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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71 님의 서재입니다.

농담1. 그와의 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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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71
작품등록일 :
2018.04.27 17:25
최근연재일 :
2018.05.26 10:0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1,576
추천수 :
25
글자수 :
59,728

작성
18.05.24 06:00
조회
45
추천
1
글자
4쪽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9

그것은 아주 사소한 농담에서 비롯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사건들의 시작이 그러하듯이, 일말의 진정성에 하릴없는 장난기를 조금 섞어 치댄다. 다소의 취기를 첨가하고, 근거없는 상상력을 골고루 뿌린 후에 오븐에 넣는다. 그리고.... 기다린다. 지루한가? 그렇지 않다. 달궈진 오븐 안에서는 제멋대로 부풀어오른 추잡한 상념과 도덕율이 격렬히 부딪히고, 또 폭발한다. 이윽고 종이 울리고 오븐을 열었을 때, 의도와는 다른 낯선 결과물에 황망해지고 만다... 무언가가 너무 많이 첨가되었거나, 과열되었거나, 오븐에 너무 오래 넣어두었거나.




DUMMY

내내 불이 꺼져 있던 그녀의 방에 들어섰다. 그녀가 스위치를 켜자 옹색한 열 평 남짓의 세간이 드러났다. 바닥을 반 넘어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침대와 거울이 달린 화장대, 작은 냉장고, 그리고 문틀이 어긋나버린 옷장 하나가 전부였다. 하긴 무언가를 더 놓을 만한 공간도 없어 보였다.

“잠깐만 여기 앉아서 기다려줄래? 나 좀 씻고 나올게.”

J는 침대 모퉁이에 가 앉았다. 허술한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물줄기 소리를 들으면서 J는 난데없이 신데렐라를 떠올렸다. 자정이 지나고 난 뒤에 화려한 마차는 호박으로, 마차를 끌던 멋진 백마들은 생쥐로 변해버리고 난 뒤에, 초라한 현실로 환원된 신데렐라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모르긴 해도 울고 싶었으리라... J는 물줄기 소리에 섞여나는 희미한 흐느낌을 분간해내고 있었다. 물소리가 멎고, 그녀가 나왔다. J와 눈이 마주치고는 젖은 얼굴로 밝게 웃어보였다.

“뭐, 마실 거라도 좀 줄까?”

“아니, 괜찮아... 그보다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 좀 해줄래?”

J가 정색을 하고 물었다. 그녀의 젖은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셨다. 그녀는 천천히 J의 옆에 앉았다. 매트리스가 다소 과장되게 출렁거렸다. 이어 그녀의 손이 J의 볼 위에 가 닿았다. J는 뜻밖의 그녀의 행동에 당황했다.

“너 이렇게 보니까, 참 잘생겼네?”

J가 신경질적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아 끌어내렸다.

“말 돌리지 말고 얘기해봐. 도대체 무슨 일이야?”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작은 냉장고에서 나는 소음은 좀더 확성되어 들렸고, 한 침대에 나란히 앉은 둘은 정물처럼 한동안 서로의 얼굴을 응시한 채 굳어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녀의 입술이 J의 입술을 덮었다. J도 이번엔 차마 물리치지 못했다. 대신 눈을 감았다. 그녀의 폐부에 머물렀던 깊은 숨결이 J의 입안으로 밀려들었다. 둘은 또 다시 정물처럼 입을 맞대고 앉아 있었다. 서로에게로 넘어간 호흡이 각자의 몸 안에서 무언가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음을, 아마도 그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을 게다.


“이제 좀 얘기가 흥미진진해지네.”

L이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했다.

“야, 좀더 들어보자. 쉿!”

내가 말렸다. 그러나 L은 아까보다 더 확성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뭘, 더 들어? 그러니까 사라진 그녀가 근 한달만에 나타나서 와락, 안겼고, 그녀의 집으로 데려가서 씻고 나왔고.... 같은 침대에 나란히 앉아서 키스를 했으면.... 그 다음은 뻔한 거 아냐?”

L은 한손은 주먹을 쥐고, 나머지 한손은 펼쳐서는 짝짝, 부딪혀 소리를 냈다. 이거, 이거... 그치?

오기로 했다던 W와 D가 나타난 것은, 우리들의 시니컬한 반응에 L이 다시 자세를 풀고 상체를 한껏 젖힌 채, “아님, 말구” 중얼거릴 즈음이었다. 운동선수출신에 덩치가 큰 W와 왜소한 편인 D는 근래들어 자주 어울려 다녔다. 전작이 있는 것 같아서 물었더니, 근처에서 둘이 소주 한 잔 마시다가 K의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분위기 왜 이래? 무슨 일이 있었어?”

매달리고 싶은 팔뚝을 지닌 W가 J의 어깨를 두드리며 물었다. 아녀, 아무일도. J가 대답했다.

“아니긴, 표정이 안 좋은데...”

“야, 그럴 일이 있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들의 술자리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J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나는 귀를 쫑끗 세우고 들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야, 그래. 얘기 좀 들어보자. 무슨 일이야?”

왜소한 체구의 허스키한 목소리의 D도 덩달아 J를 보챘다.

“그러니까, 그날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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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11(끝) 18.05.26 39 1 7쪽
25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10 18.05.25 40 1 5쪽
»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9 18.05.24 46 1 4쪽
23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8 18.05.23 53 1 5쪽
22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7 18.05.22 52 1 4쪽
21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6 18.05.21 48 1 6쪽
20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5 18.05.19 57 1 4쪽
19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4 18.05.18 50 1 4쪽
18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3 18.05.17 63 1 5쪽
17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2 18.05.17 41 1 4쪽
16 농담2.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 1 18.05.16 59 1 4쪽
15 그와의 불화15(끝) 18.05.13 54 1 6쪽
14 그와의 불화14 18.05.12 55 0 9쪽
13 그와의 불화 13 18.05.11 53 1 6쪽
12 그와의 불화12 18.05.10 62 1 5쪽
11 그와의 불화11 18.05.09 62 1 5쪽
10 그와의 불화10 18.05.08 46 1 7쪽
9 그와의 불화9 18.05.07 46 1 4쪽
8 그와의 불화8 18.05.06 67 1 4쪽
7 그와의 불화7 18.05.05 56 1 3쪽
6 그와의 불화6 18.05.04 67 1 6쪽
5 그와의 불화5 18.05.03 67 1 9쪽
4 그와의 불화4 18.05.02 68 1 6쪽
3 그와의 불화3 18.05.01 88 1 5쪽
2 그와의 불화2 18.04.30 125 1 5쪽
1 그와의 불화1 +3 18.04.27 113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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