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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님의 서재입니다.

역대급 무역천재가 사업을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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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10.16 10:21
최근연재일 :
2023.12.1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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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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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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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1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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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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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0화 그림자속으로

DUMMY

사무실 문이 열리고 오 부장이 들어왔다.

그 뒤를 경리부 강 부장과 다른 직원들이 줄줄이 따라들어온다.

짐싸고 떠나가는 공장장을 배웅하고 들어오는 모습들이다.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오 부장.


“....휴우우우우.....”


마치 주변 사람들 들으라는 듯 긴 한숨을 내 쉬었다.

그 후에 다시 입맛을 쩝쩝 다신다.


“참, 사람목숨 파리목숨만도 못하다더니...”


그렇게 말한 오 부장.

고개를 돌려 슬쩍 나를 돌아보았다.


“공장장이 저래도 말야. 우리회사 창립멤버나 거의 다름없거든.”


그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나와 눈이 마주친 오 부장의 두 눈동자에 불만과 증오가 가득하다.


“그랬던 사람이 한순간에 목이 잘려나가네. 차암. 무섭다 무서워.”


책상 위에 있던 서류를 탁탁 쳐 검은 서류폴더에 넣은 오 부장.

부지런히 자리에서 일어나 등 뒤의 옷걸이에 걸어놓았던 자켓을 집어들었다.


“내 목은 언제까지 붙어있으려나?”


마치 푸념하듯 말하며 나를 돌아본 오 부장이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기다렸다는 듯 서 대리와 공 주임이 가방을 들고 오 부장의 뒤를 따른다.


문이 열고 닫히는 소리가 마치 천둥치듯 한다.

애먼 문만 오 부장의 분노에 기겁을 하네.


“오 부장님이 많이 섭섭하셨나보네요.”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띤 강 부장이 나를 흘끗 보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렇게 악연을 만드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닌 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냥 놔두면 온 몸에 퍼지는 악성종양을 그냥 놔둘 순 없지 않는가.

지금도 늦었다.

더 일찍 잘라냈어야 했다.

그럼 다른 현장직원들은 훨씬 더 나은 환경에서 열의를 가지고 작업에 임할 수 있었을 것.


아니, 그보다 내가 힘들어서 같이 일 못하겠더라고.

일을 잘하는 것 까진 바라지도 않아.

사람 속 뒤집어지게 하지는 말야야지. 안그래?


“그래, 공장장은 이제 무슨 일 하려나? 다시 취업하겠죠?”


다시 나를 돌아본 강 부장이 슬며시 물었다.


“벌써 다른 회사에서 자리 구했어요.”

“....그래요?”


내 말에 강 부장은 물론, 백지한과 한지은 그리고 구한서까지 나를 빤히 바라본다.


“한웅 철강 아시죠? HTS (고장력 강판) 전문으로 하는데요.”

“아~. 거기 사장이 우리 사장님 대학 후배죠?”

“예. 마침 그쪽에 현장 책임자 필요하다고 해서 사장님이 소개한 걸로 일이 처리됐어요.”

“...다행이네요.”


입꼬리에 희미한 웃음을 머금은 강 부장.


“폭탄돌리기네요?”


역시 MZ 세대의 선봉장 구한서.

하고싶은 말 눈치보지 않고 하고야 만다.


“그래도 이미 간 분이잖냐. 말조심하고 얼른 명성에 가서 수출품 생산완료 됐는지 확인해. 다 끝났으면 궁시각씨 불러서 출고하고.”

“네. 부장님. 지금 가려고요.”


자리에서 일어난 구한서가 다시 나를 돌아보았다.


“참, 부장님. 명성 박 부장님이 저녁때 시간되는 날 말씀 좀 해달라고 했어요. 꼬옥 저녁식사 대접하시겠다고 하던데요?”

“그래? 알았다. 박 부장님 건강하시지?”

“그럼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운전 조심하고.”

“네엡!”


어깨에 가방을 멘 녀석이 사무실 문 밖으로 사라졌다.

사장님의 낡은 차를 건네받은지 이제 한달.

시내 운전이야 그럭저럭 하고 다닐만 한가 보다.


매서운 한겨울 찬 바람을 등에 지고 내 차 표면에 묻은 질퍽한 진흙을 닦아내던 박 부장.

가끔은 그랬던 그의 모습이 눈에 밟히더니.

그래도 이제 회사가 정상궤도에 올랐으니 다행이다.



여튼, 현장에 수출품이 얼마나 생산되었는지 나도 확인을 시작해야 한다.


“차 부장님. 좋은 아침요.”


현장을 들어서자 들려오는 유상록 목소리.

항상 그렇듯 문 앞의 압연 1호기 앞에 서서 나를 보고 히죽 웃음을 흘린다.


그런 그의 뒤쪽에서 나를 발견한 윤 반장도 나를 향해 걸어온다.


“그럼 우리회사 새 공장장은 언제 오는 거예요?”

“그러게. 이번에 오는 공장장은 좀 머리가 제대로 박혀있는 인간이라면 좋겠네.”


유상록씨의 말에 윤 반장이 그렇게 덧붙였다.


“사장님이 발이 넓으셔서 금방 구하시긴 하겠지만 누굴지 궁금하네요?”

“벌써 사장님 마음속에 찍어 놓은 사람이 있겠죠?”

“있겠지. 예전에 내가 여기서 처음 일 배울 때 선임사원이던 이종학씨가 왔으면 좋겠다. 지금 천일철강에 있는 걸로 알고있는데... 차 부장도 그 사람 알죠?”


유상록의 말에 대꾸를 하며 나에게 묻는 윤 반장.

궁금하다는 듯 나를 빤히 바라보는 그의 입꼬리에 희미한 미소가 걸려있다.

그가 그렇게 말하는 상대방을 나도 알고 있으니 이제 나도 그럭저럭 발이 넓어지고 있는 건가?


“네, 저도 그 사람 좀 알죠.”


윤 반장이 언급한 그 이종학이란 사람은 사십 대 중반이 다 되어간다.

꽤 오래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고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거기는 터주대감 공장장이 이미 버티고 있는 중.

다른 업체에서 공장장의 자리가 공석이 되는 경우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진작부터 돌고 있었다.


“이종학 형 정도면 뭐 괜찮죠.”


유상록도 고개를 끄덕인다.


나란히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윤 반장과 유상록.

마치 내가 그들의 질문에 대답이라도 알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다.


“아! 궁금해요. 차 부장님. 알면 좀 말 좀 해봐요.”


마치 보채듯 유상록이 나를 보고 떠들어대자 압연 2호기에 서 있던 오지석도 슬그머니 다가왔다.


“새로 오는 공장장이 구누래요?”


그렇게 말하는 오지석.

현장 직원 모두 새로 올 공장장을 궁금해 한다.

당연한 일. 누가 오느냐에 따라 그들의 생활에 엄청난 변화가 올 수 있으니.


나를 바라보는 셋을 한번 둘러본 후,

슬그머니 윤 반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언뜻 팔을 내밀어 내 손을 잡은 윤 반장.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윤 반장님.”


“....우와하하하하!!”


눈치빠른 유상록이 입 밖으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덩달아 웃음이 터진 오지석.


“공장장님 된 거 축하드려요. 형님!”


아예 윤 반장을 끌어안은 유상록이 덩실덩실 춤을 춘다.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듯.

멍한 표정으로 입을 떡 벌리고 있는 윤 반장.

똥그란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난 모릅니다. 난 윤 반장님이 공장장으로 진급할 거라 말 안 했어요. 그건 사장님이 발표하실거예요.”


어깨를 으쓱하는 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윤 반장.

그제야 잔뜩 굳어있던 표정이 풀어지며 일그러졌다.

눈꼬리에 눈물이 고이는 걸 보면 마음속에서 커다란 감동이라도 몰려왔나보다.


“그럼 난 수출품 생산된 거 확인하러 가요.”


발을 옮기는 내 팔을 윤 반장이 잡았다.


“고마워요. 차 부장님.”

“왜 나한테 그래요? 난 한 게 하나도 없는데? 아 글구. 이거 비싼 양복인데!”


내 말에 잡았던 내 팔을 부리나케 놓은 윤 반장.

그런 그를 보면서 피식 웃음을 흘렸다.


사장도 천일철강의 이종학을 공장장으로 생각해 두고 있었다.

하지만 팔도 안으로 굽는다고.

나도 어쩔수 없이 내 눈에 밟히는 사람들을 먼저 보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그만한 능력이 없는 사람들도 아니고.


꼭, 윤 반장만 생각해서 사장에게 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차진구로 이틀째가 되던 날 밤 수출품 출하를 준비하던 중.

서툰 나를 대신해서 수출품을 출하한 김 주임.

내가 버스를 놓칠까봐 장은호를 시켜 자신의 차로 버스정거장까지 태워다 주게 했다.


벌써 2년이 넘도록 야간조의 조장으로 철야 근무만 서던 그에게 반장이란 작은 감투를 쓰게 하고 낮 근무로 돌려주는 것으로 신세를 갚고 싶었다.




* * *




목요일 아침 10시 30분.


곽 이사의 방앞에서 발을 멈췄다.


- 똑똑


노크를 한 후 슬며시 문을 열었다.


“찾으셨습니까?”

“응. 어서 들어와.”


여전히 골프연습을 하던 중이었던 듯.

벽에 등을 지고 서 있던 그가 발을 옮겨 내게 소파를 가리켰다.


“앉지. 할 말이 좀 있어서 불렀어.”

“...예.”


오른쪽 팔을 소파의 위에 걸치고 앉은 곽 이사.

한쪽 다리를 꼬고 맞은편에 앉는 나를 응시하고 있다.


“이번에 남미 마케팅건으로 문제가 많았었지? 그거 다 해결을 봤어. 그거 궁금해 할 것 같아서 말야. 그거 알려주려고.”

“예에.”

“쓰레기 새끼 하나 떨어져 죽은 얘긴 들었을거야. 그렇지?”

“......”


가늘어진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 음흉한 빛이 서려있다.


“여직원 성추행 사건 무마하려다가 아무래도 제 뜻대로 안 될 거 같으니 자살한 놈. 유언장도 안 남기고 죽었다던데. 쪽팔리게 유언이란 걸 쓸 수가 있었겠어?”


입꼬리에 비열한 웃음을 웃으며 그가 내 표정을 살폈다.


내 앞에 앉아있는 곽 이사가 모르는 한가지.

김영일은 죽기전에 유언을 남겼다.

하필 나에게 이메일로 유언장의 위치를 알려준 후에.

내가 그 이메일을 읽었을때는 이미 그는 망자가 된 후였지만 말이다.


“콤피라이프 홍보부 황주한 부장하고 얘기 잘 끝났어. 그쪽에선 벌써 몇 년 전부터 남미에서 더스터 판매 전략을 짜 놨더라고. 이미 시스템화된 생산공장도 지어놓았고 말야. 비다 꼬모다라고.”


이런식으로 곽 이사가 나올 줄 알았다.

그래서 보고할때도 알맹이는 다 빼놓고 보고했었지.

그냥 김영일이 여직원과 추문사건에 관련되었다는 것과 콤피라이프 홍보부 황주한이라는 부장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김영일은 입을 열지 않는다고. 알아낼 방법이 없을 것 같다고.


곽 이사의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가 사실이 아니다.

최소한 내가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말이다.

콤피라이프에서 남미를 타겟으로 삼은 것은 지난해 초 정우열이 그 회사에 입사한 후였다.

예전에 오토스윕에서 근무하던 때, T-renders 회사에서 수입서류를 위조하고 4년 전에 퇴사한 정우열.

그놈이 거기에 기어들어갔다.


콤피라이프에 입사한 조건이나 목적이 그거였을 것이다.

오토스윕의 고객들 중에서 만만한 곳을 빼앗는 것.


이미 뿌리를 내릴만큼 내린 곳을 빼고 찾은 곳이 이제 막 마케팅을 시작한 남미 시장.

유창준 과장이 발로 뛰어다니며 개척한 시장.

브라질 내에서 선호도 2위까지 올라갈 정도로 성적을 올려 놓으니.

이제 그 결과물은 자기들이 수확해 가겠다는 도둑놈 심보.


“이미 브라질에 있는 유창준 과장한테 연락해 놨어. 일부러 힘 빼지 말고 돌아오라고. 싸워봤자 승산없는 게임이야. 진작에 내가 알았으면 남미 팀도 창설하지 않았을거야.”

“혹시, 그 콤피라이프에서...”


가만히 있던 내가 입을 열자 그의 미간이 좁혀졌다.


“응, 말해 봐. 뭐?”

“남미 말고 다른 지역에서 판매 마케팅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까? 북미나 아시아라도...”

“아니, 중남미만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고 하더군. 그러니 우리 회사와 서로 얽혀서 서로 얼굴 붉힐 일 없어.”

“혹시 그쪽에서 출시한 더스터의 디자인을 보셨습니까?”


내 말에 그의 눈빛이 날카로와졌다.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내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듯한 표정.

일부러 의심을 살 필요없다.


“우리 회사의 디자인과 차별점을 연구한다면 더 좋은 상품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잔뜩 굳어졌던 그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상품 개발은 담당자에게 맡겨. 자네는 따로 할 일이 많이 있잖아. 안 그래? 사장을 보좌하는 것이 해야 할 첫 번째 임무 아닌가?”


“예. 알겠습니다.”

“그래. 알았으면 됐어.”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을 돌려 문으로 향하는 나의 등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제 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신경끄도록 해.”

“알겠습니다.”


곽 이사의 방에서 나왔다.

천천히 비서실로 걸음을 옮겼다.


나에게 유언장을 남겼다고는 하나 내가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권력이나 능력은 없다.

덫을 놓기 위해 유언장의 내용을 사용하려는 것 뿐.


곽 이사를 제거하는데 나 혼자의 힘으로는 터무니 없는 일.

하지만 내 손엔 든든한 무기가 쥐어져 있다.


안철구라는 든든한 대검 말이다.


얼마나 안철구가 강한 놈인지 이번에 한번 크게 휘둘러볼 참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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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7화 발없는 소문 +2 23.12.18 334 17 12쪽
66 66화 다가오는 변화 +2 23.12.16 395 18 12쪽
65 65화 의외의 접촉 +2 23.12.16 390 19 12쪽
64 64화 우연인 듯 필연인 듯 +3 23.12.15 431 17 12쪽
63 63화 모든것은 계약대로 +2 23.12.15 427 19 13쪽
62 62화 설치된 시한폭탄 +3 23.12.14 431 20 14쪽
61 61화 줄다리기 +4 23.12.13 459 18 12쪽
» 60화 그림자속으로 +3 23.12.12 489 20 12쪽
59 59화 침묵의 맹세 +4 23.12.11 541 24 13쪽
58 58화 라이벌 사의 계략 +3 23.12.09 571 22 13쪽
57 57화 그 남자의 사정 +2 23.12.08 569 21 12쪽
56 56화 더스터 디자인의 비밀 +3 23.12.07 619 24 12쪽
55 55화 해결의 한걸음 +2 23.12.07 614 23 12쪽
54 54화 사건의 파장 +3 23.12.06 658 24 13쪽
53 53화 뜻밖의 제안 +5 23.12.06 649 23 12쪽
52 52화 무녀의 후손 +5 23.12.05 644 24 12쪽
51 51화 낯선 만남 +4 23.12.04 681 26 12쪽
50 50화 악마를 보았다 +3 23.12.03 742 24 12쪽
49 49화 소문 +4 23.12.02 728 26 12쪽
48 48화 몬스터 길들이기 +4 23.12.01 763 23 13쪽
47 47화 타석에 들어서다 +3 23.11.30 784 26 12쪽
46 46화 첫 번째 대화 +1 23.11.29 769 30 14쪽
45 45화 사장 아들의 등장 +5 23.11.28 808 28 12쪽
44 44화 찾아드는 행운 +3 23.11.27 842 27 13쪽
43 43화 앨리슨 드부아 +5 23.11.26 866 3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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