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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71 님의 서재입니다.

농담1. 그와의 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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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71
작품등록일 :
2018.04.27 17:25
최근연재일 :
2018.05.26 10:0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1,568
추천수 :
25
글자수 :
59,728

작성
18.05.19 09:00
조회
56
추천
1
글자
4쪽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5

그것은 아주 사소한 농담에서 비롯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사건들의 시작이 그러하듯이, 일말의 진정성에 하릴없는 장난기를 조금 섞어 치댄다. 다소의 취기를 첨가하고, 근거없는 상상력을 골고루 뿌린 후에 오븐에 넣는다. 그리고.... 기다린다. 지루한가? 그렇지 않다. 달궈진 오븐 안에서는 제멋대로 부풀어오른 추잡한 상념과 도덕율이 격렬히 부딪히고, 또 폭발한다. 이윽고 종이 울리고 오븐을 열었을 때, 의도와는 다른 낯선 결과물에 황망해지고 만다... 무언가가 너무 많이 첨가되었거나, 과열되었거나, 오븐에 너무 오래 넣어두었거나.




DUMMY

다음날, J는 운동화를 한 켤레 샀다. 그리고 그 다음날 퇴근한 뒤에 곧장 고기집으로 향했다.

“오늘 안 나왔어요. 집에 일이 있다고 하던데.”

“무슨 일이요?”

“그야, 모르죠. 어쨌든 오늘은 못 나온다고 연락왔어요. 하필 제일 바쁜 금요일에...”

고기집 사장은 심드렁하게 말하고는 달궈진 연탄불을 화로에 넣고는 바삐 사라졌다. 이윽고 다른 아주머니가 주문한 고기를 불판에 내려놓았다. 무슨 일일까? J는 그녀가 걱정되었다.

“동창이시죠? 얘기 많이 들었어요.”

“아, 예.”

아주머니는 잰 손놀림으로 고기를 자르고 구웠다.

“아마, 병원에 있을 거예요.”

“어디 아픈가요?”

“동생이 아픈 게 아니라 신랑 땜에... 친한 친구라던데, 모르셨어요?”

“네... 어디가 아픈가요?”

“어머, 내가 괜한 말을 했나 보네. 모른 척 해주세요...”

당황한 아주머니는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J는 혼란스러웠다. 달궈진 불판 위에 고기들은 젓가락이 닫지 않은 채 까맣게 그을리고 있었다. J는 소주를 마셨다. 난잡하게 흩어진 퍼즐조각처럼 난감했다. 안주 없이 소주 한병을 다 비운 뒤 J는 아주머니를 불러 물었다.

“병원이 어디인가요?”

“저도 모르죠. 어디 요양병원이라고만 했어요.”

“집은요?”

“그것도 잘.... 봉천동이라고만....”

J는 혹시 출근하면 연락 좀 해달라고 부탁하고는 명함을 건넸다. 젖은 손으로 아주머니는 명함을 받았다. 아직 초저녁이었다. 사위는 어수룩해지기 시작했고, 곧 가로등이 희미해진 자연광을 대신할 거였다. J는 마음이 심란해졌다. 조각난 퍼즐 중에 하나를 집어들었다. 하지만 딱히 어떤 모양인지, 어느 부분인지 짐작이 가질 않았다. 생각해보자... 생각해보자.... 걸음은 어느새 J를 한 정거장 남짓의 아파트 단지 초입으로 데려다 놓았다. J는 또 담배를 꺼내 물었다.


“뭐, 이해는 되네! 여자들이란 게 원래 허영덩어리들이라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생활하면서도 카드빚까지 내서 명품가방 같은 거 막 사고 그러잖아. 야야, 괜히 깊이 발 담그지 말고, 쑥, 빠져. 너 같은 애들은 순진해서 그동안 벌어놓은 거 죄다 빨릴 것 같다야, 그 여자한테.”

L이 말했다. 나로서도 J가 좀 불안해보이기는 했다. 지나치게 진지하고, 또 감성적이다. 이런 유형의 인간들은 도무지 적당히를 모르게 마련이다. 내처 걸어갈 것이다. 그게 벼랑 끝이라도.

“숨기고 싶었겠지... 내가 걱정할까봐.”

우울한 표정으로 J가 말을 이었다.


J가 일부 맞춰놓은 퍼즐은 전혀 다른 그림이 되어가고 있었다. J는 대학동창을 통해서 그녀의 남편, 그러니까 삼년 선배인 말없고 조용한 형의 근황을 들을 수 있었다.

“나도 들은 얘긴데, 참 안됐더라. 그 형, 십년 전에 사업 실패하고, 화물트럭 운전하다가 사고를 크게 당한 모양이야. 아는 처지에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차라리 죽었으면 가족들 고생이라도 덜지. 너도 알지? 순임이라고 우리 동창이잖아. 걔가 고생이 말도 아니란다. 근데 그 형은 왜?”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그러고 보니, 너 이상하다? 간만에 연락해서 다짜고짜 선배근황이나 물어보고...”

“술이나 마셔, 임마.”

J는 연거푸 술잔을 비웠지만, 취기가 오르기는커녕 심히 멀쩡했다. 자꾸만 그녀의 볼우물과 눈밑 애교살이 떠올랐다. 그리고 문득문득, 그녀의 얼굴에 드리워지던 그림자... 과장된 웃음으로 덧칠하던 그녀... 그리고 거짓말들.

“그나저나 순임이 말이야, 참 예뻤는데. 애도 없겠다, 딱 눈감고 새 출발이라도 하지, 뭔 열부 났다고 그리 지내는지 원.”

“애가... 없었어?”

“비극이야, 비극. 트럭에 같이 타고 있었대. 애는 죽고, 애비는 살고. 야, 우울한 얘기 그만하자. 술이나 마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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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11(끝) 18.05.26 39 1 7쪽
25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10 18.05.25 40 1 5쪽
24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9 18.05.24 45 1 4쪽
23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8 18.05.23 53 1 5쪽
22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7 18.05.22 52 1 4쪽
21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6 18.05.21 47 1 6쪽
»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5 18.05.19 57 1 4쪽
19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4 18.05.18 50 1 4쪽
18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3 18.05.17 63 1 5쪽
17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2 18.05.17 41 1 4쪽
16 농담2.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 1 18.05.16 58 1 4쪽
15 그와의 불화15(끝) 18.05.13 54 1 6쪽
14 그와의 불화14 18.05.12 55 0 9쪽
13 그와의 불화 13 18.05.11 52 1 6쪽
12 그와의 불화12 18.05.10 61 1 5쪽
11 그와의 불화11 18.05.09 62 1 5쪽
10 그와의 불화10 18.05.08 46 1 7쪽
9 그와의 불화9 18.05.07 45 1 4쪽
8 그와의 불화8 18.05.06 67 1 4쪽
7 그와의 불화7 18.05.05 56 1 3쪽
6 그와의 불화6 18.05.04 66 1 6쪽
5 그와의 불화5 18.05.03 67 1 9쪽
4 그와의 불화4 18.05.02 68 1 6쪽
3 그와의 불화3 18.05.01 87 1 5쪽
2 그와의 불화2 18.04.30 125 1 5쪽
1 그와의 불화1 +3 18.04.27 113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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