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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cal 님의 서재입니다.

두 번째 용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pascal
작품등록일 :
2015.03.17 23:43
최근연재일 :
2016.09.2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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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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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17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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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세상의 화장실(1)

DUMMY

"찌르르릉!!!!!! 찌르르르!!!!!!!! 찌르릉!!!!!! 찌르르!" "탁"


시끄럽게 울리는 자명종을 끄고 일어난 한 소년은 이상한 궁금증에 고민하지만 아침에 일어났다는 짜증 속에 뒤덮여 궁금증인지 짜증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현재시간 AM 7:30


"..으...아침인가?..아..그것보단 난 자명종을 안쓰는데....잠이나 다시 자야지.."


누우려는 순간 발견한 자신의 머리 옆에 놓여진 노트종이조각.....


그곳에 쓰여진 글씨 두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소년의 기억은 하루전날 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08.15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오늘이 15일이니까 내일이 개학인가? 아, 빨리도 지나갔네. 방학내내 컴퓨터게임만 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네."


그가 방학기간 동안 한 게임은 약 15가지 종류, 15가지를 전부 마스터했다.


온라인게임이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CD게임. 즉 끝이 있는 게임이라 하여도....15가지나 된다.


누가 들으면 그가 게임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다고 착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단순한 폐인일 뿐이었다.


그저 24시간중의 대부분을 밥 먹는 시간도 단축시켜가며 게임을 했을뿐인 것이다. 그가 여느 폐인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게임을 마스터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 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을 마스터하는 것을 싫어한다.


세상에 모든 생산품이 출시되는 한정기간보다 그 생산품을 마스터하는 것의 한정기간이 차이가 나기에.


마스터를 빨리하면 할수록....


더 많은 재미를 얻을수록....


재미를 얻을 기회가 줄어들기에...


결국 모든 것의 끙틀 봐야하기에..


그는 어리석은 낭만주의자였다.


그는 그 끝과 함게 짧디 짧은 여름방학의 끝을 아쉬워하였다.


아쉬움과 함께 그를 찾아온 것은 두려움. 개학 첫날 지각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긴 시간 동안 계속된 게임생활로 인해 없어져버린 생활패턴...


그는 그래서 자명종을 준비했다. 또한 자기 자신의 게으름과 못남을 알기에 자신이 볼 메모까지 써놓았다.


메모에 쓴 것은 글씨 두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개학'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으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소년은 인식했다. 자신 주변의 상황이 다시 인식되어갔다.


자신이 어제 일부러 싸놓은 책가방, 앞에 놓여진 교복.


"컹...컹컹..."


자신의 애완견 삽살개가 짓는 소리도 들려왔다.


소년은 이제서야 확실히 잠에서 깼다.


소년은 그리고 집을 나섰다. 학교를 가기 위해


자기 자신을 너무나도 잘 아는 자신에게 소년은 감사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소년의 이름은 '아스카라 슈우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나이 18살의 꿈없는 고등학교 2학년 이과생


신장 177cm의 적지 않은 키에 67kg이라는 많지 않은 몸무게


또한 검은 머리보다 진한 강한 흑발에 평범함보다 약간 상위에 있는 얼굴


그가 살고 있는 나라는 1998년의 격변기의 일본


발전했다면 발전했고, 발전하지 않았다면 발전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그 시기.


중학교 시절 한 때 수재라고 불리던 그였고 선생님들과 자주 만나 이야기하고 선생님들이 아끼는 아이였지만


지금은


수학 선생님보다는 체육 선생님이


과학 선생님보다는 학생부 선생님이


좋아하고 아끼는 아이가 되버린 그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가 지금 학교를 가기 위해 나온 곳은


일인용 아파트


개인주의가 팽배되어지고 있는 요즘


이 나라에서 유행하는 은둔형 외톨이 정신을 이어받았기에 이곳에 살고 있는게 아니라 해외출장이 잦으신 부모님을 가지고 있는 덕에 생겨난 자신만의 왕국이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왕국이란 말 덕분에 거창하게 그리고 좋게 들릴지 모르지만 왕국이라도 시중하나 없는 왕국


왕이 스스로 밥해먹어야 하고 스스로 빨래해야 하는 곳이었다.


그런 생활을 통해 부모님은 슈우지를 독립심이 강하고 생활력이 강한 아이로 키우려 했을지 모르나 지금의 슈우지는 먹는거라곤 인스턴트 음식과 간단한 음식. 빨래라곤 옷 3벌(교복 2벌과 한벌의 여분의 옷)과 속옷을 하는게 전부인 생활력이 강하고 독립심이 강한 아이가 아닌 자신의 게으른 성격에 맞추어 최소한의 생활을 하는 아이로 만들어버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 소년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방학중보다는 학기중이 낫다.


학기중엔 고등학교 2학년이란 이점이 있기에 최소한 일주일의 5일은 제대로된 점심과 저녁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이 소년의 생활태도는 문제가 많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자신의 자아성찰로 인해 일찍 깨어나 학교에 지각을 하지 않고 반을 찾아 교실을 올라가는 슈우지도 끼니에 있어서는 개학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이, 슈우지. 역시 살이 빠진거냐? 너에게 방학은 다이어트 기간인거냐?"


주황머리에 살짝 누더기가 된 옷을 입고 있는 딱 봐도 불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다이스케 준이치가 교실로 들어와 자리에 안즌ㄴ 슈이치에게 말을 걸었다.


불량하다는 것은 한 눈에 알 수 있지만 이상하게도 나쁘단 느낌은 들지 않는다.


불량하다와 나쁘다는 말을 같이 쓰기에 부적절한 예가 이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불량식품과 비교할 수 있다


불량식품은 나쁘진 않다.


건강상으로 떨어지고 재료도 후지고 공정과정도 후지지만 아이들이 좋아하고 어른들도 좋아하고 또한 맛있고 저렴하다.


"다이어트 기간, 단순히 그정도로 부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건 말이지. 엄청난 실험결과라고. 획기적이야. 세계가 축하해야 할 일인지도 몰라. 나는 인스턴트 식품을 방학중에 먹지. 인스턴트 식품이란건 간단해 보이지만 굉장히 열량이 높은 식품이야. 또한 불균형한 영양의 소유로 인해 살이 찔 확률이 더 높아. 그런데도 불구하고 난 살이 빠졌단 말야. 이건 필히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뇌가 엄청난 열량을 소모한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어. 즉...게임이 공부나 다른 업적보다도 엄청난 양의 뇌운동이 필요하단거지."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단순히 너가 게임하느라 밥 먹는 것도 잊은 것으로밖에는 생각되지 않는걸?"


슈이치의 멋진 논리에 적절한 반증을 해주는 준이치였다.


"좋은 지적이야. 고맙게 됬군. 내 불완전한 이론이 학계에 내보내기 직전에 너에게 불완전함을 들켜서 말이야. 학계에서의 나의 창피는 면하게 됬어."


슈우지는 이상한데서 긍정적이었다.


"바보스럽긴..."


".....방금 누가 어리석다고 하지 않았나?! 누구야? 내가 어리석다니. 난생 처음 듣는 이야기야. 누군지 몰라도 어디 한 번 나와 함께 리만 가설에 대해서 논해보지 않겠어?"


교실 어디에선가 들려온 작은 소리로의 '바보스럽긴' 이란 소리를 천재처럼 웃어넘길 바보스러운 슈우지가 아니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니나니노니나니나나...니나니노."


수업 10분전 종소리가 울려퍼진다.


'바보스럽긴' 소리의 주인공을 찾던 슈이치는 종소리를 듣자 한 발 물러났다.


"아...그러보니 가츠오가 너 종치기전에 교무실로 오라고 전하랬는데."


준이치는 태평스럽게 말했다.


가츠오는 타카츠 가츠오, 슈우지가 속한 2학년 4반의 담임 선생님 이름이다.


"그런건 먼저 말했어야지..아..종이 쳐버렸네...한 소리 듣겠군. 만약 벌청소를 하게 된다면 너의 이름이 같이 그 목록에 들어가있게 될거야."


슈우지는 농담같지 않은 농담을 던지면서 2학년 교무실로 향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타카츠 가츠오...그 선생이란 사람은 슈우지를 부른 것을 잊어버린 것은 둘째치고. 자신이 선생님이라는 사실조차 잊고 있는듯이. 수업 10분전 종소리가 울려퍼졌음에도 잠에 빠져있었다.


"가츠오 선생님? 가츠오 선생님?....가츠오 선생님?!!!"


"?...어....어....."


"선생님?"


"어...그래..무슨 일이냐?"


"선생님이 오라고 하셨다고...."


슈우지의 윽박에 의해 깨어난 가츠오 선생님은 아직도 비몽사몽 상태였다.


물론 가츠오 선생님은 미혼이다. 34살 총각이다......


"!!! 어...그래..그래..무슨 이야기인줄은 대충 예상했겠지?"


그 짧은 순간만에 잠결모드에서 선생모드로 바꾼 가츠오였다.


"예...아마...진로겠죠?"


"그래..이제 고등학교 2학년 2학이고 하니 현실성을 따진 직업까진 아니더라도 되고싶은 것, 하고 싶은 것...가고 싶은 대학정도는 정해야되겠지. 넌 보아하니 수학과 과학은 월등한 것 같은데 말이야...과학자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까지 생각을 안해봐서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상하게도 모르겠다는 슈우지 답지 않은 대답을 하는 슈우지였다.


슈우지가 미래의 대한 생각은 아직 없기도 하지만 모르겠다는 대답의 이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모른다면 선생님은 알게 될 때까지 상담을 하려 할 것이고, 그것은 슈우지를 귀찮게 만드는 최고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모른다는 대답의 이유는 슈우지가 다니는 이 학교만의...이 타카고등학교만의 특징때문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타카고등학교는 독특한건지. 특별한건지....고등학교 2학년 학생상담때 자신의 진로를 모르겠다는 학생들을 위해 하루를 선사한다. 진로를 찾아볼 하루를 말이다. 쉽게 말하면 공적 결석을 하게 해준단 것이다. 이 학교만의 이런 특징이 학생들을 위한 것인지..아니면.단순히 행정상의 편의를 위한 것인지는 학교장만이 알 것이다. 어찌됬든 그것이 슈우지의 모른다는 대답의 이유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래, 모를 수도 있겠지. 그래서 학교 방침대로 너에게 오늘 하루의 시간을 주겠따. 오늘 집에서 잘 생각해 본 뒤, 인터넷을 찾든지 책을 뒤져보든지, 직장 방문을 하든지. 어떻게든 말야. 이 종이에다가 하고 싶은 직업을 적어서 내일 집에 가기 전까지 이 책상 위에 올려놔라."


"예"


"아, 그리고 종 친 후에 왔으니까 1교시 수업동안 화장실 청소하고 가라."


"예?!!!!"


정말로 허를 찔렸다고 생각하는 슈우지였다. 수업시간동안이라면 자신을 이렇게 만든 준이치에게 아무런 제재도 가할 수 없다.


전교생중에서 오로지 자신만이 활동이 자유롭게 된 것이다. 다른 반의 누군가도 있을 수 있긴 하지만....


어쨌든 남들은 이 시간에 교실이라는 공간의 제약이 있다.


아쉽게도 화장실 역시 제약이 걸려있는 공간이다.


물론 수업 중간에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에 가는 방법이 있긴하지만,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된 교실로 인해 준이치가 아랫배가 급해지는 확률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된다.


물론 준이치가 이쪽의 외침을 듣는다고 해서 올 리는 전혀 없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 사소한 일을 굉장히 깊게 생각하고 나서야 포기하고 화장실로 향하는 슈우지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화장실청소를 끝내고 집으로 향하는 슈우지는 몸의 피로를 호소했다. 물론 1교시내내 화장실청소를 한 건 아니다. 그렇게 할 정도로 슈우지는 정직하지도, 선생님의 말을 잘 따르지도 않는다. 가츠오 선생이 수업에 들어가고 나서 바로 나왔을 정도다.


고작해봐야 10분정도이다. 문제는 그 10분이었다. 그 10분의 노동을 힘들어할 정도의 게으름으로 다져진 슈우지의 몸이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신의 보답인지 그런 불성실한 몸을 얻는 대신 그는 남들보다 좋은 두뇌를 가지게 되었다. 아쉽지만 지금 그의 행태를 본다면 그 선물은 신의 헛걸음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머리는 단순히 그의 게으름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엇다.


지금도 마찬가지.


몸은 피로를 호소하는데도 머리는 이미 내일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


계획이라고 해봤자 별 것도 없다.


'대충 하고 싶은 직업은 환경오염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연구원이라고 하고 그 직업을 위해 지금 해야할 일은 지금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환경문제애 대한 조사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생물학적 기초지식 공부라고 쓰면 되겠고, 그 직업을 이루기 위해 가야 할 대학은 뭐..동경대학교 생활환경학과 정도면...끝났군...그럼 집에가서 어서 컴퓨터나.으....아랫배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의 집이 학교에서 가까운 것은 천운이었다


그의 아랫배는 이미 초토화된 상태였다. 만약 내장을 꺼내서 확인해본다면 그의 뱃속은 이미 100도의 끓는 물보다도 더 끓는 상태였을 것이다. 급한 상황에서 아랫배를 부여잡는 행동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지 도움이 되는 방법은 힘을 다리까지 이용해 엉덩이에 힘을 꽉 주고 과도기에서 안정기로 넘어갈 때까지 기다려 안정기가 되어서야 움직이는 것이다.


슈우지는 이 방법을 사용했다.


가까스로 집에 도착한 걸로 보아 그는 옳았다.


하지만 안심하긴 일렀다.


그렇기에 그는 조금도 여유있게 행동하지 않았다.


재빨리 문으로 들어가 반기는 삽살개를 발로 차서 치우고 화장실로 들어가 빠른 속도로 내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 후에 느낄 수 있는 인간의 최고의 환희....참은 기간에 비례하는 이 기쁨.


출산으로 인해 아이를 보는 기쁨을 얻는다면 배변으로 인하여서는 이 카타르시스가 있다.


또한 이런 기쁨은 화장실이라는 공간에서는 허무함과 같이 온다. 너무나도 큰 기쁨이기에.하지만 그 기쁨이 배변이라는 더러운 곳에서 느끼는 것이기에...인간은 느끼고 만다. 자신의 보잘것없음을....화장실은 생각의 장이라고 하지 않던가?


세계의 모든 아이디어의 대부분이 화장실에서 나온거라더지 않던가?


슈우지 역시 그 기쁨 후에 허무함을 맛보았다.


'똥사면서 기뻐하다니..이건 정말...그래, 아까는 정말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화장실에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난 인간이야. 생각이란게 있고 고차원적이야. 고작 똥싸는걸로..아...난 정말 버러지인가? 되고싶은 것도 없고..정말로 환경오염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연구원이라고 써도 되는건가?'


라고 잠시 그는 생각했지만 우울하게도 이미 그의 머리는 그 감정이 똥산뒤의 허무함이라는 걸 알고있었다.


'끝도 없는 이런 고민만 하는건 어리석지. 어짜피 내가 개선할 수 있는것도 아냐. 더 멋진 꿈을 가지고 있다고해서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건 아냐. 인간은 자신이 못하는 걸 부러워하게 되있고, 또 부러워하는걸 되고싶어하지. 그러니까 결국 꿈을 가진다는건 자신이 못하는걸 하고 싶어한다는게 되. 또한 꿈이 크고 확고하다는건 오히려 불가능에 가까운 꿈을 가지고 있단 거고 마찬가지란거지. 그러니 꿈이 없거나 작다는것이 이룰 수 있는 꿈이고, 나에게 맞는 꿈인거야. 나에게도 그냥 적당히 대충 둘러대는 꿈이 제대로 된 꿈이 될 수 있어.'


그의 머리는 순식간에 그의 소년적인 생각을 어른의 굳은 머리로 바꾸어버렴ㅆ다.


그는 이런 인간이다.


모든지 머리속으로 쉽게 합리화 시키는 인간이었다.


이런 단순한 소년적인 생각따위는 버려버리고 그냥 화장실에서는 똥이나 화장지로 닦고 하품이나 하면서 나가면 되는거였다.


'푸습.'


그랬었다. 그는 그냥 나가면 되는거였다.


그런데 '푸습' 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리가 났다.


화장실 앞에 있는것은.


마룻바닥..아니 그냥 바닥...양탄자 같은 것은 없다. 혼자 사니까...


그런데 '푸습'이라는 풀을 밟는 소리가 났다.


또한 슈우지의 발 역시 이것은 습기찬 풀의 느낌이라는 것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는 하품을 하는 도중에 눈을 뜨는게 두려워졌다.


공포?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아니 공포라고 할 수 있을까?


평소와 다른 느낌을 받을 때의 거절하고 싶은 마음


그것이 지금의 느낌이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하품 뒤....눈을 뜨는 것에 대한 두려움..하지만 인간은 그 두려움보다도 강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슈우지 역시 인간이었다. 두려움과 함께였지만 호기심은 그의 눈을 곧바로 뜨게 만들었다.


일단 보게 된 것은 자신이 밟고 있는 것.


그것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한 포기 풀이었다.


단지....여긴 집안이었어야했다.


앞에 보이는 것은 주말에 갂므 보는 생태환경프로에 나오는 원시 밀림수준의 풀숲


그리고 뒤에 있는 것은 화장실 변기...인데....조금 구식 변기....


수세식이전의 푸세식...수준의 변기...


슈우지는 놀랐다. 당황했다.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소리는 지르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하다.


사람이 소리를 지르는 것은 자신이 무섭기 때문이 아니다.


위험하기 때문이 아니다.


당황했기 때문이 아니다.


주변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슈우지는 그곳에서 주위의 사람이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렇기에 소리를 지를 이유가 없었다.


단지 마음속으로 놀랐다.


그리고 그는 재빨리 자신이 왔던 곳.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이것을 보통 '회귀본능' 이라고 하던가?


아쉽지만 슈우지는 정상의 범위에 속하는 인간이었다.


인간적인 행동들만 계속하였다.


'제발...이 문을 열었을 때 방바닥이 보이길....방바닥이 보이길..방바닥이 보이길...아니면 우리 삽살개...푸치가 보이길....푸치가 보이길..푸치야...믿는다....'


살며시 열어나간다. 문에서 꼭 빛이 나는 것 같다. 그정도로 간절했다.


슈우지는 눈을 감았다. 아직까지 신변의 위협은 안느끼기에...


그정도의 감상적인 태도를 할 정도의 여유는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문을 다 연 순간.....


눈을 반짝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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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기사시험(15) 15.05.04 500 2 5쪽
43 기사시험(14) 15.05.03 496 2 5쪽
42 기사시험(13) 15.05.03 496 1 10쪽
41 기사시험(12) 15.05.03 598 2 4쪽
40 기사시험(11) 15.05.03 705 7 7쪽
39 기사시험(10) 15.05.03 544 1 5쪽
38 기사시험(9) 15.05.03 626 4 5쪽
37 기사시험(8) 15.05.02 648 1 3쪽
36 기사시험(7) 15.03.18 753 2 11쪽
35 기사시험(6) 15.03.18 545 3 6쪽
34 기사시험(5) 15.03.18 671 3 6쪽
33 기사시험(4) 15.03.17 734 4 6쪽
32 기사시험(3) 15.03.17 477 4 8쪽
31 기사시험(2) 15.03.17 600 4 5쪽
30 기사시험(1) 15.03.17 823 5 8쪽
29 변기친구(13) 15.03.17 1,238 6 7쪽
28 변기친구(12) 15.03.17 642 5 7쪽
27 변기친구(11) 15.03.17 766 5 7쪽
26 변기친구(10) 15.03.17 1,328 5 8쪽
25 변기친구(9) 15.03.17 1,057 6 8쪽
24 변기친구(8) 15.03.17 699 7 8쪽
23 변기친구(7) 15.03.17 793 7 7쪽
22 변기친구(6) 15.03.17 705 7 7쪽
21 변기친구(5) 15.03.17 657 8 5쪽
20 변기친구(4) 15.03.17 755 9 4쪽
19 변기친구(3) 15.03.17 864 12 6쪽
18 변기친구(2) 15.03.17 654 8 7쪽
17 변기친구(1) 15.03.17 852 9 6쪽
16 세상의 화장실(16) 15.03.17 816 8 4쪽
15 세상의 화장실(15) 15.03.17 828 10 7쪽
14 세상의 화장실(14) 15.03.17 801 8 8쪽
13 세상의 화장실(13) 15.03.17 883 8 4쪽
12 세상의 화장실(12) 15.03.17 814 8 6쪽
11 세상의 화장실(11) 15.03.17 726 9 3쪽
10 세상의 화장실(10) 15.03.17 823 11 2쪽
9 세상의 화장실(9) 15.03.17 914 10 8쪽
8 세상의 화장실(8) 15.03.17 850 11 3쪽
7 세상의 화장실(7) 15.03.17 704 10 9쪽
6 세상의 화장실(6) +1 15.03.17 922 10 5쪽
5 세상의 화장실(5) 15.03.17 921 11 6쪽
4 세상의 화장실(4) 15.03.17 1,186 11 6쪽
3 세상의 화장실(3) +1 15.03.17 1,448 14 8쪽
2 세상의 화장실(2) +1 15.03.17 1,981 11 10쪽
» 세상의 화장실(1) +8 15.03.17 5,272 3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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