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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에서 온 인생 2회차 빌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동네서점
그림/삽화
김주보
작품등록일 :
2023.05.10 12:27
최근연재일 :
2023.06.16 14:09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8,495
추천수 :
189
글자수 :
186,803

작성
23.06.07 17:05
조회
86
추천
2
글자
12쪽

버림받은 존재 25화

DUMMY

"띠리링~ 띠리링~"


노인의 말처럼, 그때쯤 민수의 집에는 전화벨이 울렸다.

민수가 들어오지 않은데다, 늦은 밤이었으니, 전화를 받아야 했던 현지의 표정이 좋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눈치 없는 전화벨은 요란하게도 울려댔고, 그 소리에 인상을 잔뜩 찌푸린 현지는,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수화기를 들자 적막해진 집안 공기가, 오히려 마음을 더욱더 심란하게 만들었다.


"여보세요?"

"네 여보세요. 혹시 거기가 김민수씨 댁이 맞습니까?"

"네, 맞는데요. 그런데 어디시죠?"

"아, 여기는 서울 종로경찰서구요. 저... 민수씨 문제로 좀 와 주셔야 할 것 같아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이 밤에 경찰이라니, 현지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하지만 애써 별일 아닐 거라 여기며, 일단은 무슨 일이 있는지부터 물었다.


"네, 근데 저, 무슨 일이 있었나요? 민수씨는 괜찮은 거죠?"

"그게...음..."


그때 경찰이 잠시 말을 망설이는 게, 여자의 ‘촉’ 이었을까.

대번에 사고가 터졌구나 알 수 있었지만.


"오늘 밤에 김민수씨가 사망하신 걸로 보입니다."

"네?"


사망이라니, 청천벽력 같은 말에, 현지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잠시 할 말을 잃었었다.


"사망이라니... 그게 무슨...?"


믿기지도 않았지만, 아니, 믿을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민수의 사망 소식을 들었으니, 황급히 경찰서부터 찾았다.

당연히 반쯤은 정신이 나가 있었고, 그 상태로 담당 형사를 만났다.

정신없이 자초지종을 묻는 현지에게, 형사는 가족이 맞는지부터 따져 물었는데, 답답한 마음에 눈물까지 주르륵 흘렀다.


"가족이 아니시면..."

"법적으로 가족은 아니지만, 하지만 지금 현재 함께 사는 사람이에요!"

"아, 동거인 이시군요! 근데 혹시 김민수씨와 가족 되는 분은 없으신가요?"

"네, 고아라 가족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 그러세요."


고아라는 말을 듣고서야, 무슨 일이 있었는 지를 대강 말해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기에는 부족했다.

수사를 해봐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지껄이던 그때, 가족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는지, 그제서야 시신을 언급했다.


"아직 수사를 더 해봐야 겠지만... 어 그래! 아..."

"무슨 일이죠?"

"저 그럼, 일단 시신부터 확인해 보시죠. 근데, 시신이 불에 타서, 조금 훼손이 되었을 겁니다. 그래서 말인데,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렇게 현지는, 인근 병원으로 가, 시신을 확인했다.

그런데 한 발 물러서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형사가 민수의 시신이라 말한 그것이, 까맣게 그을려 있었으니, 충격을 받았는지 몸까지 '부들부들' 떨며 뒷걸음질 쳤다.


"미... 민수씨가 아니에요."


넋을 놓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경찰은 난감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으나, 지문까지 일치했으니, 신분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DNA 검사까지 해봐야 겠지만, 현재도 지문이 일치한 상태라서..."


그러나 그 말이, 초점 없던 현지의 눈에, 힘이 꽉 들어가게 했다.

평소답지 않게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치는 게 아닌가.


"민수가 아니라구요!"


[한편]


"그러니까 지금, 저하고 그 놈을, 바꿔치기 했다는 거예요? 어떻게...?"

"우리는 복제인간이야, 지문 뿐만 아니라 DNA까지 모두 똑같지."

"그럼 경찰에선, 그 녀석을 저로 알고 있겠군요."

"그래 맞아, 이제야 말이 좀 통하는 구만."

"그럼 어떡해요, 사람들이 제가 죽은 줄로 알 거 아니에요!"

"그럼 어쩌나? 자네가 살아있는 걸 알면, 미래에서 복제인간들을 또 보낼 텐데, 차라리 죽은 걸로 위장하는 게, 지금 상황에서는 더 안전하다고, 나를 봐, 나도 그렇게, 그 놈들에게서 벗어난 거야."


역시 노인은 민수를 죽은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그 녀석과 옷을 바꿔 입게 한 것이 맞았다.

하지만 당시 민수는, 그런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행동으로 옮겼었는데, 이제야 모든 상황을 이해했으니, 당황한 표정이 나올 수밖에.

자신이 죽은 것으로 되어 있을, 지금의 상황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가장 걱정되는 사람은, 당연이 현지였다.


"아~ 그럼, 지금쯤 연락을 받았을 텐데, 현지가 걱정이에요. 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분명히 충격을 받았을 거예요."

"그 아가씨 말이구나, 자네 여자친구, 그래도 당장은 하는 수 없어, 말하지 않았나, 자네가 살아있는 걸 알면... 으~ 그것도 그거지만, 거기다 새로운 복제인간을 죽였다는 것까지 알면, 어휴~"


그때 노인은 슬며시 충고도 했다.


"민수야, 차라리 이번 기회에, 그만 놓아주는 건 어떻겠냐?

"네?"

"너 때문에 위험해질 수도 있어."


노인의 심각한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민수는 마음을 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어쩔 수 없지만, 그건 좀 더 생각해볼게요."

"생각해 보는 건 좋지만, 빨리 결정하는 게 여자친구에게도 좋을 거야, 누군가 너를 노린다면, 친구들을 미끼로 삼는 게 제일 쉬울 테니까? 잘 생각해 보라고..."


씁쓸한 표정을 한 노인은, 마치 자신의 경험을 말해 주는 것 같았다.

민수도 노인의 표정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으니, 더 이상은 반박이 나오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저는 이제부터 뭘 해야 합니까?"


슬쩍 말을 돌렸다.

더 이상 현지를 놓아주라는 충고는 듣고 싶지 않았나 보다.


"흥~ 그 몸으로 뭘 하겠나? 일단 적어도 며칠은 푹 쉬어야 해, 안 그러면 정말 위험할 수도 있어."


"방금 들어온 속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때 TV에서 드디어 뉴스가 나왔다.


"오늘 저녁 6시 40분경 발생한, 서울 종로구 중식당 폭발사고 현장에서, 미래그룹 이용수 회장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현재 집계된 사망자 명단에는, 현직 국회의원 4명을 포함해 보좌관들과..."


모르고 있던 사실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미래그룹 회장이 죽었다고?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민수 너도 몰랐던 거냐?"

"네, 미션에는 김의원만..."

"그럼 또, 뭔가 잘 못 돌아가고 있구나."

"어떻게 된 거지? 도대체 미래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몇 일 후 장례식장]


현지는 민수의 죽음을 인정하진 않았으나, DNA가 일치하는 데다, 딱히 민수가 아니라는 증거도 댈 수 없었으니, 장례를 치루어야만 했다.

범인이 잡히지 않았음에도, 서둘러 사건을 종결시켰기 때문인데, 상식 밖의 전개였지만, 어린 여자 혼자, 경찰 조직을 상대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장례식장에는 그나마 동대문 상인들이 소식을 듣고 찾아와 주었다.

민수의 죽음을 믿지 않았던 현지의 눈에서도, 그제서야 눈물이 주르륵 쏟아져 나왔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또 3일이 지나자, 허망하게 장례식까지 끝이 났다.

자의는 아니었으나, 어쨌든 장례를 치르는 것 또한 모두 현지의 몫이었으니, 몸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그 몸을 이끌고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왔다.


"철컥~"


그런데 민수가 없으니, 집에서는 고요한 적막이 감돌았고, 사람들로 북적이던 장례식장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마음이 더 불편한 게, 한동안은 오롯이 홀로 앉아, 멍하니 텅 빈 집만 바라보고 있었다.

눈물도 말라 버렸는지, 더 이상은 흐르지 않았다.


"어!"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정신을 차린 듯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게 아닌가, 그런데 뜬금없이 눈까지 부릅뜨고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다급히 검색해 보기 시작했으니, 정상은 아닌 듯 이상한 모습이었다.



[노인의 집]


"아~ 왜 그러세요?"

"이 사람아, 이제 다 나았지?"


같은 시간 민수는, 어느새 자신의 장례식까지 모두 끝났다는 것은 아는지 모르는지, 팔자 좋게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있었다.

노인이 다가와 옆구리를 꾹꾹 찔러보자, 오바 섞인 반응까지 보이며 까불어댔는데.


"다 나은 거 아니야? 언제까지 누워만 있을 거야? 그리고 소파에서 과자 좀 먹지 말라니까! 아프다고 청소 한번 안 하는 놈이, 이게 뭐야?"


미래에서 왔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였을까, 며칠 동안 이었지만, 민수가 노인의 집에 머무는 사이, 두 사람은 장난을 걸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되어 있었다.

얼굴까지 비슷한데다, 마음 또한 이상하리만큼 잘 통해, 이제는 마치 절친한 조카와 삼촌 사이 같았다.


"아~ 진짜 쪼잔하게, 그만 좀 하세요. 이제 많이 좋아졌어요."


민수는 생각보다 빠른 회복을 보였고, 그러자 노인은 이제 때가 되었다는 듯, 민수를 일으키며 재촉했다.


"그럼 이제 슬슬 시작해 보자구, 어서!"

"네? 뭘요?"


민수를 죽이려고 했던, 그 녀석의 소지품들이 모두 들어 있는 상자를 가져다, 탁자 위에 턱하니 내려놓고 민수를 불렀다.


"자, 이 물건들로 그 녀석의 행적을 알아내야 하네."

"행적을요?"

"그래, 다음 미션이 뭔지 알아내야 될 거 아니야, 자네가 그 녀석을 죽였으니까, 미션을 대신 해야지."

"네? 제가 대신이요? 제가 왜? 그리고 그 놈은, 김형이 죽였잖아요."

"야 인마! 내가 너를 구해주다 그런 거 아니야! 아이고 답답하네!"


노인은 사태 파악이 되지 않는 민수가 답답했지만, 그래도 설명은 시작했다.


"자네는 지금 그 녀석이야, 그 녀석이 미션을 하지 않는다면, 미래에서 가만 있겠나? 또 득달같이 사람을 보낼 거 아니야, 그럼 또 추적을 시작할 거고."

"추적이요? 하지만, 저는 이미 죽은 걸로 되어 있잖아요."

"그래도 아직 까지는 안심할 수 없어, 미래에서 새로운 복제인간이 온다면, 어쨌든 자네의 죽음에서 부터 실마리를 찾으려고 할 거야, 완벽하게 미래에서 벗어나려면, 일단 이 녀석의 미션을 대신 수행해야 돼, 그래야 복제인간이 오지 않지."


민수는 노인의 말이 어느 정도 이해는 되었으나, 당연이 미션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자신을 죽이려 했던 그 녀석의 미션이라면, 분명 또 사람을 죽여야 할 텐데, 하고 싶을 리가 없었다.


"그래도 안 하면 안될까요?"


조금 전까지 웃고 있던 민수의 표정이 굳어지며 심각한 표정으로 바뀌자, 노인도 그 마음은 이해가 되었으나.

그러니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이야기까지 꺼낼 수밖에 없었다.


"민수야."


예전에 경험했던 일들을, 민수에게 조근조근 말해주었다.

미래에서 온 악당들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영원히 떠나보내야 했던 경험이었다.

담담하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깊은 슬픔이 전해졌고,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느껴졌다.


"그러셨군요."

"그래, 그러니까 생각을 좀 해봐, 나도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

"네... 그럼 생각을 좀 해볼게요."


그런데 노인이 다시 말을 보탰다.


"저, 근데 나라면 말이지, 사실 후회 속에 수도 없이 생각을 해봤거든, 그때 내가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지금 내가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나는 그렇게 할 거야, 설사 몇 명을 더 죽여야 하더라도... 나라면 일단 그렇게 할 거야!"


자신의 이야기를 다 해준 노인은, 그 후 슬쩍 일어나 자리를 피해주는 것으로, 민수에게 잠시 시간을 주었다.

민수도 집 밖으로 나가, 담배를 입에 물고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휴~ 만약 미래에서 사람을 보낸다면, 현지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겠어,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박사가 그렇게 과거의 기록들로 추적을 한다고 말했는데, 집을 샀다고 좋아서, 무턱대고 전입 신고부터 해 놓았으니... 휴~'


담배 한 대를 채 다 피우지도 못했지만,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그러니 노인에게 돌아가 먼저 말을 건넸다.


"미션을 시작하려면, 뭐부터 해야 합니까?"

"흥~ 그래 그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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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죽은 자의 미션 27화 23.06.09 73 2 12쪽
27 죽은 자의 미션 26화 23.06.08 83 1 14쪽
» 버림받은 존재 25화 23.06.07 87 2 12쪽
25 버림받은 존재 24화 23.06.07 105 2 14쪽
24 세 번째 미션 23화 23.06.05 147 2 12쪽
23 세 번째 미션 22화 23.06.03 125 1 13쪽
22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21화 23.06.02 172 3 12쪽
21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20화 23.06.01 142 3 13쪽
20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19화 23.05.31 169 4 12쪽
19 두 번째 미션 18화 23.05.30 168 4 12쪽
18 두 번째 미션 17화 23.05.29 176 5 11쪽
17 두 번째 미션 16화 23.05.27 182 5 11쪽
16 두 번째 미션 15화 23.05.26 207 5 12쪽
15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4화 23.05.25 211 5 12쪽
14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3화 +2 23.05.24 260 7 13쪽
13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2화 23.05.23 255 4 13쪽
12 과거로 보내진 이유 11화 +2 23.05.22 264 6 12쪽
11 과거로 보내진 이유 10화 +2 23.05.20 275 7 12쪽
10 과거로 보내진 이유 9화 23.05.19 289 7 11쪽
9 과거로 보내진 이유 8화 23.05.18 314 7 12쪽
8 과거로 보내진 이유 7화 +2 23.05.17 361 5 13쪽
7 과거로 보내진 이유 6화 +2 23.05.16 423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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