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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천재들의 저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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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wildwest
작품등록일 :
2021.12.19 18:42
최근연재일 :
2022.06.10 16:00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178,786
추천수 :
4,439
글자수 :
575,689

작성
22.01.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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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반사 신경 (1)

DUMMY

19. 반사 신경 (1)



강남 도곡동 타워팰리스 장민주의 집은 분위기가 좋았다.


딸이 예상치도 않던 서울대 의대에 입학을 했고, 아버지는 뇌졸중으로 반신이 마비되었다가 기적처럼 원상회복이 되었다. 그리고 연이어 아버지는 삼진전자에서 대박을 터트려 전무로 승진과 함께 제2비서실장이 되었다. 그러니 집안 분위기가 밝을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 제가 연기 수업을 받는데 모르는게 너무 많아요···”


장민주는 뭔가를 부탁할 때마다 쓰는 아부성 비릿한 눈웃음을 쳤다.


그걸 본능적으로 느낀 박예찬은 방어막을 치면서 말을 했다.


“선생님이 요즘 많이 바쁘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면 아예 말도 꺼내지 마라.”


“선생니임잉···”


“야! 코맹맹이 소리하지 마라. 이것도 연기 수업 중에 하나야?”


“제가 갓 고등학교 졸업을 해서 어른들 세상을 잘 몰라요. 그래서 연기를 교과서처럼 한다고 혼나고 있어요.”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니 당연한 것 아니야? 다른 드라마를 보고 감정이입을 시켜봐. 그럼 될거야···”


“선생님잉··· 포장마차 좀 데려가 주세요. 예?”


“미성년자는 술집에 못 간다. 너가 거기 가면 그 술집 영업정지 3개월이다. 영업정지 3개월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


“그냥 장사 못하고 3개월 쉬는 것 아니예요? 학생들 방학처럼···”


“어휴··· 세상 물정을 모르긴 모르구나···”


사실 장민주는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청소년들이 가짜 신분증으로 술 먹고 술값을 내지 않으려고, 경찰에 신고한다고 위협한다는 것을 뉴스로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허당처럼 모르는 척해야 선생님이 부탁을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잔머리를 썼다.


“민주야! 넌 이 궁궐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잘 모르겠지만, 술집은 3개월 영업을 못하면 직접적인 피해만 매출 빵, 막대한 임차료, 인건비가 날아간다. 그건 어떻게 해서 버틴다고 하더라도 술집은 단골위주로 장사하는데 단골이 다 끊긴다. 누가 청소년에게 술을 판 집에서 계속해서 술을 마시고 싶겠니?”


“그리고 3개월 영업정지는 곧 망한다는 뜻이다. 은행에 잔뜩 빚을 지고 차린 가게를 3달 동안 영업을 못하면 그 집 주인은 피를 토하는 심정일꺼다. 그걸 모르는 청소년들이 악의적으로 장난질을 하지··· 그건 아주 못된 짓이다.”


박예찬은 미리 방어막을 치기 위해서 구구절절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잠깐만요. 선생님 좀 적을게요. 이런 것을 미리 알아 두는 것은 연기에 큰 도움이 되거든요.”


장민주는 연기학원에서 배운 대로 진지 모드로 들어가서 적으려고 했다. 그녀의 검은 속셈을 모르는 박예찬은 약간 감동을 당했다.


“그래, 어쨌든 너가 술집에서 술을 마시면 그 집은 망하는 것이다. 그러니 내년에나 보자.”


“똑똑한 선생님!”


장민주가 소리를 꽥 질렀다. 미성년자라고 여유를 가졌던 박예찬이 깜짝 놀랐다.


“아씨··· 깜짝이야.”


“선생님! 만 19세라는 기준을 잘 모르시군요.”


승기를 잡은 장민주는 여유를 부렸다.


“너 올해 10월 15일 지나야 만 19세가 되잖아.”


“선생님!!!”


“야! 귀 떨어지겠다. 좀 살살 말해!”


“만 19세 기준은요. 만 19세 되는 해의 1월 1일부터랍니다.”


“에이··· 그런 법이 어디 있어?”


“선생님 내기 하실래요? 제가 이기면 포장마차, 헌팅포차, 클럽에 차례대로 저를 데리고 가 주세요, 제가 지면 부탁을 포기할게요.”


“야! 너가 이길 경우 요구하는 것이 많고, 내가 이길 경우 난 아무런 혜택도 없잖아. 이건 불공평해.”


박예찬은 자신이 있었다. 자신이 20살이 되었을 때 생일이 안되어 술집에 쫓겨난 경험도 있었고, 법이란 것이 원래 똑 부러지니 그렇게 어중간한 원칙은 만들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다.


“좋아요. 그럼 선생님 원하는 조건을 더 넣어요.”


장민주가 웬일로 쿨하게 받았다.


“오케이. 너가 지면 한달간 내 아파트 청소하기. 어때? 만약 부실하게 청소할 경우 계약기간은 더 늘어난다!”


“오케이! 선생님 내이버에 물어보세요. 호호홍”


장민주는 마치 이겼다는 듯이 여유를 부렸고, 박예찬은 그 콧대를 꺾어 주겠다고 자신있게 스마트 폰을 집었다.


“헉! 이게 뭐야··· 뭐가 잘못 되었어··· 나 때는 쫓겨났어···.”


“라떼 선생님! 승복하시나용?”


좀 전에는 아부의 코맹맹이 소리를 했다면 지금은 승리자의 콧소리였다.


“야···”


박예찬의 『맥실러스』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천하의 『맥실러스』도 박예찬의 머리에 없는 정보는 활용할 수 없었다. 그리고 가르치던 제자라서 방심한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


그가 조금만 더 신중했으면 그녀의 표정과 어투에서 뭔가를 잡아낼 수 있었지만 그저 철없는 어린 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뇌에서 경계경보를 울리지 않았다.


“앞장 서세요. 선생님!”


장민주는 팔짱을 끼고 승리자의 여유를 마음껏 즐겼다.


“민주야, 그런데.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야 하지 않겠니···”

박예찬은 패배자가 되어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호호호, 오늘 선생님 왜 이러실까?”


박예찬은 장민주의 과도한 자신감에 더욱 주눅이 들었다.


“이미 엄마한테 허락을 받았어요. 선생님이 좋다면 맥주 한 병 조건으로 허락을 받았단 말이예요.”


“그··· 그래?”

박예찬은 뭔가 자신이 허당에 빠진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 뭐 동네에서 술 한 잔하는 것 쯤이야···’


“그렇다면 나가자.”


“선생님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장민주는 자신의 방에 가더니 한동안 있다가 나왔다. 그녀는 자신이 멋을 부릴 수 있는 최대한 멋을 부렸다.


드디어 반전의 기회가 왔다.


“야! 포장마차가 뭐하는 곳인지 알아?”


“그냥 술파는 곳이 아니예요?”


“에휴··· 내가 말을 말지···”


“야! 거긴 서민들··· 뭐 서민들이라고 말하면 무슨 말인지 모르지?”


“서민은 중산층과 달라! 힘겹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란 말이야! 막노동하는 사람 그리고 쥐꼬리만한 봉급을 받는 사람들이 하루의 시름을 잊기 위해 들러서 간단히 소주를 마시는 곳이란 말이야···”


장민주는 박예찬이 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타워팰리스에 사는 공주는 TV에서 간혹 나오는 용어를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만 해석을 하고 있었다.


“당장 화장을 지우고, 머리를 묶고 헐렁한 체육복에 운동화를 신어라.”


장민주는 선생님의 진중한 소리에 더 이상 장난을 치지 못하고 진지모드로 전환해서 빠르게 움직였다.


박예찬은 장민주와 함께 택시를 타고 금천구로 갔다. 서울 서남쪽에 위치한 금천구는 서민들이많이 사는 지역으로 허름한 실내포장마차가 많았다.


그는 일부러 그녀를 금천구로 데리고 갔다. 거기에는 진정한 서민들의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선생님, 포장마차는 비닐 천막을 걷고 들어가는 곳이 아니예요?”


“예··· 공주님. 그런 포장마차는 시청과 구청에 단속을 당해 거의 없어졌습니다. 종로에는 일부 있다고는 들었는데 소자는 모르옵니다. 그래서 요즘은 모두 실내 포차로 바뀌었습니다. 마마.”


박예찬의 어설픈 장난에 장민주는 소녀 답게 살포시 웃었다.


박예찬은 많은 실내포장마차 중에서 아무 곳이나 하나 골라서 들어갔다.


“끼이익!!!”


실내 포장마차의 알루미늄 프레임 문은 뻑뻑해서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열렸다.


‘그래 이런 소리가 실내 포장마차 소리지···’


홀안에는 스텐레스 원탁 테이블이 대 여섯 개 있었고, 이미 많은 손님들이 술을 마시며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시큼한 막걸리 냄새가 홀 안에 가득했다.


박예찬은 자연스럽게 빈 자리에 가서 앉았지만 타워팰리스 공주는 호기심에 이리저리 한참을 둘러보았다.


그들이 자리에 앉자 홍합 몇 알과 뽀얀 국물이 든 싸구려 플라스틱 대접과 함께 단무지, 깍두기가 상에 차려졌다.


조선족인 듯한 종업원은 영혼이 없는 눈빛으로 비닐코팅이 된 메뉴판을 내 밀었다. 메뉴는 여러가지 안주 국물이 묻어 얼룩덜룩한 모습이었지만 포차의 분위기를 대표하고 있었다.


박예찬은 장민주에게 뭐 먹을까 물어 보려다 말았다.


“오돌뼈 하나 하구요. 꼼장어 하나 그리고 후레쉬 하나 카스 하나!”


“아뇨, 카스 말고 테라로 주세요.”

박예찬이 주문을 하자, 장민주는 맥주 종류를 바꾸었다. 그 말을 들은 종업원은 고개를 까닥이고 사라졌다.


“아니? 너 언제 맥주이름도 꿰찼어?”


“호호호, 비밀!”


좀 지나니 주인인 듯한 뚱뚱한 아주머니가 안주를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


“우리 집에 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오니 홀이 환해지네··· 내가 좀 넉넉히 담았으니 마음껏 들어요. 뜨끈한 홍합 국물 좀 더 드릴까?”


종업원은 무뚝뚝했지만 주인은 인정이 넘쳤다.


“자··· 먹자! 포장 마차하면 대표 메뉴가 꼼장어와 오돌뼈지···”


박예찬은 상추의 물기를 툴툴 털면서 오돌뼈를 듬뿍 넣어 쌈을 싸서 입에 넣었다.


하지만 장민주는 뱀을 잘라 놓은 것 같은 꼼장어를 보고는 입맛이 뚝 떨어졌다. 그저 맥주만 홀짝거렸다.


“선생님, 저 건너편 남자들이 자꾸 저를 쳐다봐요···”

장민주는 얼굴을 박예찬 앞으로 가져다 대고 말을 했다.


“하하하, 너가 좀 예쁘니 그렇지···”

박예찬은 무심코 그녀의 말을 넘겼다.


그는 민주가 그 말을 하고는 고개를 함부로 돌리지 못하고 자신만 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박예찬은 장민주를 쳐다보고 있다는 남자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조폭인지, 양아치 인지 팔뚝에 용문신을 한 남자들이 취한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민주야. 그쪽으로 쳐다보지 말고 나만 바라봐.”


“예···”


그러나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민주는 호기심이 강했는지 자꾸 그들을 흘깃흘깃 쳐다보았다. 이런 실내 포장마차도 처음이었지만, 영화나 TV드라마에서나 보던 불량배를 보니 관심이 갔던 모양이었다.


“술 취한 남자들과 시비 붙어봐야 좋을 것 없어···”


박예찬은 장민주를 말렸다.


“안되겠다. 자리를 바꾸자.”


술 취한 양아치들은 자신들을 의식하고 자리를 바꾼 것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에이 씨팔! 세상이 참 불공평해··· 어떤 놈은 저런 때깔나는 년을 꿰차고···”


한 놈이 소줏잔을 스텐레스 원형 테이블에 탁 놓으면서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말했다.


자리를 바꾼 박예찬은 저러다 곧 말겠지 하고 생각을 하고는 굳이 그쪽으로 쳐다보지 않았다.


하지만 양아치들은 자신의 도발에 반응을 하지 않는 그들에게 더욱 화가 났다.


일반 조폭들은 어지간해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먼저 도발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들의 세계에서는 나름 룰이 있어, 비록 일반인들을 위협할지언정 싸움을 하거나 폭행은 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들 간의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조폭 흉내를 내는 양아치는 사정이 달랐다.


“이런 씨팔!”


한 놈이 일어서서 박예찬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시비를 걸어왔다.


“뭐?”


그는 위협적으로 테이블 위에 있는 소주병을 손으로 툭 건드렸고, 그 소주병이 넘어지면서 민주의 맥주잔까지 넘어뜨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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