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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님의 서재입니다.

역대급 무역천재가 사업을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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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10.16 10:21
최근연재일 :
2023.12.18 19:02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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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1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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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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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2화 무녀의 후손

DUMMY

“어서 오십시오. 차진구...”


그녀의 손을 쥐는 순간 나도 몰래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손바닥 전체에 번지는 오싹한 기운.


“..입니다.”


그녀의 손을 놓고 나도 모르게 왼손바닥을 펴고 오른손을 문질렀다.


그런 나를 보는 그녀의 눈동자에 이채가 흘렀다.


“왜.. 어디 불편하신 건 아니신가요?”

“아, 아닙니다.”


하지만 내 얼굴에 배어 나오는 불편함을 놓치지는 않았을 터.


“자, 들어가시죠.”


환한 웃음을 지으며 사장이 그녀를 사무실로 안내한다.


“네. 감사합니다.”


사장의 뒤를 따라 몸을 돌린 그녀.

어깨너머로 슬쩍 나를 뒤돌아보았다.


그런 그녀의 눈동자에 비춰진 기운.

적대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음흉함과 의아함이 깃들어있다.


도대체 왜?

누구길래?


곧 이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

아마도 라이벌 기업이 아닐까?

찾아온 이유는 비즈니스를 하고자 한다고 하는 것이지만 사실은 정반대.

그녀의 회사도 철강을 수출하고 있는 기업인지도 모른다.


어딘가에서 우리 회사의 마케팅으로 그녀 회사가 고객을 잃었을 가능성.

아직은 작은 기업이니 더 커지기 전에 손을 쓸 방법을 찾고자 하는 건 아닐까?



“누추하지만 좀 앉으시죠.”


사장실을 둘러보고 있는 그녀에게 사장이 소파를 가리켰다.


“네. 감사합니다.”


자리에 앉은 그녀가 고개를 돌려 다시 나를 올려다보았다.

속내를 감춘 눈동자에 흐린 미소가 흘렀다.


그녀의 맞은편에 사장과 고 이사가 자리를 잡고 앉는다.


“저는 내려가서 커피를 가져오겠습니다.”

“...그래. 차 부장, 맛있는 걸로.”

“저는 괜찮습니다만...”


그녀의 말을 들었지만 가볍게 목례를 하고 사장실을 나왔다.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불편한 감정을 떨굴 수 없다.


절대로 편한 상대는 아니다.

아니, 결코 비즈니스를 하려고 온 목적을 그녀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부장님, 커피 때문에 내려오신 거죠? 벌써 주문했어요.”


눈치빠른 경리부 한지은.

벌써 휴대폰 앱으로 커피를 주문하고 트레이와 포크를 준비하고 있다.


“작은 케이크도 하나 시켰거든요.”


여유로운 웃음을 입가에 흘리며 그녀가 부지런히 트레이를 물티슈로 닦았다.


“같이 오신 다른 두 분은?”


그녀와 같이 동행한 수행원 한 명과 운전기사가 보이지 않아 내가 물었다.


“다시 차로 돌아가셨어요.”

“사람들 표정이 그렇게 상냥하고 그런 건 아니네?”

“그러게요. 다른 회사에 방문하면 없는 웃음도 억지로 짜내고 그러는데 표정도 무뚝뚝한데요?”


불만섞인 오 부장의 말에 경리부 강 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올라가세요. 커피 오면 제가 가지고 갈게요.”

“아냐. 잠시 앉아있다가 내가 들고 올라가지 뭐.”


나를 바라보는 한지은에게 그렇게 말하고 내 자리에 앉았다.


인터넷 화면에서 셴화그룹의 홈페이지로 다시 찾아들어갔다.

IT에서, 백화점, 건설회사와 철강까지.

엄청난 재력으로 지난해에는 유럽에 금융업까지 손을 뻗쳤다.


셴화은행과 셴화캐피탈은 이미 유럽 20여 개국에서 성업 중.


명동에 있는 한국지사에서는 이미 몇 년 동안 국내 최대 철강회사인 PoHan과 거래중이란 것이 확인된다.

그 이외 다른 기업들과 거래가 없는 걸 보니 sole agent(독점 계약)을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우리와 거래하려는 목적이 절대 아니고.

무슨 이유로 우리와 같이 작은 소규모 영세업체를 찾아 온 것일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차 부장!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커피 가지고 올라가지?”


한참 골똘하게 생각하던 나의 귀에 오 부장의 큰 소리가 들려왔다.

언뜻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렸다.

내 책상 옆에서 나를 내려다보며 웃음 짓고 있는 한지은.

그런 그녀의 손에는 커피잔과 케이크가 올려진 트레이가 들려있다.


“아! 그래, 고마워.”


자리에서 일어나 트레이를 받아들었다.

대화를 하다보면 그녀의 마음속에 있는 본심이 언젠가 나오겠지.


천천히 걸음을 옮겨 사장실로 이어진 계단을 걸어올라가기 시작했다.



* * *



“그렇게 해서 힘들게 지금까지 이 회사를 키워온 겁니다.”


사장실에 들어서는 나의 귀에 그렇게 말하는 사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루어보건대 지금까지 사장이 어떻게 자신이 자수성가했는지 자랑삼아 얘기를 늘어놓고 있었던 듯싶었다.


“정말 대단하시군요. 그래서 자제분은...”

“아들놈 하나 있는데 지금 작은 사업하나를 시켜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사장.


“그러시는 대표님께서는 혹시 결혼은...”

“예. 했습니다. 남편은 지금은 상하이에 있고요. 딸이 둘 있습니다.”

“그러시군요. 대표님이 아주 젊어보이시는데, 그럼 따님은 아직 학생인가요?”

“아뇨. 벌써 대학 졸업했습니다. 미국에 있는데 지금 쇼핑 중이죠.”

“뭐, 한참 가꾸고 할때죠.

“그렇긴 한데, 옷이나 악세사리를 쇼핑하는 건 아니고요. LA 주변에 있는 주택들을 쇼핑하고 있어요. 부동산이 투자가치가 아주 좋은 때니까요.


그녀의 말에 사장과 이사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나는 그저 ‘어쩌라구’ 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


중국 갑부들이 LA에 있는 집들을 사들이는 바람에 그곳에 살고있는 사람들이 거주할 곳이 없어 홈리스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을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

그렇다고 그들이 그 집에 들어가서 살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푹~ 묵혀 두는 것이다.

오죽하면 그 주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불평을 늘어놓았겠는가.

집은 사놓고 관리를 하지 않아 정원은 정글이 되고 집은 폐가처럼 변하고 있으니.


그런 집이 자신들의 근처에 있다고 생각하면 어느 누구도 그냥 묵과하지만은 않을 터.


다시 비즈니스에 관련해서 주제를 바꾼 사장과 그녀.


“그래서, 스테인레스강은 취급을 안하시는군요?”

“예, 직영공장에서 현재 취급하는 것은 SK-3하고 SK-5가 주 재료입니다. 물론 다른 거래업체로 소개는 시켜드릴 수 있습니다만...”

“그러시군요.”


표정에서 실망감을 감추지 않는 쥬유웨라는 여성.

이미 인터넷에 나와있는 회사의 자료를 통해서라도 생산품의 종류와 규격을 모두 알아봤을 터.

일부러 이렇게 쑈까지 하는 저의는 뭘까?


“짧은 기간 동안에 엄청난 발전을 거듭하셨다고 해서 뭔가 획기적인 제품을 생산하고 계시는 건 아닐까 기대했었습니다.”

“회사가 작다 보니 한계가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마치 바라는 바를 충족시켜주지 못해 송구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사장.


그녀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가 다 헛소리.

이미 인풋과 아웃풋이 고정된 공장에 와서 딴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다.


“철강 말고 다른 아이템은 없나요? 우리 쪽에선 거의 모든 아이템을 생산하고 거래하니 말이죠.”


마치 따분하다는 표정으로 그녀가 커피잔을 들었다.

한 모금 삼킨 그녀가 사장을 빤히 바라보았다.


“뭐, 철만 만지던 회사가 다른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렇게 대답한 사장.


“다른 아이템이라면, 차량용 더스터가 있고요.”

“....후우...”


관심없다는 표정을 짓는 그녀.

그런 그녀를 보다보니 내가 점점 짜증이 일기 시작한다.

그래도 끈기있게 그녀의 눈치를 보며 사장이 말을 이었다.


“우리 차 부장이 또 마스크 제조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스크요? 혹시 미용으로 사용하는 마스크 팩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속에서 울화가 치고 올라 더 이상 입을 다물고 있을 수가 없었다.


“아닙니다. 호흡기를 보호하는 마스크 말하는 겁니다.”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어이없는 상대에게 더 이상 공손하게 말할 필요없다.

어차피 거래는 텄다.

잠재력있는 고객과는 거리가 멀다.

시간과 공간 어느 것을 따져봐도 지금 이곳에 와 있을 이유가 없는 그녀.

대화 상대를 마치 심심풀이 땅콩처럼 농락하고 있는 그녀에게 왜 친절하게 대해야 하는가?


정말 어이가 없는 상황이다.


시간이 아깝네.


“아! 호흡기를 보호하는 마스크요?”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그렇습니다. 중국에서 사시사철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불어와서 한국인들의 건강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어서 말이죠.”

“....아.”

“인접국가에 엄청난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건 중국도 인정해야만 할 겁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국가 차원에서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지는군요.”


그렇게 말하는 나를 보고 입가에 빙긋 웃음을 흘린 그녀.

나를 바라보는 사장과 이사의 표정에서 흐르는 당황함을 놓칠 리 없다.


“그럼, 폐가 되지 않는다면 한번 방문해서 봐도 될까요?”

“마스크 공장을요?”

“네. 차 부장님이 직접 운영하신다는 그 마스크 공장을요.”

“글쎄요. 근데, 마스크 쪽은 다루시는 품목이 아니시지 않나요?”

“이제부터 할 수도 있죠.”


여유로운 웃음을 짓는 그녀.


“차 부장. 한번 모시고 가서 보여드려. 큰일도 아닌데.”


이사가 끼어들었다.


“그래. 차 부장. 여기까지 오셨는데 아무 수확도 없이 돌아가시게 하시긴 그렇잖아? 잠깐 시간 내서 보여드리게. 먼걸음 하셨는데...”


저자세로 나오는 사장과 이사를 보면서 불쾌함이 느껴졌지만 참았다.

기회가 있을 때 그녀에게 도대체 왜 우리 회사를 방문한 것인지 묻고 싶은 생각이 컸다.


“그럼. 괜찮으시면 지금 출발할까요?”


내말에 그녀의 입꼬리에 미묘한 웃음이 흘렀다.


“네에. 그러죠.”


그렇게 대답한 그녀가 나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출발하기 전 사장의 요청에 사장실과 공장 앞에서 포즈를 취한 그녀.

카메라 앞에서 여유롭게 웃음짓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의 앞에서와 조명 아래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잘 알고 있는 그녀.


떠나기전 또 다시 일일이 모든 사무실 직원들과 악수를 청했다.


“내 차를 타고 가죠? 불편하게 따로 이동할 필요 없잖아요? 견학 끝나면 다시 회사 앞에 내려드릴게요.”

“알겠습니다.”


그녀를 따라 수행원이 열어주는 리무진의 안으로 올랐다.




* * *



“...오호. 인상적이군요. 생산해서 벌써 저렇게나 많이 창고에 쌓아놓으셨다니...”

“유비무환이니까요.”

“...그래요?”


내 말에 그녀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마치 미래에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그럴 가능성은 항상 있지 않을까요?”

“...흐음...”


낮은 목소리로 목청을 가다듬은 그녀.


“뭐, 인간은 당장 내일 무슨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나약한 존재니까요.”


그렇게 말한 그녀가 몸을 돌렸다.


“덕분에 아주 잘 보았습니다. 꽤 인상깊었어요.”

“...다행이네요.”


다시 그녀와 함께 한참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는 공장에서 밖으로 나왔다.


“오늘 아주 인상깊었습니다. 차진구 부장님.”


차에 올라 나의 맞은편에 앉은 그녀가 느긋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히 진취적이시고 적극적이시네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동자에 한순간 빛이 났다.


“마치 예전부터 저를 아시는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내 말에 그녀가 입꼬리에 희미한 웃음을 흘렸다.


“우리 가문은 대대로 무녀 집안이었답니다. 귀신을 섬겨 길흉을 점치고 질병을 다스리며 재난을 방지하기 위하여 굿을 했었죠. 또, 적의 장수에게 저주도 걸기도 했고요. 뭐, 모두 예전 일이긴 하지만요.”


그녀의 입 밖으로 나오는 뜻밖의 말.

한순간 등골이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유비무환이라 말씀하셨죠? 그런데 어쩌죠? 만약에 차진구 부장님이 예상하신 일이 발생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가요? 저렇게 잔뜩 생산해서 쌓아놓은 재고들로 인해서 도산하게 되지 않겠어요?”

“그럴일은 없을 겁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시죠?”


내 표정을 살피며 그녀가 물었다.


“그건 인류에게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니까요.”

“내년 11월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할 일을 지금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게 말한 그녀가 가늘게 뜬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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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화 라이벌 사의 계략 +3 23.12.09 571 22 13쪽
57 57화 그 남자의 사정 +2 23.12.08 569 21 12쪽
56 56화 더스터 디자인의 비밀 +3 23.12.07 618 24 12쪽
55 55화 해결의 한걸음 +2 23.12.07 613 23 12쪽
54 54화 사건의 파장 +3 23.12.06 658 24 13쪽
53 53화 뜻밖의 제안 +5 23.12.06 649 23 12쪽
» 52화 무녀의 후손 +5 23.12.05 644 24 12쪽
51 51화 낯선 만남 +4 23.12.04 681 26 12쪽
50 50화 악마를 보았다 +3 23.12.03 742 24 12쪽
49 49화 소문 +4 23.12.02 728 26 12쪽
48 48화 몬스터 길들이기 +4 23.12.01 763 23 13쪽
47 47화 타석에 들어서다 +3 23.11.30 784 2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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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화 사장 아들의 등장 +5 23.11.28 808 28 12쪽
44 44화 찾아드는 행운 +3 23.11.27 842 27 13쪽
43 43화 앨리슨 드부아 +5 23.11.26 866 3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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