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관식(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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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지가 만약 평소의 상황이었다면 뒤를 힐끗 흘겨보았을것이다. 살짝 이미지를 구겼다는냥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의 세이지는 그러지 않았다. 그러지 못했다. 이번 싸움에서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한순간정도야 뗄 수 있겠지만. 그 한 순간의 눈을 떼는 마음가짐으로는 이길 수 없었다.
"쿠어어어어어어!!!!!!!"
붉은와던은 내려찍는것으로 세이지를 죽이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자 올려치기를 시도했다. 앞에 존재하는 것이 영 처리하기 귀찮으면 날려버리고 싶어지는 것이 인간의 아니 모든 동물의 공통적인 마음이었다. 내 앞에 짜증나는 물건이 있으니. 던져버린다. 치워버린다. 날려버린다. 라는 건 1차적인 생각이지만 각성상태에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그리고 가장 절대적으로 떠오르는 상념인거다.
세이지는 이러한 올려치기를 막기보다는 이 올려치기에 따라서 점프를 해줌으로서 피해를 최소하 시켰다. 그래서 점프를 통해 와던의 뒤로 날았다.
"!!!!" "도망쳐어!!!"
피해없이 날아가던 세이지는 붉은와던이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렸다. 붉은와던은 자신이 날린 세이지 대신 자신의 앞쪽에 보이는 여성 두명과 남성 한 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망치라는 말이 들렸지만 세이지 머릿속에서, 슈우지 머릿속에서, 페냐의 머릿속에서, 세이카의 머릿속에서.. 멋지게 도망쳐내는 장면따윈 상상도 되지 않았다. 그저 슈우지는 아주 초조하게 조금 떨리는 손으로 검을 다잡고 있었고, 세이카는 마법을 시전하려는 준비를 할 뿐이었다. 페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초조한 얼굴로 붉은와던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느릿한 슬로모션으로 진행되는듯했다. 만약 절대적 시간관념으로 본다면 이 시간은 아주 짧은 시간에 지나지 않겠지만 모두에게 있어서 마치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붉은와던에게도 긴 시간으로 느껴졌을 지는 모르겠지만.....하지만 확실한건 이토록 긴 시간으로 느껴지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단 사실이었다. 세이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단 사실이었다. 날아가는 도중에 공기를 발로 차서 와던에게 접근하려고 해도. 도무지 자신이 빠르게 나아가질 않았다.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려 하고있는 슬로모션속으로 아무리 발길질을 해도 나아가지지가 않았다. 꿈속에서 허공에 대고 발길질을 하는 기분이었다. 이처럼 속도를 갈구했던 적은 없었다. 붉은와던은 슈우지쪽과 점점 가까워지는데 마치 자신은 붉은와던과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모든 근육과 신경을 전부 쥐어짜내었지만 자신의 입에서는 어떤 소리도 나오지 않았고, 어떤 소리를 내야 될 지도 몰랐다.
그리고.....붉은와던이 손을 높게 쳐올리고.....
"피잉!" "피잉!" "피잉!"
이라는 작은소리로는 이미지가 맞지 않는. 투창과도 같은 화살이 세 발 붉은와던의 머리에 꽂혀서는 뚫어버렸다. 슬로모션으로 진행되던 모든 장면이 순식간에 갑자기 빠른속도로....제속도로 흐르는 기분이었다. 화살이 날아온 쪽을 봐야할 것 같았지만. 당장에 눈앞에서 맥없이 쓰러지는 붉은와던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혹시나하는..붉은와던이 머리가 뚫리고서도 다시 공격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는지도모른다. 하지만 붉은와던은 높게 치들었던 손에서 방망이와도 같은 무기를 놓치면서....힘없이 쓰러졌다. 얼마나 힘이 없어보였는지 그 커다란 무기조차도 불과 3kg이 안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가운데에 있던 붉은와던이 쓰러져버리자 세이지와 슈우지는 마주보는 상태가 되었고, 둘은 어벙한 얼굴로 서로를 2초정도 바라보다가 화살이 날아온 곳을 향했다.
그곳에는.....커다란 말을 타고 있는...검은색의 천을 뒤집어 쓰고 있는 그 안에는 무언가 중갑의 흔적이 느껴지는....커다란 두 명이 있었다. 세이지는 기척으로 예상해보았을 뿐이지만 슈우지는 보는 것만으로 바로 알 수 있었다. 이들은 붉은와던 병사이다. 슈우지가 이곳에 처음 온 날에 보았던 그 병사와 똑같은 차림이었던 것이다. 슈우지는 무언가 모르게 다시금 몸이 굳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굳는 정도로 말하자면 방금전 붉은와던보다도 이 병사들에게 더 강하게 굳어왔다. 병사들이 탄 말이 터벅터벅 걸어옴에 있어서 슈우지는 칼을 다잡지는 않았지만 점점 더 초조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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