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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에서 온 인생 2회차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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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그림/삽화
김주보
작품등록일 :
2023.05.10 12:27
최근연재일 :
2023.06.16 14:09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8,512
추천수 :
189
글자수 :
186,803

작성
23.06.14 15:10
조회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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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죽은 자의 미션 31화

DUMMY

"이 때만 해도 이 주변에서 이 건물이 가장 높았구나."


강사장의 건물 옥상으로 올라온 노인은, 주변 경관을 감상하듯 둘러보며 민수에게 말했다.


"네, 지금은 그렇지만, 10년 후에 이 동네는, 완전히 다른 모습일 거예요."

"그래, 그렇게 되겠지."


서둘러 작업을 끝내고 강사장의 집으로 가 미행을 시작해야 했으니, 감상은 잠시 접어두고 짐부터 풀었다.

두 사람이 준비한 약품은 쉽게 불이 붙는 인화성 물질이었지만, 끈적한 게, 묽은 액체처럼 흐르지는 않아, 원하는 곳에만 불을 피울 수 있는 약품이었다.


"어휴~ 너무 많이 바르지는 마, 큰 불 날 수도 있어!"

"그래도 그럴싸하게 보여야죠. 저 건물에 불났구나, 사람들이 다 알 수 있게."

"그런 건 걱정 말아, 이 약품이 타기 시작하면, 시커먼 연기와 함께, 그을음까지 엄청나게 날릴 테니까."


약품을 다 바른 후, 불꽃을 튀겨 발화가 시작되게 하는 장치까지 설치했다.

노인이 준비한 장치였는데, 리모컨을 눌러 작동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수신거리가 짧아, 건물의 높이까지 가만 하면, 강사장의 건물과 인접한 주변에서 리모컨을 눌러야 한다는 단점도 있었다.


"다 끝났어?"


설치를 마치고 옥상을 정리한 후, 건물 키 꾸러미도 반납했다.


"네, 다 끝났습니다. 여기 옥상 열쇠요."

"문은 잘 잠갔겠지?"


민수는 물을 열어둔 채, 자물쇠까지 절단기로 끊어 버렸지만, 거짓말을 했다.


"네, 잘 잠갔어요. 가서 확인해보세요."

"응, 뭘 확인까지 하나, 수고들 했어, 음료수는 잘 마실게."

"네, 그럼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오늘 아침 이렇게, 불을 지를 준비까지 끝내 놓았다.


이제 지금 쫓고 있는 강사장만 순조롭게 죽어 준다면, 이번 미션도 성공한 거나 다름없었다.


"김형, 이 길이에요. 골프장에 가려면 반드시 지나쳐야 한다던 그 절벽 길, 여기부터가 바로 그 길이에요."

"그렇구나,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가, 이런 곳을 운전할 때 폭발한다면, 정말 죽기 딱 좋겠어."

"폭발까지는 아니고, 순식간에 손목에서 녹아내린다던데."

"그거나 그거나지, 손목 아작나는 건 매한가지 아니야, 그런데 저런 놈 하나 죽이자고, 이런 귀한 시계까지 쓰다니, 강사장을 죽이는 게 중요하긴 한가 보다, 그치?"

"맞아요. 다 이유가 있겠죠."


시계를 이용해 강사장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이, 미션 내용에 이미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었고, 건물에 불을 지를 준비까지 모두 끝냈으니, 강사장의 뒤를 따르고 있던 두 사람은,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 중일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김형, 근데 시계는 어떻게 채우라고 쓰여 있어요?"

"응, 글쎄, 잠시만... 어? 그런 말은 없는데?"

"네? 없다구요?”

"어, 없어!"

"정말이에요? 근데 그걸 지금 말하면 어떡해요? 강사장이 골프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그 시계를 차고 있어야 되잖아요."

"그러게, 이걸 어쩌나? 민수야! 너 미션 내용 빠짐없이 적은 거 맞아?"

"에이~ 당연하죠! 다시 한 번 잘 살펴보세요."

"그 자식이 이것만 빼먹고 적었나? 왜 없지?"


노인은 몇 번이고 미션 내용을 훑어봤지만, 시계를 채우기 위한 방법 따위는 어디에도 없었다.

시계를 채우는 방법만 빼고 나면, 나머지 내용들이 너무 완벽했던 탓일까, 노인도 지금에서야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렸다.


"없는데!"

"으이구~ 이제 거의 다 와가는데, 골프 치고 나오는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죠?"

"글쎄 한 4시간쯤 걸리지 않을까? 11시에 시작이니까, 맞아! 미션 지시 사항에도 3시 30분에 시계가 작동하게 세팅하라고 했어."

"그 안에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야 해요. 오늘이 아니면 또 언제 골프장에 올지 모르잖아요."

"그래, 알았으니까, 조용히 좀 해봐, 생각 좀 해보게, 하~"


잠시 후 강사장의 차는 골프장에 예정대로 도착했다.

그러나 그때도 두 사람의 머릿속은 백지상태였다.


"허 휴~"


골프장으로 유유히 들어가는 강사장을 차에 앉은 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시계를 채울 방법을 찾지 못해, 손과 발이 묶여버린 셈이었다.

그렇게 속절없이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었는데,

한 시간쯤 지났을까, 노인이 시계를 집어 들더니, 안주머니에 챙겨 넣고는, 골프장으로 들어갈 준비를 서둘렀다.


"김형 왜요? 방법이라도 떠올랐어요?"

"음... 그래, 인성이 글러 먹은 놈이니까, 어쩌면 통할지도 모르겠어."

"네? 무슨 말이에요?"


노인은 자신이 생각한 방법을 민수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슬쩍 시간을 확인해 본 민수도, 우선은 노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강사장이 사고를 당하는 타이밍에, 건물에 불을 지르라고 미션 내용에 정확하게 서술되어 있어, 그대로 따르려면, 시간이 넉넉지 않아서였다.

그러니 노인을 한 번 믿어볼 수밖에.


"그럼 저는 여기서 기다릴게요. 혹시라도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전화 주세요."

"그래, 내가 실패하면 너 먼저 출발해, 시계를 채우지 못하더라도, 그놈 하나 죽여버릴 방법은 많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자신감 넘치는 말투가 민수를 조금은 안심시켰다.

노인의 능력을 익히 보아 알고 있어, 그럴 만도 했다.

차에서 내린 노인은 그렇게 골프장으로 들어갔다.


[12시]


"씨발! 어디에 있는 거야?"


한편 같은 시간 중식당 근처 공영주차장에서는, 장현이 민수의 차를 찾고 있었다.

차 넘버를 일일이 확인하던 그때, 저 만치에 먼지로 뒤덮인 벤츠 차량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차 넘버부터 확인한 장현은, 차창을 가리고 있던 흙먼지를 손바닥으로 쓱쓱 닦아냈다.

창을 통해 내부를 들여다볼 심산이었다.


'이 정도 먼지가 앉았다면, 분명 그 날부터 차를 방치한 게 분명해, 차 안에서 폭발 물질이나, 하다 못해 인화성 물질이라도 찾아낸다면...'


그러나 창을 통해 보이는 좁은 실내에는,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민수의 차가 뚜껑이 열리는 2인승이라, 좌석도 두 개 밖에 없어,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트렁크가 의심스러워, 열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아졌다.

차 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해야 할지...


"씨발! 어쩌나? 그래, 못 먹어도 고다!"


자신의 차키를, 주먹 안에서 조금 삐져나오게 움켜쥔 장현은, 민수 차 옆창문을, 그 주먹으로 강타했다.

그런데 고급차라 그런지 도난방지 장치가 요란하게 울리는 게 아닌가.


"삐용~ 삐용~ 삐용~"

"씨발!"


서둘러 차 문을 열고 들어가, 트렁크 개폐장치를 당겼다.

철컥 하는 소리와 동시에 차에서 내려, 트렁크부터 확인했다.


"철컥~"


한편 그때 민수도 차 트렁크를 열고 있었는데.


"아후~ 이 옷도 이제 지겹다."


통신사 직원 유니폼을 벗어 트렁크 안에 집어 던지고, 시간을 따져보며 노인이 들어간 골프장 입구를 바라봤다.


'음... 3시 30분 의로 시계를 세팅하라는 걸 보면, 강사장이 절벽 길을 지나는 시간이 그쯤이라는 뜻이니까... 그럼 적어도 2시 30분까지는 김형이 나와야 돼, 그래야 시간에 맞춰서, 건물까지 갈 수 있어. 근데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민수는 노인에게 문자 메시지로 그 사실을 알렸다.

기다림이 지루했는지 담배도 하나 입에 물었다.


"휴~ 그나저나 김형이 말한 그 방법이 먹힐까? 어디에서 보니까, 중간에 그늘집이라는 데서 한 번쯤 쉬던데, 그게 지금쯤 아닌가?"


민수가 예상한 대로 그 시간에 노인은, 골프장 그늘집까지 잠입해, 강사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골프장 미화원 옷은 또 어디서 났는지, 어느새 그 옷으로 갈아 입고, 청소를 하는 척했으나, 시선만은 강사장을 놓치지 않았다.

강사장이 라운딩을 함께하던 일행들과, 휴식을 취하며 막걸리를 들이키자, 곳 화장실에 갈 거라는 것도 예상했다.


"어험~ 나 잠시만 화장실 좀."


그때 강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상대로 화장실에 가는 듯했으니, 노인도 슬며시 강사장의 뒤를 따랐고, 강사장이 시원하게 소변을 보는 사이에는, 화장실 좌변기 칸에 비치된 휴지통을 정리하며,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그런데 강사장이 소변을 다 보고 손을 씻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휴지통만 만지작거리는 게 아닌가, 계획이라는 게 있기는 한 것인지, 영문을 알 수 없을 노릇이었다.

결국 강사장은 아무 일도 없었으니, 아무렇지 않게 화장실을 나갔다.

하지만 그때.


"저, 사장님."

"응, 뭐야?"

"이 시계, 세면대 위에 두고 가신 것 같은데요. 비싸 보이는데, 조심하셔야죠."

"어?"


노인은 세면대 위에 두고 갔다며, 시계를 내밀었다.

누가 봐도 번쩍번쩍한, 명품 금시계를 말이다.


"아! 깜빡했네, 요즘 깜빡깜빡 한다니까."


시계를 받아든 강사장은, 웃고 있는 노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보란 듯이 손목에 시계를 찼다.

시계가 강사장의 손목에 맞춘 듯이 딱 맞는 게, 역시 주인은 따로 있었나 보다.


"고마워요."

"네, 별말씀을."


노인은 서둘러 그 곳에서 빠져나왔다.

골프장 입구로 부리나케 돌아와,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던 민수와 재회했다.

현재 시간 2시 20분, 빠듯하긴 했지만, 서둘러 출발한다면, 강사장이 사고를 당하는 시간과, 타이밍을 맞추기에 부족한 시간도 아니었다.


"김형, 어떻게 됐어요?"

"어, 넙죽 시계를 받더니, 속목에 턱하니 차더구나."

"그래요."

"응, 근데 강사장이 정말 사고를 당할까? 그런 놈들이 또 목숨 하나는 질기단 말이야."

"시계를 찼다면... 그럼 더 이상 생각할 필요 없어요. 미션 내용에 나와있는 대로 했으면 된 거예요."

"이번에도 그렇겠지?"

"네, 항상 정확했으니까, 어서 출발하시죠."


시간에 맞춰 강사장의 건물로 가 화재를 일으켰다.

그 말인 즉슨 강사장도 사고를 당할 시간이 되었다는 뜻이었으니, 역시 그 시간 강사장의 차는 절벽 길을 달리고 있었다.

그늘집에서 막걸리도 한잔 걸친데다, 명품 금시계까지 얻어서 였을까, 콧노래가 절로 나왔지만, 그 노랫소리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강사장의 속목에서 반짝이던 그 시계가, 정확히 3시 30분이 되자, 순식간에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으으~ 이거 왜 이래?"


손목이 끊어질 듯한 고통이 느껴짐과 동시에, 이미 녹아내리기 시작했는데, 시뻘건 쇳물이 되어 속목을 타고 흐르자, 이제는 시계를 풀어 버릴 수도 없었다.


"으악~"


희뿌연 연기도 차 안에 가득 차, 앞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러니 코너를 제때 돌지 못한 채, 가드레일을 들이받았고, 절벽 밑으로 대굴대굴 굴러 떨어졌다.


"쿠구궁~ 펑 펑~"


이내 굉음과 함께 검은 연기도 피어올랐으니.


"김형, 연기가 장난이 아닌데요."


그 시간 강사장의 건물 또한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고, 화재로 인해 발생한 재들은 눈처럼 휘날렸다.

수십 대의 소방차가 한꺼번에 몰려들어, 어느새 큰 길가도 아수라장이 되었다.

싸이렌 소리도 요란하게 울려댔다.


"거 봐라, 너무 많이 바르지 말라고 했잖아."

"그래도 다친 사람은 없어 보이니까 다행이에요."

"그나저나 지금쯤 강사장은 죽었겠지?"

"아마 그럴 거예요, 내일 다시 와서 확인해 보면 알 수 있겠죠."

"근데 이번 일을 사주한 사람은 누굴까?"

"지금부터는 그걸 알아봐야 겠어요."

"그래, 이번 일로 누가 가장 큰 이익을 챙기게 될지 나도 궁금하구나."


민수와 노인은 일단 집으로 향했다.

모든 게 미션 내용대로 완벽하게 마무리되었으니 안심하고 있었는데.

하지만 그때 사무실로 돌아온 장현의 손에는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차 창을 깨부술 때 부상을 입었는지 피를 뚝뚝 흘리고 있었지만.


"질산암모늄이라."


민수가 사제 폭탄을 만든 후, 무심코 트렁크 안에 남겨두었던 질산암모늄병, 그것이 장현의 손에 들려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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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자의 미션 31화 23.06.14 3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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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죽은 자의 미션 29화 23.06.12 50 0 13쪽
29 죽은 자의 미션 28화 23.06.10 71 2 12쪽
28 죽은 자의 미션 27화 23.06.09 73 2 12쪽
27 죽은 자의 미션 26화 23.06.08 83 1 14쪽
26 버림받은 존재 25화 23.06.07 87 2 12쪽
25 버림받은 존재 24화 23.06.07 106 2 14쪽
24 세 번째 미션 23화 23.06.05 147 2 12쪽
23 세 번째 미션 22화 23.06.03 126 1 13쪽
22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21화 23.06.02 172 3 12쪽
21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20화 23.06.01 142 3 13쪽
20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19화 23.05.31 169 4 12쪽
19 두 번째 미션 18화 23.05.30 168 4 12쪽
18 두 번째 미션 17화 23.05.29 176 5 11쪽
17 두 번째 미션 16화 23.05.27 182 5 11쪽
16 두 번째 미션 15화 23.05.26 207 5 12쪽
15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4화 23.05.25 212 5 12쪽
14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3화 +2 23.05.24 260 7 13쪽
13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2화 23.05.23 255 4 13쪽
12 과거로 보내진 이유 11화 +2 23.05.22 265 6 12쪽
11 과거로 보내진 이유 10화 +2 23.05.20 276 7 12쪽
10 과거로 보내진 이유 9화 23.05.19 289 7 11쪽
9 과거로 보내진 이유 8화 23.05.18 315 7 12쪽
8 과거로 보내진 이유 7화 +2 23.05.17 361 5 13쪽
7 과거로 보내진 이유 6화 +2 23.05.16 424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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