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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에서 온 인생 2회차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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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그림/삽화
김주보
작품등록일 :
2023.05.10 12:27
최근연재일 :
2023.06.16 14:09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8,565
추천수 :
189
글자수 :
186,803

작성
23.05.30 14:35
조회
168
추천
4
글자
12쪽

두 번째 미션 18화

DUMMY

박사가 언급했던 시계까지 손아귀에 넣게 된 민수는, 두 번째 미션 또한 성공한 셈이 되었지만,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죽게 만들었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시신의 손목에서 시계를 풀 때에도, 시선을 피하며 최대한 얼굴은 보지 않으려 했고,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은 지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룸 안에서 빠져나왔다.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때도 룸싸롱 복도에는 여전히 흥겨운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는데, 그러니 종종 누군가와 마주친다 하더라도, 유유히 자신의 방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후 후~"

"이 사람, 갑자기 왜 이러는 거예요? 괜찮은 거예요?"


잠시 후 신고를 받은 119구급대원 두 명이 도착했다.

그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한참 동안 심폐소생술을 시도 했으나, 이미 숨을 거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신 같은 능력은 없었다.

결국 심폐소생술을 멈춘 구급대원은, 맥박을 한 번 더 확인하더니,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망하셨습니다."

"네? 죽었다구요?"

"경찰에 신고를 해야겠습니다. 우선 시신에서 떨어져 주세요."

"신고? 신고를 하면 경찰들이 몰려 올 거 아니야, 아~ 씨발! 장사 잘되고 있었는데, 룸싸롱에 경찰이 웬 말이야! 야 이년아! 넌 뭔 짓을 했길래 영감탱이가 자빠져."

"어머! 오빠, 나는 아무 짓도 안했어, 정말이야! 나한테 왜 그래."


경찰이란 소리에, 구경하던 손님들이 한꺼번에 룸싸롱을 빠져나가자, 그 틈에 섞여 민수도 다급히 룸싸롱을 빠져 나갔다.

양주를 몇 잔 마셔서 일까, 아니면 사람을 죽여서 일까, 거리로 나온 민수는, 태연한 척 했던 좀 전과는 달리 속도 메슥거렸고, 머리도 어지러운 게, 당장이라도 뱃속에 있는 모든 것 들을 쏟아낼 것 같았지만, 일단은 꾹꾹 참고 도로에 뛰어들다시피 해, 택시부터 잡아탔다.


"끼이익~"

"기사님, 한남대교 쪽으로 어서 가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민수는 그렇게 신사동 유흥가를 떠났다.


"부아앙~"


민수를 포함한 모든 손님들이 빠져 나가고, 구급대원들이 경찰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이, 룸싸롱 종업원들은 무엇이 그리도 켕기는 게 많았는지,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경찰들을 맞이할 준비를 서둘렀다.


"야, 어서 그거부터 숨겨."

"네, 알겠습니다."

"아 네, 사망 사건입니다. 그 주소는 맞는데 여기가 골목이라, 네 네."


황급히 양주 박스를 나르는 웨이터들과, 부리나케 옷을 갈아 입고 룸싸롱을 빠져나가는 아가씨들로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모두가 정신없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사이, 룸싸롱 가장 구석에 자리한 룸에서, 조용히 문을 열고 아가씨 하나가 나왔다.

짙은 화장을 하고, 빨간색 가발을 쓴 그녀는, 다름 아닌 현지였다.

현지는 구급대원들이 통화를 하며,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어떻게 알았는지, 홀로 남겨진 영감의 시신으로 다가갔다.

잠시 무표정한 얼굴로 물끄러미 서서, 영감의 얼굴을 바라보던 현지는, 시선을 그의 손목으로 옮겼다.

민수가 시계를 풀어갔으니, 손목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것을 확인이라도 하듯, 굳이 시신을 들쳐, 다른 쪽 손목까지 자세히 보았다.


"거기서 뭐하시는 겁니까?"


그때 구급대원 한 명이 다시 들어와, 현지를 보며 물었다.

하지만 현지는 당황하지 않았고, 오히려 표정까지 싹 바꾸며, 연기를 선보였다.

좀 전과는 다르게, 시체를 보고 두려움에 떠는 눈빛으로 말이다.


"죄송해요. 근데 혹시, 아는 분인가 해서..."

"그래도 시신에 함부로 손을 대시면 안됩니다. 곧 경찰이 오는데, 오해를 받으실 수도 있어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현지가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나자, 구급대원도 별일 아니라는 듯 신경 쓰지 않았으나, 룸싸롱을 빠져나오던 그녀는, 손에 든 핸드백에서 작은 병 하나를 집어 들었다.

뚜껑을 열고 그 병에 든 액체를 바닥에 흘리며 걸었는데, 출입구에 다다르자 사람들이 없는지 주변을 '쓱' 한번 살폈다.

그후 라이터를 꺼내든 현지는, 바닥에 흐른 그 액체에 불을 붙였고, 황급히 룸싸롱에서 나왔다.

큰 불은 아닌지라, 탄내를 맡고 달려든 웨이터들이 불을 끄는 것은 시간문제였으나, 사람이 죽은 데다 불까지 났으니, 뉴스거리가 되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욱~ 기사님! 여기서 세워주세요. 욱~ 당장이요! 죄송합니다."

"손님 잠깐만요! 세워줄 테니까 잠시만 참아요. 아이~ 정말!"

"끼익~"


한편 택시를 타고 한남대교를 지나던 민수는, 올라오는 구토를 손으로 애써 막아내며, 택시에서 다급히 내렸다.

대교 한가운데였으니, 택시를 세우기에는 적절치 않아 보였지만, 민수가 헛구역질을 연발하자, 택시 기사도 군말 없이 차를 세워주었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한남대교 난간을 잡고 선 민수는, 구토를 하며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을 게워냈다.

그제서야 살 것 같았는지 '쓱' 입을 닦아낸 후, 주머니를 뒤져 독이 든 립밤과, 효진이의 속옷도 한강물에 던져버렸다.

민수가 버린 립밤은, 암살 훈련 때 배운 제조법으로 만들어진 독약으로, 자신의 입술에 독약을 바르고, 효진이의 가슴에 입술을 문댄 후, 다시 표적이 있는 방으로 돌려보냈던 것이다.


"씨발!"


그때 민수의 시선이 던져버린 물건들을 따라, 대교 밑으로 향했다.

고요하게 잔잔한 한강물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처럼 흘러가고 있었으나, 지금 민수의 마음속에는 그와 상반되게, 태풍 속 같은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다.

갑자기 화가 치민다 싶더니, 눈물이 주르륵 흘렀고, 이내 주저앉아 흐느꼈다.


"흑 흑~ 씨발! 사람을 죽이다니, 내가 사람을 죽였어. 흑 흑 흑~"


자신이 죽인 그 사람이 누구인지, 왜 죽어야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살기 위해 박사와 약속을 했고, 이제 와서 무슨 의미가 있겠냐 만은, 제발 나쁜 사람이었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해서일까, 단순히 시간이 좀 지나서 였을까, 조금씩 진정을 찾아가고 있었는데, 하지만 그때,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이곳이, 송박사에게 끌려가기 전, 자살을 생각했던 그 위치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허탈감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게 아닌가, 다시 진한 한숨이 저절로 쏟아져 나왔다.


'하~~ 결국 다시 이곳이구나... 만약 내가 그때 이곳에서 뛰어내렸다면, 오늘 그 사람은 죽지 않았겠지?'


그런데 민수의 두 주먹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민수는, 그 꽉 쥔 주먹으로 다리 난간을 힘차게 내리쳤다.


"씨발! 이제 와서 그게 무슨 개소리야! 그때 내가 죽었다면 모든 게 끝난 거야, 내가 살아야지, 그래 나는 살아야 돼."


만감이 교차했던 민수는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이 수치스러운 곳에서 떠나고 싶었는지, 달려오는 택시를 보자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또다시 도로 위에 몸을 던졌다.


"빠앙~~"

"으악~"


순간 택시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민수를 집어삼켰다.

그렇게 택시에 치인 민수는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쓰러져 서서히 눈을 감는다.


"헉 헉"

"삐뽀~ 삐뽀~"

"민수야~ 민수야~"


싸이렌 소리가 시끄러운 와중에도 현지의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들렸다.

하지만 그 얇디앏은 목 소리도 점점 희미해져 갔고,


"헉~"


눈을 번쩍 떠보니 내 앞에는 박사가 웃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복제인간을 가리키며 기괴한 표정을 지었는데, 얼핏 보면 웃는 것 같기도 했지만, 자세히 보면 화가 나 있는 것 같기도 했고, 가끔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얼굴이 찌그러지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박사가, 나에게 어린 아이의 목을 조르라며 다그치는 게 아닌가.


"송화중씨! 당장 시작하세요! 어서!"


섬뜩했다.

박사의 그 표정...

공포에 질린 나는 뒤로 돌아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고 또 달리니, 어느 순간 박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나, 그때 이미 내 몸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땀 이라기보다는, 찐득찐득한 액체가 땀구멍을 통해 흘러나와, 불쾌감이 온몸을 뒤덮고 있었다.

숨은 턱까지 차, 더 이상은 꼼짝도 할 수 없었고, 다리는 돌처럼 굳어져,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싶었지만, 그때 내 눈앞에 작은 문이 나타났다.

희망 같은 것을 기대 했을까, 문틈으로 밝은 빛이 새어 나오자, 나는 그곳으로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작은 문에 머리부터 집어넣고, 간신히 힘을 짜내 기어들어 갔다.

그 방은 온통 새하얀색 벽으로 되어 있었다.

작은 입구와는 달리 엄청나게 넓었고, 아무것도 없이 텅 비워져 있는 것이, 되려 마음이 불편해 졌다.


"똑 똑"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던 하얀색 벽에는, 문이 또 하나 생겼다.

그 문을 열고 기초지식 선생님이 들어와, 환하게 웃어 주었다.

선생님은 언제나 그랬듯이 오늘도 아름다웠고, 그런 그녀를 보자, 나는 그나마 마음이 조금 놓였다.

잠시 숨을 돌리며 눈을 감았다 떴다.

그런데 어느새 기초지식 선생님이, 나를 온 몸으로 휘감고 끌어안으며, 키스까지 맹렬히 퍼붓고 있는 게 아닌가.

그녀의 혀가 내 입으로 들어와 입속을 헤집고 다녔다.

그 혀가 얼마나 깊게 들어오는지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욱~ 컥 컥"


부드럽게 느껴졌던 그녀의 살결 또한 점점 거칠어 지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린내까지 진동 했으니, 그때부터 무언가 잘못되었구나 싶었다.


"윽~"


나를 감싼 그녀의 몸이, 점점 조여오기 시작했다.

답답함을 느낀 나는 몸을 '꿈틀꿈틀' 비틀며 빠져나가 보려 했으나, 얼마나 꽉 조여 오는지, 도무지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야! 너도 미래에서 왔지!"

"어?"


어딘가에서 들어본 남자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하하하하하~"


몸이 조여오는 와중에도, 힘겹게 고개를 돌려 간신히 확인해보니, 나를 조이고 있는 이 사람은, 나처럼 미래에서 왔다던 노인이었다.

그럼 방금 전 내 입속을 휘젓고 다녔던 그 혓바닥은...


"으악~"


비명을 악 지르며 사력을 다해 그 노인을 뿌리쳤다.

간신히 빠져나와 또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노인과 박사가, 동시에 두 팔을 휘저으며 나를 따라왔다.


"송화중씨! 잠시만요!"

"김민수! 너 거기 안 서!"


온 힘을 다해 달렸다.

하지만 다리는 점점 천근 같이 무거워졌다.

그래도 주저앉을 수는 없어, 한참을 달리고 또 달렸다.

결국 또 다른 문 하나를 찾아내 다급히 숨어 들어갔다.

그곳에는 철제로 된 수술용 테이블이, 핀조명을 받으며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허~"


방으로 들어오자 갑자기 한기가 느껴졌다.

온몸에 닭살이 득실득실 돋아날 정도였다.

이빨까지 "드드드" 떨려왔지만, 쫓기느라 녹초가 되었는지, 그 와중에도 피곤이 몰려왔다.

그래서 바닥에 쪼그려 앉으려 했으나, 바닥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고개를 숙였다.

발끝을 보니, 나는 맨발로 발가락을 오그린 채, 그나마 딛을 만한 곳을 찾고 있었다.

그때 그 수술용 테이블이 보였고,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으나, 나는 그곳에 잠시 누울 수밖에 없었다.

의외로 따뜻했다.

그러자 나도 모르게 이제는 눈까지 스르르 감겼다.

잠이 드는가 싶었지만, 잠시 후 갑자기 목이 답답해 왔다.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았고, 더 이상한 건, 좀처럼 눈이 떠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눈에 힘을 꽉 주었다.


"으윽~"


순간 번쩍 뜨인 내 눈앞에는 어린 아이가 보였다.


"헉, 으으으~"


그 아이는 내 몸 위에 올라타, 나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아무리 밀쳐내보려 해도, 도무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이의 표정을 보니, 온 힘을 다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으나, 반면 내 팔에 힘은 점점 빠져갔다.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그때,


"민수야~ 민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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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죽은 자의 미션 27화 23.06.09 73 2 12쪽
27 죽은 자의 미션 26화 23.06.08 83 1 14쪽
26 버림받은 존재 25화 23.06.07 90 2 12쪽
25 버림받은 존재 24화 23.06.07 107 2 14쪽
24 세 번째 미션 23화 23.06.05 147 2 12쪽
23 세 번째 미션 22화 23.06.03 127 1 13쪽
22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21화 23.06.02 172 3 12쪽
21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20화 23.06.01 142 3 13쪽
20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19화 23.05.31 169 4 12쪽
» 두 번째 미션 18화 23.05.30 169 4 12쪽
18 두 번째 미션 17화 23.05.29 176 5 11쪽
17 두 번째 미션 16화 23.05.27 184 5 11쪽
16 두 번째 미션 15화 23.05.26 209 5 12쪽
15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4화 23.05.25 215 5 12쪽
14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3화 +2 23.05.24 262 7 13쪽
13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2화 23.05.23 258 4 13쪽
12 과거로 보내진 이유 11화 +2 23.05.22 267 6 12쪽
11 과거로 보내진 이유 10화 +2 23.05.20 278 7 12쪽
10 과거로 보내진 이유 9화 23.05.19 292 7 11쪽
9 과거로 보내진 이유 8화 23.05.18 318 7 12쪽
8 과거로 보내진 이유 7화 +2 23.05.17 363 5 13쪽
7 과거로 보내진 이유 6화 +2 23.05.16 425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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