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wi****** 님의 서재입니다.

만들어진 천재들의 저 너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wildwest
작품등록일 :
2021.12.19 18:42
최근연재일 :
2022.06.10 16:00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178,775
추천수 :
4,439
글자수 :
575,689

작성
21.12.20 15:27
조회
4,417
추천
80
글자
16쪽

어! 이거 뭐지? (1)

DUMMY

1. 어! 이거 뭐지? (1)



‘돈뼈락’


직장인들의 전형적인 회식 장소인 삼겹살집, 제법 큰 방에는 좌식 테이블이 늘어져 있었다.


이미 회식이 시작된 지 한참 되었는지 방안에는 삼겹살 굽는 냄새와 김치 익는 냄새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거기에는 십여 명이 웃으며 떠들고 있었고, 잔뜩 긴장하고 있는 두 사람이 맨 끝에 앉아 있었다.


이름하여 신입사원 환영회!


환영회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다들 신입사원에는 관심이 없었고, 바삐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며 떠들고 있었다.


“자자! 주목! 이제 신입사원 환영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사회를 맡은 전임연구원이 일어서서 분위기를 일순 바꾸었다.


회식의 좌장인 듯한 이가 일어서서 한마디 했다.


“우리 C & B, 셀 오프 바이오에 입사했다고 연구원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신입사원들은 우리만의 통과의례를 거쳐야만 우리의 가족이 될 수 있고, 우리의 연구원이 될 수 있습니다.”


‘C & B’사(社) 연구소에는 여러 개의 연구파트가 있었다. 그 중에서 7번째인 LAB No.7을 맡고 있는 Chief인 책임연구원 권호민이 서두를 꺼냈다. 그는 LAB No.7을 책임자였으나 아직 수석연구원은 되지 못한 상태였다.


그는 이내 주임연구원에게 눈빛으로 사인을 보냈다.


LAB 7에서 가장 막내인 주임연구원은 밀봉된 아이스박스에서 검은 액체가 든 플라스틱 컵을 꺼냈다. 그것은 마치 아메리카노 아이스커피 같아 보였다.


주임연구원이 두 잔을 꺼내 신입사원인 그들에게 내 밀었다.


회식에 참석한 선배연구원들은 신입들이 그것이 무엇인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비릿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지만, 정작 신입사원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기에 더욱 두려웠고 공포스러웠다.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고··· 뒤에 맞는 놈은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두려움이 추가된다. 마찬가지로 신입사원들이 『모르모트 칵테일』에 대해 몰랐다면 마시기 전까지는 두려움에 떨 필요가 없었다.


“웩!”

입사 동기인 김가영은 시커먼 물을 삼키지 못하고 쓰레기 통에 왈칵 뱉었다.


“와 하하하!”

선배연구원들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자··· 벌칙으로 사발 소주 마셔라.”

LAB 7 Chief인 책임연구원 권호민은 사발에 소주 1병을 부어 그녀에게 내 밀었다.


신입사원인 김가영은 손을 벌벌 떨면서 하늘 같은 선배들이 내민 소주를 한동안 망설인 끝에 벌컥벌컥 마셨다.


새내기 김가영은 블랙커피에 실험용 쥐인 모르모트 오줌똥과 모르모트 먹이인 액상 사료를 섞은 『모르모트 칵테일』을 삼키는 것보다 사발 소주가 났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사발 소주를 들이켜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입안에 여전히 독한 냄새가 나는지 연신 인상을 찌푸렸다.


‘김가영의 진정한 고통은 약 1시간 후가 될 것이다.’

그녀의 동기인 박예찬은 그녀가 소주를 원샷으로 마시는 모습을 보고 잠시 생각했다.


“자··· 동기 사랑, 나라 사랑!!!”


권호민 책임연구원은 묘한 웃음을 웃으며, 동기 김가영이 마시지 못해 남은 『모르모트 칵테일』을 박예찬에게 마시라고 했다.


박예찬은 기꺼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투명 플라스틱 컵에 반쯤 든 칵테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먼저 발효된 모르모트 오줌똥의 역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이내 액상 사료의 생선 비린내 냄새가 아울러 코로 뿜어져 나왔다.


박예찬은 목구멍에서 ‘컥’ 막히는 느낌을 억지로 참고 마시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머리에서 언뜻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아니지! 선배님들은 내가 고통을 많이 받는 척해야 린치가 덜할 것이다.’


그는 두번째 모금을 마시면서 ‘컥!’소리를 내면서 멈추었다. 하지만 뱉지는 않았다.


“마시다 멈추었으니 벌주!”


책임연구원은 맥주 글래스에 소주를 가득 따라서 마시라고 했다.


박예찬은 소주를 마시면서 입안의 역한 기운을 없애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역한 냄새는 여전히 입안에 남아 그를 괴롭혔다.


그는 맥주잔의 소주를 비우고 다시 모르모트 칵테일을 잡았다. 칵테일에서 심한 역한 냄새가 났지만 그는 숨을 멈추고 대뜸 마셨다.


투명 플라스틱 컵에는 덜 녹은 시커먼 모르모트 똥이 남아있었고, 그것들은 컵에 달라붙어서 더 이상 마실 수 없었다.


“선배가 주는 칵테일을 남기는 것이 아니지···”


주임연구원이 그 컵에 소주 반 병을 따라 주었다.


박예찬은 어차피 다 먹어야 끝날 것 같았으므로 컵에 든 잔여물을 소주를 흔들어 휘휘 돌렸다. 그리고는 그것이 가라앉기 전에 깨끗하게 모두 마셨다.


“야아··· 역시 해병대 출신답구나!”


“박예찬! 신입사원! 이제 너의 몫을 마셔야지···”


권호민 책임연구원은 또 다른 『모르모트 칵테일』을 흔들었다. 그래야 더 지독한 냄새가 났기 때문이었다. 그는 마치 고급 포도주를 휘휘 돌려 향을 맡으려는 것처럼 휘휘 흔들어 그에게 건넸다.


박예찬은 이번엔 숨을 크게 들이 쉬었다. 그리고는 그 잔에 든 내용물을 반쯤 마시고 다시 휘휘 저어서 마저 다 마셨다. 그래야 벌주로 소주를 덜 마실 수 있었다.


그는 순간 속이 뒤집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얼른 일어나 급히 화장실로 뛰어갔다. 그 모습을 본 선배들은 모두들 깔깔 웃었다.


화장실로 뛰어간 박예찬은 변기에 대고 구역질을 하는 척했고, 그저 소리만 ‘우웩우웩’냈다. 그가 고통을 받는 시늉을 해야 이런 통과의례가 빨리 끝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가 화장실에서 돌아오자, 그의 잔에 다시 칵테일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토했으니 다시 마셔야지···”


냉혹한 책임연구원 권호민은 다시 그에게 모르모트 칵테일을 먹으라고 했다.


잔머리가 통하지 않자, 박예찬은 화가 슬슬 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는 참아야 했다.


지금은 신입 환영회(Hazing)를 빙자한 프래터너티(Fraternity)가 진행되는 중이었다.


프래터너티는 신입으로서 통과해야 할 의례였고 혹독한 신고식이었다.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레벨이 높은 엘리트 사회일수록, 그리고 폐쇄된 조직일수록 이런 가혹한 전통(?)아닌 전통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 연구실 LAB은 절반이 석사 출신, 나머지 절반이 박사과정을 밟고 있거나 박사급이었다. 연구원 조직도 나름 엘리트 집단이었다. 검사조직이나 의사조직 만큼은 아니지만 연구직들도 가혹한 통과의례가 있었다.


박예찬은 칵테일을 노려보았고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는 단숨에 다 마셔버렸다.


그는 마시면서 해병대 근무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는 해병대에 근무하면서 세무 워커에 맥주를 마신 경험이 있었고, 발효된 오줌도 마신 경험이 있었다. 심지어 가래를 뱉고 담배 꽁초가 있는 재털이에 담긴 소주도 마셨고, 담배꽁초를 질근질근 씹어서 삼킨 경험도 있었다.


그가 근무하던 시절에는 구타가 많이 없어졌지만, 가혹행위는 여전히 음지에서 행해졌다. 그런 가혹행위를 버티지 못하면 기수열외라는 가혹한 린치가 뒤따랐기 때문에 모두들 말은 못하고 참아야 했다. 그러한 가혹행위가 알게 모르게 대물림이 되고 있었다.


“잘했어! 박 신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박예찬이 통과의례를 마치자 ‘박 신입연구원’로 명칭을 고쳐 불러주었다.


“그런데 김가영 신입은 이 칵테일을 한 모금도 안 할 거야? 이러면 안 되는데···”


책임연구원은 냉혹한 웃음을 웃으며 칵테일을 반쯤 따랐다.


김가영은 좀 전에 마신 술이 올랐는지 용기를 냈고, 그녀는 코를 꼭 쥐고 반쯤 든 잔을 들고 억지로 마셨다. 잔에 찌꺼기가 남아있었지만 선배연구원들은 그것까지는 시비를 걸지 않았다.


“김 신입연구원도 잘했어···”

책임연구원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김가영은 책임연구원 앞을 향해 왈칵 토했다.


“어어어?”


책임연구원은 자신의 옷에 구토물이 튀자 황급히 몸을 뒤로 물렸으나 이미 늦었다. 자신의 팔소매에, 그리고 술상을 타고 흐른 구토물이 그의 바지에 듬뿍 묻었다.


“아이씨! 내가 이래서 여자는 뽑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그는 재빨리 물티슈로 옷을 닦았으나 역한 칵테일의 냄새가 그의 옷에 달라붙었다.


그러는 사이, 신입연구원 김가영은 몸이 흔들흔들 하더니 자신이 토한 『모르모트 칵테일』 앞으로 푹 쓰러졌다. 그들은 김가영이 쓰러진 것을 보고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야! 박 신입! 얼른 상을 치워···”


선배연구원들이 그에게 소리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다들 소리만 지를 뿐 누구나 달려 들어 치우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 『모르모트 칵테일』의 냄새가 어떤 지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박예찬은 얼른 상위의 모든 물수건을 동원해서 구토물을 휴지통에 쓸어 담았다. 그리고는 네프킨으로 상을 싹싹 닦았다. 하지만 모르모트 칵테일의 그 역한 냄새가 그 방에 가득 찼다.


“야아! 회식은 이걸로 마친다.”


책임연구원인 권호민은 서둘러 나갔고, 선배연구원들도 우르르 따라 나갔다. 식탁에는 먹다 만 삼겹살과 아직 채 굽지도 않은 삼겹살이 많이 남아 있었고, 술도 여러 병 그대로 남아 있었다.


칵테일 냄새가 배인 신입연구원 김가영에 대해서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고, 그녀를 돌봐야 하는 것은 동기인 박예찬 뿐이었다.


그는 쓰러진 김가영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


토요일인 다음날, 박예찬은 과외를 하러 가기 위해서 일찍 일어났다.


어제도 샤워했지만 그는 아침에 또 샤워를 했다. 혹여라도 몸에서 『모르모트 칵테일』 냄새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양치도 두 번이나 했다.


그는 지하철을 타고 3호선 도곡역에 있는 타워 팰리스로 향했다.


그는 취업전에 아르바이트로 과외를 시작했다. 과외비가 꽤 짭짤했기에 괜찮았다. 하지만 이제 취업을 했기 때문에 과외를 그만두어야 했지만 학부모의 간곡한 부탁 때문에 수능을 볼 때 까지만 토, 일요일 3시간씩 봐주기로 했다.


고 3인 여학생은 공부보다는 외모에만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내신관리가 안되어, 수시로는 대학을 갈 형편이 되지 못했다. 대신에 좁아 터진 정시를 노려야 했다. 그녀의 현재 실력으로는 인서울은 고사하고 서울 인근 대학교도 힘들 듯했다. 그녀의 부모들은 천안까지는 기대하고 있었으나 그는 범위를 대전까지 확대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박예찬은 일단은 그렇게 학생의 실력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고 그것을 학부모에게 말을 했다. 학부모도 대략 그렇게는 짐작을 하고 있었지만 수능까지 남은 7개월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타워 팰리스의 삼엄한 보안절차를 거쳐 학생의 집에 도착했다. 처음 학생의 집을 보았을 때 주눅이 들었던 것에 비해, 이제는 제법 익숙해져 있었다.


박예찬이 집안에 들어서자, 세 줄이 있는 아디도스 탱크탑과 미니 핫팬츠를 입은 여학생이 그를 반겼다.


“선생님, 어서 들어오세요.”


학생은 방글방글 웃으며 그를 반겼지만, 박예찬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학생의 방을 가리켰다. 그것은 바로 옷을 갈아입고 오라는 뜻이었다.


고3 여학생은 입이 툭 튀어나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데, 학생의 엄마가 나와서 그녀에게 등짝 스매싱을 날렸다.


“어이구, 미친 것!!!”


학생의 어머니는 얼른 표정을 바꾸어 웃으면서,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정중히 인사를 했다.


“선생님 오셨어요? 어휴! 회사에 다니시느라 바쁘실텐데···”


“하하하, 아직 신입이라 몸은 고달프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별로 없습니다.”

박예찬은 그렇게 말하고는 혹시 자신의 몸에서 냄새가 날까 싶어 자신도 모르게 오른쪽, 왼쪽 어깨에 코를 댔다.


거실에 놓여 있는 커다란 회의용 테이블에 앉았다.


그 테이블은 과외전용 테이블이었다. 거실에 커다란 테이블이 놓였음에도 거실이 좁다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아파트의 평수가 넓었다.


첫 과외가 시작될 때, 부모들은 여학생 방에서 공부를 하라는 것을 박예찬이 고집을 피워 수업장소를 거실로 옮겼다.


박예찬의 눈에는 여고생이라 해도 아직 어린 아이였지만, 딸 아이의 둔 부모로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미리 고려했다. 오픈 된 장소로 옮겨야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학생의 부모도 겉으로는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환영을 하는 눈치였다.


박예찬은 28살로 178cm, 75kg의 늘씬한 몸매와 깔끔한 인상으로 한창인 때였다.


남자에 대해 한참 관심이 많던 여고생은 그의 매끈한 핏에 호기심을 가졌고, 그런 호기심은 과외 수업에 일부 도움이 되기도 했다. 일단 숙제를 내면 선생님께 잘 보이기 위해서 정성껏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과외 특성상, 둘이 나란히 붙어 앉아야 했기에 의도치 않은 신체적인 접촉은 불가피했다. 그래서 거실에서 수업을 함으로써 그런 문제점을 사전에 차단했다. 다만 식구들은 과외가 끝날 때까지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잠시 후, 여학생은 탱크탑 배꼽티는 그대로 입고, 바지만 수면바지로 갈아입고 나왔다.


먼저 수학 수업이 시작되었다.


박예찬은 사실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고3 수학은 미리 한번 보고 왔어야 했는데, 회사 생활이 시작되면서 미리 보고 올 겨를이 없었다.


그 대신 수업시간에 좀 더 집중을 하기로 했다. 학생에게 지난주에 이어 관련된 문제를 풀라고 지시하고 자신도 그 문제를 유심히 보았다.


‘헛!’


그가 문제에 집중을 하자 갑자기 출제자의 의도가 선명히 보였다.


박예찬은 혹시 전에 자신이 풀었던 문제인가 싶어 기억을 더듬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미리 공부한 문제가 아니었다.


‘뭐지?’


그는 학생이 문제를 풀고 있는 사이에 다른 문제도 보았다. 그 문제 역시 집중을 하자 몇 초가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출제유형과 출제자 의도가 또렷이 보였다.


‘내가 이리도 수학 실력이 좋았나?’

‘컨디션이 좋아서 이러나?’


그는 갑자기 자신의 집중력이 높아진 것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했다.


학생이 문제에 대해 쩔쩔매고 있자, 그는 그 문제에 대한 핵심을 짚어주었다. 그저 핵심만 짚어 준 것이 아니라 학생의 입장에서 막힐 만한 부분에서 콕 짚어 주니 여학생은 금방 맥을 잡았다.


“아··· 그렇지요. 선생님!”

문제에 대한 핵심을 이해하자, 여학생은 금방 문제를 풀 수 있었다.


“선생님이 그랬지! 문제를 보면 무턱대고 풀려고 덤비지 말고, ‘출제자가 왜 이 문제를 냈을까’를 잠시 생각해보라고···”


여학생은 선생님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오랜만에 자신의 힘으로 풀어서 기분이 좋은 듯했다.


여학생은 두 손을 들어 하이 파이브를 하자고 했고, 박예찬도 그녀에게 자신감에 힘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서 응해 주었다.


여고생의 손이라서 그런지 그녀의 손바닥에서 부드러운 촉감을 느꼈다.


또 다른 문제를 풀라고 하고 박예찬은 수학II를 처음부터 보았다.


수학개념을 설명하는 인쇄된 글자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자신의 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미분, 적분, 로그함수··· 모든 개념들이 선명히 서로 연결되고 또렷해졌다. 이 모든 것이 학생이 문제와 씨름하고 있는 20분안에 이루어졌다.


“어! 이거 뭐지?”

박예찬은 혼자서 중얼거렸다.


“뭐요? 선생님!”

“아··· 아니! 뭐가 생각난 것이 있어서 혼자 중얼거렸어···”


“선생님 이 문제 어려운 것 같아요.”


“야! 임마! 출제자 의도를 파악하라고 했지!”

그는 일단 잔소리를 한마디 하고 맥을 짚어주었다.


“아하!”

여학생은 막혔던 곳이 뚫리자 거침없이 문제를 풀었다.


영어는 하지도 않고, 수학만을 3시간동안 평소 공부하던 양의 2배를 하였다. 진도가 제법 많이 나갔다.


여학생은 자신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숨을 색색 쉬었고, 얼굴은 발그스름하게 홍조를 띠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뿌듯했던 모양이었다.


순식간에 박예찬은 강남의 유명한 수학강사가 되어, 맥을 딱딱 짚어주는 선생님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과외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그는 지하철에 앉아서 곰곰이 생각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만들어진 천재들의 저 너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6 첫걸음 – ㈜ YC바이오 (1) +1 22.01.13 2,136 49 13쪽
25 공부, 깨달음 그리고 뜻밖의 선물 (2) +3 22.01.12 2,120 54 12쪽
24 공부, 깨달음 그리고 뜻밖의 선물 (1) +8 22.01.11 2,151 52 14쪽
23 분노, 실망, 침잠 그리고··· (3) +5 22.01.10 2,129 55 13쪽
22 분노, 실망, 침잠 그리고··· (2) +3 22.01.08 2,139 53 11쪽
21 분노, 실망, 침잠 그리고··· (1) +1 22.01.07 2,214 49 11쪽
20 반사 신경 (2) +3 22.01.06 2,189 55 12쪽
19 반사 신경 (1) +1 22.01.05 2,220 53 11쪽
18 『맥실러스』와 파운드리 (3) +1 22.01.04 2,238 57 12쪽
17 『맥실러스』와 파운드리 (2) +3 22.01.03 2,235 60 14쪽
16 『맥실러스』와 파운드리 (1) +7 22.01.01 2,358 58 12쪽
15 스타 탄생 예고 (2) +2 21.12.31 2,372 59 11쪽
14 스타 탄생 예고 (1) +2 21.12.30 2,430 60 13쪽
13 뇌졸중 (2) +2 21.12.29 2,419 64 14쪽
12 뇌졸중 (1) +6 21.12.28 2,415 62 11쪽
11 상상 못할 제안 (2) +5 21.12.27 2,438 60 10쪽
10 상상 못할 제안 (1) +1 21.12.25 2,518 60 12쪽
9 천재 소녀 탄생 +3 21.12.24 2,596 60 11쪽
8 셀프 마루타 (5) +2 21.12.23 2,592 61 11쪽
7 셀프 마루타 (4) +2 21.12.23 2,601 59 10쪽
6 셀프 마루타 (3) +5 21.12.22 2,639 58 11쪽
5 셀프 마루타 (2) +2 21.12.22 2,702 63 13쪽
4 셀프 마루타 (1) +7 21.12.21 2,867 63 12쪽
3 어! 이거 뭐지? (3) +6 21.12.21 2,959 67 13쪽
2 어! 이거 뭐지? (2) +2 21.12.20 3,113 67 14쪽
» 어! 이거 뭐지? (1) +24 21.12.20 4,418 80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