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화장실(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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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5시간만에야 돌아왔네?"
지금 페냐의 앞에는 슈우지가 무릎을 꿇은채로 얼굴이 퉁퉁 부은채로 있었다.
"그렇네..정말 그래, 30배가 차이가 나는거네. 그러니까. 내가 곧 온댔으니까 이건 내 잘못이라기보단 너 잘못아니....닌가요?"
슈우지는 당당하게 말을 시작했지만, 점점 화가 나는 것 같은 페냐의 눈을 보고서는 말끝을 흐렸다.
"그럼, 내가 니가 언제 올 줄 알고 기다리고있어? 한두시간도 아니고 5시간인데, 내가 너 때문에 볼 일도 다른 집 가서 봐야된다는거야?!"
"아니....그런 건 아니지......"
"그래서...결론이 뭔데?"
"아...그러니까 내 분석에 따르면 말이지."
슈우지는 설명을 해주기위해 꿇었던 무릎을 펴서 바로앉았다. 뭔가 괜찮아졌다고 눈치를 파악한 모양이었다.
"나는 우선 두가지를 파악했어야 됬어. 공간과 시간, 시간과 공간은 기본이지. 공간은 눈에 바로 들어오고, 느끼고 그런거니까 바로 파악이 됬지. 이곳은 지구와는 다른 이스트에덴이고, 그런데 이스트에덴은 뭐야? 우리말을 쓰길래 좀 이상하다 싶었지만 영어까지 쓰는거야?"
"아니...그건 고대어인데, 그냥 선조부터 내려오는 말이야. 동쪽의 에덴이라던데."
"음....(영어군.) 알았어. 그건 됬고 뭐. 어쨌든 이곳은 페르라는 돈의 단위를 사용하고, 언어는 내가 사용하는 일본어와 같고, 종족은 여러가지 종족이 있고, 어쨌든....그래, 그런데 시간은 내가 미쳐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어. 이곳은 내가 사는 지구와는 달라. 이곳의 시간은 30배가 느려."
"응? 느린건 좋은거야? 나쁜거야?"
"우선 나한테는 좋다고 할 수 있지. 봐봐. 여길 봐봐. 여기 그래프를 봐봐."
"그래프?"
"막대기를 봐봐. 두개가 있지."
슈우지는 젓가락처럼 보이는 막대기 두 개를 눈에 보이는대로 가져와놓았다.
"봐, 이 하나의 요만큼이 10년이야."
슈우지는 막대기하나에 손가락을 가져다대면서 조그만한 부분을 10년이라고 소개했다.
"이 막대기는 지구야. 그리고 이 막대기는 이스트에덴이고, 이 10년은 이스트에덴에서 300년이 되는거야. 알았지? 참 좋은게, 내가 이렇게 시간이 늘어났는데도 느려지지 않는다는건, 아마..속도에는 관계없단 뜻인건가? 아니면 전세계의 상대속도가 유지되는거라고해야하나? 뭐. 잘됬지. 이래야 제대로 된 게임이지."
"게임?"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래서, 결론을 말하자면?"
"결론?"
"내 집 화장실을 계속 이딴 식으로 이용할 셈이야?"
"음....안될까?"
주먹이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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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야야...."
현실에서의 쇼파. 이곳에 슈우지는 턱을 비비면서 앉아있었다. 턱에는 멍이 들어있었다. 이 멍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그런 걸 가지고있기에. 뭐, 다른 중요한 생각들이 넘쳐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중요한 생각이라기보다 슈우지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중요한 생각들이었다.
"하아아아...보자. 보자. 보자..잠깐..뭐야, 생각해보면 하루에 12시간씩 게임에 접속해있으면....아니, 이스트에덴으로 가면, 보름간이나 있을 수 있는거잖아? 잠은 뭐. 거기서 자면 되고. 그럼 되겠네. 히...내일부터 바로 해볼까나. 오늘은 괜히 또 갔다가. 페냐한테 맞을까봐 좀 그렇네."
슈우지는 소파에 앉은 채 또다시 잠들었다.
오늘은 피곤하다기보단 너무 많이 맞아서였따.
단 하나 슈우지가 잊고있는 사실이 있다면.....발찌가 아직 그대로 차여져있는 상태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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