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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천재들의 저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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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wildwest
작품등록일 :
2021.12.19 18:42
최근연재일 :
2022.06.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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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5,689

작성
22.01.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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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분노, 실망, 침잠 그리고··· (2)

DUMMY

22. 분노, 실망, 침잠 그리고··· (2)



금감원 특별사법수사관으로부터 심한 분노를 느낀 박예찬은 그대로 삼진전자 장준호 전무를 찾아갔고, 그간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장 전무는 심각한 얼굴을 하고는 삼진전자의 정보망을 이용하여 알아보겠노라고 했다. 그렇게 허무하게 집으로 돌아온 박예찬은 여전히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연구 데이터에 손을 대서 작전세력과 함께 불쌍한 개미들을 털어먹는 것에도 화가 났지만 금감원 특별사법수사관의 비리에 더욱 화가 났다.


며칠 후, 장 전무는 박예찬의 분리 아파트로 왔고 그의 표정은 자못 심각했다.


“증거를 복사해 두었나?”


“복사요?”


“설마 증거 원본을 그대로 넘기지는 않았겠지···”


“아···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금감원 사법경찰을 너무 믿은 것 같습니다.”


“그럼 그냥 포기하고 잊어버리게···”


“예? 그만 잊어버리라고요?”


“내가 조사를 해보니 만만치 않은 조직들이야. 조폭들의 조직인데 법인회사를 세워 정치권, 법조계, 언론까지 두루 영향을 미치는 조직이야.”


박예찬은 화가 나고, 황망스러운 마음에 혼란스러웠다.


암흑 세상의 조직들이 번듯이 회사를 차려 뇌물과 협박으로 법망을 피해 교묘히 거액을 벌이고 있는 것은 영화에서나 소설에서 본 것이었는데 실제 자신 앞에 벌어지고 있다고 하니 당황스러웠던 것이었다.


“어떻게 할 방법이 없겠습니까?”


“없네··· 아마도 그 작전세력은 아주 큰 규모인 모양이야. 그들은 금감원까지 손을 뻗쳐 매수를 한 것 같네··· 이미 증거는 소실되었을테고··· 자네의 고발 건은 증거불충분으로 검찰까지 가지도 않았을 거야···”


박예찬의 머리에 문뜩 떠오른 것이 있었다.


수사의뢰하고 일주일이 지난 후에, 금감원 특별사법경찰관으로부터 온 전화가 기억이 났다. 그는 증거가 더 없느냐는 말 끝에 제출한 증거물의 복사본이 있느냐고 물었고 박예찬은 순진하게도 없다고 말했다.


“···..”


“그리고 금감원이나 자네 회사나 모두 깨끗이 청소가 되어 있을 것이네··· 그나저나 회사에서 이 일을 안다면 박 선생의 입장이 매우 난처할 것으로 보이네만···”


“전무님, 연구 데이터를 조작하는 것도 중대한 범죄이고, 조작된 연구결과로 작전세력이 주가를 조작하는 것은 더욱 큰일입니다. 게다가 그걸 감시 감독해야 할 금감원 특별사법경찰들이 매수당해 공익제보자의 증거를 멸실하는 것은 더더욱 심각한 일입니다.”


박예찬은 자신이 순진하게 일처리한 것에 대해 분노를 느꼈지만, 지하 조직이 이렇게 활개를 치는 것에 더욱 분노를 느꼈다.


“그렇지··· 하지만 요즘 조폭들은 폭력을 이용해서 돈벌이를 하지 않아. 겉으로 번드르르한 회사를 차려 놓고 흔적이 별로 남지 않는 주가 조작으로 돈을 벌지··· 그들도 방어막으로 정치계, 언론, 법조계까지 자기 사람들을 심어 놓았어.”


장 전무는 비서실에서 근무하면서 이런 사례를 많이 보아왔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삼진전자도 이런저런 지하조직에 당한 케이스가 있었다.


“아니! 법을 어기면 대통령도 감옥 가는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요?”

그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고 얼굴은 붉으락 푸르락했다.


“법이라는 것이 원래 그래. 결국 사람이 법을 해석하고 판결하는 것이 아니겠어? 그 과정에서 핵심인물은 쏙 빠지고 바지들만 몇 명 감옥가는 것이 작금의 법치야.”


“그리고 이렇게 큰 조직이라면, 자네 혼자서 감당할 수 없고 자칫하면 자네의 신변까지도 위험할 수 있네··· 그냥 잊어버리게··· 내 말 꼭 명심하게···”


장준호 전무는 세상 경험이 부족한 박예찬에게 확실히 경고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간 자네 신변에 별다른 이상상황이 생기지 않은 것으로 보아, 금감원에서 나름 자네 신변에 대해서 노출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그러니 더욱 조심해야지.”


박예찬은 자신의 신변 위협까지 있을 수 있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박 선생이 아직 젊어서 혈기가 끓어오르는 것은 이해하네만,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네. 이런 문제는 더더구나 혈기로 해결되지 않아··· 게다가 증거까지 없으니 더더욱 힘들지 않겠나?”


“그래도 저는 참을 수 없습니다.”


“이런 일을 해결하려면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고, 대통령 정도의 권력자가 움직여야 해결이 가능하네···”


그때 장 전무는 박예찬이 주먹을 꼭 쥐고 부들부들 떠는 모습을 보았다.


“그래, 세상을 바로잡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네··· 일단 분노를 가라 앉힌 다음에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해 보자고··· 권력과 금권을 가진 작전세력이라면 자네도 동일한 권력, 금권력과 조직력을 가져야 보복할 수 있지 않겠나? 그렇게 하려면 자네의 힘부터 키워야 하네···”


“제가 무슨 힘이 있습니까?”


“자네에겐 『맥실러스』가 있지 않은가?”


『맥실러스』가 박예찬 뇌 ‘기저구조’를 심하게 자극하고 있었다. 기저핵 혹은 기저구조로 불리는 뇌의 영역은 불안감이나 공포, 쾌락이라는 감정, 운동기능을 주로 다루는 부위이다.


거기에다 박예찬의 끓는 혈기가 가세하여 더욱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사실, 지금 너무 화가 나서 민주 아버님의 말씀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분노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네··· 일단 이성에 좀 더 집중하도록 하세··· 문제해결은 이성이 하는 것이네···”


“휴우··· 일단 알겠습니다. 화를 잠재워보겠습니다.”


“그래, 이성이 자네를 통제할 때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세···”


그렇게 두 사람은 이야기를 마쳤다.


다음날, 박예찬은 민주 동생 현석이의 과외를 마치고 차를 몰아 서해바다로 갔다.


주말이라 차들이 많았고 거의 3시간이 걸려 태안반도까지 갔다. 그는 가는 내내 화가 나서 핸들을 수십 번 내리쳤고 차들까지 막혀 더더욱 짜증스러웠다.


어느 덧, 해가 지고 있었고 붉은 기운이 서해에 가득 퍼져 있었다.


“하아···”


박예찬은 멀리 서해를 보면서 한숨을 뱉었다.


그는 그렇게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지는 해만 계속 주시했다. 붉은 기운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붉어졌고 태양도 오렌지 빛깔에서 점점 붉은 황색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지는 태양만 바라보았다. 점차 호흡이 고르게 되었고 그의 분노도 점차 사그라들었다.


그렇게 고요한 심상을 유지하니 장준호 전무의 말이 떠올랐다.


‘거대한 작전세력에 맞서려면 그에 걸 맞는 힘을 키워라. 법은 존재하지만 그 법을 이용하여 교묘히 피해가거나 그 법 위에 군림하는 자들이 있다. 그들을 법이라는 도구로 맞서 상대하려면 매우 위험하다. 정치 권력이든, 금권이든, 언론 권력이든, 지하 권력이든··· 대한민국은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것이 고착화 되어있다. 젊은 치기로 그것을 깨트리려는 것은 아무리 잘 봐 줘도 그건 어린아이 같은 짓이다. 거대한 삼진전자도 이렇게 덩치를 키우기 전까지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다. 하지만 이렇게 세계적인 기업이 되고부터는 그런 시달림이 사라졌다.’


“안돼!!!”

박예찬은 벌떡 일어나 저무는 태양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는 장 전무의 말이 이성적으로는 맞다고 판단되었지만 감정적으로는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래 쓰벌··· 내 힘으로 한번 알아보자···”


박예찬의 두뇌에는 기저구조가 다시 활성화가 되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어금니를 꽉 물고 부릅뜬 눈으로 다시 차에 올랐고 핸들을 잡았다.


그는 자신이 아는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찾았다.


변호사인 친구의 형에게도 물어보았지만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금감원을 상대로 고발하는 것은 상대가 너무 크다는 것이고 증거가 폐기가 예상되는 시점에 별 의미가 없다고 했다.


경찰인 고등학교 동창생 녀석도 우물안의 개구리였다. 그는 숨겨진 거대한 조직의 실제조차 알 수 없는 깜냥이었다. 그는 단순한 그냥 경찰일 뿐이었다.


검찰에 지인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의 인맥에는 검사가 없었다.


박예찬은 일주일간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마땅한 인맥도 없었고, 일부 인맥들은 그러한 거대한 조직의 실체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는 크나큰 벽을 느끼고 좌절했다.


‘내게 『맥실러스』가 있어 나름 천재라 불릴 만큼 머리가 좋아졌지만 이런 뿌리깊은 문제를 다루는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군···’


박예찬은 그러한 결론에 이르자 한숨을 푹 내 쉬었다.


그는 자신이 성급하게 일을 만든 것과 순진하게 증거들을 복사해두지 않은 자신에게 큰 실망을 느꼈다. 그리고 국가기관이든 연구책임자이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비열한 짓을 하는 그들에게도 분노를 넘어 인간자체에 실망을 느꼈다.


소수 자본의 개미들을 털어먹는 암흑의 조직원들도 용서할 수 없었지만, 그에 대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에 심한 무력감을 느꼈다.


그렇게 일주일간 들쑤시고 다닌 덕분에 검은 조직은 낌새를 알아 차렸다. 그들은 Chief인 권호민에게 조치를 요구했다.


처음 일주일간 박예찬은 권호민에게 온갖 시달림을 당해야 했다. 갑자기 태도가 돌변한 그는 괜한 트집으로 모든 연구원들이 보는 앞에서 욕을 해댔고, 필요도 없는 야근을 지시했다.


계급이 깡패인 회사에서 상사가 부하직원을 괴롭히는 일은 일도 아니었다. 회의시간에 정시에 도착하면 그는 일부러 좀 일찍 온 다음 잔소리를 해댔다.


“신입이 10분전에 도착해야지 이거 완전히 군기가 빠졌군···”


회의시간에 빨리 오면 빨리 온다고 지랄을 털었다.


“회사 전기요금이 남아나나? 그렇게 경제관이 없어 어떻게 연구를 해!”


보고할 때도 작게 말하면 작게 말한다고 지랄, 크게 말하면 크게 말한다고 지랄··· 문서에 오탈자라도 있으면 그때는 쥐 잡듯이 몰아 댔다.


권호민이 박예찬을 그렇게 몰아 대자 다른 연구원들도 수근대기 시작했다.


‘야아···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혔나 봐···.’


얼토당토않는 괴롭힘에 박예찬은 장준호 전무에게 들은 이야기가 기억이 났다.


그간 내부고발자로 인정되어 자신의 신변만큼은 안전했는데 이제는 그러한 비밀이 새어 나간 것으로 판단되었다.


권호민의 괴롭힘에 『맥실러스』는 그의 뇌에서 불안감을 건드리는 기조구조를 사정없이 흔들고 있었다. 박예찬은 노이로제가 뭔 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박예찬은 불안감이 해소될 때까지 『맥실러스』 섭취를 중단했다. 그의 불안감은 줄어들었으나 원천직인 실망감은 쉽사리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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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공부, 깨달음 그리고 뜻밖의 선물 (1) +8 22.01.11 2,151 52 14쪽
23 분노, 실망, 침잠 그리고··· (3) +5 22.01.10 2,129 55 13쪽
» 분노, 실망, 침잠 그리고··· (2) +3 22.01.08 2,140 53 11쪽
21 분노, 실망, 침잠 그리고··· (1) +1 22.01.07 2,214 49 11쪽
20 반사 신경 (2) +3 22.01.06 2,189 55 12쪽
19 반사 신경 (1) +1 22.01.05 2,220 53 11쪽
18 『맥실러스』와 파운드리 (3) +1 22.01.04 2,238 57 12쪽
17 『맥실러스』와 파운드리 (2) +3 22.01.03 2,235 60 14쪽
16 『맥실러스』와 파운드리 (1) +7 22.01.01 2,358 5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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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스타 탄생 예고 (1) +2 21.12.30 2,430 60 13쪽
13 뇌졸중 (2) +2 21.12.29 2,419 6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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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상상 못할 제안 (2) +5 21.12.27 2,438 60 10쪽
10 상상 못할 제안 (1) +1 21.12.25 2,518 60 12쪽
9 천재 소녀 탄생 +3 21.12.24 2,596 60 11쪽
8 셀프 마루타 (5) +2 21.12.23 2,592 61 11쪽
7 셀프 마루타 (4) +2 21.12.23 2,601 59 10쪽
6 셀프 마루타 (3) +5 21.12.22 2,639 5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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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 이거 뭐지? (3) +6 21.12.21 2,959 67 13쪽
2 어! 이거 뭐지? (2) +2 21.12.20 3,113 6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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