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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에서 온 인생 2회차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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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그림/삽화
김주보
작품등록일 :
2023.05.10 12:27
최근연재일 :
2023.06.16 14:09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8,500
추천수 :
189
글자수 :
186,803

작성
23.05.18 13:55
조회
314
추천
7
글자
12쪽

과거로 보내진 이유 8화

DUMMY

송박사의 제안을 수락한 다음날부터 나의 훈련은 지체없이 시작되었다.


“삐삐삐~ 삐삐삐~”

"송화중씨, 어서 일어나세요!"

"네? 지금이 몇 시죠?"

"당신은 오늘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게 될 겁니다!"

"네, 저도 그 정도는 각오하고 있는데요. 그나저나 지금은 몇 시입니까?"

"으 흠~ 6시입니다!"

"아~ 벌써요? 간밤에 잠을 설쳐서, 나가서 기다려 주시면, 근방 나가겠습니다."

"흠···. 네 그럼 이걸 입고 나오세요. 서두르셔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아침부터 겁을 주며 나를 깨운 송박사는, 제일 먼저 운동복과 운동화 등 생필품들을 지급했다.

그 후 식당으로 나를 데려가, 영양사가 준비해둔 식단에 맞춰, 적량의 식사도 하게 했고, 식사를 마치고 나자, 한 달 후면 수술을 받게 된다 말하며, 머리도 짧게 자를 것을 권했다.

머리 스타일 따위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던 나는, 박사의 권유대로 머리까지 잘랐는데, 그렇게 하고 나니, 문득 감옥에 갔었을 때의 생각들이 스쳐갔다.

감옥에 갔을 때 꼭 그래야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복잡한 심경에 오늘처럼 짧게 머리를 잘랐었던 나는, 다시 또 이 머리를 하자 왠지 모르게, 그때처럼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다시 빡빡머리 신세구나!"


그 후 나를 체육관 같은 곳으로 대려 간 송박사는, 모니터를 준비해두고, 우선은 나에게 훈련 받을 내용들부터 설명해 주었다.

훈련 중에는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격투 및 전술, 폭탄제조, 독약제조 같은 전통적인 암살훈련도 있었지만, 의외로 역사, 영어, 미술 같은 기초지식 과목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것들까지 공부해야 하는 겁니까?"

"네 하셔야 합니다!"

"학생때도 안 한 공부를 다시 하게 생겼군요."

"지식에서 사람의 깊이가 나오기 마련이니까요! 어느정도 구색은 맞추셔야 미션을 수행하는데 무리가 없을 겁니다."


훈련 내용을 설명해준 송박사는 준비해둔 모니터를 켜더니, 나를 가르칠 선생님들의 프로필을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선생님들의 얼굴과 경력들이 나와있는 화면을 보자, 나는 훈련을 받게 된 것이 점점 실감나기 시작했다.


"이분들이 화중씨를 도와주실 겁니다."

"네 이분들이 선생님들 이시군요?"

"네 그렇습니다. 각분야에 전문가들 이십니다."

"음~ 전문가들!"


나는 여러 명의 선생님들 중, ‘기초지식’ 과목을 가르쳐 줄 선생님에게 가장 먼저 눈길이 갔다.

그분은 젊고 예쁜 여성분이었는데, 섹시하면서도 지적으로 생긴 외모가, 선생님이 라기보다는 모델이나 연예인 같았다.


'앗싸!'


두번째로 눈이 가는 사람은 격투 선생님이었다.

30대 중반쯤 돼 보이는 그 사람을 보는 순간, 나는 기본지식 선생님을 봤을 때와는 상반되게, 얼굴이 저절로 일그러졌다.

격투선생님은 누가 봐도 북파공작원이나 간첩 같이 생긴 것이, 60살에 논산 훈련소를 다시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앞날이 다시 캄캄해졌다.


'씨발!'


나머지 선생님들의 외모는 특이할 것 없이, 누가 봐도 학교 선생님 같은 외모들이었다.


"송화중씨가 오늘 처음으로 받게 될 훈련은..."


선생님들의 소개를 마친 송박사가 처음 받게 될 훈련을 말하려 하자, 나는 은근히 기초지식 과목을 기대했지만, 생각해보니 이곳은 체육관이었다.


"격투 및 전술 훈련입니다!"

"젠장!"

"네??"

"아... 아닙니다."

"철컥~"


그때 화면으로만 봤던 격투선생이 실제로 등장했고, 실물로 직접 보니 화면보다 훨씬 날카로운 인상을 하고 있는 것이, 더욱더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짝다리를 짚고 서 있던 자세를, 바르게 고쳐 잡았다.


"격투와 전술훈련을 맡으신 박동춘 교관님 이십니다."

"네 안녕하세요."


소개를 받은 나는 손을 내밀어 먼저 악수를 청해봤지만, 박교관은 부동자세를 유지한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음......?"


나는 민망해진 손을 다시 뻘쭘하게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자 체육관 안에는 묘한 긴장감이 생겨났다.


"그럼 저는 그만 나가보겠습니다. 교관님 잘 부탁드립니다."


송박사는 긴장감이 감도는 이 곳에다, 나와 박교관만 남겨두고 돌아섰다.

나는 박교관의 포스에 눌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그가 부동자세를 유지하고 있으니, 나도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 슬그머니 취한 차렷 자세가, 더욱더 딱딱하게 굳어졌다.


"쿵~"


그때였다.

송박사가 체육관을 나가며 문을 닫는 그 순간.


"퍽~"


박교관의 전투화 발이, 내 가슴에 날아들었다.


"헉~"

"철 푸 덕~"


순간 숨이 턱하고 막혔다.

그리고 전투화 발에 맞은 가슴에서는, 오래전 군생활을 했을 때나 느껴봤었던, 구타의 고통이 다시 느껴졌다.

그 고통은 박교관과 나 사이에 존재했던, 나이 차이 같은 사회적 통념 따위 또한 순식간에 허물어 버렸고, 이제 우리 둘 사이에는, 훈련생과 교관이라는 서로의 신분 계급 이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콜록~ 콜록~"


바닥에 쓰러져 양손으로 가슴을 감싸 잡은 나는, 숨이 넘어갈 듯 기침을 하고 있었지만, 박교관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나에게 다시 다가왔다.


"교관님 왜··· 왜 이러는 겁니까? 으 윽~"


내가 왜 그러는지 이유를 물으려 하자, 그는 또 말없이 내 목 뒷덜미를 움켜잡았다.

그러더니 나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고, 내 복부에 또 다시 주먹을 꽂아 넣었다.


"욱~"

"풀썩~"


복부까지 처 맞고 풀썩 무릎을 꿇은 나는, 순간 오바이트가 쏠렸지만, 박교관이 또 다시 뒷덜미를 잡으려 하자,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박교관에게서 조금 떨어졌다.

생존본능 같은 것이었을까.


"왜 이래 이 사람아! 교육을 한다더니, 이러는 이유가 뭐야? 맞을 때 맞더라도, 이유는 알아야 될 거 아니야!"

"으 악~"

"퍽퍽~ 퍽퍽~"


"삐삐삐~ 삐삐삐~"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 박교관에게, 나는 그렇게 30분쯤 두들겨 맞은 것 같았다.

말이 30분이지, 격투기 1라운드가 3분 정도인걸 감안하면, 10배의 시간을 두들겨 맞은 셈이다.

지금 내 상황은 눈이 퉁퉁 부어 앞이 조금 흐릿했고, 손가락 발가락이 움직이는 걸 보니, 어디 부러진 데는 없는 것 같았다.

그것도 기술이다.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두들겨 팼는데, 어디 하나 부러진 곳이 없을까?

하지만 부러진 곳이 없는 것과는 별개로, 고통은 아주 진하게 몸에 새겨졌다.

온 몸은 욱신거렸고, 까지고 멍든 살갗에서는, 찌릿한 통증도 느껴졌다.


"우억~"


만신창이가 된 내가 헛구역질을 하고 있을 때, 박교관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 수업은 내일 같은 시간이니, 최대한 회복에 신경 써야 할 겁니다!"


'내일 또? 씨발! 이게 수업이야? 두들겨 팰 때는 언제고, 존댓말은 또 뭐야? 이 씨발놈이!'


속에서는 이런 말들이 마구 튀어나왔지만, 나는 차마 입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

맞아본 사람은 알 것이다.

상처만큼 공포 또한 쉽게 가시지 않는 다는 것을...


"철컥~"


박교관은 그렇게 체육관에서 나갔고, 그러자 송박사가 지켜보고 있었는지, 아니면 기다리고 있었는지, 곧바로 들어왔다.

나는 그에게 따지고 싶어, 입이 꿈틀거리는 데도, 일단은 입을 꼭 닫은 채, 그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다음 수업은 기초지식 수업입니다. 강의실로 이동하시죠!"


역시 송박사는 내가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는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나 역시 일단은 그대로 입을 닫은 채, 송박사의 뒤를 따랐는데.


'기초지식 수업, 이번 수업 까지만 두고 보자, 설마 기초지식 수업도 두들겨 패진 않겠지?'


그때 송박사가 먼저 말을 꺼냈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습니다?"


나는 왜 그랬는지, 괜찮다고 말해버렸다.


"왜 반격을 하지 않으셨습니까?"

"반격이요?"


그 질문에 어이가 없었던 내가, 참다못해 삐딱하게 대꾸하려 했던 그 순간, 송박사가 선수쳐 나에게 말했다.


"박교관은 송화중씨를 복구 불능으로 다치게 하지는 못합니다. 화중씨는 과거로 가기 위한 수술을 앞두고 있으니까요. 두려움을 버리시고 대항해 보세요. 당장 이길 수는 없겠지만 그게 더 나을 겁니다."

"네?"


송박사가 조언이랍시고, 두들겨 맞은 나에게 어이없는 말을 하는 사이, 강의실에 도착한 나도 할 말은 많았지만, 말을 아꼈다.

지금 나는 내 의지로 훈련을 받고 있는 것인데, 포기를 할지언정 푸념 섞인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같이 들어가십니까?"

"아니요, 저는 강의가 끝나면 다시 오겠습니다."

"철컥~"


강의실 문을 열어준 송박사는 또 다시 자리를 떠났다.


"씨발! 말이 쉽지!"


송박사가 떠나자 투덜거리며 강의실로 들어간 나는, 기초지식 선생님을 보게 되었다.


"헉~"


송박사가 프로필을 소개해줄 때, 기초지식 선생님이 미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좋아하는 연예인을 매일 화면으로만 보다, 실물로 처음 봤을 때, 선생님의 첫 인상은 그 정도로 충격적인 아름다움 이랄까?

조금전까지 두들겨 맞았지만,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는 나도 모르게 표정이 변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것도 아주 환하게, 심지어는 웃는 얼굴을 보일 뻔했다.


'정신 차리자!'


"이리 와서 자리에 앉으세요!"


친절해 보였다.

박교관과는 외모 만큼이나 하늘과 땅 차이었다.

나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맨 앞자리에 앉았고, 그러자 그녀가 빨간 입술을 열었다.


"자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제 소개를 할 게요. 저는 기초지식 수업을 맡은, 이현진이라고 합니다. 송화중씨 맞으시죠?"

"네! 현진씨, 제가 송화중 맞습니다."

"하하~ 네 화중씨,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수업 시작할까요?"


이현진 선생님은 나를 보고 생글생글 웃어주더니, 이내 돌아서서 칠판에 필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선생님의 모습을 잠시 넋 놓고 바라보았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더니, 정말 이쁘다! 와! 저 몸매.'


곤색 치마정장을 입은 선생님의 스커트는 보기 좋게 짧았다.

거기에 검정색 스타킹과 절묘하게 궁합을 이루는, 7cm정도의 하이힐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매력적이었다.


"오늘 준비한 수업은..."


선생님이 돌아섰다.

선생님의 블라우스 단추들은, 단정하게 목까지 채워져 있었지만, 풍만한 가슴 때문인지 팽팽한 긴장감을 주고 있었고, 반면 머리를 끌어올려 드러난 가냘픈 목선은, 지적이면서도 청순한 매력까지 발산했다.


"20세기 미술의 역사와 작가들입니다."


그런 선생님을 보고 있자니, 초반에는 마냥 좋았는데, 미술의 역사라는 지루한 수업이 계속되자, 점점 피로감이 몰려왔다.

구타를 당할 때, 온몸에 힘을 주고 버텼던 탓일까, 파도처럼 밀려오는 졸음도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은 미인을 앞에 두고도,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화중씨! 송화중학생!"

"네!"


깜빡 잠이 들었었다.

잠을 깬 내 눈앞에는, 선생님의 얼굴이 다가와 있었다.

내 얼굴과 닿을 듯 말듯 너무나 가까웠다.

이상하다.

수업 중에 좀 졸았다고, 이렇게까지 가까이 다가올 이유가 있을까?

그녀는 웃고 있었다.

따듯하게 웃고 있어, 마치 드라마에서 보던 여주인공이, 화면밖으로 튀어나온 것 같았다.

그런데 점점 더 다가온다.


'아직도 꿈속인가? 그래 맞느라 피곤했지! 그럼 조금만 즐길까, 이런 꿈이 흔한 것도 아닌데, 그래 잠깐이라도 즐기자, 꿈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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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죽은 자의 미션 28화 23.06.10 70 2 12쪽
28 죽은 자의 미션 27화 23.06.09 73 2 12쪽
27 죽은 자의 미션 26화 23.06.08 83 1 14쪽
26 버림받은 존재 25화 23.06.07 87 2 12쪽
25 버림받은 존재 24화 23.06.07 106 2 14쪽
24 세 번째 미션 23화 23.06.05 147 2 12쪽
23 세 번째 미션 22화 23.06.03 125 1 13쪽
22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21화 23.06.02 172 3 12쪽
21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20화 23.06.01 142 3 13쪽
20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19화 23.05.31 169 4 12쪽
19 두 번째 미션 18화 23.05.30 168 4 12쪽
18 두 번째 미션 17화 23.05.29 176 5 11쪽
17 두 번째 미션 16화 23.05.27 182 5 11쪽
16 두 번째 미션 15화 23.05.26 207 5 12쪽
15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4화 23.05.25 212 5 12쪽
14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3화 +2 23.05.24 260 7 13쪽
13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2화 23.05.23 255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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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과거로 보내진 이유 10화 +2 23.05.20 276 7 12쪽
10 과거로 보내진 이유 9화 23.05.19 289 7 11쪽
» 과거로 보내진 이유 8화 23.05.18 315 7 12쪽
8 과거로 보내진 이유 7화 +2 23.05.17 361 5 13쪽
7 과거로 보내진 이유 6화 +2 23.05.16 423 9 13쪽
6 다시 세상 속으로 5화 23.05.15 444 12 13쪽
5 다시 세상 속으로 4화 23.05.13 453 15 13쪽
4 다시 세상 속으로 3화 23.05.12 521 13 14쪽
3 다시 세상 속으로 2화 +2 23.05.11 612 14 13쪽
2 다시 세상 속으로 1화 +4 23.05.10 803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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