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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천재들의 저 너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wildwest
작품등록일 :
2021.12.19 18:42
최근연재일 :
2022.06.10 16:00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178,796
추천수 :
4,439
글자수 :
575,689

작성
21.12.28 16:00
조회
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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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글자
11쪽

뇌졸중 (1)

DUMMY

12. 뇌졸중 (1)



『맥실러스』를 탄 커피를 마신 두 사람은 별 이야기가 없었다.


민주 어머니는 물어볼 게 많았지만 일단 참았다. 그렇게 어색한 30분이 흘렀다.


“이제, 한번 왼손으로 써 보시죠.”

민주 어머니는 왼손으로 애국가를 쓰기 시작했다.


첫 소절을 쓸 때는 처음과 다름없이 글자가 형편없었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하지만 두번째 소절을 쓰기 시작하자 점차 글자가 예뻐지기 시작했고 자연스러워졌다. 후렴구를 쓸 즈음에는 오른손과 같은 속도로 쓰기 시작했다.


“어? 선생님 왜 이래요?”

민주 어머니는 자신의 변화에 대해 놀라서 물었다.


“시간을 재고 있으니 좀 더 집중해 주세요.”


잠시 시간이 흘렀고 민주 어머니는 애국가를 왼손으로 다 썼다.


“다 섰어요.”


“4분 01초입니다.”


“선생님, 이게 무슨 일이예요?”


“음···”


“여기 이 물질이 뇌기능을 활성화시켜줍니다. 왼손으로 글씨가 제대로 써지지 않은 것은 근육이나 신경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뇌에서 그 영역이 활성화되지 않아서 그렇지요.”


“그런데 이 물질이, 어머님이 집중하는 뇌부위를 강력하게 활성화시켜 마치 오른손과 같은 역할을 해주게 한 것입니다.”


“아···”

민주 어머니는 『맥실러스』의 효과로 빨리 알아들었다.


“그럼, 이 물질이 민주 아빠에게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죠?”


“지금 재활치료는 괴사된 뇌영역을 대체하는 작업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엄청난 노력을 요구하죠.”


“그런데 이 물질은 대체하려고 하는 부분을 강화시켜 줄 겁니다. 어머님의 왼손처럼···”


“아···”

민주 어머니는 왜 과외 선생님이 각서를 요구했고 서론을 길게 뽑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자··· 이제 왼손으로 한 번 더 써보세요. 이제는 좀 더 활성화되었을 겁니다.”


민주 어머니는 다시 한번 더 왼손으로 애국가를 썼고, 마치 오른손처럼 익숙했고 자연스러웠다.


“2분 36초 걸렸습니다.”


민주 어머니는 스스로의 체험에 눈물을 왈칵 쏟았다. 박예찬은 한참을 기다려 주었다.


“민주 아빠가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정신은 멀쩡한데 왼쪽이 굳어 절뚝거리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는 걸 죽는 것만큼 싫어하더라구요.”


“그렇지요. 자존심이 강한 분이니 오죽하시겠습니까?”


“참, 내가 이럴 정신이 아니지···”


“선생님, 그 약을 주세요. 얼른 민주 아빠에게 먹이게요.”

그녀는 마음이 급했다.


“어머님, 그런데 이런 사실을 아버님께 말씀드릴 생각입니까?”


“음···”


“의심이 많은 저를, 선생님이 설득한다고 얼마나 고민했겠어요? 민주 아빠가 스스로 깨달으면 그때 말할게요.”


“그럼 그때는 민주 아버지의 각서도 필요합니다.”


“당연하죠.”


“그런데 뇌졸중에 어느 정도 용량이 필요한지 저는 잘 모릅니다.”


“이 작은 병의 용량은 저 같은 성인남자가 18시간정도 효과가 있더라구요.”


“그럼 저는 반을 마셨으니 9시간 정도 효과가 있겠군요.”


“어머님은 체격이 저보다 작으시니 좀 더 오래가겠죠···”


“제 생각에는 재활치료 한 시간전에 25%를 드시게 하고, 2~3시간 재활치료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재활치료가 끝나면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2~3시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지 트레이닝이 뭔 지 아시죠?”


“대충 알 것 같아요. 그건 자료를 찾아 볼게요.”


“뇌졸중은 근육이나 신경이 문제가 아니고, 뇌 영역 문제이니 이미지 트레이닝도 좋은 효과를 볼 것입니다.”


“그리고 카페인과 같이 드시면 30분이내 효과가 발현되고, 그냥 마시면 2~3시간 후에 나타납니다. 제 생각으로는 카페인이 흡수를 촉진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 선생님의 말씀대로 해 볼게요.”


“그럼 이 한 병을 가져가세요.”


“선생님, 정말 고마워요···”


“뭘요, 어머님이 평소에 제게 잘 해 주신 덕분이죠. 제가 바라는 것은 비밀 유지뿐입니다.”


“알겠어요.”


“선생님! 부탁이 있는데, 제가 병원에 가면 민주 시험 끝날 때 오지 못할 것 같아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기다렸다가 집으로 바로 데리고 가겠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세요.”


“민주는 아빠 상태를 아직 몰라요. 수험생이라 대충 둘러댔거든요. 시험이 끝나면 선생님이 좀 말씀해주세요. 저는 자신이 없어요.”


“음···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만 이왕이면 아버님이 차도가 있으면 그때 이야기하면 충격이 덜 할 것 같은데···”


“그렇겠지요. 지금의 아빠의 모습을 보면 엄청 충격을 받을 것 같은데···”


“예, 일단 제가 적당히 핑계를 대고 내일 차도가 좀 있으면 그때 말하죠 뭐···”


“그럼 선생님 부탁드려요. 저는 얼른 병원에 가 볼게요.”


“침착하셔야 합니다.”


민주 어머니는 얼른 택시를 잡아타고 삼진병원으로 향했다. 그녀는 택시안에서 생각을 정리했다.


‘한 번에 1/4병, 효과지속시간 6시간, 카페인과 함께, 재활치료전에, 이미지 트레이닝 병행’


‘박 선생은 우리집에 복덩어리야···’

그제서야 민주의 시험이 떠 올랐다.


‘기집애! 꼭 좋은 성적을 받아서 아빠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텐데···’


삼진 종합병원 1801호 특실


“미인주··· 시ㅎ 장··· 자을··· 드러..”

민주 아버지는 어눌한 발음으로 딸의 시험을 걱정했다.


“예 잘 들어 갔구요. 박 선생님이 시험이 끝나면 집으로 데리고 오기로 했어요.”


“허··· 그··· ㄹ.. 래”


“박 선생님 말씀으로는 의대는 확실한데, 서울대 의대일지는 확실치 않다고 하네요.”

민주 아버지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는 정말이냐고 눈빛으로 물었다. 그때 민주 어머니는 남편의 등을 탁쳤다.


“눈빛으로 말하지 말고, 어눌하더라도 말을 계속하라고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셨잖아욧!”


“그··· ㄹ 래..”


“그 ㄹ 러 데··· 이 꼬···르 미인주···”

민주 아버지는 더 말하기 힘들어 오른손을 들어 흔들었다.


“예 알겠습니다. 그건 박선생님이 내일이나 모레쯤 적당히 알아서 잘 말하겠다고 했어요.”

민주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의사표시를 했다.


‘찰싹!’


“말로 하라니까 그러네···”


민주 어머니는 병실에 걸린 시계를 슬쩍 쳐다보았다.


“아··· 예약된 재활치료시간이 한 시간 남았네···”

민주 어머니는 박하스를 조금 덜어내고 박예찬이 준 물질을 1/4쯤 부었다.


“재활치료가 힘드니 이것 마시고 힘내세요.”


그녀는 박하스를 건네자 남편은 그걸 단숨에 다 마셨다. 물론 아직 얼굴 근육이 자연스럽지 않아 그의 입술 사이로 박하스 내용물이 흘러나왔다. 민주 어머니는 휴지로 남편의 얼굴을 정성껏 닦았다.


민주 엄마는 잠시 비는 틈을 타서 다시 왼손으로 애국가를 써보았다.


스스로도 놀랄 만큼 자연스러웠고 쓱쓱 써졌다. 속도는 오른손이나 다름이 없었다.


‘참! 신기해···’


시간이 되자 남자 도우미들이 와서 남편을 휠체어에 태워 재활치료실로 갔고, 그녀도 같이 따라갔다.


재활치료센터는 전문 인력이 재활치료를 도왔고, 보호자는 창문을 통해서 그 모습을 지켜보도록 되어 있었다.


민주 아버지는 힘겹게 오른손으로 몸을 지탱했고 겨우 섰다. 아직은 한발 두발 디디는 정도가 재활치료의 전부였다.


그는 여느 뇌졸중 환자들처럼, 자신의 왼팔이 굳어서 그의 가슴 앞에 딱 붙인 채, 힘겹게 한걸음 두걸음을 걷는 연습을 했다. 하지만 민주 아버지는 이미 겁을 먹고 있었고, 뇌졸중에 기가 꺾여 자신감을 잃고 있었다.


보다 못한 민주 어머니는 재활치료실에 들어가 남편의 등짝을 세게 쳤다.


“여봇, 집중해요. 천하의 장준호가 이깟 병에 져요?”


“아··· 여사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재활치료사는 민주 어머니를 정중히 밖으로 내보냈다.


등짝 스매싱을 당한 민주 아버지는 용기를 냈다.


‘그래, 나 장준호야! 민주, 현석이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 줘야지···’


그는 이를 악물고, 용기를 내어 발을 내디뎠다.


“어?”

좀 전과 달리 훨씬 부드러워졌다.


좀 전에는 두 걸음도 힘들었는데, 집중하자 서너 걸음을 걸어도 그리 힘들지 않았다.


민주 아버지는 보호자 대기실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아내에게 고개를 돌리고서 씨익 웃었다.


민주 어머니도 그 모습을 보고는 울컥해서 눈물을 흘렸다.


단, 30분만에 10걸음을 걸었고, 1시간만에 20걸음을 걸었다. 그리고 딱 굳어 절대 펴지지 않던 왼손도 조금씩 움직일 수 있었다.


재활치료사도 그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과 전혀 다른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니 적잖이 당황했다.


그렇게 2시간의 재활치료를 끝내고 다시 병실로 올라갔다.


“여보, 이제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좀 해봐요. 걷는 모습을 상상해도 좋고, 골프치는 상상도 좋아요. 골프는 왼손이 핵심이잖아요.”


“그거시 효가···가 이게소?”


“어? 여보”

남편의 말이 아직 어눌했지만 제법 알아듣는 발음을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말하는 남편 자신은 그런 변화를 깨닫지 못했다.


“외··· 애?”


“당신 지금 발음이 아주 좋아졌어요.”


“그.. 러ㄴ 가?”


“지금 상상으로 노 상무와 18홀을 한번 돌고 오세요.”


그녀의 말에 남편은 눈을 지그시 감고 자신의 골프 경쟁자인 노 상무와 18홀을 도는 상상을 했다. 그는 드라이브를 잡고 왼손 새끼손가락에 힘을 넣고는 크게 휘둘렀다.


‘나이스 샷!’


상상속의 캐디의 낭랑한 목소리가 귀에 선명히 들렸다. 마치 선명한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그는 이미지 트레이닝 중이었기에 카트를 타지 않고, 걸어서 다음 타를 쳐야 할 곳으로 갔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이나 이미지를 통해 18홀을 다 돌았다.


“짜아시! 벼ㄹ···거··· 아니네···”

이미지 트레이닝을 끝낸 민주 아버지는 경쟁상대인 노 상무에게 한 마디 했다.


“여보···”


“왜?”


“지금 선명히 말했어요.”


“그래?”


“그러데 배 고파···”

민주 아버지는 아직 ‘조사’ 표현을 좀 힘들어 했지만 단어 구사는 선명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요. 저녁 식사시간이 되려면 1시간이 남았어요.”


“민주 시험 끝 시간 다 되어가네··· 그럼 우선 두유라도 좀 드실래요?”


“뭐 좀··· 줘”


그가 말하고 싶은 문장은 ‘뭐든 좀 줘봐!’ 였지만, 아직 단어 나열 정도였고, 아직은 받침이 있는 단어의 발음은 부정확했다.


그녀는 두유를 찾는 척하며 눈물을 흘렸다.


‘거의 포기했던 남편이 살아나고 있다. 그것도 단 몇 시간만에···’


민주 어머니가 플라스틱 잔에 두유를 따라 남편에게 건넸다.


남편은 무심코 왼팔을 뻗으려고 했다. 그간 꼼짝하지 않던 왼팔이 몸에서 거의 20cm나 떨어졌다.


“어?”

부부는 그 모습을 보고는 서로 깜짝 놀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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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공부, 깨달음 그리고 뜻밖의 선물 (2) +3 22.01.12 2,122 54 12쪽
24 공부, 깨달음 그리고 뜻밖의 선물 (1) +8 22.01.11 2,153 52 14쪽
23 분노, 실망, 침잠 그리고··· (3) +5 22.01.10 2,129 55 13쪽
22 분노, 실망, 침잠 그리고··· (2) +3 22.01.08 2,140 53 11쪽
21 분노, 실망, 침잠 그리고··· (1) +1 22.01.07 2,214 49 11쪽
20 반사 신경 (2) +3 22.01.06 2,190 55 12쪽
19 반사 신경 (1) +1 22.01.05 2,221 53 11쪽
18 『맥실러스』와 파운드리 (3) +1 22.01.04 2,239 57 12쪽
17 『맥실러스』와 파운드리 (2) +3 22.01.03 2,235 60 14쪽
16 『맥실러스』와 파운드리 (1) +7 22.01.01 2,359 58 12쪽
15 스타 탄생 예고 (2) +2 21.12.31 2,373 59 11쪽
14 스타 탄생 예고 (1) +2 21.12.30 2,431 60 13쪽
13 뇌졸중 (2) +2 21.12.29 2,420 64 14쪽
» 뇌졸중 (1) +6 21.12.28 2,416 62 11쪽
11 상상 못할 제안 (2) +5 21.12.27 2,439 60 10쪽
10 상상 못할 제안 (1) +1 21.12.25 2,519 60 12쪽
9 천재 소녀 탄생 +3 21.12.24 2,596 60 11쪽
8 셀프 마루타 (5) +2 21.12.23 2,593 61 11쪽
7 셀프 마루타 (4) +2 21.12.23 2,602 59 10쪽
6 셀프 마루타 (3) +5 21.12.22 2,640 58 11쪽
5 셀프 마루타 (2) +2 21.12.22 2,702 63 13쪽
4 셀프 마루타 (1) +7 21.12.21 2,867 63 12쪽
3 어! 이거 뭐지? (3) +6 21.12.21 2,959 67 13쪽
2 어! 이거 뭐지? (2) +2 21.12.20 3,114 67 14쪽
1 어! 이거 뭐지? (1) +24 21.12.20 4,418 8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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