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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님의 서재입니다.

역대급 무역천재가 사업을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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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10.16 10:21
최근연재일 :
2023.12.18 19:02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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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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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0
글자수 :
41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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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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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5화 의외의 접촉

DUMMY

수출품을 생산 중인 거래처에서 미팅을 끝낸 후 회사로 돌아왔다.


원래는 거래처 세 곳을 들러 품질관리 쪽 사람들을 만나 보려 했었다.

그 세 곳 모두 인천의 남동 공단 이외의 업체들.

그렇다 보니 한 바퀴 돌게 된다면 시간이 좀 걸릴 듯했다.


그래서 넉넉하게 하루를 모두 길 위에서 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갑작스레 손님이 방문하기로 되어있다나?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회사로 돌아왔다.

시계가 가리키는 것은 오후 두 시.


“다녀오셨어요?”


사무실에 들어서자 수출서류 작업으로 바쁜 구한서가 흘끗 고개를 돌리고 인사를 한다.

많이 바쁘긴 한 듯, 책상 위에 쌓여있는 서류들.

고개를 까딱거리며 한창 서류와 컴퓨터 모니터를 비교 중이다.


“차 부장님, 사장실에 손님 와 계시던데요?”


경리부 강 부장이 나를 보고 입을 열었다.


“예. 알고 있습니다. 진일홀딩스에서 오신 분이죠?”

“아! 벌써 아시고 계시네요?”


내 대답에 멋쩍은 듯 웃음을 흘리는 강 부장.

뭐, 사장이 거기서 온 담당자를 만나 보라는 얘기 때문에 돌아온 것이니 당연히 알 수밖에.


그래도 그렇게 큰 철강 업체에서 직접 방문하러 왔다니.

이제 우리 회사도 무시 못 할 만큼 커진 건가?


“진일홀딩스는 어디예요?”


커피를 홀짝거리던 한지은.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꽤 큰 철강 업체 있어. 국내에서 10위권 정도에 걸려 있을걸?”

“...헐! 그렇게 큰 회사에서 왔다고요?”


바쁘다면서도 내 말에 고개를 돌린 구한서.

똥그래진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럴 만도 하지.

철강 업체라고 하지만 우리 회사는 아직까지 구멍가게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 곳을 그만한 업체에서 찾아왔으니 놀랄 만도 하지.


손을 뻗어서 내 자리에 있는 수화기를 들고 사장실 내선을 눌렀다.


“회사 도착했습니다.”

“응, 그럼 올라와.”

“예. 알겠습니다.”


다이어리를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

계단을 천천히 오르기 시작한다.


이미 왜 왔는지는 추측은 할 수 있다.

한창 내수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

수출로 돌파를 해야 할 시기이니 만만한 수출업체를 찾고자 하는 거다.


- 똑똑.


“들어와.”


문을 열고 사장실 안으로 발을 옮겼다.

소파에 앉아있던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

몸을 일으키면서 나를 바라보는 그의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이분은 진일홀딩스 오장석 이사님이시다. 이 친구가 바로 차진구 부장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사장의 말에 고개를 숙여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곧바로 준비하고 있던 명함을 내밀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장석이라고 합니다.”


금테 안경을 쓴 그에게서 명함을 받았다.


“앉으시죠.”

“예.”


소파에 앉아 탁자 위에 그의 명함을 가지런히 놓았다.


깊이 있고 차분한 눈동자 속.

날카롭고 예리한 눈빛.


입가에 미소를 보이고 있지만 그의 두 눈은 나를 주시하고 있다.

어느 정도 되는 놈인지 겉모습부터 견적을 내고 있는 중일 터.


“수출 오더를 상당히 많이 받으셨다고요? 능력이 대단하십니다.”

“감사합니다.”


대답하는 내게 그가 진일홀딩스의 소개 책자를 내밀었다.


“뭐, 인터넷으로도 보실 수 있겠지만, 제가 있는 곳이 이런 회사입니다.”


벌써 겉표지부터 남다른 스케일.

시뻘건 대형 용광로 속에서 액체가 되어 끓고 있는 철의 모습.

제철소 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그런 광경이다.


“우리랑은 스케일 자체가 다르지...”


부럽다는 표정으로 입가에 웃음을 흘리고 있는 사장.


당연히 대단한 업체임에 틀림없다.

철을 다루고 싶은 사람이라면 궁극적으로 몸을 담고 싶을 만한 곳.


“이번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게 갈바륨 강판입니다. 아연도금강판 아시죠?”


그렇게 물으며 그가 나의 안색을 살핀다.

뭐, 그럴 만도 하다.

우리 회사에서는 다루지 않는 제품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미, 베트남에 있는 수입업체로 수출도 몇 번 하고 있는 중.

수출량은 많지 않긴 하지만 말이다.


“예. 해외 업체 한 곳으로 수출하는 제품이라서 조금 알고 있습니다.”

“사장님한테 들었습니다. 축사 지붕용 제품이라고요.”


그가 빙긋 웃음을 지었다.


“저희는 조금 더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지붕 뿐 아니라, 차고, 칸막이, 벽체, 조립식 주택, 그리고 파이프까지...”

“......”

“그리고 무늬 강판도 전략적으로 다루고 있고요. 표면이 오돌토돌하도록 다양한 무늬를 넣은 강판 보신 적 많이 있으실 겁니다. 계단이나 디딤판에서 미끄럼 방지로 많이 사용하지요.”

“아, 예. 주변에서 많이 보고 있습니다. 정말 분야가 광범위하시군요.”


내 말에 그의 입꼬리에 웃음이 걸렸다.


“뭐,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렇습니다.”


이렇게 잔뜩 자랑을 늘어놓는 목적이 있을 터.

본론으로 들어갈 때가 된 듯 한데.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과연 무엇일까?


“이번에 동남아 쪽에 시장을 개척하려고 하는데... 그쪽에는 저희가 후발주자라서 한국에 다른 철강 업체들이 이미 많이 점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예상했던 것이 그의 입을 통해 나오기 시작한다.

수출할 업체를 찾아 달라는 말.

내수의 부진을 수출로 타개하려 하는데 도와달라라는 걸 고급스럽게 돌려 하는 중이다.


“시장개척에 도움을 주신다면 저희가 그에 따른 커미션을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예....”


그런데 사실, 이런 말을 나에게 직접 대 놓고 할 필요가 있을까?

사장과 결판을 짓게 되면 나는 지시받고 이행만 하면 되는 일 인데.

굳이 내 얼굴을 보고 가겠다고 기다리고 앉아 그 일을 나에게 구구절절 설명하다니.


슬쩍 사장을 돌아보니 그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 피어있다.

뭐, 겸사겸사 온 김에 담당자를 보고 가겠다고 한 것일지도.


“최대한 노력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하고 슬며시 사장실을 빠져나왔다.


사장이 없는 상태에서 나에게 그런 비즈니스를 제시한다면 최대한대로 내가 어필을 하겠지만, 이미 사장도 동석을 한 상황.

내가 미주알고주알 말을 늘어놓을 필요도 그런 상황도 아니다.

슬며시 벗어나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전체를 돌아보면 되는 일.



자리에 돌아와 앉으니 구한서가 쪼르르 달려온다.


“부장님, 거기서 무슨 일로 왔대요?”

“거래할만한 게 있나 하고 온 거지 뭐.”


시큰둥하게 말하는 나에게서 고개를 돌린 녀석.

책상 위에 놓인 진일홀딩스의 소개 책자를 보고 눈이 똥그래졌다.


“어! 이거 가져가서 봐도 돼요?”

“그러던지...”

“감사합니닷!”


슬며시 책자를 집어 든 녀석, 다시 부지런히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녀석이 봐도 대단해 보이긴 하겠지.

그런 회사와 관계를 맺고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뽀대가 좀 살려나?


거래업체들을 돌고 난 결과를 정리하려고 가방 속에서 파일철을 꺼낼 때였다.


-♩♪♬♪~ ♬♪♩♬~


울리는 휴대폰의 액정에 시선을 두었다.

액정창에 떠 있는 이름.


안철구다.


또 무슨 일로 전화를 한 건지.

휴대폰을 귀에 갖다 댔다.


“여보세요.”

“차 실장. 엄마한테 얘기 들었지? 곽 이사 짤렸다.”

“그래. 확인했다. 그거 말해주려고 전화한 거냐?”

“아니, 다른 거 하나 알려주려고.”

“뭐?”

“민철중이 나왔다.”


녀석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들려왔다.

예상보다 일찍 나왔네?

피해자하고 합의를 잘 본 듯싶다.


“그래? 근데 어떻게 민철중이를 알고 있어?”

“누군지 잘 몰랐지. 그런데 지난 주말에 인천집에 들렀었는데 그때 곽 이사하고 어떤 떡대 하나 찾아왔던데? 뭐 왔다가 금방 쫓겨나긴 했지만, 그 떡대 보통 아닌 거 같던데?”


복직해달라고 사모 만나러 왔었나 보군.

하긴 순순히 물러나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사촌 동생이라서 법적 절차는 밟지 않기로 한 건가?


“우리 안철구씨 몸 좀 사려야겠네. 이사가 너 벼르고 있을 수도 있는데.”

“걱정도 팔자다. 내가 아직까지 주먹으로 살아온 놈이야.”


녀석이 피식 웃는 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그럼 다행이고.”

“그런 차 실장님이나 몸 사리고 보디가드 좀 사지? 돈 쌓아놨다가 어디 쓸 거야?”

“내가? 왜?”

“얘기 들어보니까 예전부터 그놈들하고 트러블이 좀 있었던데? 지들끼리 이런 말 저런 말 하다가 대충 얘기 뚜드려 맞춰서 차 실장까지 그놈들 레이다에 걸려들 수도 있지 않겠어?”

“......”

“내가 그런 애들 좀 아는데, 걔네들은 지들이 안 될 것 같은 놈들은 아예 제외시켜 버려. 그리고 개중에 제일 만만한 걸 타겟으로 삼지.”


녀석의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닌 듯 하다.


“알았어. 조심할게. 그리고 웬일로 내 걱정까지 해준대? 고마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네.”

“하루미 한국에 데려오고 내가 회사에 입성할 때까지는 몸 성하게 살아줘야지. 안 그러면 내가 좀 곤란해지잖아. 안 그래?”


뺀질거리는 녀석의 목소리가 웃음소리와 함께 귓가에 들려왔다.


“여튼, 조심해. 내 말 가볍게 넘기지 마라.”

“오케이. 알았어.”


통화를 끝내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민철중이 나왔는데 여행사 채은정 대리에게 연락이 오지 않은 것은.

아직 놈이 여행사에 출근하지 않는다는 말.


뭐, 폭행 사건에 대한 소문이 그 주변에 이미 파다하게 났을 텐데.

어창목이 입장에서도 여행사에 놈을 당분간 들이지는 않을 터.


별일이야 없겠지만 정말 몸을 사리긴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긴 한다.



* * *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오후 근무가 시작될 때였다.


마당 중간에 네트를 걸고 족구를 하던 현장 직원들은 모두 제자리로 돌아갔다.

물론 사무실 직원들도 커피 한잔으로 식곤증을 이겨내며 버티고 있던 봄날의 오후.


책상 위에 올려놓았던 휴대폰에 문자가 왔다는 신호가 들려왔다.


바쁜 와중에는 문자 정도는 그 즉시 확인하는 성격은 아니다.

하지만 커피로 피곤함을 이기고 있던 때.

손을 뻗어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손가락 끝으로 화면을 톡톡 누르던 나의 눈에 들어온 문자 메시지.


[안녕하십니까?]

[진일홀딩스 인사관리과 우창진 과장입니다.]


지난주 금요일 회사에 방문했던 진일홀딩스 오장석 이사가 떠올랐다.

그랬던 회사의 인사관리과에서 나에게 무슨 일이지?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진일홀딩스에서 귀한 인재를 구하고 있던 바.]

[저희와 미래를 함께하도록 차진구씨를 모시고자 합니다.]

[잠시 통화를 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을 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자세한 내용을 말씀드릴 기회를 주신다면 영광이겠습니다.]


그렇게 오글거리는 표현을 읽어가면서.

이게 도대체 뭐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지난주에 회사까지 찾아와서 나를 만나고 갔던 것은,

그때 그가 했던 말 대로 수출을 촉진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우리 회사를 찾아온 것이 아니었나?


설마 나를 스카웃 하겠다고 온 거였어?

다시 한번 화면에 적혀있는 내용에 시선을 두었다.


틀림없는 스카웃 제의 문자다.


뭐, 나를 높이 평가하고 그 결과로 나를 모셔가겠다고 한다는 말이 기분 나쁠 리는 없다.

나름 우리나라에서 이름이 있다는 철강 업체에서 보낸 스카웃 제의.


그쪽에서 어떤 말을 내게 할 것인지 궁금해져서 슬그머니 휴대폰을 들고 사무실 밖으로 발을 옮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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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7화 발없는 소문 +2 23.12.18 334 17 12쪽
66 66화 다가오는 변화 +2 23.12.16 395 18 12쪽
» 65화 의외의 접촉 +2 23.12.16 390 19 12쪽
64 64화 우연인 듯 필연인 듯 +3 23.12.15 431 17 12쪽
63 63화 모든것은 계약대로 +2 23.12.15 427 19 13쪽
62 62화 설치된 시한폭탄 +3 23.12.14 431 20 14쪽
61 61화 줄다리기 +4 23.12.13 458 18 12쪽
60 60화 그림자속으로 +3 23.12.12 488 20 12쪽
59 59화 침묵의 맹세 +4 23.12.11 541 24 13쪽
58 58화 라이벌 사의 계략 +3 23.12.09 570 22 13쪽
57 57화 그 남자의 사정 +2 23.12.08 569 21 12쪽
56 56화 더스터 디자인의 비밀 +3 23.12.07 618 24 12쪽
55 55화 해결의 한걸음 +2 23.12.07 613 23 12쪽
54 54화 사건의 파장 +3 23.12.06 658 24 13쪽
53 53화 뜻밖의 제안 +5 23.12.06 649 23 12쪽
52 52화 무녀의 후손 +5 23.12.05 643 24 12쪽
51 51화 낯선 만남 +4 23.12.04 680 26 12쪽
50 50화 악마를 보았다 +3 23.12.03 742 24 12쪽
49 49화 소문 +4 23.12.02 728 26 12쪽
48 48화 몬스터 길들이기 +4 23.12.01 763 23 13쪽
47 47화 타석에 들어서다 +3 23.11.30 784 26 12쪽
46 46화 첫 번째 대화 +1 23.11.29 769 30 14쪽
45 45화 사장 아들의 등장 +5 23.11.28 808 28 12쪽
44 44화 찾아드는 행운 +3 23.11.27 842 27 13쪽
43 43화 앨리슨 드부아 +5 23.11.26 866 3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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