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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님의 서재입니다.

역대급 무역천재가 사업을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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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10.16 10:21
최근연재일 :
2023.12.18 19:02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74,308
추천수 :
2,170
글자수 :
417,030

작성
23.12.06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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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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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3화 뜻밖의 제안

DUMMY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눈앞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눈빛.

짙고 깊은 눈동자 속에 이채가 흐르고 있다.

마치 내 마음을 읽고 있기라도 하다는 듯한 여유로움.


미래에 벌어질 일을 알고 있다니.

미국의 앨리슨 드부아에게 미리 조금씩 밑밥을 깔아달라 부탁은 해 놓았다.

내년 말에 전 세계적으로 인류에게 엄청난 재앙이 벌어질 것이라 말해달라고.


인간은 나약한 동물.

미래에 발생할 일을 정확하게 맞추는 존재가 경고하는 것에는 준비하는 사람의 수가 많아질 터.


하지만 그래도 중국의 우한이라고 말한 적은 없었는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시침을 뚝 떼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나와 같이 미래에서 돌아온 자(者)이건, 정말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인간이건.

그래봤자, 인간에 불과한 존재.


“...아!”


그녀가 한쪽 눈썹 끝을 올리고 희미한 웃음을 흘렸다.


“우리 가문 대대로 무녀 집안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벌써 우리 조모(祖母)께서 예언하신 겁니다. 2019년 11월에 우한에서 재앙이 벌어져 수많은 인민이 사망할 것이라고 말이죠.”

“......”

“그래서 내가 올 초에 한국으로 온 거예요. 재앙이 전 세계를 휩쓰는 동안 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가 이곳 대한민국이 될 거라 말씀하셨기 때문이에요. 살고 싶어서 도망쳐 온 거죠.”

“......”

“알아요. 사람의 목숨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거. 그래서 이곳으로 도망쳐 와봤자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어요. 어차피 죽을 사람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죽게 되는 것이 신의 섭리죠. 그것을 피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면,

이 여자는 그 재앙이 무엇인지 정확한 재앙은 모른다는 의미.


“그래서 혹시나 해서 제게 물어보신 겁니까?”

“맞아요. 그렇습니다.”


빙긋 웃은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미신이라고 하신다고 해도 어쩔 수 없지만 비즈니스를 하기 전에 여전히 점을 보죠. 명동에있는 건물도 이것저것 다 따져보고 입주한 거예요.”


그렇게 말한 그녀가 내 안색을 살폈다.


“한국의 기업에서도 많이 따져보지 않습니까? 풍수지리설이라고 하죠?”

“...아! 예에.”

“좋은 곳을 골라 건물 전체를 쓰고 있어요. 맨 윗층은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사당으로 만들었고요.”

“...예에. 그런데... 이런 말씀을 어째서 저에게 하시는 것인지...”


이런 이야기를 나에게 늘어놓는 그녀의 저의가 궁금했다.

혹시 그녀가 그러한 걸 바탕으로 해서 내가 미래에서 왔다는 게 점괘라도 나왔다는 것인가?


“아!”


입가에 웃음을 흘리는 그녀.


“오케이. 솔직하게 말하죠. 왜, 인천특수철강에 방문했는지요.”


표정을 바꾼 그녀가 슬며시 다리를 꼬고 앉았다.


“싱가포르의 월드커넥트 사의 사장님과 친분이 있지요?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스틸코어 솔루션이라는 철강회사도...”

“......”

“그 두 회사가 우리 셴화그룹의 고객이에요. 유럽으로 수출품을 운송하는 경우에 월드커넥트사의 선박을 이용해왔죠. 또 대련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하는 코일을 스틸코어에 수출해왔고요. 그런데 올 1분기에 주문이 들어와야 할 곳에서 거래처를 바꿨다는 소식이 상하이 본사로 왔다더군요.”

“.....”

“한국에 있는 중소기업으로 거래처가 변경되었다고 확인해달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본사로부터...”


우리가 그녀 회사의 고객을 빼앗았던 건가.

그래서 자신들의 고객의 새 거래처를 확인차 방문한 거란 말인가?


“얼마나 대단한 회사인지. 그리고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우리 회사 거래처가 우리에게 등을 돌리게 만든 것인지 궁금해지더군요. 그래서 슬쩍 신에게 제를 지내고 점을 봤죠.”

“......”

“이런 말씀 드리기는 죄송하지만, 부모복과 재물복이 없고 절대로 성공할 운수를 타고나지 않으셨더군요. 게다가, 성격도 소심하고 열정도 없는 데다 사교성도 없어 외롭게 인생을 살 것이라는 점괘가 나왔습니다.”


갈수록 점입가경.

만일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대놓고 말을 꺼낸다고?

상대에게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는 법인데.

마치 점집에 온 손님에게 점괘의 결과를 말해주듯 줄줄이 읊고 있다.


이건 중국인의 종특인가?

아니면 거대기업의 총수들이 평범한 인간을 대하는 일상적인 방식인가?


“하지만, 더욱 이상한 건....”


내 표정은 무시하고 그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이승을 떠난 사자(死者)라는 점괘가 나왔습니다.”

“누가요? 제가요?”

“예. 차진구 부장님 말씀입니다.”


이미 온몸에 소름이 돋고 식은땀이 배어 나오고 있던 상황.

더 이상 놀랄만한 여지도 남아있지 않다.


“무당 대신 사업을 하신 것이 신의 한수였군요.”


내 말에 그녀가 빙긋 웃었다.


“뭐, 100퍼 맞는 것 같은 건 이 세상에 없지 않나요? 차진구 부장님의 마스크 사업도 마찬가지고요.”

“인간이 하는 일이니까요.”


틀림없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현명하지 않은 듯 했다.

어서 이 여성을 빨리 돌려보내고 싶은 생각만 간절했기 때문이다.

상당히 기분 나쁜 존재.


조상이 무녀라느니, 적군의 장수에게 저주를 걸었다느니.

차진구란 녀석에 대해 족집게처럼 맞추는 것도 그녀가 상당히 불편한 존재로 느껴지게 했다.


“혹시, 인도네시아 업체 건 때문에 오신 거라면 양보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불편한 주제를 바꾸느라 그녀에게 그렇게 말을 꺼냈다.

앞으로도 회사의 발전에 커다란 힘이 될 거래처.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놓칠 수는 없는 것이 현실.


그런 내 말에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피식 웃음을 흘리는 그녀.


“노우. 아니에요. 스틸코어 솔루션의 새 거래업체가 어딘지 궁금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습니다. 우린 당장 미국이 진행하고 있는 관세율에 온 촉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라서요.”

“아, 예. 대충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가고 있다는 건 뉴스로 봤습니다.”


내 말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가 다시 내 눈을 응시했다.


“뭐, 다른 하실 말씀이라도...”


불편한 마음에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정말 지금 하시는 마스크 사업이 내년 말에 일어날 재앙과 전혀 상관이 없는 건가요?”


마치 내 마음속이라도 들여다보려는 듯 내 눈동자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그녀.


“그건 오히려 제가 궁금한데요?”


그녀를 바라보며 내가 입을 열었다.


“왜, 제가 생산하는 마스크와 대표님이 예상하시는 일이 관련이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전 대표님이 하신 말씀을 전혀 믿지 않는데요.”


내 말에 그녀가 미간을 좁혔다.


“저에 대해서 말씀하신 모든 것이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전 샤이하지도 소심하지도 않습니다. 제 꿈이 바로 전 세계 곳곳에 가보는 겁니다. 가서 내가 수출한 물품을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을 확인해보는 거죠. 인종과 문화가 다른 지구 반대편, 또는 오지에서도 나의 손길이 닿아있다는 걸 느껴보고 싶기도 하고요.”

“......”

“그리고 난 대표님의 점괘에 나온 것처럼 죽지도 않았습니다. 결코 죽을 생각도 없고요. 앞으로도 오랫동안 멋지게 살 겁니다. 나에게 주어진 모든 자유와 행복,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할 때까지요.”

“...알겠습니다.”


오바해서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패기를 보이려고 하는 나를 본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스크 사업과 우한과의 관련성을 그녀에게 알릴 필요 없다.


그녀는 우한에서 발생할 재앙을 해결할 열쇠를 쥐고 있는 존재는 아니다.

내가 그녀에게 알고 있는 것을 솔직하게 말한다고 해도.

그리고 그녀가 내 말을 100퍼센트 완벽하게 믿어준다 해도.

그 재앙은 피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그녀의 개입이 약간의 시간과 공간이 바뀔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내가 알고 있는 사실과 달라져 또다른 어떤 재앙을 일으킬지도 모르는 것.


차라리, 벌어지는 일 그대로 내버려두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따라가는 것이 정답이라는 생각이다.


“상하이에 마스크 공장 세우세요.”

“....네에?”


뜻밖의 그녀의 말에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까 보니까 그냥 마스크는 아닌 거 같던데. 앞에 무슨 허가번호 같은 거 있지 않았나요?”


그녀가 완제품의 표면에 찍혀있는 KF94 마크를 본 것.


“세균을 94퍼센트까지 걸러낼 수 있다는 인증마크입니다.”

“그 제품 사고 싶습니다.”

“......”

“왜요? 저희한테 안 팔 건가요?”

“...아, 그게 좀 더 재고를 확보한 후에...”

“그래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차진구 부장님.”


진지한 눈빛과 심각한 표정을 한 그녀.


“우리 자체적으로 마스크 제조하는 공장을 세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차 부장님에게 맡겨야 한다는 판단이 들어서요.”

“......”

“돈 때문만은 아니지요? 지금 마스크를 미리 생산해서 그렇게 적재해 놓고 있는 목적 말씀입니다.”

“......”

“아까 말씀하셨잖아요? 차진구 부장님이 수출한 물품을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고 싶으시다고...”

“예. 그렇게 말씀드리긴 했습니다만...”

“제 주변엔 그런 사람들이 없어요.”

“......”


그녀의 눈빛이 진지하게 바뀌었다.


“어떻게 해서든 돈만 벌면 된다고 생각하지요. 사기를 쳐서라도. 지금 나와 비즈니스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상대를 속이더라도 나만 돈 벌면 된다는...”

“......”

“싱가포르 월드커넥트 안주인인 지나 위에게서 투자를 받으셨죠?”


똥그래진 나의 눈을 보면서 그녀가 입꼬리에 웃음을 흘렸다.


“뭘, 그런 걸 가지고. 비밀 내용도 아니고, 이미 주변에 알 사람들은 다 알고 있어요.”

“..아. 그렇습니까.”


월드커넥트사와 오랫동안 거래를 해온 사이였다니 서로 교류가 있었을 터.


“마스크 공장을 세우는 것은 우리가 하겠습니다. 하지만, 품질과 관리는 차진구 부장님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왜, 하필 저에게. 마스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시는 분들도 한국에 많이 계십니다.”

“당연히, 그렇기야 하겠죠.”


빙긋 웃음을 흘린 그녀.


“비즈니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나는 그분들을 몰라서 말이죠.”


그렇게 말한 그녀가 나를 다시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 거라면 저도 이제 처음 뵙는 것인데 저를 어떻게 믿으시고...”

“중국에서 생산하는 건데, 저희 눈을 속이고 마스크를 빼돌리실 수 있나요?”

“......”

“저희 모르게 공금을 횡령하실 수도 없을 겁니다.”


대답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그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인류를 위해서 하시는 일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인류 안에 우리 중국인들도 있는 거겠죠?”

“...물론입니다.”


내 대답을 들은 그녀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생각 좀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뜻밖의 말이라서요.”

“알겠습니다. 시간은 충분히 드리도록 하죠.”


그제야 밝아진 표정으로 그녀가 나를 보고 입가에 환한 웃음을 흘렸다.


그녀에게서 언뜻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미 차는 회사 정문 앞에 멈춰 서 있던 상황.


대화를 끊지 않기 위해서 그대로 아무 말도 없이 멈추고 있었던 모양.


“그럼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차에서 내려 그녀를 향해 목례를 했다.


“자주 연락드리고 또 뵙겠습니다. 차 부장님.”


그렇게 말한 그녀의 모습이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예상치 못했던 뜻밖의 일이 계속되었던 하루.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휴우...”


낮은 한숨을 내쉬고 천천히 사무실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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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화 더스터 디자인의 비밀 +3 23.12.07 627 24 12쪽
55 55화 해결의 한걸음 +2 23.12.07 623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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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화 뜻밖의 제안 +5 23.12.06 658 23 12쪽
52 52화 무녀의 후손 +5 23.12.05 651 24 12쪽
51 51화 낯선 만남 +4 23.12.04 696 2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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