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르블랑 님의 서재입니다.

역대급 무역천재가 사업을 잘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10.16 10:21
최근연재일 :
2023.12.18 19:02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73,498
추천수 :
2,170
글자수 :
417,030

작성
23.12.03 12:20
조회
742
추천
24
글자
12쪽

50화 악마를 보았다

DUMMY

여느 때처럼 이른 아침 버스를 타고 출근하던 여직원 권강희.


빈자리를 차지하고 앉는 행운을 얻었다.


느긋하게 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꺼내든 그녀.

손가락으로 너튜브에 올라온 최신 토크쇼 리스트를 확인한다.

그녀에게 꿈은 영국이나 캐나다로 가서 현지 투어가이드를 하는 것.

그러기 위해 벌써 몇 년간 영어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지루한 영어공부를 재미있게 하는 방법중의 하나가 미국의 유명 토크쇼를 자막 없이 보며 이해하는 것.


벌써 1년 동안 여행사를 다니면서 매일 하는 습관이 되었다.

덕분에 실력도 늘었다.


손가락 끝으로 토크쇼 하나를 선택한 그녀.

귀에 꽂은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대화에 그녀가 귀를 기울인다.


짧은 금발에 동그란 두 눈을 가진 엘렌 디제너러스가 짙은 금발의 여성과 대화 중이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어깨를 덮고 있다.


“그래서, 앨리슨 드부아 여사님. 이번엔 어떤 예지의 능력을 보여주시겠습니까?


기대에 찬 동그란 눈으로 엘렌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앨리슨의 한쪽 입술이 슬며시 올라갔다.


”뭐, 유명한 연예인의 가쉽이야 이 자리에서 꺼내긴 좀 그렇고요. 당장 내일이군요. 트럼프 대통령은 연간 600억 달러에 이르는 중국의 수입품에 25%의 고율관세 부과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겁니다.“

”오우! 그래요?“


대통령이 무엇을 하든, 정치에 관심 없는 수많은 방청객이지만, 당장 내일 일어날 일이라니 구미가 당기는 모양이다.

하루만 지나면 예지의 능력이 있다는 앨리슨 드부아의 능력이 사실인지 아닌지 여부가 또다시 밝혀질 것.


느긋한 표정으로 자신을 비추는 카메라를 빤히 바라보는 앨리슨 드부아.


”지금 방송을 보고 계시는 여러분. 제가 말한 내용이 내일 사실로 밝혀진다 해도, 그건 그냥 전초전일 뿐입니다. 정작 본 게임은 7월에 시작됩니다.“

”정치적이나 국가간의 문제는 그 정도로 해주시고요.“


좀더 자극적인 무엇인가를 바랬던 듯 엘렌이 그녀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인류 전체에 커다란 변화가 오지는 않습니까? 그게 행운이든 재난이든 말이죠.“

”....흐음..“


그녀의 말에 마치 말을 꺼내기 힘들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앨리슨.

슬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내년 말에, 그러니까 2019년 말에 전 세계 인류에 엄청난 재앙이 시작될 겁니다.“


그녀의 말에 웅성거리기 시작한 방청석.

그런 말이 나오길 기다렸다는 듯 눈을 반짝이던 엘렌이 다시 엘리슨을 향해 입을 열었다.


”혹시 좀 더 자세하게 말씀 드려주실 수는 없는지...“

”지금 당장은 거기까지만 할게요. 너무 큰 혼란을 야기하고 싶지 않아서요.“

”...아! 그래도 인류가 위험이나 혼란에 빠질 때는 항상 영웅이 나타나지 않나요? 슈퍼맨이라든가 아이언맨이든가...“

”물론이죠. 하지만 그런 영화에 나오는 좀 허무맹랑한 영웅은 아니예요.“

”저런! 우리가 기대하는 슈퍼히어로가 아닌건가요?“

”노.노.노우.“


엘렌을 바라보며 앨리슨이 고개를 저었다.


”기적은 항상 우리가 보지못했던 곳에서 등장하잖아요?“

”그렇다면 미국적인 영웅은 아니라는 거네요?“

”훨씬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줄 영웅이 나타날 겁니다.“

”어디에서 오나요? 영국? 유럽인가요?“


그렇게 말하는 엘렌을 보는 앨리슨.

슬며시 고개를 젓는 그녀의 양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 옵니다.“

”....아아!“


예상치 못했던 말에 안색이 변한 엘렌.


”뭐, K-Pop으로 이미 미국에도 친숙해진 나라긴 하죠. 그래도 좀 의외긴 하네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그런 불신으로 그가 제시하는 해결책을 믿지 않고 아깝게 목숨을 잃는 미국인들도 상당수 있을 겁니다.“


혜화역을 알리는 안내방송에 권강희가 너튜버를 껐다.

앞의 사람들을 따라 버스에서 내린 그녀.

기분좋은 웃음을 지으며 회사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그래도 대한민국 많이 유명해졌네. 미국 유명 토크쇼에서 한국 이름을 들먹일 정도가 된 걸 보면.“


잡담을 하며 시간을 때우는 토크쇼에 나와 하는 말을 믿을 사람이 있던가?

게다가 인류에 닥치는 엄청난 재앙이라니.

하지만 어쨌든 기분은 좋다.

해결책을 제시할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말이다.



버스정거장에서 몇걸음 떨어진 그녀의 직장.

두손을 다소곳이 앞으로 모으고 밝은 웃음을 짓고 있는 승무원의 모습이 현관앞에서 그녀를 반긴다.


[올인재팬여행사]


권강희가 자신의 커리어를 꿈꾸는 곳.

아침마다 출근할때면 가슴이 뭉클거린다.


사무실 문을 열고 발을 들였다.

벌써 한참 서류작업을 하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런 그녀의 등 뒤 벽에 걸려있는 시계는 이제 08:03을 가리키고 있다.


부지런도 하지.


”안녕하세요. 채은정 대리님.“


인사를 하자 그제서야 고개를 들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


”좋은 아침이예요. 권강희씨.“


그녀를 보고 밝은 미소를 보인 채은정 대리.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책상위의 서류를 확인하고 있다.


오슈 익스프레스라는 협력업체에서 파견근무를 나온 커리어 우먼.

권강희가 요즈음 롤 모델로 삼고 있는 매력적인 여성이다.


모든 해답을 손에 쥐고 있는 그녀.

회사에서 문제가 생길때마다 손쉽게 해결책을 제시한다.

자신은 결코 입밖으로 내지 못할 제안을 쉽게 꺼내면서 말이다.


바로 며칠 전.

말많고 탈많은 진상고객 8명의 그룹 여행이 정해졌다.

목적지는 일본의 북큐우슈우.

유후인과 벳푸등 온천여행으로 이루어진 60대 4커플 모임이었다.

그녀가 알고 있는 여행사에서도 이미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던 사람들.

그들에게 대화란 삿대질과 악다구니, 쌍욕을 의미한다.


그런 그들의 여행을 사장인 어창목이 받아왔다.

돈이 된다면 뭐든지 하는 것이 사장. 이해는 한다.


하지만 문제는,

도대체 그런 진상들의 여행에 누가 에스코트를 가냐는 것.

이미 알고 있는 전문 프리랜서들은 모두 연락했다.

당연히 돌아온 대답은 모두 거절.


쩔쩔매는 자신을 보고 다가온 채은정대리.

곧장 사장실로 가더니 사장과 단판을 지었다.


그 그룹여행의 에스코트는 민철중이 가야한다고.

그런 진상 손님들을 휘어잡고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민철중뿐이라했다.

일본어에 능통한 현지 투어가이드가 있으니.

사람들의 뒤를 따라다니며 통제불능인 여행객만 관리해주면 되는 일이라 설명했을 터.

하지만 그 우락부락한 떡대를 보낼 생각을 하다니.

조폭중에서도 우두머리격일 듯한 험상궂은 떡대를.


처음에 채은정 대리가 말을 꺼냈을 땐 사람 죽일듯한 표정을 지었던 그였다.

하지만, 사장 한마디에 꼬리를 내리고 순순히 따라간 민철중.


사장의 파워야 당연히 말할 것도 없지만,

그런 의견을 수렴하도록 당당하게 제시하는 채 대리의 두둑한 배짱이 부러운건 사실이었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편안했지만,

이제 곧 돌아와 맨 뒤에 앉아있으면 일을 하는 내내 신경쓰이겠지.

여행사 특성상 부드러운 외모와 친절함이 사무실 전체에 배어있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왜 그런 험상궂은 떡대가 사무실에 나와 있는지 그녀는 이해되지 않았다.



* * *




”강남쪽에도 여행사 차릴만한 좋은 자리가 있는데 꼬옥 이쪽으로...“


불평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안철구가 투덜거렸다.


”그런 얘긴 안하기로 했잖아요? 안철구씨. 처음엔 수입도 거의 없어서 사무실 월세 낼 돈도 부족할건데, 그 비싼 동네에서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요?“


내 말에 그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여전히 뻣뻣한 표정.


”우선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갈건지 대략 설명을 해 줄게요.“

”차 실장은 뭐, 여행사쪽도 빠삭하게 알고 있는 거예요?“


마치 코웃음을 치듯 웃으며 안철구가 나를 바라보았다.


”물론, 나는 잘 모르죠. 우선 기본적인 사업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만 말해주고요. 그러다 보면 전문가가 이쪽으로 올거예요.“

”......“


주위를 돌아보던 나의 시야에 3층짜리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왔다.


”우선 저기로 가죠. 커피 한잔 마시면서 설명해줄게요.“


내 말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 안철구.

앞장서서 카페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카페.

으레 그렇듯 1층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며 부산하다.

주문을 받는 여직원의 목소리도 비즈니스 대화를 하기에는 거슬릴 듯 느껴졌다.


”2층으로 올라가죠.“


앞장서서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1층보다는 훨씬 넓은 듯 보이는 홀 안.

마침 창가 쪽 좌석이 비어있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조용하게 대화하기에 최적의 자리.

하지만, 그런자리를 우리만 원하는 것은 아닐 터.


바로 우리 앞으로 계단을 오른 한 젊은 여성이 먼저 그쪽으로 향했다.

막상 테이블 위에 가방을 올려놓은 여성.

다시 고개를 돌려 다른 쪽을 돌아보았다.

더 나은 곳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마음이 바뀌었는지 가방을 다시 손에 쥔 그녀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안철구를 보며 손가락으로 그 자리를 가리켰다.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막 의자에 서류가방을 내려놓았을 때였다.

마치 던져놓듯 방금전 여성의 가방이 테이블위에 얹혀졌다.


”제가 그 자리 먼저 잡았거든요?“


오른쪽에서 나타난 그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어이가 없어진 내가 막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어디서 개 좆같은 년이...“


범상치 않은 안철구의 목소리가 먼저 홀안에 울렸다.

오만상을 찌푸린 그녀.

그런 바로 그녀의 뒤에서 한 젊은 남자가 나타났다.


”뭐야?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핏대를 올리며 사내가 안철구를 노려보았다.


”자! 자! 진정들 하시고. 저 여성분이 이 자리를 잡으려다가 가시길래, 그래서 우리가...“


다가오는 사내의 가슴을 향해 손으로 가로막으며 장황하게 상황을 설명하려고 할 때였다.


”눈알을 뽑아서 짓밟아 버릴까보다. 이 좆같은 년놈들.“


섬찟한 말투가 안철구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순간적으로 시선을 안철구에게 돌렸다.


굳어있는 표정으로 그녀와 그녀의 남자친구를 노려보고 있는 안철구.

사이코적인 섬뜩함과 냉혈함이 그의 눈동자에 비춰지고 있었다.


분노에 찬 평범한 사람의 눈빛은 절대 아니다.

악마가 그 속에 똬리를 틀고 있다.


나만 그것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다른 상대였다면 물불 안가리고 시비를 털었을만한 그녀와 남자친구.

하지만 이번엔 상대를 잘못골랐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새파랗게 질린 그녀.

손으로 남자친구의 팔을 붙들고 잡아 끈다.


걷잡을 수 없는 싸움이 될 뻔한 상황.

안철구의 본색이 이런 상황에서 드러날 줄 몰랐네.


옆에서 지켜본 내 온몸에 소름이 돋고 오싹해질 정도.


그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한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유를 가지고 그를 대하려 마음을 진정시켰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칼자루를 쥐고 있어야 하는 것은 나다.


”와아. 안철구씨 성격 장난 아니네?“


이제 다시 원래의 눈빛으로 돌아온 그를 보며 슬그머니 말을 붙였다.


”쓰레기들은 자근자근 밟아줘야지. 뭐, 할 줄 아는 게 싸움밖에 없기도 하고... 어렸을때부터 주변 새끼들하고 주먹다짐하면서 컸거든.“

”...헐! 그렇게 싸우면서 얼굴에 흉터하나 없는 걸 보면 우리나라 피부과가 대단하긴 하네.“


내 말에 그가 피식 웃었다.


”난 얼굴 때문에 병원 다닌적이 한 번도 없는데?“

”......“

”싸워서 져 본적이 없거든.“

”그래? 오케이. 그럼 난 따뜻한 카페라떼.“


얼굴에 만족스러운 표정이 가득하던 녀석.

내 말에 미간이 일그러졌다.


”주문은 1층에서. 그동안 난 어떻게 하면 안철구씨의 사업이 성공할 수 있는지 머릿속으로 따져보면서 기다릴게.“


가늘어진 눈으로 날 바라보면서도 녀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녀석에게 내가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항상 상기시킨다.


단순한 녀석을 내 손안에 쥐기만 하면 주변의 귀찮은 일들조차도 해결할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쓸모있을지도 모르겠네.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서 녀석의 기분은 맞춰주며 확실하게 내 편으로 만들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역대급 무역천재가 사업을 잘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합니다. 죄송합니다. +3 23.12.19 170 0 -
공지 연참대전참가로 연재 일자가 바뀌게 되었습니다. +1 23.12.03 66 0 -
공지 후원 감사드립니다. (업데이트 12/01) 23.11.12 71 0 -
공지 제목 변경 안내 23.10.24 101 0 -
공지 연재 시간 변경합니다. ( 낮 : 12:15 -> 오후 7:00 ) 23.10.19 1,643 0 -
67 67화 발없는 소문 +2 23.12.18 334 17 12쪽
66 66화 다가오는 변화 +2 23.12.16 395 18 12쪽
65 65화 의외의 접촉 +2 23.12.16 390 19 12쪽
64 64화 우연인 듯 필연인 듯 +3 23.12.15 431 17 12쪽
63 63화 모든것은 계약대로 +2 23.12.15 427 19 13쪽
62 62화 설치된 시한폭탄 +3 23.12.14 431 20 14쪽
61 61화 줄다리기 +4 23.12.13 459 18 12쪽
60 60화 그림자속으로 +3 23.12.12 489 20 12쪽
59 59화 침묵의 맹세 +4 23.12.11 541 24 13쪽
58 58화 라이벌 사의 계략 +3 23.12.09 571 22 13쪽
57 57화 그 남자의 사정 +2 23.12.08 569 21 12쪽
56 56화 더스터 디자인의 비밀 +3 23.12.07 619 24 12쪽
55 55화 해결의 한걸음 +2 23.12.07 614 23 12쪽
54 54화 사건의 파장 +3 23.12.06 658 24 13쪽
53 53화 뜻밖의 제안 +5 23.12.06 649 23 12쪽
52 52화 무녀의 후손 +5 23.12.05 644 24 12쪽
51 51화 낯선 만남 +4 23.12.04 681 26 12쪽
» 50화 악마를 보았다 +3 23.12.03 743 24 12쪽
49 49화 소문 +4 23.12.02 728 26 12쪽
48 48화 몬스터 길들이기 +4 23.12.01 763 23 13쪽
47 47화 타석에 들어서다 +3 23.11.30 784 26 12쪽
46 46화 첫 번째 대화 +1 23.11.29 769 30 14쪽
45 45화 사장 아들의 등장 +5 23.11.28 809 28 12쪽
44 44화 찾아드는 행운 +3 23.11.27 842 27 13쪽
43 43화 앨리슨 드부아 +5 23.11.26 866 32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