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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님의 서재입니다.

역대급 무역천재가 사업을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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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10.16 10:21
최근연재일 :
2023.12.18 19:02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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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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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0
글자수 :
417,030

작성
23.11.28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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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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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5화 사장 아들의 등장

DUMMY

인도네시아 [스틸코어 솔루션]사의 수출품 선적 일이 하루 전으로 다가왔다.


출근하자마자 현장으로 직행했다.

규격 별로 생산된 총량을 확인해야 한다.


한 사람이 간신히 통과할 수 있는 공간만 남겨 놓고 사이사이로 산처럼 쌓여있는 코일 더미.

앞줄부터 규격을 체크하며 코일별로 총 중량 확인에 들어갔다.


맨 아래쪽 바닥에 있는 코일의 중량을 확인하려고 쪼그리고 앉았다.

장갑을 낀 손가락으로 비닐 위에 붙어있는 구겨진 규격표를 펴고 있을 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한서는 어디 가고 차 부장님이 직접 확인하고 있어요?”


고개를 돌리는 나의 시야에 윤 반장의 웃는 얼굴이 들어왔다.

양손에 코일 조각을 들고 있는 윤 반장.

색바랜 청작업복은 기름때로 여기저기 시커멓게 변해있다.


“천문학적 시급을 받으시는 분이 지금 여기서 이런 거나 하고 있으면 되겠어요?”

“..프흡! 천문학적 시급은 무슨...”


희멀건 웃음을 흘리는 윤 반장을 보며 터무니없다는 표정으로 피식 웃었다.


“이 기사하고 같이 신한특수강 갔어요. 생산 완료된 수출품 확인하고 실어 온다고.“

”아, 신한요? 거기도 참 웃기는 짜장이야. 정말.“


어이없다는 시니컬한 말투로 윤 반장이 말을 잇는다.


”지들이 뭔 대단한 업체라고. 우리나 거기나 도토리 키재기면서... 주문까지 보내줬으면 고맙다고 실어다 줄 것이지. 거기도 배송 기사 있잖아요. 누구더라? 박용만인가?“

”오늘 감기몸살로 출근 안 했다더라고요.“

”감기몸살은 개뿔! 전화 서너 통 돌리면 지금 어디 배송하고 있는지 위치추적까지 다 돼서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에휴. 사장이 거기 물건 안 주려는 이유가 다 있는 거지.“


몸을 돌리던 그가 다시 슬며시 내게 고개를 돌렸다.


”안철구 들온다면서요? 다음 주랬나?“

”예에. 다음 주 화요일 입국한다고 그러던데... 윤 반장님, 그러고 보면 모르는 게 없으시네? 완전 소식통이셔?“

”내가 또, 응? 회사 돌아가는 내막은 다 알죠. 아이고! 사장, 사모도 이제 고생 길 훤하게 열렸네.“


그렇다.

드디어 안철구가 귀국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장 아들.

개 같은 인성으로 주변 사람들이 모두 슬슬 피한다는 인물.

만나 보기도 전에 선입견이 주렁주렁 열렸는데 실제는 어떨지.


외모로만 보면 잘생긴 귀공자처럼 생겼더만.

거기에다 또 인간성마저 완벽하면 불공평해지는 것이라 신이 허락을 안 한 건가?


여튼, 곧 뚜껑이 열리니 내용물을 확인해 볼 수 있겠다.



그러고 보니,

오슈 익스프레스 채은정 대리에게 전화 한번 해봐야겠네.

2월이 지나기 전에 먼저 곽 이사가 부탁한 여행사 법인 설립부터 사업자 등록까지 완료한다고 했는데.



전체 코일 양을 확인하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사무실로 돌아와 기록지를 구한서의 자리 위에 올려놓았다.


이제 모든 무역서류는 한서가 담당한다.

뭐, 이번은 내가 하려고 해도 신한특수강에서 생산 완료된 정확한 양을 알아야 작성이 가능한 일.


자리에 돌아와 한숨을 돌리는데 전화가 울린다.

오슈 익스프레스의 채은정 대리.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차 부장님. 오슈 익스프레스의 채은정입니다. 많이 기다리셨죠?“


오랫동안 여행사에서 고객을 상대하다 보면 이렇게 말투가 굳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치 정형화된 녹음 음성을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올인재팬투어 여행사 사업자 등록까지 모두 마쳤다는 걸 알려드리려고 전화드렸습니다.“

”그래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올인재팬투어 여행사.

사실 내가 만든 이름이다.


노재팬 운동이 몰려들 때, 절대 피할 수 없는 이름.

이름만으로도 모든 노재팬 운동의 영향력을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받게 될 것이다.


”궁금해하셨던 몇가지 부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예. 말씀해주세요.“

”임원은 총 6명입니다. 성함을 말씀드리면, 어창목, 어창국, 곽주형, 문가희, 오애란, 민철중 으로 되어있고요. 발기인 대표는 어창목으로 되어있습니다.“


알고 있는 인간들 모두 그 안에 들어있다.

문가희란 사람은 추측건대 어창목의 와이프겠지.

마지막으로 민철중이 들어있는 것을 보면 그래도 그들이 꼭 붙잡고 끝까지 같이 갈 똘마니는 확실하다.


”예금잔고는 증명서를 보니 2억 2천 8백으로 나와 있네요.“

”본점 소재지는 어디입니까?“

”종로구 혜화동입니다. 혜화파출소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어요.“

”위치는 나쁘진 않네요?“

”나쁘긴요. 상당히 좋은 편이죠. 대로변에 위치해 있고요. 평수도 45평으로 좁지 않습니다.“


그렇게 클 필요가 있을까 할 정도의 크기.

본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청주 시내에도 상권이 가장 좋다는 곳에 지점을 하나 오픈할 계획.

뭐, 그 동네 토박이들이니 그쪽에서 지인들이 여행할 고객들을 연결해 줄 수 있을 터.


”서울 본점에는 누가 점장을 맡는다고 하던가요?“

”어창목씨요. 본점에는 민철중씨도 함께 상주하고 다른 분들은 모두 청주 쪽에 있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근무할 직원들은 모두 채용한 건가요?“

”예, 당장은 1년여 경력직 사원 세 명 뽑았고요. 저희 쪽에서 저와 베테랑 한 사람이 당분간 파견근무 할 예정입니다.“

”흐음...“


순풍에 돛달고 순탄하게 출항하는 듯 보여야 한다.


보물섬을 찾아 떠나는 6인의 범죄자들이 떠오른다.


쇠로 된 후크 손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리고 있는 애꾸눈 선장 곽 이사.

그 뒤로 게걸스러운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는 어창목과 어창국.

떡대 민철중이 사납게 공중에 손을 휘둘러 날아가던 갈매기를 낚아챈다.

입으로 가져가 한입 물어뜯자 입 주위부터 턱 아래로 흘러내리는 시뻘건 피.


한순간 저 깊은 물 속에서 크라켄이 모습을 보일 터.

달콤한 꿈에 젖어 있는 놈들이 기습당해 혼비백산하겠지.

구멍 난 배에 갇혀 모두 물속에 가라앉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내가 3년을 살아남는데 위험 요소가 될 것처럼 느껴지는 인간들은 그렇게 내 눈앞에서 제거한다.


완전히 절개해 없애버리려면,

나와 거리를 두게 하고 앞으로도 1년 좀 넘도록 꿈에 부풀어 있게 만들어야 할 텐데.


”오픈빨이 좀 먹혀야 할 텐데요?“

”벌써 큼직한 그룹 투어 몇 개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래요?“

”예, 사무실 오픈이 다음 달 5일이거든요. 오픈 일에 세 개 정도 띄울 예정입니다.“

”알겠습니다.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정도면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오슈 익스프레스를 통해 들어오는 인바운드 투어 그룹도 꽤 된다고 하니 처음 궤도에 오를 때까지 몰아주기를 하면 상당한 흑자로 시작할 듯.


우선은 조금씩 성공했다는 만족감에 취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올인하게 한 후, 바닥을 뚫고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는 것은 그다음일.



사무실 문이 열리고 구한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녀왔습니다.“

”수고했어. 책상 위에 생산된 수출 목록 올려놨다.“

”알겠습니다. 부장님.“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녀석도 잘 알고 있다.

부지런히 겉옷을 벗어 한쪽 벽에 세워져 있는 옷걸이에 걸어놓은 녀석.

자리로 걸어가 앉아 수출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 * *




사장 아들의 첫 등장은 예상외로 조용했다.


3월 둘째 주 목요일.


곽 이사의 호출에 그의 사무실에서 대화하는 중이었다.


물론 그가 나를 부른 것은 더스터 판매와 관련된 것은 절대 아니었다.

여행사의 초반 실적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을 터.


여행사 쪽에서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고 있는 것을 나도 뻔히 알고 있다.

하지만 포커페이스만은 철저하게 유지하고 있는 곽 이사.


”처음엔 어느 정도 힘들 것으로 각오하고 있었는데, 의외의 결과를 얻었다는 연락을 받았어.“


태블릿의 화면을 들여다보며 그가 마치 혼잣말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아웃바운드를 7팀이나 보냈다네? 벌써 인바운드쪽도 홋카이도 삿포로시에서 두 팀이 계약했다고 하고 말야.“

”그렇습니까? 아직 영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지도 않았을 텐데. 지인분께서 상당한 실적을 내셨습니다.“

”뭐, 아직 큰돈이야 안 되지만 이렇게 하면 유지는 가능할 것 같다고 그러더구만.“


큰돈이야 안 되지만 유지는 가능하단다.

영업이익이 어떻게 되는지 모든 세부 내용이 모두 내 손안에 있는데...


자잘한 여행상품과 항공 티켓 판매한 것은 차치하고.

그룹 여행 7팀 중 5팀이 그래도 중소기업 사장 부부들의 커플과 가족 여행이다.

해상 크루즈로 일본 전역을 한 바퀴 돌며 흥청망청 노는 코스로 잡아놨는데.

여행사 쪽에 커미션이 많이 들어오는 코스를 주력으로 한 상품을 개발해서 보내줬는데, 저렇게 말을 한다.


이익을 봤다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겠지.

그러면 그 이익의 지분 중 내 덕이라는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도 들어갈 테니.


뭐, 그런 불필요한 인사치레 받으려고 하는 일도 아니고,

그렇게 내 시야 안에서 머무르면, 내가 그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쉬우니 그것으로 된 것.


”전에도 말했지만, 회사 사람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한테도 내가 지인한테 여행사 소개해줬다는 말은 삼가해 주길 바라네. 공연한 오해는 받고 싶지 않으니 말야.“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철구가 회사에 잠시 들를 걸로 알고 있는데, 그놈도 여행사를 할 계획이라면서? 뭐, 그래봤자. 그 성격에 오래가지도 않겠지만.“

”예. 뭐, 당장은 한번 해보기로 한 모양입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곽 이사.


”그래. 이제 말 좀 꺼내 보지?“

”...예에?“


그의 입에서 나오는 뜻밖의 말에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나한테 그래도 뭔가 바라는 게 있으니까 그런 도움이라도 준 것 아냐?“

”전혀 아닙니다. 이사님.“


그를 보며 손사래를 쳤다.


”그냥 경원실업 일도 이사님께서 간단히 해결해 주셨고, 또 이사님께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제가 이사님을 좀 더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가늘게 뜬 눈으로 나의 안색을 살피는 곽 이사.


”제가 목요일만 출근하다 보니 자주 뵐 시간이 부족해서 이렇게나마 뵙고 말씀 듣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일 뿐 아니라 다른 일에도 부족하지만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차 실장이 그렇게 말한다면... 뭐, 알겠네.“


한쪽 입꼬리를 슬며시 올린 곽 이사. 하지만 여전히 눈동자에 의심의 빛이 번져있다.


”나중에 또 보고 대화해보도록 하지. 돌아가서 일 보도록 해.“

”알겠습니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던 다이어리를 집어들었다.

몸을 일으켜 막 문 쪽으로 향하던 때였다.


- 똑똑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순간 어떤 대답도 듣기 전에 문이 ‘벌컥’ 열렸다.


”삼촌?“


열린 문 사이로 얼굴을 내민 사내.

짙은 눈썹에 큼지막하고 시원스럽게 빛나는 눈동자.

똑바로 선 콧날에 적당히 도톰한 입술.

마치 방금 헤어샵에서 나온 것 같이 패셔너블한 헤어스타일까지.


큰 키에 탄탄한 몸매를 잘 드러내도록 재단된 럭셔리한 자켓을 걸친 젊은 남자.

마치 젊은 영화배우가 찍은 화보의 모습 그대로다.


사장 아들 안철구가 드디어 모습을 나타냈다.


”손님이 있었네? 나중에 다시 와?“


내 등 뒤에 서 있는 곽 이사를 바라보던 안철구.


뭔가 띠껍다는 눈빛으로 나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훑어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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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5화 해결의 한걸음 +2 23.12.07 614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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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3화 뜻밖의 제안 +5 23.12.06 649 23 12쪽
52 52화 무녀의 후손 +5 23.12.05 644 24 12쪽
51 51화 낯선 만남 +4 23.12.04 681 2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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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화 찾아드는 행운 +3 23.11.27 842 2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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