서 한쪽 눈을 찡그리더니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알겠습니다.“


”차 부장이 뭐라고 그래?“


통화를 마치는 구한서를 바라보며 이사가 물었다.


”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하냐는데요. 내일 오전에 수출품 서류 확인한다고 미리 준비 다 해 놓으라고 했어요.“

”것 봐. 사람들이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고. 어여 일들이나 해!“


헛기침을 한번 한 고 이사.

다시 발을 돌려 사무실 문밖으로 사라졌다.


“뭐, 차 부장님 안 그만둔다니까 다행이긴 하지만, 혹시라도 그만두면, 난 어떻게든 차 부장님 따라갈 거예요. 날 버리고 가진 않겠지. 그동안 쌓인 정이 있는디...”


희멀건 웃음을 흘리며 이 기사가 고개를 돌려 현장으로 난 문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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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6화 다가오는 변화 +2 23.12.16 404 18 12쪽
65 65화 의외의 접촉 +2 23.12.16 397 19 12쪽
64 64화 우연인 듯 필연인 듯 +3 23.12.15 441 17 12쪽
63 63화 모든것은 계약대로 +2 23.12.15 436 19 13쪽
62 62화 설치된 시한폭탄 +3 23.12.14 441 20 14쪽
61 61화 줄다리기 +4 23.12.13 470 18 12쪽
60 60화 그림자속으로 +3 23.12.12 500 20 12쪽
59 59화 침묵의 맹세 +4 23.12.11 553 24 13쪽
58 58화 라이벌 사의 계략 +3 23.12.09 582 22 13쪽
57 57화 그 남자의 사정 +2 23.12.08 580 21 12쪽
56 56화 더스터 디자인의 비밀 +3 23.12.07 627 24 12쪽
55 55화 해결의 한걸음 +2 23.12.07 623 23 12쪽
54 54화 사건의 파장 +3 23.12.06 667 24 13쪽
53 53화 뜻밖의 제안 +5 23.12.06 657 23 12쪽
52 52화 무녀의 후손 +5 23.12.05 651 24 12쪽
51 51화 낯선 만남 +4 23.12.04 696 26 12쪽
50 50화 악마를 보았다 +3 23.12.03 752 24 12쪽
» 49화 소문 +4 23.12.02 740 26 12쪽
48 48화 몬스터 길들이기 +4 23.12.01 773 23 13쪽
47 47화 타석에 들어서다 +3 23.11.30 797 2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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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화 사장 아들의 등장 +5 23.11.28 823 28 12쪽
44 44화 찾아드는 행운 +3 23.11.27 851 27 13쪽
43 43화 앨리슨 드부아 +5 23.11.26 875 3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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