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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에서 온 인생 2회차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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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그림/삽화
김주보
작품등록일 :
2023.05.10 12:27
최근연재일 :
2023.06.16 14:09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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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96
추천수 :
189
글자수 :
186,803

작성
23.05.22 14:20
조회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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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과거로 보내진 이유 11화

DUMMY

연이은 암기 시험에서도 만점을 받은 나는, 기초지식 선생님에게 짜릿한 보상을 톡톡히 받으며, 순탄하게 과거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과거로 가기 1주일 전, 암살 수업을 마지막으로 숙소로 가 쉴 준비를 하고 있던 나에게, 송박사가 다시 모습을 보였다.

오늘따라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는 게, 그는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지, 수심이 가득해 보였다.


"박사님..."


내가 먼저 입을 열자, 박사는 애써 어두운 표정을 숨기려 했다.


"마지막 미션까지 모두 숙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아직 일주일이나 시간이 남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끝내셨군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나에게 다가온 그는, 좀 전과 달리 살짝 미소를 머금고 칭찬도 해주었지만, 그렇다고 숨기고 있던 어두운 표정이 완전히 밝아지지는 않았다.


"네, 뭐 어쩌다 보니... 저... 그런데..."


미션을 암기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의문점이 있었던 나는, 표정이 좋지 않은 송박사를 보자, 오늘도 질문을 하기에는 별로다 싶었으나, 그가 또 언제 다시 나타날 줄 모르니, 더 이상은 질문을 미룰 수가 없었다.


"그... 2번째 미션 말입니다."

"네?"

"저... 그게, 고작 시계 때문에 사람을 죽여야 하던데,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요? 그냥 시계만 훔치거나, 빼앗는 쪽이 낮지 않을까요?"


내 질문을 받은 송박사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휴~"


하지만 이내 골치가 아프다는 듯, 삐딱하게 고개를 꺾더니, 나에게 말했다.


"고작 시계라니?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계셨군요. 제가 오늘 화중씨를 찾아온 이유도 그것 때문입니다."


박사는 본론을 꺼내며 표정을 일그러뜨렸고, 그 후 왠지는 모르겠으나, 거의 나를 노려보듯이 바라봤다.


"송화중씨의 미션은, 우리가 계획한 일에 극히 일부분일 뿐입니다. 물론 전체를 알려드리지 않았으니, 그런 질문을 하실 수도 있지만..."

"네? 전체요?"

"화중씨가 미션을 정확하게 암기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그거야..."

"방금 말씀하신 2번째 미션을 예로 들어볼까요?"


박사는 뭐가 답답한지, 조금 흥분한 상태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두 번째 미션에서 죽여야 하는 사람은 과학자입니다. 그가 팔에 차고 있는 시계는 그저 금으로 된 고가의 명품 시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사람의 평생 노력이 담겨 있는 발명품이구요."

"네? 평생의 노력이요?"

"네 그렇습니다. 화중씨의 미션은 그 사람을 죽이고, 그 시계를 가로채 제가 지정한 장소에 보관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악당은 누구입니까?"

"네? 악당?"


갑작스런 질문에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여기 까지만 들으면 물론 악당은 송화중씨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발명품이 일류 미래에 큰 위협이 된다면요?"

"그 시계가요?"

"아니요. 발명품은 시계가 아닙니다. 그 과학자의 발명품은 금속입니다."

"금속이요? 그게 왜?"

"그 금속은 평소 티타늄에 버금가는 강도를 가지고 있으나, 일정 온도 이상이 되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녹아내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 일류 평화를 위협할 암살 무기로 발전할 겁니다."

"네? 그게 정말입니까?"

"아니요. 하지만 제가 이렇게 말했다면, 이제 악당은 화중씨가 아닙니까? 그럼 누구입니까?"


나는 왠지 대답을 망설였다.


"화중씨, 사람을 죽이는데 명분이 필요하신 겁니까? 이유를 알고 죽이면 뭐가 달라집니까?"


그랬다.

이유는 그들이 만들기 나름이었고, 나는 그저 도구에 불과했으니 정확하게 사용되면 그 뿐, 또 훈련을 받기 전에 말하지 않았던가,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것을...

훈련을 받는 동안 자신감이 생겨서 일까, 전에는 그저 미션을 할 수 있을 지가 걱정이었지만, 나는 어느새 그 일의 당위성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뭐라도 된 것 마냥...


"화중씨는 화중씨가 해야 할 일만 생각 하시면 되는 겁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 까지 생각하시면 오히려 일을 망칠 수도 있습니다."


박사는 나에게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었으나, 그 후에는 정확히 요점을 정리해주었다.


"네 그렇군요."


내 분수를 알게 된 나는, 더 이상 물어보고 싶은 것이 없어졌다.

그렇게 대화가 정리되는가 싶었던 그때.


"이제 이해가 되신 것 같으니, 마지막 관문을 넘으셔야 겠군요."

"마지막 관문이요?"


박사는 마지막 관문을 넘어야 한다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라오시죠."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 채, 일단은 송박사를 따라 나섰다.

송박사는 평소 내가 다니는 동선을 벗어나, 알 수 없는 곳으로 나를 데려갔다.

그곳에는 박사와 마찬가지로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까?"

"네,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송박사는 연구원들에게 다가가, 준비가 끝났는 지를 물으며, 의사들이 볼 법한 차트 같은 것을 살폈고, 그때 나는 입구 쪽에 뻘쯤하게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응, 저건 뭐지?'


그리고 그 공간 중앙에 놓여있는 유리로 된 캡슐 같은 것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 캡슐은 나란히 두 개가 수직으로 서 있었는데, 호스들과 전선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게, 아직 정면을 보지 못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범상치는 않아 보였다.

연구원들에게 가려져 고개를 쭉 빼고 보니, 캡슐 안에는 액체가 가득 들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발 옆으로 움직여 살펴보자, 그 액체 속에 또 무언가가 들어있다는 것도,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분명 액체 안에는 사람 같은 것이 있을 것 같았다.


"송화중씨, 이쪽으로 오시죠."

"네."


그때 송박사가 나를 불렀다.

송박사에게 다가가면 갈수록, 캡슐 안의 그 물체는 서서히 실체를 드러냈다.


"헉!"


그것은 내 생각처럼 사람이었다.

한쪽에는 일곱 살 정도 돼 보이는 어린 아이가, 다른 쪽에는 스무 살 정도 돼 보이는 청년이, 액체 안에서 호흡기를 단 채 잠들어 있었다.


"화중씨."

"네!"


캡슐 안의 사람을 보고, 나는 당황한 표정을 했지만, 송박사는 의외로 침착해 보였다. 생각해보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이것들을 만든 장본인일 테니까.


"전에 말씀드렸 듯이 화중씨는 이 아이의 몸을 빌려 과거로 가게 될 겁니다."

"이 아이의 몸으로요?"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는 옆에 있는 복제인간처럼, 완벽한 성인의 몸으로 성장할 겁니다."


박사의 말을 듣고, 나는 나와 함께 과거로 갈 아이의 몸을 유심히 바라봤다.

아이는 코도 오똑하니, 머리숱도 만은 게, 떡잎부터 잘생겼다고 해야 하나, 옆에 있는 성인 복제인간 처럼만 자라준다면, 완벽한 몸을 준다던 박사의 말도 과언은 아니었다.

이 완벽한 아이의 몸이, 곧 내 몸이 된다고 생각하니, 조금 전까지 기괴하게 느껴졌던 이곳의 분위기도 다르게 느껴졌다.

과학적인 분위기라고 해야 하나, 유전공학, 첨단, 뭐 그런 거, 아무튼 꽤 흡족했다.


"물론 시간전송을 하고 나면 처음에는 신체 일부 기능이 정상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귀가 들리지 않는다 거나, 말을 할 수 없다던가, 하지만 한 달 정도면 모든 게 정상적으로 기능할 겁니다."


그때 내 표정을 봤는지 송박사가 물어왔다.


"마음에 드십니까?"


표정을 숨길 수 없었던 나는, 미소를 머금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네 마음에 듭니다. 정말 박사님이 말씀하신 대로 완벽해 보입니다."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그리고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희는 이 아이의 뇌에, 화중씨의 뇌 일부분을 이식할 겁니다. 수술이 성공한다면, 화중씨는 화중씨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이 아이의 몸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겁니다."

"그렇군요."

"젊고 완벽한 몸에, 현재의 기억까지 가지고 과거로 간다면 어떨까요?"

"네, 그거야."

"17세가 되면 미션을 시작하셔야 하니, 그 나이가 되면 완벽한 성인의 몸이 되도록 설정해 놓았습니다. 또 지능도 우수하고 운동능력까지 갖추었으니, 허 허~ 좋으시겠습니다."


나는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가슴이 "쿵쾅 쿵쾅" 뛸 만큼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니 저희와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과거의 자신을 만나서도 안됩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다른 마음을 먹으신다면..."

"아이고~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이런 은혜를 베풀어 주셨는데, 미션 암기도 정확하게 했고, 암살기술과 격투기술도 확실하게 익혔으니,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저희는 화중씨의 일거수일투족을 항상 주시하고 있을 겁니다."

"네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절대 배신 같은 것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럼 말씀드린 마지막 테스트를 해봐도 되겠습니까?"

"네 그러시죠. 지금까지 배운 거라면 모든지 시험해봐도 좋습니다."

"그래요. 그럼 저쪽에서 잠시 기다려 주시죠."


송박사는 아이가 들어있는 캡슐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를 기다리게 했다.

그 후 연구원들과 캡슐에 들어있던 액체를 모두 빼낸 송박사는, 호흡기가 달려있는 아이를 꺼내 수술대 같은 곳에 눕혔다.


"화중씨, 이제 이쪽으로..."

"네."


그는 나를 다시 불렀고, 나는 그에게 다시 다가갔다.

내가 수술대에 누워있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 송박사는 나를 바라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이 아이는 지금 의식이 없지만 살아있는 상태입니다."


그때 송박사가 힐끔 시간을 확인하더니, 무시무시한 말을 내뱉었다.


"조금 있으면 깨어날 건데, 그 전에 화중씨가 목을 졸라, 뇌사 상태로 만들어 주세요."

"네?"


그 말을 들은 나는 당황해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지만, 송박사는 참으로 담담하게 그런 일을 시키는 이유까지 설명했다.


"화중씨에게 이 아이의 몸을 드리려면 뇌사 상태에서 수술을 준비해야 합니다."

"뭐라구요? 뇌사?"

"조금 있으면 이 아이는 깨어날 거고, 그럼 기억이라는 게 생길테니, 그 전에 처리하시는 게 이 아이에게도 최선입니다."

"저보고 그런 짓을 하라구요? 이 어린 아이를 나 살자고 내 손으로 죽이란 말입니까?"


나의 말에 송박사는 대답 대신 질문을 돌려주었다.


"그럼 누가 합니까? 화중씨가 살자고 하는 일을, 제가 다른 사람에게 시켜야 한다는 겁니까?"

"아니 그건 아니지만, 약물이나,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화중씨! 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그러면 뭐가 달라집니까? 깨어나기 전에 어서 서두르세요!"

"그렇지만."

"이 아이는 복제인간일 뿐입니다. 아무 기억도 없는 복제인간 하나 처리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미션을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 겁니까?"


박사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누가 대신할 수 있겠는가, 내가 살기 위한 일인데...


"젠장."


나는 떨리는 양손을 그 아이 목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눈앞도 흐릿한 게 현기증 마져 느껴졌다.

정신을 다잡았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으니,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윽 컥 컥~"


내가 아이의 숨통을 조이자, 아이는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했으나, 파르르 몸을 떠는 게, 그 어떤 저항보다 끔찍했다.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그 떨림도 줄어들었고, 그러자 나의 양손에도 조금씩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크 헉~"


그때 아이가 갑자기 눈을 뜨는 게 아닌가,

순간 나는 깜짝 놀라 혼비백산 했지만, 나도 모르게 우악스러운 힘이 양손으로 전해지는 것도 느껴졌다.


"죽어~"


나는 온 힘을 다해 다시 목을 조르기 시작했고, 그러자 눈을 뜬 아이의 눈에서는, 주르륵 한줄기 눈물이 흘렀다.

기억이 생겼을까? 눈을 뜨자마자 자신의 목을 조르는 내 모습을 기억하게 된 걸까?

하지만 내 손에 힘은 빠지기는 커녕, 더욱 더 강해졌다.

살고 싶었던 욕망만큼 더욱더 강해졌다.


"그만! 그만 하세요! 이제 됐습니다!"

"으 으~ 씨발!"

"뭐하고 있어! 어서 떼어 내! 이러다 뇌사가 아니라 정말 죽겠어!"

"송화중씨! 이거 놓으세요! 이제 됐습니다!"

"씨발! 이거 놔! 이놈이 죽어야 내가 산단 말이야! 이거 놔!"

"으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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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죽은 자의 미션 28화 23.06.10 70 2 12쪽
28 죽은 자의 미션 27화 23.06.09 73 2 12쪽
27 죽은 자의 미션 26화 23.06.08 83 1 14쪽
26 버림받은 존재 25화 23.06.07 87 2 12쪽
25 버림받은 존재 24화 23.06.07 105 2 14쪽
24 세 번째 미션 23화 23.06.05 147 2 12쪽
23 세 번째 미션 22화 23.06.03 125 1 13쪽
22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21화 23.06.02 172 3 12쪽
21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20화 23.06.01 142 3 13쪽
20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19화 23.05.31 169 4 12쪽
19 두 번째 미션 18화 23.05.30 168 4 12쪽
18 두 번째 미션 17화 23.05.29 176 5 11쪽
17 두 번째 미션 16화 23.05.27 182 5 11쪽
16 두 번째 미션 15화 23.05.26 207 5 12쪽
15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4화 23.05.25 211 5 12쪽
14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3화 +2 23.05.24 260 7 13쪽
13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2화 23.05.23 255 4 13쪽
» 과거로 보내진 이유 11화 +2 23.05.22 265 6 12쪽
11 과거로 보내진 이유 10화 +2 23.05.20 275 7 12쪽
10 과거로 보내진 이유 9화 23.05.19 289 7 11쪽
9 과거로 보내진 이유 8화 23.05.18 314 7 12쪽
8 과거로 보내진 이유 7화 +2 23.05.17 361 5 13쪽
7 과거로 보내진 이유 6화 +2 23.05.16 423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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