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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천재들의 저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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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wildwest
작품등록일 :
2021.12.19 18:42
최근연재일 :
2022.06.10 16: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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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5,689

작성
21.12.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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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셀프 마루타 (3)

DUMMY

6. 셀프 마루타 (3)



선배 연구원들의 눈치를 보며 퇴근한 그는 서점에 들러 중학교 영어 참고서와 중학교 수학 문제집을 사서 도곡동으로 향했다.


그가 들어선 타워팰리스는 벌써 공사가 절반정도 진행되고 있었고 집안은 어수선하였다.


저녁을 권하는 민주의 엄마의 제안을 사양했다. 선생님은 선생님으로서의 권위가 있어야 했기에 가능한 학생의 식구와는 밥을 같이 먹지 않았다. 학생과 스스럼이 없으면 학습지도에 영향을 받는다고 그는 생각했다.


박예찬은 장민주를 얼른 봐준 후, 숙제를 듬뿍 내주고 방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동생인 현석을 가르쳤다.


현석이는 수학보다 영어가 급했다. to부정사에 대해서 들쑥날쑥 알고 있었다. 그는 잠시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하면 알기 쉽게 알려줄까?’


그때 그의 머리속에서 to부정사에 대해서 그림이 순식간에 그려졌다. 그는 A4용지에 준동사에 대한 구조도를 그렸다. 그리고 설명을 했다.


“준동사는 말그대로 동사에 준할 뿐이다. 준동사는 생긴 모습은 동사지만 동사가 아니다.”

그 설명을 들은 장현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준동사는 to부정사, 동명사, 분사가 있는데 생긴 모습은 동사같이 생겼지만 절대로 동사가 아니다.”


“선생님, 그럼 뭐예요?”


“to부정사는 명사 혹은 형용사, 부사로 쓰인다”


“그럼 동명사는요?”


“그건 명사지··· 똥-명사”

박예찬은 동명사를 일부러 ‘똥’-’명사’로 끊어 읽어 기억하기 쉽도록 유도했다.


“분사는 또 뭐예요?”

“분하지만 그건 형용사이지···”


박예찬은 분사를 일부러 ‘분하지만’ 표현을 넣어 쉽게 설명했다.


장현석은 알 듯하면서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 명사, 형용사, 부사에 대한 개념이 없구나’


박예찬은 다시 A4용지를 꺼내어 명사의 개념, 역할, 종류에 대해 쭉 정리를 했다. 그리고 형용사의 한정용법과 서술용법에 대해 설명을 했고 다시 부사의 역할과 특성에 대해서 정리해서 설명해주었다.


“선생님이 이걸 외우라고 숙제를 내고 싶지만, 이건 워낙 기초라서 지금 당장 외워야 한다. 왜 그런지 이유는 알 필요 없고 무조건 외워라.”


“어휴···..”

외우는 것을 죽는 것만큼 싫어하는 현석이는 외우라는 말에 한숨부터 쉬었다.


“이건 영어에 대한 규칙이니 이유가 없다. 영어는 학문이 아니라 언어다. 언어는 규칙이고 습관이다. 이걸 안 외우면 앞으로 영어에 대해 영원히 헤매게 된다.”


박예찬은 자신이 그렇게 말했으면서도 스스로 놀랐다.


‘오우, 내가 이리도 똑똑해졌나?’


“앞으로 딱 20분 줄 테니 여기서 외워라.”


박예찬은 숙제로 미루어 둘 생각이 없었다. 지금 앉은 자리에서 외워버려야 부담이 덜하다고 생각을 했고, 현석이는 못내 인상을 찡그렸지만 외우기 시작했다.


현석이는 선생님이 보는 앞에서 외우니 막상 생각하는 것보다 어렵지 않다고 느꼈다.


현석이가 잘 외우면 박예찬은 옆에서 ‘그렇지!’, ‘잘한다’, ‘우와’ 감탄사로 추임새를 넣어 힘을 북돋았다.


동생 현석이도 누나와 같은 우수한 유전자를 물려받았는지 생각보다 빨리 외웠다.


박예찬은 to부정사에 대해 다시 설명을 했다. 현석이는 명사, 형용사, 부사의 개념을 이해하니 to 부정사에 대해 쉽게 이해를 했다.


그는 현석이에게 대표되는 영어문장을 하나씩 외우도록 했다.


그가 또 다시 옆에서 지켜보며 외우게 하자, 총 20개의 대표되는 영어문장을 그리 힘들지 않게 외웠다. 현석이도 자신이 그렇게 쉽게 문장을 외우자 스스로 놀란 것 같았다.


그리고 중학 문법책을 꺼내 to부정사의 기초문제를 숙제 냈고, 장민주를 불러 좀 전에 내준 숙제에 대해 점검하고 과외를 마쳤다.


원룸으로 돌아온 그는 그저께 만들어 둔 『모르모트 칵테일』을 꺼냈다.


오늘의 실험은 소주를 마시지 않고 『모르모트 칵테일』을 마시는 실험이었다.


그는 냉장고에 들어 있던 칵테일이 너무 차가워서 일단 꺼내 상온에서 미지근해지기를 기다렸다.


박예찬은 오늘 종일 보고서를 작성하고, 과외에서 집중을 많이 해서 그런지 피곤함으로 느꼈다.


그는 『모르모트 칵테일』를 마신 다음 씻기로 하고, 미지근해질 때까지 잠시 침대에 누웠다. 그러나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눈을 뜨니 또 아침이었다.


박예찬은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보니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씻지도 않고 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앗!”


그는 어제 저녁에 『모르모트 칵테일』을 냉장고에서 꺼내 놓고 마시지 않았던 것이 기억났다.


그는 얼른 냉장고 옆 식탁을 보니 칵테일은 이미 뚜껑이 빵빵해졌고, 내용물 일부는 식탁 옆으로 흘러나와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그는 급하게 뚜껑을 열자, 마치 흔들었던 콜라가 ‘뻥’하고 터지며 쏟아져 나오듯이 거의 절반가량이나 터져 나왔다. 그 거품들은 그의 옷과 식탁을 난장판을 만들고 말았다.


“아뿔사!”


그는 급하게 행주와 휴지를 가지고 와서 닦았지만 그 순간 역한 냄새가 온 방에 가득 찼고 자신의 옷에도 냄새가 심했다.


그는 얼른 치우고 휴지는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렸다. 그리고 행주는 싱크대에 물을 가득 채우고 던져 넣었다. 자신의 옷은 얼른 벗어서 세탁기에 넣고 세제를 듬뿍 넣고 돌리고 나서 창문을 열어 환기시켰다.


박예찬은 반쯤 남은 『모르모트 칵테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걸 마셔? 말아?’


어제 냉장고에서 꺼내 밤을 지샜기 때문에 발효가 된 건지 상한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마셔야 할 양도 반 밖에 되지 않아 잠시 고민을 했다.


“에라! 모르겠다.”


박예찬은 반 남은 것을 꿀꺽 삼켰다. 이번 실험은 술을 먹지 않는 것이니 혹시라도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어쩐지 발효된 칵테일은 마시기가 조금 수월했다.


그는 입에서 역한 냄새가 날 것 같아서 치약을 듬뿍 짜서 2번이나 양치를 하고, 그리고 몸에도 냄새가 날 것 같아 비누로 한번 샤워하고 다시 샤워샴푸로 박박 문질러 씻었다.


혹시 아침밥을 먹으면 변수 통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아 빈속으로 출근했다.


그는 운전을 하면서 어제 작성한 보고서에 대해 생각을 떠올렸다. 하지만 약효가 떨어진 것인지 선명하게 기억이 나지 않았고 드문드문 기억만 떠올랐다.


“그래 약효가 언제 나타나는지 이번 실험에서 알 수 있겠구만···”

그는 혼자 중얼거리면서 운전을 했고 회사에 도착했다.


그는 자신의 몸에서 냄새가 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조심스러워졌다.


늘 하던 대로 실험실의 모르모트 똥과 오줌을 청소한 다음, 그는 자리에 앉아서 어제 작성한 보고서를 읽어보았다. 자신이 쓴 보고서였지만 이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헐!’


그렇게 모르모트 칵테일을 마신 지 2시간이 지나자 머리속에서 뭔가 번쩍번쩍하는 느낌이 왔다. 그는 시계를 보고는 빙긋이 웃었다.


‘올커니, 2시간이면 효과가 나타나구나···’


그는 가만히 생각했다.


‘소주는 같이 마시지 않아도 되구나. 그리고 마시는 양과 발효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


‘하나가 해결되니 또 다른 숙제가 나타나구나··· 발효라···’


그는 일단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아까 이해가 되지 않았던 자신의 보고서를 보았다. 역시 모니터의 글자들이 살아서 꿈틀대고 쏙쏙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좀 더 시간이 지나자, 갑자기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눈앞에 노란 별들이 하나 둘 생기더니 어렸을 때의 기억이 줄줄 떠오르기 시작했다.


좋은 기억도 있었지만 숨기고 싶었던 기억도 줄줄 떠올랐다.


이 5학년때 친구 샤프를 훔쳤던 일, 6학년때 여자친구에게 고백해서 차였던 일, 시험을 못 봐서 엄마 몰래 도장을 훔쳐 찍어 갔던 일 등등··· 소위 이불킥이라고 불리던 기억들이 떠올라 그는 매우 불편했다.


그는 그런 기억들을 중단시키고자 했지만 그럴수록 더 많은 불편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동기 김가영의 둥근 엉덩이를 보자 그동안 보았던 야동이 파노라마처럼 생생히 떠올랐고, 순식간에 그의 남성에 힘이 실렸다. 그는 급하게 애국가를 속으로 불렀고 구구단을 역순으로 외웠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그러한 기억들을 잠재울 수 없었다.


그는 어질어질했고 갑자기 호흡이 가빠왔다. 구토증세도 나타나서 그는 급히 화장실로 갔다.


변기를 끌어안고 구토를 하려고 준비했지만 구토는 나지 않았다. 여전히 호흡이 가쁜 현상은 계속되었고 갑자기 팔다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정신은 멀쩡했으나 팔다리를 움직일 수 없었다.


처음 겪는 그런 현상에 박예찬은 놀라서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마치 가위 눌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 그의 머리에서 스친 생각이 떠 올랐다.


‘야! 맞다 과호흡증후군이구나···’


그의 뇌는 미친듯이 이리저리 온갖 기억들이 떠올랐고 사라졌다. 그 과정에서 과호흡증후군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는 종이봉투나 비닐봉투를 찾았지만 화장실에 그런 것들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런데 화장실마다 있는 휴지통에는 비닐봉투가 있었다. 그것은 청소하는 사람들이 휴지통을 손쉽게 비우기 위해서 깔아 놓았던 비닐 봉투였다.


그는 죽을 힘을 다해 봉투안에 있던 내용물들을 다 꺼내고 그 비닐봉투를 입으로 가져다 대었다. 그는 더럽다는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빨리 이 과호흡증후군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그렇게 약 5분간 비닐봉투로 호흡을 하니 팔다리에 힘이 조금씩 돌아왔고, 가쁘던 숨도 점차 나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뇌는 미친년 널뛰듯 이런 저런 기억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의 속은 여전히 울렁거리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화장실에서 잠들어 버렸다. 그의 뇌가 버티지 못해 자기 방어기제로 잠을 택했고 그는 그렇게 쪼그려 누워 2시간이나 잠들어 버렸다.


누군가 화장실 문을 두드리는 노크소리에 그는 잠이 깼고, 그는 서둘러 화장실을 빠져나갔다.


두 시간이나 자리를 비웠지만 아무도 그를 찾지 않았다. 원래 연구직이라는 것이 개인별로 일하는 특성이 있어서 서로 터치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두 시간이나 실종 되었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잠을 잔 덕분인지 아까 같은 이상한 현상은 좀 줄어들었다.


‘이거 뭐지? 왜 갑자기 그런 현상이 벌어진거지?’


그는 또 하나의 숙제를 받은 기분이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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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분노, 실망, 침잠 그리고··· (3) +5 22.01.10 2,129 55 13쪽
22 분노, 실망, 침잠 그리고··· (2) +3 22.01.08 2,140 53 11쪽
21 분노, 실망, 침잠 그리고··· (1) +1 22.01.07 2,214 49 11쪽
20 반사 신경 (2) +3 22.01.06 2,189 55 12쪽
19 반사 신경 (1) +1 22.01.05 2,220 53 11쪽
18 『맥실러스』와 파운드리 (3) +1 22.01.04 2,238 57 12쪽
17 『맥실러스』와 파운드리 (2) +3 22.01.03 2,235 60 14쪽
16 『맥실러스』와 파운드리 (1) +7 22.01.01 2,358 58 12쪽
15 스타 탄생 예고 (2) +2 21.12.31 2,372 59 11쪽
14 스타 탄생 예고 (1) +2 21.12.30 2,431 60 13쪽
13 뇌졸중 (2) +2 21.12.29 2,419 6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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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천재 소녀 탄생 +3 21.12.24 2,596 60 11쪽
8 셀프 마루타 (5) +2 21.12.23 2,592 61 11쪽
7 셀프 마루타 (4) +2 21.12.23 2,601 59 10쪽
» 셀프 마루타 (3) +5 21.12.22 2,640 58 11쪽
5 셀프 마루타 (2) +2 21.12.22 2,702 63 13쪽
4 셀프 마루타 (1) +7 21.12.21 2,867 63 12쪽
3 어! 이거 뭐지? (3) +6 21.12.21 2,959 67 13쪽
2 어! 이거 뭐지? (2) +2 21.12.20 3,114 6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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