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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에서 온 인생 2회차 빌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동네서점
그림/삽화
김주보
작품등록일 :
2023.05.10 12:27
최근연재일 :
2023.06.16 14:09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8,499
추천수 :
189
글자수 :
186,803

작성
23.05.25 16:10
조회
211
추천
5
글자
12쪽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4화

DUMMY

스포츠뉴스를 본 사장은, 본능적으로 돈냄새를 맡았는지, 태도를 싹 바꾸고 완성된 모자의 반을 내주겠다고 약속했다.

민수는 준비해 간 돈으로 한사코 대금의 반은 지불하겠다고 했으나, 그마저도 영업 비용에 쓰라며 받지 않았고, 대신 2차 오더 때도 자신의 공장에서 생산해 줄 것을 부탁했다.

못 이기는 척 그런 사장의 부탁을 받아들인 민수는, 그후 완성된 모자 몇 십 개만 쇼핑백에 챙겨, 가벼운 발걸음으로 공장 문을 나섰다.

그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지하상가에서 우연히 만난 상인이었다.


'일단 그리로 가보자, 이번에도 그곳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어찌저찌 하다 보니, 원한는 디자인의 모자를 만드는데 까지는 성공했으나, 유통을 하려니 동대문 바닥에 인맥이 있기를 하나, 정말 삼촌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이번에도 질문이나 던져볼까 하는 마음에, 지하상가 상인을 찾기로 했다.

물론 상인의 답변이 믿을만해서 라기보다는, 그저 그 상인을 만나면 운빨이 터질 것 같아서였다.


"사장님 안녕하셨어요?"

"어! 자네는 그 잘생긴 총각 아니야?"

"네 접니다. 하하~ 다시 왔습니다."

"어, 그래."


눈치 빠른 상인은 민수의 표정이나 말투가 능글맞아진 것이, 대번에 장사를 하러 왔구나 알 수 있었다.

한 달 전쯤 모자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고, 지금 민수의 손에 모자가 들려있으니, 샘플이라도 주고 가려나 싶었지만, 그때 상인의 눈에, 어딘가에서 본듯한 민수의 모자가 확 들어왔다.


"모자를 만들겠다더니 이거였어? 어디 한번 봐봐!"

"네?"


상인은 민수의 모자를 빼앗듯 낚아채더니, 미간에 힘을 주고 꼼꼼히도 살펴보았다.

그리고 금세 어디서 본지를 기억해낸 상인은, 격앙된 반응까지 보였는데.


"어 이거! 그 메이저리거가 쓰고 있던 모자 아니야?"

"네 맞아요!"

"아니 이 걸 벌써? 좀아까 뉴스에 나온 물건을 어떻게?"

"그게 제가 예전부터 야구에 관심이 좀 있었거든요, 근데 그 선수가 딱 봐도 될성부른 나무더라고요. 그래서..."

"설명은 됐고! 너 이 모자 몇 개나 있어?"


그때 상인은 지나치게 주절거리는 민수의 말을 딱 자르고, 민수가 들고 있던 쇼핑백부터 가로 챘다.


"네? 여기 한 20개쯤..."

"아니 아니, 전부, 전부 다 몇 개 냐고?"

"네, 전부라면, 한 5천개 있는데요."

"그래, 그럼 그거 다 나 죠! 내가 다 살게."

"네? 이걸 전부요?"

"이 모자 개 당 얼마야?"

"6천원..."

"뭐!"


모자의 가격은 상인이 생각한 것 보다 많이 비쌌다.

하지만 유행을 터트리면 어떤 결과가 찾아온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상인에게는, 가격보다 적절한 시기가 더 중요했다.


"야, 너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내가 이번에는 6천원에 이 모자 다 사가지만, 다음 번에는 4천원까지 가격을 낮춰 줘야 돼, 알아들어? 그럴려면 너도 공장에다 2천원 이상 주면 안되는 거야."

"네? 지금도 많이 깎았는데..."

"깎긴 뭘 깎아 뻔하지, 됐고, 잘 들어 지금은 독점이지만, 유행이 시작되면 그때부터는 전쟁이야, 그러니까 당장 가서 가격부터 맞추라고, 지하상가 조사장이 한 번에 물건 다 쓸어갔다고 하면, 공장에서도 알아들을 거야."


지하상가 상인은 민수가 모자 제작을 할 때의 상황을, 묻지도 듣지도 안았지만, 마치 옆에서 본 것 마냥 잘도 예상하고 있었다.


"여보세요. 어 삼촌, 고모들 데리고 빨리 우리 가게로 와, 빨리, 지금 대박 아이템 나왔어, 어떻게 뿌릴지 가족회의 좀 하자고, 응, 단가도 정해야 하고, 어 어, 잠깐만..."


민수가 멍하니 있는 동안, 통화를 하던 상인은, 잠시 수화기를 손으로 막더니, 주소가 적혀 있는 명함을 내밀며 말했다.


"자, 지금 이리로 다 보내, 거기 주소 보이지? 아! 근데 너, 다른 가게랑 이중 계약하면 절대 안된다. 그럼 나도 물량 계속 못 빼줘."

"저, 그럼 대금은요?"

"돈 걱정은 하지 마, 물건 들어오면 바로 현찰로 줄게."

"네? 전부다요?"

"그럼 전부 다 주지, 양아치처럼 반만 줄까봐? 빨리 빨리."

"네, 지금 보내라고 할게요."

"어 어, 삼촌 아무튼 빨리 와 빨리."


그렇게 조사장과 계약을 맺은 민수는, 봉제공장으로 전화를 해, 만들어진 모자들을 모조리 다 배송했다.

2차 오더를 하는 과정에서, 잠깐의 실랑이가 있기는 했으나, 조사장의 말대로 원가도 낮출 수 있었다.

물건을 배송하란 주소가, 조사장의 주소였으니, 봉제공장 사장 또한, 고집을 길게 부리지는 않았다.

그렇게 하루 만에 모자 5천개를 완판 해 주머니가 두둑해진 민수는, 기분이 좋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도 않았다.

아직은 자신이 만든 모자가 유행이 된 것도 아니었으니, 성공했다고 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다.


"하긴, 이제 그 선수에게 달렸지, 코리안 특급, 물론 잘해 주겠지만."


어쨌든 돈이 생긴 민수는,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가기 전, 동네 시장에 들러 질 좋은 한우 등심도 두어 근 샀고, 불판도 없어 이것저것 사다 보니, 양손 가득 한 짐이 되었지만, 그제서야 기분이 좋아졌다.

함께 기뻐해 줄 사람이 있어서 였을까, 민수의 발걸음은 양손에 들린 짐들과는 상반되게, 깃털처럼 가벼웠다.


'현지가 좋아하겠지? 빨리 가서 밥상부터 차려놓자!'


민수는 현지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에 맞추어, 저녁상을 차려놓았는데, 현지가 집으로 들어오자 깜짝 놀라게 했다.


"짠!"

"이게 다 뭐야? 사업자금 모자란다더니, 벌써 포기한 거야? 무슨 돈이 있어서 소고기를 사왔어? 그것도 한우네."

"포기는 무슨, 오늘 내가 만든 모자 전부다 팔았어, 너는 오빠만 믿으랬지!"

"정말이야? 정말 그걸 다 팔았어?"

"그래."

"우와!"

"하하하하~"


두 사람은 얼싸안고 방방 뛰며 좋아했다.



[그리고 며칠 후 아침]


현지가 일을 하러 나간 후, 뒤늦게 잠에서 깬 민수는, 눈곱만 간신히 때고 어기적거리며 집을 나섰다.

민수가 향한 곳은 전자제품 매장이었다.

생활에 필수로 필요한 세탁기와, 전자레인지 등, 여러가지 제품들도 골랐지만, 그 중에서도 TV를 가장 신경써서 골랐다.


"사장님, 이거 오늘 배송 가능한가요?"

"네, 바로 배송 가능합니다."

"아, 그래요!"


모든 제품들을 고른 민수는, 배송기사가 오기 전에 서둘러 집으로 왔다.

그때 비슷하게 도착한 배송기사들이, 제품 설치까지 해주었고, 전자 제품들이 들어서자, 어느새 월세 방도 사람 사는 집 같아졌다.


'그래, 오늘이야!'


티비를 틀자,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가, 힘차게 투구를 하고 있었다.

민수가 예상한 대로, 아니 장담한 대로, 그 선수는 놀라운 모습을 선보였으니, 그 모습은 IMF로 힘들어 하던 국민들에게, 잠시나마 시름을 덜 수 있는 희망찬 장면이 되어주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네, 또 삼진입니다."


어린 한국선수의 호투에,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던 미국 타자들이 맥없이 무너지자, 경제 위기 속 국민들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그러니 그 선수가 자신의 친구나 형제인냥, 열렬히 응원할 수밖에.


"좋았어!"


그렇게 그 젊은 선수는 미국과 한국, 두 나라 언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게 되었고, 국민 영웅으로 등극하며, 모든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었다.

그 선수의 인기만큼, 민수가 제작한 모자의 인기도 덩달아 올라, 동대문에서 민수의 모자는 품귀 현상이 생길 정도로 유행하게 되었다.


"민수야! 모자는 어떻게 된 거야?"

"네 오늘 공장에서 발주한다고 했어요."

"빨리 빨리! 물건 없어서 날리다 날리야!"

"네 알겠습니다. 나오는 대로 바로바로 보낼게요."


당시에는 정품이란 개념도 별로 없었고, 심지어 지방에는 정품매장 자체가 없었으니, 민수가 제작한 모자가 전국 곳곳으로 팔려 나가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소문을 듣고 애가 타게 물건을 기다리던 지방 상인들은, 결국 단체로 관광버스를 대절해 동대문까지 직접 찾아와 물건을 싣고 갔고, 그쯤 되니 봉제공장 사장과 지하상가 조사장도, 곡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특히 물건을 직접 만들어야 했던, 봉제공장 사장이 문제였다.


"민수야, 돈도 좋지만, 이러다 다 죽겠어!"

"사장님, 유행도 한 철인데, 조금만 더 서둘러 주세요."

"야! 이 사람들 안 보이냐? 철야도 하루 이틀이지!"

"그럼 직원을 늘려서라도 부탁드립니다."

"직원을 늘려?"

"네 사장님,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죠!"

"직원을 늘리면, 물량은 맞출 수 있겠지만..."


잠시 고민하던 봉제공장 사장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실은 바로 앞 봉제공장이, 얼마 전에 문을 닫아서, 기술자들이 좀 있긴 한데, 민수 니 말대로 유행도 한 철 아니냐?"


그 말에 민수는, 한마디 말로 확신을 심어 주었다.


"사장님, 제가 다음 아이템도 준비하고 있으니까, 저를 믿고 한번 늘려보시죠."

"다음 아이템?"


민수의 말이 봉제공장 사장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이 정도 아니, 지금의 반만 꾸준히 물량이 들어와도 그게 얼마인가, 이 동네에서는 제법 큰 규모라 자부했으나, 이제 어엿한 중소기업이 될 수도 있는 기회가 왔으니 두근거릴 수밖에.


"그래 씨발, 못 먹어도 고다! 그럼 이제 나는 너만 믿는다!"

"네 사장님, 실망시키지 않을 게요."


물량이 확보되자, 늘어난 물량만큼 모자를 찾는 상인들도 늘어났다.

지방 상인들이 한바탕 들이 닥친 후에는, 돈 샐 시간도 없어, 쓰레기통에 담은 돈을, 무조건 검은 봉지에 욱여넣었는데, 전화를 받을 틈도 없어, 수화기를 내려놓고 장사를 하는 날이 다반사였다.

물론 3개월 정도 지나자, 다른 상인들도 똑같은 모자를 길거리에 쏟아 냈지만, 그때쯤 민수의 통장에는, 이미 서울에 있는 조그만 아파트 한 채 갑이 찍혀있었다.


"현지야, 이사 가자!"


잠실에 있는 20평대 아파트를 계약한 후, 제일 먼저 현지가 일하는 식당으로 달려간 민수는, 앞치마 차림으로 일을 하고 있는 현지를 와락 끌어안았다.


"민수야?"

"이사 가자 현지야!"


두 번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큰 성공을 맛본 민수는, 현지를 품에 안은 지금, 송박사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 자신이 여지껏 한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물론 얼마 후면 다가오는 두 번째 미션에서 사람을 죽여야 했지만, 이 정도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대가라면, 타당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적어도 그때는 그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민수는 동대문에 번듯한 매장도 여럿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누구보다 열심히 일을 했다.

후회가 많았던 인생도 살아 봤으니, 다시 얻은 기회는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나 보다.


"민수야, 조짐을 보니까 이번 아이템도 대박날 것 같다. 비결이 뭐냐? 밀라노 유학이라도 다녀왔어?"

"하하하~ 유학은 커녕 중학교도 못 나왔어요. 그냥 타고난 거죠."

"타고나? 하하하~"


봉제공장 사장에게 약속했던 것처럼, 다음 아이템도 대박을 터트렸다.

2회차 인생을 살고 있는 민수에게, 유행을 맞추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잠깐이긴 했으나, TV에 유행을 앞서가는 대박 옷가게 사장으로 출연할 정도로 승승장구했고, 전에 너무 작은 집을 계약했나, 후회가 될 정도로 돈도 많이 모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2번째 미션을 할 날짜는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게 무더운, 아니 무서운 8월을 드디어 맞닥뜨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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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죽은 자의 미션 29화 23.06.12 50 0 13쪽
29 죽은 자의 미션 28화 23.06.10 70 2 12쪽
28 죽은 자의 미션 27화 23.06.09 73 2 12쪽
27 죽은 자의 미션 26화 23.06.08 83 1 14쪽
26 버림받은 존재 25화 23.06.07 87 2 12쪽
25 버림받은 존재 24화 23.06.07 106 2 14쪽
24 세 번째 미션 23화 23.06.05 147 2 12쪽
23 세 번째 미션 22화 23.06.03 125 1 13쪽
22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21화 23.06.02 172 3 12쪽
21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20화 23.06.01 142 3 13쪽
20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19화 23.05.31 169 4 12쪽
19 두 번째 미션 18화 23.05.30 168 4 12쪽
18 두 번째 미션 17화 23.05.29 176 5 11쪽
17 두 번째 미션 16화 23.05.27 182 5 11쪽
16 두 번째 미션 15화 23.05.26 207 5 12쪽
»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4화 23.05.25 212 5 12쪽
14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3화 +2 23.05.24 260 7 13쪽
13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2화 23.05.23 255 4 13쪽
12 과거로 보내진 이유 11화 +2 23.05.22 265 6 12쪽
11 과거로 보내진 이유 10화 +2 23.05.20 276 7 12쪽
10 과거로 보내진 이유 9화 23.05.19 289 7 11쪽
9 과거로 보내진 이유 8화 23.05.18 314 7 12쪽
8 과거로 보내진 이유 7화 +2 23.05.17 361 5 13쪽
7 과거로 보내진 이유 6화 +2 23.05.16 423 9 13쪽
6 다시 세상 속으로 5화 23.05.15 444 12 13쪽
5 다시 세상 속으로 4화 23.05.13 453 15 13쪽
4 다시 세상 속으로 3화 23.05.12 521 13 14쪽
3 다시 세상 속으로 2화 +2 23.05.11 612 14 13쪽
2 다시 세상 속으로 1화 +4 23.05.10 803 18 13쪽
1 [프롤로그] +2 23.05.10 873 16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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