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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71 님의 서재입니다.

농담1. 그와의 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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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71
작품등록일 :
2018.04.27 17:25
최근연재일 :
2018.05.26 10:0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1,582
추천수 :
25
글자수 :
59,728

작성
18.05.23 14:00
조회
53
추천
1
글자
5쪽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8

그것은 아주 사소한 농담에서 비롯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사건들의 시작이 그러하듯이, 일말의 진정성에 하릴없는 장난기를 조금 섞어 치댄다. 다소의 취기를 첨가하고, 근거없는 상상력을 골고루 뿌린 후에 오븐에 넣는다. 그리고.... 기다린다. 지루한가? 그렇지 않다. 달궈진 오븐 안에서는 제멋대로 부풀어오른 추잡한 상념과 도덕율이 격렬히 부딪히고, 또 폭발한다. 이윽고 종이 울리고 오븐을 열었을 때, 의도와는 다른 낯선 결과물에 황망해지고 만다... 무언가가 너무 많이 첨가되었거나, 과열되었거나, 오븐에 너무 오래 넣어두었거나.




DUMMY

J와 그녀의 산보는 한동안 계속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간간이 영화를 보거나, 차를 마시거나, 맥주를 마시는 일도. 그녀는 자주 웃어주었고, J는 그 웃음이 기뻤다.

그러던 어느날, 여느 때처럼 J가 고기집을 찾았을 때, 그녀가 없었다. 그녀의 속사정을 알고 있었던 탓에 J는 별로 당황하지 않았다. 다만 조금 걱정되었다.

다음날도 J는 고기집을 찾았다. 그날도 그녀는 출근하지 않았다고 했다. J는 이번에는 고기를 주문하지 않았다. 그녀의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를 찾아내어 전화를 하려다가 말았다. J는 자신이 그녀의 속사정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에게 들킬까봐 두려웠다. 조금만 참으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나타나서, “그이랑 여행 다녀왔어”라고 말하겠지... 그날 밤 J는 잠을 설쳤다.

그 다음날은 고기집 앞에서 그녀의 모습을 찾았다. 보이지 않았다. J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J는 고기집 앞에서 담배만 연신 피워대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사라진 뒤 일주일동안 J는 매일 고기집 앞을 서성거렸다. 그녀의 전화기는 아예 꺼져 있었다. 무슨 일일까? 혹시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걸까? 나쁜 생각은, 나쁜 상상력을 낳고, 나쁜 상상력은 J의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손님.”

연탄을 가지러 나온 고기집 주인이었다.

“내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순임씨 어제부로 그만뒀어요.”

“아, 예... 근데 왜 그만뒀나요?”

“사정이야 모르죠. 여튼 어제 전화로 그만두겠다고 합디다. 집안 일 때문에 그렇다던데...”

J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집안 일...

“사장님, 혹시 주소라도 알 수 있을까요?”

고기집 주인은 잠시 인상을 찌푸려 보이고는 연탄을 들고 고기집 안으로 들어갔다가 노란색 파인더를 들고 나왔다.

“원래 이런 거 보여주는 거 안 되는데, 단골이시라서 특별히 보여주는 거유.”

“예, 감사합니다. 사장님.”


그녀가 사라지고 난 뒤에 J의 첫 반응은 당혹스러움이었다. J는 애써 침착하려 하였고, 그녀가 나타나주길, 그래서 예전처럼 밝게 웃어주길 바랐다. 그러나 그녀는 J의 바람과는 달리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고, 그 대신 그녀에 대한 불길한 상념만 뇌수의 골짜기 여기저기서 복병처럼 튀어나왔다. J는 사무실 책상머리에 앉아서 서류를 넘기다가도, 회의를 하다가도, 식사를 하다가도, 또 샤워를 하고, 소파에 앉아서 TV를 시청하다가도 멍하니 정신을 놓기 일쑤였다.

그 다음엔 분노가 J를 괴롭혔다. 어찌 이리 무심하단 말인가... 무슨 일인지 전화 한 통화라도 해줄 수 없단 말인가... J는 맞춤법이 틀린 결재서류를 팀원에게 집어 던지기도 했고, 회의 시간에는 팀원들의 근무 태도에 대해 열띤 잔소리를 늘어놓기도 했다. 퇴근 후에는 그녀의 집 앞에서 불꺼진 창문을 바라보다가 맥이 풀려서는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아예 꺼져 있는 그녀의 전화기에 대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 밤이면 으레 불면증에 뒤척이다가 무심한 그녀를 원망하면서 출근을 했다.

그렇게 그녀가 없는 한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J는 점차 평상심을 찾아갔고, 직장에서는 다시 온화한 팀장으로, 가정에서는 성실한 가장으로 복귀해 있었다. 연탄화덕에 매운 양념을 버무린 삼겹살을 굽는 집에는 더 이상 발길을 하지 않았다.

다만 가끔 그녀의 집 앞으로 가서 불꺼진 창문과 우편물이 그득한 우편함만 바라보다가 돌아오곤 했다. 부질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면서도 J는 그녀를 완전히 놓아주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녀가 나타난 것은, 불 꺼진 창문을 확인한 J가 막 돌아서려고 할 때였다.

“왔어?”

그녀가 말했다. J는 묻고 싶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동안 어떻게 지냈으며, 왜 전화는 받지 않았느냐고. 그러나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내 J의 가슴에 쓰러지듯 안겼다.

“잠시만.... 그냥 안아줄래?”

먼지 쌓인 자전거와 겨우 사위를 분간케 하는 촉수 낮은 가로등이 서 있는 골목에서 J와 그녀는 그렇게 다시 조우했다. 도대체.... J는 말을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대신 매달리듯 안긴 그녀의 등을 가볍게 토닥거렸다. 그녀는 마치 병을 앓는 아이처럼 힘없는 뒤척임으로 J의 품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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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11(끝) 18.05.26 39 1 7쪽
25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10 18.05.25 40 1 5쪽
24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9 18.05.24 46 1 4쪽
»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8 18.05.23 54 1 5쪽
22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7 18.05.22 52 1 4쪽
21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6 18.05.21 48 1 6쪽
20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5 18.05.19 57 1 4쪽
19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4 18.05.18 50 1 4쪽
18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3 18.05.17 63 1 5쪽
17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2 18.05.17 42 1 4쪽
16 농담2.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 않냐? 1 18.05.16 59 1 4쪽
15 그와의 불화15(끝) 18.05.13 54 1 6쪽
14 그와의 불화14 18.05.12 55 0 9쪽
13 그와의 불화 13 18.05.11 53 1 6쪽
12 그와의 불화12 18.05.10 62 1 5쪽
11 그와의 불화11 18.05.09 63 1 5쪽
10 그와의 불화10 18.05.08 46 1 7쪽
9 그와의 불화9 18.05.07 46 1 4쪽
8 그와의 불화8 18.05.06 68 1 4쪽
7 그와의 불화7 18.05.05 57 1 3쪽
6 그와의 불화6 18.05.04 67 1 6쪽
5 그와의 불화5 18.05.03 68 1 9쪽
4 그와의 불화4 18.05.02 68 1 6쪽
3 그와의 불화3 18.05.01 88 1 5쪽
2 그와의 불화2 18.04.30 125 1 5쪽
1 그와의 불화1 +3 18.04.27 113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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