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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에서 온 인생 2회차 빌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동네서점
그림/삽화
김주보
작품등록일 :
2023.05.10 12:27
최근연재일 :
2023.06.16 14:09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8,510
추천수 :
189
글자수 :
186,803

작성
23.05.16 20:20
조회
423
추천
9
글자
13쪽

과거로 보내진 이유 6화

DUMMY

[연구소]


"헉~"


차에 실려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온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내 앞에는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는 가운을 입은 또 다른 남자들과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었는데, 얼핏 들어보니 내 얘기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검사 결과는 어떻습니까?"

"네, 나이에 비해 비교적 몸상태는 쓸만한 것 같습니다."

"음... 그래요."

"걱정스러운 부분이 몇 군데 있기는 했지만, 시술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걱정스러운 부분이라? 음... 어디 차트 좀 한번 봅시다!"


'이 사람들은 누구지?'


나는 치과에서 진료를 받을 때나 앉게 될 법한 반쯤 누운 의자에, 빤스만 걸쳐진 채로 앉혀져 사지가 묶여 있었다.

몸에는 이상한 장치들까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으니, 도대체 무슨 일인지.


"띠 띠 띠~"


'씨발! 이럴 줄 알았으면 빤스라도 갈아입고 나오는 건데! 근데, 왜 나를 여기에 묶어 둔 거야? 으윽~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잖아! 왜지? 왜 나를?'


가운을 입고 앉아있는 남자 뒤에는 나를 강제로 차에 싣고 온 덩치들도 병풍처럼 서있었다.

그들은 내가 묶여 있음에도 허튼짓을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 나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봤다.


'여기는 어디일까? 이 사람들은 왜 나를 이런 곳으로 끌고 온 거지?'


이 곳은 얼핏 병원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운동장만큼 넓었고, 병원에는 없는 이상한 장치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그럼 저희들은 그만 나가보겠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다시 호출해 주십시오."

"네 수고했어요! 그럼 나가들보세요."


그때 보고를 마쳤는지 가운을 입은 남자들이 나가며, 나를 야릇한 눈빛으로 훑어보는 게, 무언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불현듯 무서운 생각 하나가 내 머릿속을 관통했으니.


'설마?'


나의 온몸에는 닭살이 득실득실 돋아나기 시작했다.


'혹시 장기밀매 업자?'


"으윽~"

"철컥 철컥~"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인 나는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하지만 나를 노려보던 덩치들은, 그런 내 모습까지 지켜보고 있었고, 내가 묶여 있는 팔에 힘을 주어 흔들자,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눈에 힘을 주고 표정을 울그락 거렸다.

공포에 질려 있었지만 덩치들의 눈치까지 봐야했으니, 결국 큰소리 한 번 질러보지 못했다.

고작해야 신음하며 몸을 비틀어 보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으 으 으~"


'죽으려고 했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어! 씨발, 장기라니!'


팔과 다리는 조금의 유격도 없이 견고하게 묶여 있었다.

그러니 빼싹꼴은 나 같은 늙은이에게는 아주 작은 희망도 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낯선 공간을 두리번거리며, 혹여나 빠져나갈 방법이 없는지 찾았다.

그러다 내 앞에 앉아있던 가운을 입은 남자와 순간 눈이 마주치게 되었는데.


"꿀꺽~"


나는 두려웠지만 그 남자를 바라보며 용기를 내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당신이 나를 이곳으로 끌고 오라고 지시한 겁니까?"


내가 먼저 묻자, 내 앞에 앉아있던 가운을 입은 남자가 드디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나는 당신에게 1억을 준 사람입니다!"

"네?"


그 말을 들은 나는 깜짝 놀라 당황한 표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 당신이 나에게 1억을?"


더듬거리며 입을 땐 나와는 달리, 그 남자는 아주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렇소!"


그때 가운을 입은 남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윽~"


나는 나에게 해코지라도 하는 건 아닌가 싶어, 순식간에 몸을 움츠렸지만, 그 남자는 돌아서더니 건장한 덩치들에게 의외의 지시를 내렸다.


"이제 되었으니 보안팀도 그만 나가보세요!"

"네? 박사님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괜찮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그만 나가주세요."

"네, 그럼..."


덩치들은 가운을 입은 남자와 나만 남겨두고 나가는 것이 못내 불안했는지, 문을 열고 나가는 도중에도 당부의 말을 남겼다.


"송박사님, 저희가 CCTV로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시면 바로 신호를 주십시오!"

"네 네, 알겠습니다! 흠~"


나를 잡아온 건장한 덩치들이 가운을 입은 남자의 지시에 즉각 따르는 걸 보면, 나를 납치해오라고 시킨 사람은 이 남자가 분명해 보였다.

그의 이름은 알 수 없었지만 덩치들은 그 남자를 송박사라고 불렀다.


"이제 모두 나갔으니 이야기를 좀 해 볼까요?"


'뭐? 이야기를 하자고?'


송박사라 불리우는 남자의 겉모습은 건달이나 사채업자 같지는 않았다.

40대 중반 정도 돼 보이는 그는 박사라는 호칭과 어울리게 안경을 쓴 지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고, 조금 마른 체구에 차가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게, 마치 대학병원에 가면 볼 수 있는 도도한 의사 같기도 했다.


'의사는 무슨, 정신 차리자! 저 싸이코 박사가 내 장기들을 빼 갈 수도 있어!'


1억을 빌려준 장본인이라 스스로 말하는 걸 보면, 송박사라는 저 사람이 돈때문에 나를 납치하라고 시킨 것이 확실해 보였다.


'아니지 돈 때문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다른 것을 원할지도 모르지?'


"으~~"

"돈을 받아 가셨고 약속을 하셨으니, 지킬 때가 된 것 같은데, 어떻게 마음의 준비는 되셨습니까?"


'역시!'


예상은 했지만 돈 얘기가 나오자, 나는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아! 돈 말입니까, 그게 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숙인 채,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연 나는, 주먹을 꼭 쥐다 못해 몸까지 떨며 말을 이어 나갔다.


"정말 죄송하지만, 사실 저는 지금, 그 돈을 갚을 능력이 되지 않습니다!"


그때 송박사가 다가와 내 어깨에 손을 얹었고, 그러자 겁을 먹고 있던 나는 순간 움찔하며 고개를 ‘획’ 돌렸다.


"으윽~ 죄송합니다!"

"지잉~"


송박사는 내가 앉아있던 의자에 장착된 버튼을 눌러, 반쯤 누워있던 나를 일으켰다.


'어, 뭐야?'


고개도 들 수 없었던 나는 송박사가 무슨 의도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어 공포에 떨고 있었지만, 실눈을 떠 송박사의 얼굴을 슬쩍 보니, 당장 해코지를 할 표정은 아닌 것 같았다.

나를 일으켜 세워준 송박사는 그후 나를 묶고 있던 결박도 모두 풀어주기 시작했다.


"쿵~"

"박사님!"

"나가라니까!"


그러자 CCTV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덩치들이 다급히 뛰어들어왔다.

하지만 송박사는 그 마저도 필요 없다 하며, 나의 긴장감을 당장은 조금 덜어주었다.


"저... 빠른 시일 내에 보험금을 탈 수 있게 하겠습니다! 그러니 분풀이를 하실 거라면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십시오!"

"보험금? 분풀이라...?"



[몇달 전 사채업자의 사무실]


"내가 사망보험을 들테니 나에게 1억만 빌려주시오!"

"1억?"

"보험금 수령인은 당신으로 하겠습니다!"

"음... 좀 알아보시고 오신 것 같은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불가능 하지는 않습니다. 근데 가족관계가?"

"나는 가족도 없습니다. 그러니 귀찮게 하거나 의심사는 일도 없을 겁니다!"

"아, 그러세요! 그러니까 1억이 필요 하시고, 가족도 없으시다... 음... 그럼 우선 신분증을 좀 확인하겠습니다."

"네 여기..."

"송화중씨, 근데 나이가 좀 있으시네요."

"네, 하지만 지병도 없고, 보험가입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겁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나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자잘한 빚이 있었다.

빚을 진 사람들의 대부분은 예전에 나와 돈독했던 사이였지만, 돈 문제는 잦은 트러블들을 나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일들이 끊임없이 반복되자, 자괴감에 휩싸인 나는, 돈을 갚기는 커녕 점점 무기력해졌으니.

얼마 후 상황은 더 악화 돼, 막장까지 몰린 나는, 그 빚이라도 당당하게 직접 갚고 생을 마감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각 끝에 다다른 결론은 사망보험을 드는 일이었는데, 사망보험금이라는 것은 내가 죽은 후에야 나오는 돈이었기 때문에, 당당하게 직접 갚고 싶다는 내 바램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래 내가 죽으면 어차피 보험금은 나누어 같겠지,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나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직접 떳떳하게 돈을 갚는 거야!'


"어 그래! 가족이 없는 건 확실하다 이거지! 응 알았어!"


그때 누군가와 짧은 통화를 마친 사채업자가 입을 열었다.


"음... 좋습니다! 1억원을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생명보험 같은 거 말고, 다른 조건이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다른 조건?"


사채업자는 1억이란 말도 안되는 금액을 담보도 없이 그 자리에서 선뜻 내놓았지만, 생명보험을 드는 대신, 알 수 없는 서류뭉치 수십장을 내밀며, 마지막 장에 사인을 할 것을 원했다.


"보험 같은 건 필요 없으니 이 서류나 잘 읽어 보시고, 동의하시면 여기 마지막 장에 사인을 하시면 됩니다."

"네? 이게 뭡니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고! 어쨌든 잘 읽어보고 사인을 하세요! 괜히 말 바꾸면 나까지 곤란해 지니까!"


'시간 전송 실험 연구 대상자 지원서?'


어차피 생을 마감하려 했던 나에게 사채업자가 내미는 서류 따위는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쓱 쓱 쓱"


'그래 죽기밖에 더하겠어!'


서류의 맨 앞장도 다 읽어보지 않은 나는 마지막장을 펴 사인을 한 후, 서류를 도루 사채업자에게 내밀며 말했다.


"자 사인을 했습니다. 이제 돈을 가져가도 되는 겁니까?"

"서류를 꼼꼼히 읽어보셔야 할 텐데, 저는 분명히 읽어 보시라고 고지했습니다!"

"읽어 봤습니다, 읽어 봤어요! 그러니까 돈을 가져가도 되냐구요?"

"읽어보셨다니 돈은 가져가도 되지만, 나중에 딴소리를 하시면 돈은 물론이고, 당신 그 목숨까지 토해내야 할 겁니다!"

"그...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마시요! 딴소리 할 일은 없을 테니까!"


돈을 챙긴 나는 사채업자 사무실을 다급히 빠져나왔다.

그 돈으로 지인들의 빚은 모두 갚았지만, 빚을 다 갚고 나니, 나는 다시 빈털털이 신세가 되었다.

또다시 노가다 판을 전전할 수밖에 없었고,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어느새1억이란 빛은 머릿속에서 무감각 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자를 달라는 사람이 있기를 했나, 빚을 갚으라고 재촉하는 사람도 없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죽었어야 했는데, 아까 그 한강다리에서 뛰어내렸어야 했어!'


나는 알 수 없는 공간으로 끌려와, 송박사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지금에서야, 내가 진 빚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저 괜찮으십니까?"


눈을 질끈 감고 생각에 잠겨 있던 나에게 송박사가 다시 한번 말을 걸어왔다.

내가 정신을 차리고 힐끔 송박사를 올려다보니, 송박사는 나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당신을 데리고 온 이유는 당신에게 분풀이를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네?"

"여기 직접 사인을 한 서류가 있는데, 서류에 사인을 하실 때 돈을 받는 조건을 읽어 보셨습니까?"

"서류... 그게 사실은, 죽을 마음으로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러 간 거 였기 때문에, 서류 같은 건 제대로 볼 이유가 없었습니다!"

"사채업자? 저런 저런, 과정에서 큰 문제가 있었군요!"


고개를 가로저으며 미간을 찌푸리던 송박사는, 잠시 고민하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회장님,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네? 아무리 그래도 직접 찾으셨어야죠! 그런 곳에 이런 중요한 일을 맡기시면 어떻게 합니까? 어쩔 수 없었다고요? 어쩔 수 없었으면 좀 더 신경을 쓰셨어야죠! 시간도 없는데 참! 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생각을 좀 해보겠습니다."


화를 내며 심각하게 통화를 하던 송박사는, 전화를 뚝 끊어버리더니, 또다시 미간을 찌푸리며 조금 더 고민하다, 결국에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어차피 죽으려고 하셨다구요?"

"네?"

"그럼 이 자리에서 제가, 당신도 살고 내게 진 빚도 갚을 수 있는, 한 가지 제안을 해도 되겠습니까?"


그때 송박사는 의외의 말을 꺼냈고, 나는 그제서야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제안이라니?"


깜짝 놀란 표정과 함께 의심의 눈초리로 송박사를 바라보고 있던 나는, 혹여나 한줄기 희망이라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다급히 물었다.


"그 제안이라는 게 무엇입니까?"

"사실 제안은, 이미 했었다고 봐야 겠네요! 당신이 사인을 했던 그 서류, 이게 바로 그 서류입니다. 일종의 계약서인 셈이었죠!"

"서류?"


송박사는 내가 사인을 했던 서류뭉치를 나에게 다시 건네더니, 차분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서류에도 나와 있지만, 나는 당신이 과거로 가서, 내가 시키는 일들을 해주었으면 했습니다. 물론 서류를 읽어보지 않으셨다니 처음 듣는 얘기 겠지만요!"


"과거로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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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죽은 자의 미션 28화 23.06.10 71 2 12쪽
28 죽은 자의 미션 27화 23.06.09 73 2 12쪽
27 죽은 자의 미션 26화 23.06.08 83 1 14쪽
26 버림받은 존재 25화 23.06.07 87 2 12쪽
25 버림받은 존재 24화 23.06.07 106 2 14쪽
24 세 번째 미션 23화 23.06.05 147 2 12쪽
23 세 번째 미션 22화 23.06.03 125 1 13쪽
22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21화 23.06.02 172 3 12쪽
21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20화 23.06.01 142 3 13쪽
20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19화 23.05.31 169 4 12쪽
19 두 번째 미션 18화 23.05.30 168 4 12쪽
18 두 번째 미션 17화 23.05.29 176 5 11쪽
17 두 번째 미션 16화 23.05.27 182 5 11쪽
16 두 번째 미션 15화 23.05.26 207 5 12쪽
15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4화 23.05.25 212 5 12쪽
14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3화 +2 23.05.24 260 7 13쪽
13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2화 23.05.23 255 4 13쪽
12 과거로 보내진 이유 11화 +2 23.05.22 265 6 12쪽
11 과거로 보내진 이유 10화 +2 23.05.20 276 7 12쪽
10 과거로 보내진 이유 9화 23.05.19 289 7 11쪽
9 과거로 보내진 이유 8화 23.05.18 315 7 12쪽
8 과거로 보내진 이유 7화 +2 23.05.17 361 5 13쪽
» 과거로 보내진 이유 6화 +2 23.05.16 424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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