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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에서 온 인생 2회차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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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그림/삽화
김주보
작품등록일 :
2023.05.10 12:27
최근연재일 :
2023.06.16 14:09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8,569
추천수 :
189
글자수 :
186,803

작성
23.06.05 14:50
조회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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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세 번째 미션 23화

DUMMY

그러나 현재 상황을 눈치채지 못한 민수는, 그대로 골목에서 빠져나왔다.

노인의 존재를 알게 된 후, 멍하니 있을 때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습관까지 생겼었는데, 미션을 진행하고 있는 지금은 그런 습관도 사치였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폭탄을 만들 장소를 찾는 게 급선무 아닌가.


'이제 이놈을 만들 곳이 필요한데, 어디가 좋을까?'


어쨌든 재료가 모두 준비되었으니, 이제는 만들 장소가 필요했다.

용산역 앞에 서서, 적당한 장소가 있는지 주위를 둘러보며 고민했다.

당장 머리통을 굴려 어디가 좋을지를 판단해야 했으나, 당연히 본인의 집은 아니었고, 하루면 끝나는 일이라 싸구려 모텔도 떠올렸지만, 그때 차라리 최고급 호텔이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 호텔."


어떤 미친놈이 비싼 객실 값을 치르고 호텔에서 폭탄을 만들겠는가, 그러니 역으로 생각하면, 수민과 묵었던 호화 객실이 가장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 작업을 시작했다.

돈 값을 하는 건지 방해되는 요소 없이 조용했고, 한동안은 세상이 멈춘 듯 적막이 감돌았다.

그래도 시간은 흐르는지 째깍째깍 시계 소리는 들렸다.


"째깍 째깍"


그렇게 초침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한 정적 속에서 꼬박 5시간, 결국 폭탄은 완성되었다.

정교한 작업이라 신경이 곤두서기도 했으나, 이미 훈련을 받았을 때 수없이 경험했던지라,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정작 가장 하기 싫은 일은 그 다음 단계였는데.

폭탄을 설치하고 터트려야 했으니, 상상만 해도 인상이 찌그러졌다.

폭탄의 살상력까지 익히 알고 있었던 터라, 더더욱 그랬다.


'하~~ 결국 내가 이런 것까지 만들고 말았구나, 하지만 나도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 뿐이야.'


그 와중에 민수의 입에서는 변명도 새어 나왔다.

그러니 그쯤하고 조용히 폭탄을 챙겨 호텔에서 나올 수밖에.

선택권이 없었다고 변명을 하기에는 이것 또한 본인의 선택이었으니, 더 이상 누군가를 걱정해 주는 척 가식을 부릴 단계는 지나 있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가 평소처럼 시간을 보냈고, 사업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도 만났다.

심지어는 현지와 웃고 떠들며 맛있는 식사도 처먹으러 다녔다.

김의원을 죽여야 하는 바로 그날까지 그렇게 시간을 흘려 보냈다.



[폭탄을 터트려야 하는 당일]


'드디어 오늘이다. 오늘로써 사람을 죽이는 미션도 마지막이야.'


김의원이 동료 의원들과 만찬을 계획한 당일, 민수는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중식당으로 향했다.

식당 근처에 다다르자 주변 건물들과, 지형지물들까지 유심히 살펴 봤는데, CCTV가 주차장에 떡하니 설치되어 있어, 그것 또한 중요한 체크 사항이었다.

차는 근처 공영주차장에 멀찍이 세우고, 식당에 들어선 민수는 가게 안도 ‘쓱’ 한 번 둘러봤다.

건물 한 채를 모두 식당으로 쓰고 있었다.

1층에는 넓은 홀이, 2층에는 룸으로 되어 있는 듯 보였고, 그렇게 두리번거리는 사이 때마침 민수를 반기며 점원이 나왔다.


"어서 오세요."

"네 저, 예약 좀 하려고 하는데요."

"아, 그러세요. 언제 몇 분이시죠?"

"네, 다음 주 일요일에 인원은 여덟명이구요, 가장 큰 룸으로 예약을 할까 하는데..."

"일요일에 여덟분이요? 그럼 몇 시에 예약을 잡아 드릴까요?"

"저, 근데 죄송하지만, 예약 전에 룸부터 볼 수 없을까요? 중요한 자리라..."

"아, 그러세요. 마침 룸이 비어 있으니까, 이쪽으로 따라오시죠.”


민수가 룸부터 보자 하니, 직원은 자신을 따라오라 하며 이층으로 올라갔다.

조그만 룸들도 보였지만, 가장 안쪽에 다다르자 수민이 예약을 했다는 만찬 장소가 나타났다.

민수도 여덟명이나 인원을 말했으니, 같은 방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나 보다.


"이 방입니다."

"띠리링~ 띠리링~"

"어! 잠시만요.”


그때 전화벨이 울리자, 민수는 은근히 눈치를 주며 말했다.


"저 죄송하지만, 잠시 통화를 좀 하고 나가도 될까요? 중요한 전화라서..."

"아 네, 그럼 편하게 하시고 나오세요."

"감사합니다."

"네 그럼..."

"쿵~"


눈치 빠른 직원이 서둘러 나가주자, 계획했던 대로 품고 있던 사제폭탄을 꺼내 들었다.

테이블 밑에 설치하기 시작했는데, 그 테이블은 중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전식 테이블이었다.

여덟 아홉 명은 족히 앉을 사이즈였다.

머리를 숙이고 기어들어 가야만, 테이블 중앙에 설치를 할 수 있었고, 민수처럼 기어들어 가보기 전에는, 절대로 폭탄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띠 띠 띠~"


핸드폰이 달려있는 도시락만한 사제폭탄, 전화를 걸어 기폭장치를 작동시키는 방식으로, 지금 이 VIP룸이 10평도 채 되지 않았으니, 방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 정도는 충분이 살상 하고도 남을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 룸은 다 보셨어요?"

"네 분위기가 참 좋네요."

"그럼 말씀하신 날짜에 예약을 잡아 드릴까요?”

"네, 저녁 8시로 부탁드립니다."


어차피 식당은 폭파될 운명이었으니, 아무렇게나 예약 시간을 지껄이고 나왔다.

하지만 건물을 나올 때 다시 마주쳐야 하는 주차장 CCTV는 눈에 가시였는데, 괜히 얼굴을 가리기라도 한다면, 더 큰 의심을 살 것 같아, 태연한 척 빠져나오려 했으나, 저절로 목이 돌아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젠장, CCTV라니."


그래도 해야 할 일은 마저 해야 했다.

초대받은 의원들이 모두 참석한 후 폭탄을 터트려야 했으니, 3층짜리 옆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룸 안이 잘 보이는 곳에 스코프를 설치하는 일이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저녁 6시]


옥상에서 김의원을 기다리던 민수는, 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시간을 확인했다.

그때 약속된 만찬 시간에 맞춰 김의원이 나타났고, 뒤이어 김의원의 손님들도 하나둘씩 룸 안에 모습을 보였다.

그들 중에는 김의원의 딸이자 비서인 수민의 모습도 보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생글생글' 웃으며 의원들을 접대하고 있었으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민수의 표정이 좋을 리가 없었다.


"후~"


잠시 후 만찬에 초대된 그들은 식사를 시작했고, 그러자 민수도 미리 설치해둔 스코프로 그 광경을 지켜보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빈자리가 있어, 폭탄을 터트릴 타이밍은 아니었다.


'이제 한자리 남았구나... 저 자리가 채워지면 정말 내 손으로 수민씨를 죽여야 하는 건가? 그것도 그녀의 아버지와 함께...'


막상 수민과 그녀의 아버지인 김의원을 실물로 보게 되자, 민수는 또 갈등하게 되었다.

긴장감에 손에 든 핸드폰이 파르르 떨렸고, 온몸에는 식은땀까지 흘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좋지? 정말 이런 짓까지 해야 하는 건가? 하지만 미션을 하지 않으면, 분명 미래에서 그 사실을 알게 될 텐데, 어쩌면 좋지, 어쩌면 좋단 말인가?'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가 머리가 지끈거렸으나,

결국 핸드폰을 움켜쥐고, 떨리는 손으로 폴더를 열었다.

새로운 인생을 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장담했었으니, 그래야만 했다.


'그래 어쩔 수 없어, 지금 나는 도구에 불과해! 도구...'


하지만 그때, 문이 열리며 룸 안으로 낯익은 얼굴이 들어오는 게 아닌가.


'아니 저분은?'


문을 열고 들어와 마지막 한자리를 채운 사람은, 다름 아닌 보육원 원장님이었다.

민수를 키워주신 바로 그 원장님.


"원장님이 왜?"


그녀를 보고 깜짝 놀란 민수는, 황급히 핸드폰을 내려놓고, 정말 원장님이 맞는지를, 다시 한번 더 확인했다.


'왜 지금 이곳에, 하필이면 원장님이...'


김의원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그의 옆자리에 앉아 수민과 살갑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확신할 순 없었지만, 흡사 단란한 한 가족의 모습이랄까, 그 후 원장님은 행복한 표정으로 식사를 시작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자 민수의 갈등은 더욱더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은혜를 입은 원장님까지 죽여야 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이 세상이 적자생존, 약육강식으로 미쳐 돌아간다지만,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 같은 원장님까지, 그런 악마 같은 마음이 민수에게 있을리 없었다.


“폭탄을 터트린다면... 지금 나보고 원장님까지 죽이란 말이야? 씨발! 이런 미친 놈들!"


결국 민수는 폭탄을 터트리지 못한 채, 핸드폰을 그대로 집어넣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서둘러 머물렀던 흔적들도 정리했다.

지금이라도 도구가 아닌 사람답게, 미련 없이 돌아서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


"쿠구궁 쾅쾅~"


굉음과 함께 강렬한 빛이 민수의 뒤통수를 덮치며, 몸이 밀려날 정도로 강한 압력이 느껴졌다.

휘청거렸으나 다급히 중심을 잡고, 고개를 돌려 중식당을 바라봤는데, 조금 전까지 웃음소리가 넘쳐났던 그 중식당 룸이 화염 속에 휩싸여, 활활 불타고 있는 게 아닌가.

직접 눈으로 보고 있었지만, 믿을 수가 없었다.


"뭐야 이게... 어떻게...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굳어버린 몸을 간신히 움직여, 주머니 속 핸드폰부터 다시 꺼내 펼쳤다.


"이럴 수가... 아니야! 내가 한 짓이 아니야!"


당연이 전화를 걸었던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으나,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어, 한동안은 불타는 중식당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어... 어... 어떡하지? 원장님은? 원장님은 어떡해~"


그러나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폭발이 일어났으니, 소방관과 경찰들이 들이닥칠 게 자명했고, 자칫 더 이상 이곳에 머물렀다가는, 범인으로 몰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당장은 이곳에서 멀리 떨어지는 것이 상책이었다.


"씨발~ 헉~ 헉~"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고 서둘러 옥상에서 내려와, 최대한 빠르게 식당 쪽에서 벗어났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대로변 사람들 속에 섞였다.

하지만 거리를 걸으며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얼굴이, 죄다 수민과 원장님의 형상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게, 그 사람들이 자신을 지나쳐 갈 때마다, 가슴이 조여오는 것 같았다.

불안감과 죄책감이 동시에 밀려왔고, 더 이상은 사람들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으윽~"


일단은 골목으로 몸을 숨겼다.

용산에 갔었을 때처럼, 사람 하나 지나갈 만한 좁은 폭에 골목이었다.

그 곳으로 들어서자, 그나마 마음이 조금은 진정 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는데.


"스윽~"


용산에서 민수를 지켜봤었던 그 남자, 그 남자가 오늘도 민수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정신이 혼미해진 민수는, 역시나 눈치채지 못했고, 점점 더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파고 들었다.

그때 얼마나 날카롭게 날을 세웠는지, 희번덕거리는 비수가, 그 녀석의 소매 끝에서 '스르륵' 미끄러져 내려왔다.

그날처럼.


[용산에서]


"어이 이봐!"

"뭐야? 왜 갑자기 반말이야?"

"푸 욱~"

"헉~"

"흐흐흐~"


민수가 용산에 갔던 그날, 그날도 이 녀석은 오늘처럼 비수를 빼들고, 대포폰 업자를 덮쳤더랬다.

복부에 천천히 칼을 '쑤욱' 쑤셔 넣더니, 공포에 떠는 그와 눈을 맞추고, 무언가를 추궁하듯 물었었다.


"야, 니가 방금 팔아먹은 핸드폰 번호가 뭐야?"

"으으... 전화번호?"

"그래, 번호가 뭐야? 빨리 말하면 119에 신고해 줄게, 너 피 흐르는 것 좀 봐, 어서 말해, 그래야 살 수 있어."

"저... 전화 번호는..."


이내 대포폰 업자가 번호를 말해 주었음에도, 이 녀석은 잔인하게 칼을 놀렸었다.


"푹 푹 푸욱~"

"욱~ 커억~"


간에 한 번, 신장에 한 번, 대부분의 장기들을 칼로 헤집어, 다시는 숨도 쉴 수 없게 만들었었고, 지금은 그 칼을 손에 쥔 채 휘청거리는 민수의 뒤를 따르고 있다.


"터벅~ 터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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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죽은 자의 미션 28화 23.06.10 73 2 12쪽
28 죽은 자의 미션 27화 23.06.09 74 2 12쪽
27 죽은 자의 미션 26화 23.06.08 83 1 14쪽
26 버림받은 존재 25화 23.06.07 90 2 12쪽
25 버림받은 존재 24화 23.06.07 107 2 14쪽
» 세 번째 미션 23화 23.06.05 148 2 12쪽
23 세 번째 미션 22화 23.06.03 127 1 13쪽
22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21화 23.06.02 172 3 12쪽
21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20화 23.06.01 142 3 13쪽
20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19화 23.05.31 169 4 12쪽
19 두 번째 미션 18화 23.05.30 169 4 12쪽
18 두 번째 미션 17화 23.05.29 176 5 11쪽
17 두 번째 미션 16화 23.05.27 184 5 11쪽
16 두 번째 미션 15화 23.05.26 209 5 12쪽
15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4화 23.05.25 215 5 12쪽
14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3화 +2 23.05.24 262 7 13쪽
13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2화 23.05.23 258 4 13쪽
12 과거로 보내진 이유 11화 +2 23.05.22 267 6 12쪽
11 과거로 보내진 이유 10화 +2 23.05.20 278 7 12쪽
10 과거로 보내진 이유 9화 23.05.19 292 7 11쪽
9 과거로 보내진 이유 8화 23.05.18 318 7 12쪽
8 과거로 보내진 이유 7화 +2 23.05.17 363 5 13쪽
7 과거로 보내진 이유 6화 +2 23.05.16 425 9 13쪽
6 다시 세상 속으로 5화 23.05.15 446 12 13쪽
5 다시 세상 속으로 4화 23.05.13 455 15 13쪽
4 다시 세상 속으로 3화 23.05.12 522 13 14쪽
3 다시 세상 속으로 2화 +2 23.05.11 618 14 13쪽
2 다시 세상 속으로 1화 +4 23.05.10 810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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