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용사

어느 대관식(2)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아.."

슈우지의 작은 탄식이 그 공간을 깰 정도로 아주 조용하였다. 아주 아늑하였다. 그곳엔 따스함만이 있었다. 더 귀가 이 분위기에 적응하고 나서야 짹짹거리는 참새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참새의 짹짹거림은 보통 듣기 힘들다. 그 소리는 새벽에만 들을 수 있는 소리인 것이다. 슈우지는 시계를 보았다.

'4:30'

시게는 분명 가리키고 있었다. 삽살개 푸치가 달려오리라 생각했던 슈우지는 시계를 보면서 그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시계를 보기 전까지는 그 자신이 푸치가 달려오길 바랐었다는 감정도 잊고 있었다. 무의식은 한없이 바라고 있었지만, 의식은 한없이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의식의 굴레의 저끝에서 그 문을 열었을 때, 모든 시간을 넘어서 과거의 무의식까지 의식이었다고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슈우지는 한 발 한 발 조심스럽지는 않지만. 의미있게 내딛었다. 거실을 넘어 현관문을 열고 그 세상을 바라보았다. 얼마나 다른 세상인지. 자기가 있던 세상과 이곳이 얼마나 다른 세상인지 그는 느끼고 싶었다. 세이지는 평소라면 그렇지 않았을 것 같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저 슈우지가 가는대로 따라가고 있었다. 슈우지는 천천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로. 입만 벌린채로 무음으로 나오는 탄식만을 보내는 채로. 현관문밖 올바른 세계의 새벽냄새를 느끼고 있었다.

"아.. 밥이나 먹을까?"

그러다 문득 세이지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것이다. 조금만 더 그대로 있었다면 아마 눈물 한 방울쯤 떨궈주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부엌을 실컷 뒤지던 슈우지는 그리고 마침내 알아냈다. 분명 이런 상황에서는 새벽공기를 마시며 정갈한 한식상을 먹고, 그 한식상의 메인 요리는 생선구이가 되어야함이 최고겠지만. 역시 없었다. 밥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있는거라고는 라면과 짜장라면과 볶음라면과 비빔라면 뿐이었다.

"음......라면 먹어봤으려나?"

"라.....면?"

먹어봤을 리가 없다.

"뭐. 국수같은거지."

"국수라. 먹어본 적 있지 .나쁘지 않겠어."

"좋아. 오랜만에 짜장라면이나 먹자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른 등교시간, 교복을 입은 슈우지는 학교를 향하고 있었다. 세이지는 보이지 않았다. 단지 그의 발목에 있는 족쇄만이 뭔가 성나보였을뿐이다. 물론 전혀 차이가 없겠지만.

'대체 왜 안된다는거야?'

'학교에 나오겠다니. 가당키나 한 소리야?'

'난 최대한으로 세이카와 만날거라고. 뭐가 안된다는거야.'

'아아. 알았다니까. 그러니까 내가 세이카랑 상의해보고 결정한다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너가 그냥 여기 다닌다는건 말이 안돼.'

'말이 안될게 없지. 너는 우리세계에 와서 기사까지 된 놈이잖아?'

'아니....그거랑 이거는 좀 다르다니까.'

'핫. 이해할 수 없다니까. 일단 세이카와 만나기전까지만 이상태로 있어주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