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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에서 온 인생 2회차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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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그림/삽화
김주보
작품등록일 :
2023.05.10 12:27
최근연재일 :
2023.06.16 14:09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8,502
추천수 :
189
글자수 :
186,803

작성
23.06.10 10:55
조회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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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죽은 자의 미션 28화

DUMMY

통화를 마친 후에도, 밤새도록 사건 기록과, 뉴스 기사들을 보며 씨름하던 장현은, 사무실 소파에서 쪽잠으로 잠시 눈을 붙인 후, 동이 트자마자 서둘러 사무실에서 나왔다.

차를 몰아 제일 먼저 향한 곳은 당연히 중식당이었는데, 도착해 보니 이건 또 무슨 경우인지, 사고 잔해들이 말끔히 정리되어있는 게 아닌가, 사람들이 죽어나간 자리에서 새로 오픈이라도 준비하는 것일까, 서두른 듯 정리된 그곳에는 폴리스라인 대신, 인테리어 업자들이 도면을 손에 들고 활보하고 있었다.

황당함을 금치 못할 노릇이었다.

그러니 눈을 씻고 찾아봐도 단서 따위가 보일리 없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수사를 맡긴 이재환 이사에게 착수금까지 두둑히 받은지라, 뭐라도 건져야 했으나, 이런 상황에서는 폭발의 원인은 고사하고, 티끌만한 단서도 찾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씨발! 뭐야 이게?"


확신이 들었다.

누군가가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는 확신이.

서둘러야 했다.

조그만한 단서라도 찾으려면 사건을 은폐하려는 놈들 보다 서둘러야 했다.

하지만 그때.


'잠깐만.'


다시 생각해 보니 서늘한 기분이 엄습했다.

일개 해결사가 뭐라고, 아무리 좋게 치켜세워준다 하더라도, 고작 사립 탐정 따위가, 국회의원들과 대기업 회장에게까지 뻗쳤던, 죽음의 그림자를 밝혀낼 수 있을까.


'후~~ 일단 서부터 가보자, 분위기 파악부터 해봐야지, 괜히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고 쓸데없이 휘말렸다가는, 좋을 게 없어. 이 정도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다면... 음... 역시 보통 세력은 아니야, 돈도 좋지만, 잘못하면 뒈지는 수가 있겠어.'


전화를 걸었다.

강력계를 주름잡던 자존심은 잠시 뒤로 한 채, CCTV를 부탁했던 후배에게, 일단은 만나자고 했다.


"어, 형인데, 바쁘냐?"

"네? 또 무슨 일이세요?"


본인의 말처럼 경찰 내부의 분위기를 확인해 볼 심산이었다.

지금 장현은 단지 돈에 움직이는 해결사에 불과했으니, 어찌 보면 현명한 선택을 한 것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장현과 달리, 현명하지 못한 선택을 한 사람들도 있었다.


"김형, 이런 옷은 왜 가지고 있는 거예요? 하여튼 없는 게 없어."

"이놈아! 요즘 가장 뜨는 게 뭐냐? 초고속 인터넷 ADSL 아니야! 이 옷만 있으면 대기업 빌딩이든 가정집이든, 못 들어갈 곳이 없어, 출입을 하는데 까지는, 이 옷이 치트키인 셈이지."

"아~ 그래요? 노인네가 별걸 다 안다니까."

"그래 인마!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몰라?"

"끼익~"

"아이고~"

"여기인 거 같은 데요."

"응, 그래? 벌써 다 왔나?"


장현이 경찰 시절 후배와 통화를 하고 있던 그 시간, 민수와 노인은 함께 차를 타고, 건물주 강사장의 집에 도착했다.

어젯밤 의논했던 것처럼, 강사장의 가족들부터 조사해볼 생각이었다.

인터넷 설치기사 옷을 입고 있었는데, 당시 초고속 인터넷 열풍이 불어, 노인의 말을 잠시 빌리자면, 어느 집이든 출입하기에는 이만한 복장도 없다고 했다.

인터넷 연결 장비에, 미리 소형 도청장치를 심어놓은 노인은, 민수에게 건내며 말했다.


"자 여기, 어서 들어가서 이 걸 거실에 설치해, 소형이라 수신 거리가 그리 길지는 않으니까, 집 근처에서 감청을 해야 할 거야."

"네, 그럼 김형도 수고하세요."

"그래 어서 가봐, 나는 니가 시킨 대로, 차를 몰고 미래그룹으로 가볼 테니까."

"잘 부탁드려요."

"하~ 이 어린 놈이, 어려운 건 은근히 나를 시킨단 말이야."

"그럼 이따 뵐게요."


민수가 차에서 내리자, 노인도 차에서 내려, 운전석으로 옮겨 앉았다.

민수에게 부탁받은 것이 있었는지, 미래그룹으로 간다 하며, 쌩하니 차를 몰고 떠나버렸다.

민수가 부탁한 것은, 다름 아닌 재환을 조사하는 일이었다.

강사장의 집과 마찬가지로 도청장치를 설치할 생각이었다.

아무리 출입 치트키를 입고 있다 하더라도, 대기업에 잠입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노인은 자신 있게 그 일까지 맡아주었다.

그러니 민수도, 자신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해야 도리였다.


"휴~ 그래 들어가 보자."

"띵동~ 띵동~"


유니폼 모자를 눌러쓰고 강사장집 초인종을 눌렀다.

건물주의 집답게 정원이 넓어 보이는, 그런 전형적인 부잣집 주택이었다.


"누구세요?"


이내 인터폰 인지, 민수가 누른 초인종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수도 "인터넷 기사입니다." 라고 말하자, 노인의 말처럼 금세 대문이 "끼익" 하고 열렸다.

나즈막한 계단 몇 개를 뛰어올랐을까, 예상대로 넓은 정원이 펼쳐져 있었고, 집에서는 인터폰 목소리의 주인공인지, 30대 초반쯤 돼 보이는 여자가 나와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네, 오류 코드가 떠서 점검차 나온 김에, 기계도 최신 모델로 바꿔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설치가 얼마 안 걸리는데, 잠깐 들어가도 될까요?"

"음... 네, 그럼 서둘러 주세요."


순조롭게 집에 까지는 들어왔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한 게 하나 있었다.

문을 열어준 여자의 부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반쯤 몸을 돌리고, 앞머리로 애써 얼굴을 가리려 하는 게 거슬렸다.

그러니 인터넷 장비, 그러니까 도청장치를 설치하는 도중에도, 힐끔힐끔 그녀의 얼굴을 훔쳐보게 되었다.


'저 여자 왜 저러지?’


얼굴을 가리려 하는 이유는 금세 찾을 수 있었다.

그 이유를 찾는 게 어렵지도 않았다.

시퍼런 멍이, 앞머리로 가린 얼굴 한쪽을 뒤덮고 있어, 그녀가 그럴 만도 했다.

조심스럽게 힐끔 바라봤지만, 민수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는지, 슬쩍 자리를 피했다.

그 덕에, 집안 곳곳을 자세히 둘러볼 수 있게 되었다.

거실 벽에는 커다란 가족사진도 걸려있었는데, 강사장과 그녀는 부부 사이인 게 확실해 보였고, 중학생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도 사진 속에 함께 있었다.

사진 속 가족의 모습은 화목해 보였다.


"휴~ 다 끝났습니다."


그렇게 민수가 설치를 마치고 일어서려는 그 순간.


"철컥~"

"뭐야 너는?"


갑자기 강사장이 들어오는 게 아닌가, 초인종 소리도 없었고 대문을 여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네? 저는..."


강사장이 왜 소리도 없이 들어왔는지는, 그의 눈빛을 보자 이내 알 수 있었다.

의처증이라도 있는지, 희번덕거리며 민수와 자신의 아내를 번갈아 바라봤으니.


"너희 둘 지금 뭐하고 있었어?"

"아니에요! 여보, 그냥 인터넷 기사예요!"


그때 민수는 오히려 강사장을 노려봤다.

여자나 때리는 쓰레기들의 습성을 알아서였을까, 기분이 나쁘다는 듯 떨떠름한 표정으로 쏘아보며, 그렇게 그 집에서 나와 버렸다.

훤칠한 민수의 키가, 과장을 좀 보탠다면, 땅딸보 강사장의 2배는 되었으니, 붙잡거나 더 이상 시비를 걸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강사장의 집에서 나온 민수가 근처 골목에 자리를 잡고 앉아, 도청장치 수신기를 켜는 그 순간.


"야 이 씨발년아! 고새를 못 참고 남자를 끌어들여?"

"아니에요 여보!"

"아니긴 뭐가 아니야! 잘생긴 놈 보니까, 또 아랫도리가 근질근질 했지?"

"와장창~"

"꺄~~"


수신기에 꼽은 이어폰으로, 집안 살림을 때려 부수는 소리와, 강사장의 고함 소리, 또 그녀의 비명 소리까지, 생생하게 들려왔다.

집이 바로 지척에 있어, 와장창 부서지는 소리는, 이어폰 밖으로도 요란하게 들릴 정도였다.


"씨발! 이 새끼 뭐야? 완전 똘아이 아니야?"


살림살이를 때려 부수는 소리는 곳 잠잠해 졌지만, 손찌검을 시작했는지, 그녀의 비명 소리는 더욱 커졌다.

공포에 질려 토해내는 그 소리는, 듣고 있기 힘들 정도였으니, 민수의 표정이 저절로 일그러질 만도 했다.


"당장 나가~"

"흑 흑 흑~"


이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강사장이 그녀를 집에서 쫓아내려 하는지, 욕설과 함께 실랑이를 버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듣고 있던 민수는 차라리 그녀가 도망이라도 가기를 바랬으나, 그녀는 무엇 때문인지 매달리며 버텼다.

그래도 강사장은 부득부득 그녀를 내쫓으려 했다.

민수가 골목에서 나와, 고개를 쭉 빼고 집 앞을 훔쳐보니, 이미 그녀는 맨발로 대문 앞에 내몰려, 흐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이어폰을 통해, 또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닌가, 그녀가 도망도 가지 않고 집 앞에서 흐느끼는 이유를, 그때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야 이년아!"

"아저씨, 정말 왜 이러세요? 이거 놓으세요!"

"니 에미가 잘못을 했으니까, 니가 대신 벌을 받아야지!"

"악~~ 이거 놔~"


이어폰을 귀에서 빼 바닥에 집어던졌다.

더 이상은 들을 필요도 없었으니, 모자를 푹 눌러쓰고 강사장 아내의 눈을 피해 골목에서 빠져나왔다.


"그래, 너 이 새끼 잘 걸렸다."


한편 그 시간, 노인은 또 어디서 구했는지, 어느새 미래그룹 미화원 옷을 입고 있었다.

그 옷을 입고 자연스럽게 청소카트를 끌며, 회장 집무실까지 잠입하는데도 성공했다.

나이가 꽤나 들어 보였던 게 장점이었을까, 노인을 의심하기는커녕, 신경 쓰는 사람조차 없었다.

그러니 이제는 쓰레기통을 비우는 척 도청장치를 설치하는 일만 남았는데, 노인이 준비한 장비는, 수신 거리가 길어서 그런지, 부피가 꽤 있어, 소파 밑처럼 깊숙한 곳에 설치를 해야 했다.


"어디 보자, 이게, 왜 이렇게 안 붙어, 어라?"


바닥에 엎드린 노인이, 손을 뻗어 눈에 뛰지 않는 곳에 도청장치를 붙여보려 하고 있을 때, 집무실 밖에서는 비서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 네, 회장님 들어오십니까? 알겠습니다."

"지금 오신데요?"

"그래, 이재환 회장님 모시는 첫날이니까, 각별히 조심들 하자, 어! 김대리 잠깐 이리 좀 와봐."


회장이 들어온다 했는지, 갑자기 분주해 졌고, 비서들 끼리 옷 매무새도 서로 확인해 주며, 부족한 게 없는지 둘러보고 있었다.


"아, 맞아! 미화원 아저씨!"


그때 여비서 하나가, 아차 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때도 바닥에 엎드린 노인은, 끙끙대며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있었다.


"아이고~ 이게 왜 자꾸 떨어지냐?"


여비서의 구둣발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는데도 말이다.


"또각 또각 또각~"

"벌컥~"


문이 열리는 순간, 천만 다행으로 설치는 마쳤다.

그러나 이제는, 바닥에 개구리처럼 엎드려 있는 것이 문제였다.

당황한 노인은 그 자세로 어쩔 줄을 몰라 했는데,

그의 표정이 난감함을 말해주듯, 울그락 불그락 했다.


"어? 거기서 뭐 하세요?"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반짝이는 금배지 하나를 소파 밑에서 발견했고, 요상한 자세로 엎드려 있는 명분을 만들었으니, 그 놈을 집어 들고 일어서며 말했다.


"아이고~ 청소를 하다가, 반짝이는 게 보여서, 꺼내려다 보니까 그만..."

"네 네, 알았으니까, 빨리빨리 나가주세요. 회장님 들어오시는데, 마주치기라도 하면 큰일 납니다. 어서요!"

"알았어요. 아! 밀지 말아요."


노인은 비서의 성화에 서둘러 회장실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회장실이 있는 탑 층에 머무르며, 청소를 하는 척 시간을 보냈고, 몇 분이 지나자 회장실로 향하는 재환과 비서실장의 모습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뜻밖의 수확이 있었다면, 얼마 후 뒤따라 나타난, 장현의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장현의 행색이나 덩치가, 이 건물에 있는 사람들과는 어울리지 않아, 저절로 눈길이 갔다.

노인은 서둘러 한 쪽 귀에 이어폰을 꽂았고, 수신기의 볼륨을 조절하며, 장현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저놈은 또 뭐 하는 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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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죽은 자의 미션 29화 23.06.12 50 0 13쪽
» 죽은 자의 미션 28화 23.06.10 71 2 12쪽
28 죽은 자의 미션 27화 23.06.09 73 2 12쪽
27 죽은 자의 미션 26화 23.06.08 83 1 14쪽
26 버림받은 존재 25화 23.06.07 87 2 12쪽
25 버림받은 존재 24화 23.06.07 106 2 14쪽
24 세 번째 미션 23화 23.06.05 147 2 12쪽
23 세 번째 미션 22화 23.06.03 125 1 13쪽
22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21화 23.06.02 172 3 12쪽
21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20화 23.06.01 142 3 13쪽
20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19화 23.05.31 169 4 12쪽
19 두 번째 미션 18화 23.05.30 168 4 12쪽
18 두 번째 미션 17화 23.05.29 176 5 11쪽
17 두 번째 미션 16화 23.05.27 182 5 11쪽
16 두 번째 미션 15화 23.05.26 207 5 12쪽
15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4화 23.05.25 212 5 12쪽
14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3화 +2 23.05.24 260 7 13쪽
13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2화 23.05.23 255 4 13쪽
12 과거로 보내진 이유 11화 +2 23.05.22 265 6 12쪽
11 과거로 보내진 이유 10화 +2 23.05.20 276 7 12쪽
10 과거로 보내진 이유 9화 23.05.19 289 7 11쪽
9 과거로 보내진 이유 8화 23.05.18 315 7 12쪽
8 과거로 보내진 이유 7화 +2 23.05.17 361 5 13쪽
7 과거로 보내진 이유 6화 +2 23.05.16 423 9 13쪽
6 다시 세상 속으로 5화 23.05.15 444 12 13쪽
5 다시 세상 속으로 4화 23.05.13 453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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