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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천재들의 저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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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wildwest
작품등록일 :
2021.12.19 18:42
최근연재일 :
2022.06.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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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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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셀프 마루타 (2)

DUMMY

5. 셀프 마루타 (2)



점심시간이 다 되어 가는 시간에 박예찬의 휴대폰에 문자가 왔다.


[선생님! 결정하셨나요? 지금 인테리어 업체는 구했구요. 선생님의 오케이 싸인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 장민주 엄마 - ]


문자를 받은 박예찬은 그 제안을 신경 쓰지 못한 사실을 뒤늦게 알아 차렸다.


그는 일단 답장을 하지 않고 화장실로 갔다. 그는 변기 앉아서 한동안 생각했다.


그의 머리는 엄청 빠른 속도로 모든 경우의 수가 떠올랐다.


마치 누가 몇 수를, 얼마나 멀리 볼 수 있는가에 따라 승패가 달라지는 프로 바둑의 선수처럼 모든 시나리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그러나 자신이 느낀 이상한 능력은 결론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따라서 박예찬은 문자에 답장을 못하고 화장실을 나왔다.


그렇게 점심 시간이 끝나고 오후 과업에 들어갔다.


오후 과업이라 해봤자 특별한 업무는 없었다. 그저 업무에 관련된 논문을 읽는 것이 일이었지만 오전에 모든 일을 끝낸 박예찬은 여유가 있었다.


그는 논문을 펴 놓은 채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모르모트 칵테일』은 확실하다. 이 모든 조합이 우연일까? 아니면 불필요한 조합도 있을까?’


‘이 변화는 어디까지일까?’


‘이러한 현상이 나에게만? 아니면 다른 사람도?’


‘혹시 부작용은?’


그는 일단 생각나는 모든 것을 휴대폰에 메모를 했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고 있는데 또 휴대폰 문자가 왔다. 그는 스팸 문자인줄 알고 무심코 문자를 열었다.


그건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학생인 장민주였다.


[선생님! 저 이번 모의고사에서 수학 시험은 2등급, 영어 시험은 3등급이예요. 저 잘했죠? ^^; ]


[선생님! 언제 우리집으로 이사 들어와요?]


[다음주에 또 수행평가가 있어요. 도와주세요.]


박예찬의 눈에는 모녀의 합동작전이 눈에 훤히 보였다.


사실 성적이 많이 오르긴 했다. 수학영어가 4~5등급이었는데 최근 3개월사이에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박예찬은 우선 분할 아파트에 입주 여부 문제에 집중을 했다.


그는 점심시간에 머리속에서 떠오른 것들을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현재, 6개월후, 1년후의 각각 장점과 단점을 단숨에 적었고, 그 단점에 대한 해결방법까지도 적었다.


그렇게 메모를 하고 보니 3차원 분석이 되었다. 시간별, 장단점별, 단점에 대한 해결대안까지···


박예찬은 대학교때 교양필수로 학점을 딴 경영학 개론이 생각났다.


SWOT분석이라고 내외부환경분석과 자신의 장점, 약점을 분석하는 테이블이었는데 그것은 2차원이었지만 지금 자신이 만든 메모는 3차원이라서 깜짝 놀랐다.


어찌되었던 1년만 딱 거주하는 것이 여러모로 가장 최상의 선택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민주 어머님! 딱 1년만 거주하는 것도 괜찮을까요? 더 이상 신세지는 것도 저는 불편하고, 저의 사생활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문자를 보냈고 3분이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저희 입장에서는 아이들을 더 가르쳐 주시길 바라지만, 어떻게 저희 욕심만 고집할 수 있나요? 1년만이라도 저희 아이들을 좀 돌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민주가 오늘 수행평가가 있다고 하니 저녁 7시쯤 들르겠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최대한 불편하지 않도록 할게요.]


[제가 더 고맙습니다. 저녁에 뵙겠습니다.]


[예··· ^^]


그는 『모르모트 칵테일』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했다.


박예찬은 장민주 어머니에게 입주하겠다는 통보를 하고는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휴대폰에 메모하기 시작했다.


1. 『모르모트 칵테일』이 건강에 나쁘지는 않는지?

2. 지금까지의 원료 조합이 최상인지 아니면 빼고 더할 것은 없는지?

3. 이 이상한 변화의 범위는 어디까지 인지?

4. 의학적 기전은 무엇이고 화학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5. 이러한 변화가 나에게만 반응할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반응할까?


크게 5가지의 카테고리로 세부적으로 적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당장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했다. 4, 5번 카테고리는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화학적인 기전은 상당한 장비가 필요한 작업이었고, 의학적인 기전은 임상실험을 해야 알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동일반응 여부는 먼저 자신이 확신을 가져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1, 2, 3번 카테고리를 위해 셀프 마루타가 되어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그는 먼저 종합건강검진을 하기로 했다.


매달하자면 돈이 많이 깨지겠지만 혹시라도 부작용이 있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면 아무리 좋은 변화도 무용지물이었다. 오늘이 즐겁자고 독을 마실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몸에서 느끼는 변화를 매일 적어 두기로 했다. 체온, 혈압, 당수치, 몸무게 그리고 몸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변화에 대한 추이를 보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르모트 칵테일』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냄새가 너무 역했고 매번 마실 때마다 술과 같이 먹어야 한다는 것이 결정적인 약점이었다.


박예찬은 칵테일 주 재료들을 나열했다.


액상 사료, 3일이 된 모르모트 대소변, 블랙커피, 술


한가지는 확실했다.


모르모트 대소변이 발효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우연하게 어제 확인을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술, 커피, 액상 사료였고, 박예찬은 일단 술을 빼고 칵테일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지속효과가 약 48시간으로 추정되었기 때문에 칵테일 제조 실험은 내일이나 가능했다.


박예찬은 퇴근을 하여 애마 소나타를 몰고 도곡동 타워팰리스로 갔다.


“선생님, 어서 오세요.”


학생의 어머니는 홈드레스를 입고 양손을 모아서 깊이 인사를 했다. 학생의 성적이 오를수록 어머니의 고개는 더 깊이 숙여졌다.


학생의 어머니는 큰 키에 늘씬한 몸매로 갓 30대라고해도 믿을 만큼 동안이었다. 태생적으로 동안이었는지 아니면 관리를 잘해서 그런지 박예찬은 잘 알 수 없었다.


박예찬은 이집에 오면 매번 느끼는 것이 있었다.


이렇게 부유한 집 사람들이라면 건방을 떨 법도 하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일반사람들보다 더 겸손하고 예절이 바르다는 것을 느꼈다.


부자가 갑질 한다고 하는 것은 언론이 그런 프레임을 씌워 놓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부자라고 해서 건방을 떨고 갑질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박예찬이 겪어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당장 여기 타워팰리스에서 엘리베이터만 타도 그렇다. 모두들 먼저 인사를 건넸고 심지어 초등학생들까지도 배꼽 인사를 했다.


“예, 민주 성적이 올랐다고 해서 급하게 왔습니다.”

박예찬도 소위 배꼽인사를 하고 한마디 건넸다.


“아휴! 우리 민주가 선생님을 만난 다음부터 사람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호호호.”


“고 3이니 공부를 안 할 수 없죠. 기본적으로 머리가 있으니 공부를 하면 성적이 오르는 것이 당연하죠.”


박예찬은 겸손하게 공을 민주와 부모의 DNA로 돌렸다.


“이제 동창 모임에 가도 좀 체면이 섭니다. 호호호!”

그녀는 입을 가린 채 웃었다.


“저도 민주가 성적이 오르니 기분이 좋습니다. 가르쳤으면 성과가 나야, 가르치는 사람도 기분이 좋습니다.”


“선생님! 오셨어요?”

학생 민주가 오늘은 웬일로 단정한 차림으로 나왔다. 반팔의 하얀 티셔츠에 7부 청바지에 흰 양말까지 신었다.


“와··· 예쁘네··· 선생님은 단정한 여자가 좋더라···”


“치이··· 내가 언제는 예쁘지 않았나?”

장민주는 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을 받고도 입이 삐죽 나왔다.


“선생님 이리 와보세요.”


어머니는 박예찬을 데리고, 가구 분리할 위치를 대략 알려주었다.


인테리어 업자가 설계한 80평의 아파트 설계 도면을 보여주며, 문이며 거실이며 칸막이 위치를 알려주었다. 세대 분리할 평수는 대략 20평이었다. 하지만 박예찬은 그런 쪽에 문외한이라 그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관심있는 것은 얼마나 사생활보호가 되느냐 하는 것이었다.


기거할 방과 화장실은 완전히 독립되어 있었으나, 출입 현관만은 공동으로 사용하고, 각자의 출입문을 거쳐 각자의 집으로 들어가는 구조였다. 거실 칸막이는 경량칸막이로 소음은 차단되었으나 톡톡치면 서로 들을 수 있는 자재였다.


대체로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드네요. 민주만 드나들지 않는다면요···”


“선생님!”

옆에서 듣고 있던 장민주가 소리를 꽥 질렀다.


“야! 임마. 선생님 귀청 떨어지겠다.”


“아참! 어머님! 수업은 앞으로도 계속 여기 거실에서 할 겁니다. 불편하시더라도 좀 참아주세요.”


“호호호, 저희들은 선생님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주길 바라는데요···”

어머니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어머님, 저는 혈기 왕성한 20대 남자입니다. 늑대에게 토끼 같은 딸을 맡기고도 걱정이 되지 않으세요?”


“호호호,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선생님인데 뭐가 걱정이예요?”


“엄마! 그렇지!”

장민주는 좋아서 폴짝폴짝 뛰었다.


“어머님, 여기서 수업하지 않으면 저는 입주하지 않을 겁니다.”

박예찬은 딱 잘라 말했다.


“호호호, 선생님 농담이예요. 선생님이 거실에서 수업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어요. 세상이 하도 시끄러우니까 그렇죠···”


“고맙습니다.”


“아니예요. 민주도 잘 알고 있어요. 아직 어려서 못 먹는 감 찔러 보는 심정일 뿐이예요.”


“엄마!”

장민주는 또 소리를 빽 질렀다.


“민주야, 남자는 아빠 빼고 다 늑대다. 잘 새겨들어라.”

박예찬은 낮고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뇨, 난 늑대를 잡아먹는 여우가 될 거예요···”


“철썩!”

장민주는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을 얻어 맞았다.


“어휴, 내가 말로 장민주를 이기려고 하다니···”

박예찬은 민주와의 말싸움을 포기했다.


그는 장민주의 수행평가에 대해 봐주고, 동생 현석이의 실력을 점검했다. 그렇게 두 학생을 지도하는데 3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어머님, 현석이는 아는 것은 많은데 서로 연결을 못하고 있네요. 제가 내일 관련된 책을 구입해 올게요.”


“내일 또 오시려구요?”


“예 뭐··· 퇴근하고 마땅히 할 일도 없습니다.”


“선생님은 데이트도 안하시나봐요.”

장민주가 또 끼어 들었다.


“음··· 이제 차가 생겼으니 천천히 생각해 봐야지···”

그 소리를 들은 장민주는 얼굴이 벌개졌다. 하지만 아무도 그 모습을 본 사람은 없었다.


원룸으로 돌아온 박예찬은 또 책을 펴 들었다. 약효의 지속시간이 대략 48시간이었기에 그저께 읽다만 뇌과학에 관한 책을 펴 들었다.


이 책은 연구논문이 아니라 일반인들을 위한 책이었기에 쉬웠고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 며칠전에 뇌에 관련된 의학서적을 읽었기 때문에 더더욱 이해가 빨라졌다.


어느새 책을 읽다가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고 역시나 눈을 뜨니 새벽이었다.


어제 장민주의 엄마가 싸준 소고기 육개장을 데워 밥을 한그릇을 뚝딱하고 출근했다.


오늘은 그간 읽었던 연구 논문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고서는 이틀후에 Chief인 책임연구원 권호민에게 제출해야 했다.


박예찬은 머리속에서 약 5분간 정리한 후 키보드에 손가락을 얹었다.


그리고 마치 영감이 떠오른 소설가가 소설을 쓰듯 미친듯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렇게 10페이지를 순식간에 완성한 후 잠시 쉬었다. 그때 뭔가 의문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글씨는 왼손으로 쓰면 제대로 못 쓰는데, 왜 키보드는 왼손 오른손 차이가 없지?’


‘어제 뇌과학에서, 우리의 뇌는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두 부분 중 하나는 메인으로 쓰고 하나는 서브로 쓴다고 했는데···’

그는 좌뇌형 인간과 우뇌형 인간으로 알고 있었다.


‘그럼 나도 오늘부터 글씨를 왼손으로 써볼까?’

그는 업무 노트를 꺼내 앞으로 작성해야 할 보고서 내용을 노트에 왼손으로 써 보았다.


역시 예상대로 처음에는 제대로 써지지 않았고, 글씨도 삐뚤삐뚤했고 속도도 느렸다. 하지만 이내 왼손으로 쓴 글씨는 속도도 점차 올랐고 글자 모양도 제대로 갖추어지기 시작했다.


‘거참! 신기하네···’


박예찬은 다시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고, 마우스를 왼손잡이 모드로 바꾸어 사용했다. 마우스도 처음에는 익숙치 않아서 불편했으나 이내 오른손과 다름없이 불편함이 사라졌다.


이틀의 시간이 필요한 보고서 작성을 단 반나절 만에 완벽히 마친 그는 동기 김가영의 보고서 작성도 도와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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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공부, 깨달음 그리고 뜻밖의 선물 (2) +3 22.01.12 2,122 54 12쪽
24 공부, 깨달음 그리고 뜻밖의 선물 (1) +8 22.01.11 2,153 52 14쪽
23 분노, 실망, 침잠 그리고··· (3) +5 22.01.10 2,130 55 13쪽
22 분노, 실망, 침잠 그리고··· (2) +3 22.01.08 2,140 53 11쪽
21 분노, 실망, 침잠 그리고··· (1) +1 22.01.07 2,215 49 11쪽
20 반사 신경 (2) +3 22.01.06 2,190 55 12쪽
19 반사 신경 (1) +1 22.01.05 2,221 53 11쪽
18 『맥실러스』와 파운드리 (3) +1 22.01.04 2,239 57 12쪽
17 『맥실러스』와 파운드리 (2) +3 22.01.03 2,235 60 14쪽
16 『맥실러스』와 파운드리 (1) +7 22.01.01 2,359 58 12쪽
15 스타 탄생 예고 (2) +2 21.12.31 2,373 59 11쪽
14 스타 탄생 예고 (1) +2 21.12.30 2,431 60 13쪽
13 뇌졸중 (2) +2 21.12.29 2,420 64 14쪽
12 뇌졸중 (1) +6 21.12.28 2,416 62 11쪽
11 상상 못할 제안 (2) +5 21.12.27 2,439 60 10쪽
10 상상 못할 제안 (1) +1 21.12.25 2,519 60 12쪽
9 천재 소녀 탄생 +3 21.12.24 2,597 60 11쪽
8 셀프 마루타 (5) +2 21.12.23 2,593 61 11쪽
7 셀프 마루타 (4) +2 21.12.23 2,602 59 10쪽
6 셀프 마루타 (3) +5 21.12.22 2,640 58 11쪽
» 셀프 마루타 (2) +2 21.12.22 2,702 63 13쪽
4 셀프 마루타 (1) +7 21.12.21 2,867 63 12쪽
3 어! 이거 뭐지? (3) +6 21.12.21 2,960 67 13쪽
2 어! 이거 뭐지? (2) +2 21.12.20 3,114 67 14쪽
1 어! 이거 뭐지? (1) +24 21.12.20 4,418 8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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