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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에서 온 인생 2회차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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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그림/삽화
김주보
작품등록일 :
2023.05.10 12:27
최근연재일 :
2023.06.16 14:09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8,570
추천수 :
189
글자수 :
186,803

작성
23.05.17 13:55
조회
363
추천
5
글자
13쪽

과거로 보내진 이유 7화

DUMMY

'과거로 가서' 라는 말은 나로 하여금 송박사를 물끄러미 바라보게 만들었다.


"......"


내가 황당해 하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자, 송박사도 예상을 했다는 듯, 벽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를 켰고, 그 후에는 복잡한 연구자료 들을 틀어 놓았지만, 봐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과거로 가서? 지금 과거라고 한 건가?'


"우리 연구소는 오래전부터 ‘시간전송기’ 라는 장치를 개발 중이었습니다."


'시간전송기? 그건 또 뭐지?'


"시간전송기라는 것은, 원하는 시간으로 생명체를 전송할 수 있는 발명품으로, 쉽게 말하자면 일종의 타임머신 같은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게 가능하다구요? 영화에서는 많이 봤지만, 그런 게 실제로 있단 말입니까?"


나는 당연히 송박사의 말을 믿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기에, 냉큼 질문도 해봤다.


"네 물론 아직 까지는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많지만, 현재도 과거로 가는 기능은 완벽에 가깝습니다."

"과거로 가는 기능은이라면, 그럼 미래로는 못 가는 겁니까?”


자신을 말을 믿지 않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래로 갈 수 있냐는 어쩌면 쓸데없는 질문에도, 박사는 성심성의껏 대답을 늘어놓았다.


"그게, 미래로 가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한번 시간 전송을 하고 나면, 그전 시간으로는 다시 전송을 할 수가 없어서요."

"네? 그전 시간으로는 다시 전송을 할 수가 없다구요?"

"네, 아직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초로 전송을 했던 시간보다, 이전 시간으로는 전송이 되지 않더군요!"

"그렇군요! 그러니까, 미래로 사람을 보내는 일은 없겠군요."

"네 뭐, 지금으로서는 그렇지만, 아직 미래로 가는 기술이 다 완성된 것도 아니고, 장담은 할 수 없습니다. 미래로 가는 것은 아직 초기 단계일 뿐이니, 좀 더 연구를 해봐야 겠지요."


나는 여전히 송박사의 말을 믿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내 질문에 성의껏 답변을 해주자, 조금씩 관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었다.

설명을 듣는 동안 서류까지 어느 정도 훑어본 나는, 그가 왜 나에게 1억이란 거금을 선뜻 내놓았는지도 알게 되었고.


"그럼 저..."


일단은 그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해보았다.


"그러니까 그게... 만약에 제가 정말... 정말 만약에 제가 과거로 가게 된다면, 미래 아니, 현재로 돌아오는 방법은 있는 겁니까?"

"그게..."


하지만 송박사는 나의 질문에 즉답을 하지 못했다.

조금 망설이던 송박사는 좀 전과 달리 나의 눈치까지 살피는 듯했는데, 그러자 나 역시 침을 꼴깍 삼키며 그의 입만 뚫어지게 바라봤다.


"저...... 죽으려고 하셨다구요?"

"뭐?"


내가 질문한 것은 현재로 돌아올 수 있는지였지만, 송박사는 뜬금없이 죽으려고 했는지를 다시 물었다.

나에게 살 수 있는 제안을 한다던 박사가 그런 개소리를 시전하자, 농락당했다는 기분으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고, 가슴 깊은 곳에서는 부아가 치밀었다.

얼굴까지 벌겋게 달아오른 나는, 지금 처한 상황도 잊은 채, 송박사에게 처음으로 언성까지 높이며 물었다.


"이봐요, 당신! 지금 나를 가지고 노는 겁니까? 그걸 다시 물어보는 저의가 무엇입니까?"

"그게···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오해를 하신 것 같군요."

"죽으려고 했으면 뭐가 달라집니까? 아니면 목숨 값을 치렀으니 나 같은 건 죽어도 된다는 뜻입니까?"

"그게 아니라..."


내가 흥분해서 따지듯 말하자, 송박사도 처음에는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그는 의외로 차분하게 아니, 차분하다기보다는 차갑게 답변했다.


"죽으려고 했다는 건 지금 삶에 큰 트러블이 있어, 더 이상 삶에 미련 같은 게 없다는 걸 뜻하는 거 아닙니까?"


송박사는 오히려 한발 다가서더니, 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러자 나는 언제 화를 냈었냐는 듯, 다시 주눅이 들어버렸다.


"한번 과거로 가시면, 다시 현재로 돌아오실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삶에 미련이 있으신지, 그걸 물어본 것뿐이니, 오해는 하지 말아 주십시오!"


나는 다시 물었다.


"다시 돌아올 수 없다면, 그럼 나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런 무책임한 말을, 돈 1억 주었다고 막 해도 되는 겁니까?"

"다시 돌아오고 싶으십니까?


그때 송박사는 나의 정보가 담겨있는 차트를 드려다 보며 말했다.


그 늙은 몸을 하고, 빚에 쫓기면서, 여관방이나 전전하는 그런 삶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으신 겁니까?"

"그... 그게..."


나는 한동안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니 과거로 가십시오!"

"과거로 가면? 과거로 가면 뭐가 달라집니까?"


어렵게 다시 입을 연 나에게 송박사는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잘 들으십시오?"


송박사는 눈을 부릅뜨고 나를 바라보며, 구원자라도 되는 듯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과거로 가시겠다는 선택을 하시면, 당신은 7살 어린 아이의 몸으로 돌아가, 87년으로 보내질 겁니다."

"어린아이의 몸? 87년?"

"네! 그 시대는 당신이 한번 살아봤던 시대이니, 적응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87년에 7살이면 내가 살았던 시기와 일치하는데! 그럼 나를 87년으로 되돌려주는 겁니까?"

"되돌리는 게 아닙니다! 나는 당신의 뇌 속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만 추출해, 7살 어린아이의 머릿속에 이식할 겁니다. 당신은 그 아이의 몸을 빌려 과거로 가게 되는 거구요.”

"네?"

"그러니 엄밀히 말하자면, 다른 사람이 되어서 과거로 가게 되는 겁니다."

"뭐라구요? 왜 그래야 하는 겁니까? 내 몸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겁니까?"


이번 질문에는 송박사도 답답하다는 듯 인상을 조금 찌푸렸다.


"휴~"


하지만 그는 언제나 그랬듯이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 이유는 당신의 몸에 맞게 시간전송기를 조절할 수 없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서 일종에 설정값 같은 건대, 당신의 신체 사이즈나 세포 성질 등을 하나하나 맞춘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니 이미 시간전송에 맞게 만들어진 복제인간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럼 두번째 이유는...?"

"두번째는 조금 더 간단한 이유인데, 당신의 그 늙고 힘없는 몸이 우리가 하려는 일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당연히 젊고 건강한 몸이 시키는 일을 하기에 좀더 유리하겠죠!”

"네..."


송박사가 든 이유들은 나도 어느정도 수긍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전제였고, 그러니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말이 과연 사실이냐는 것이었다.


"그럼 과거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습니까?"

"이미 과거로 사람을 보낸 성공사례가 있습니다."


박사는 의연한 태도로 실험에 성공했던 자료들을 보여주었지만, 그럴수록 나의 눈빛에는 불안감이 비춰 보였다.


"그럼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리고 여지껏 막힘없이 질문에 답을 했던 송박사지만, 이번 질문에는 왠지 대답을 망설이며 씁쓸한 표정까지 지어 보였다.


"그게..."


하지만 송박사는 이번에도 대답을 피하지는 않았다.

그는 오히려 조금 더 다가와, 두 눈을 마주치고, 나에게 경고라도 하듯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자는 과거로 가서 개인적인 복수를 하다, 그만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추정된다고요?"

"네! 사사로운 복수심이 다시 살 수 있는 기회까지 앗아간 것이죠!"

"죽었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었습니까?"

"우리는 과거로 간 사람들의 행적을 과거 뉴스나 기관 기록속에서 알아내고 있습니다. 과거로 간 사람의 행적은 기록으로 남기 마련이니까요."

"기록?"

"네 사망신고, 출생신고, 결혼, 이혼, 전입신고, 졸업장 등등, 꽤 많은 정보들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기록되고 있지요.”

"그랬군요."


박사의 설명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불현듯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하필 왜 접니까?"


하지만 박사는 이번 질문이 중요하지 않다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던 고개를 돌렸다.


"당신을 특정한 건 아닙니다, 단지 우리가 보내려는 시대와 나이도 맞으시고, 가족도 없으시니, 쓸데없이 과거에 영향을 주는 일도 덜할 것 같아서..."


그때도 내가 계속 의심의 눈초리로 박사를 바라보자, 박사는 의외의 말도 꺼냈다.


"물론 원하지 않으신다면, 지금 당장 돌아가셔도 됩니다! 우리도 원하지 않는 분에게, 이런 중요한 임무를 맡길 수는 없으니까요!"


박사는 나가는 문까지 가리키더니, 돌아서서 나에게 설명을 하느라 벌려 놓았던 자료들까지 정리했다.


‘뭐지?’


나는 뜻밖의 행동에 오히려 당황했다.

어쩔 줄을 몰라 하며 고민하던 나는, 당연히 나가는 쪽이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박사가 언급했던 것처럼, 빚에 쫓기며 여관방을 전전해야 하는 현실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아! 그리고 나가시면 당신이 진 빚은 그 사채업자에게 갚으시면 됩니다!"


'씨발!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 나간다고 1억을 갚을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는 고민했다.

하지만 그 고민은 의외로 오랫동안 할 고민도 아니었다.


"그럼 당신들이 원하는 건, 그게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그냥 과거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겁니까?"


내 말을 들은 박사는 하던 일을 멈추고 다시 돌아섰다.

내가 거의 넘어왔다 싶었는지, 박사의 표정은 한결 부드럽게 변해 있었다.


"나는 당신이 과거로 가서 내가 준 미션들을 완수해 주길 원합니다."

"미션이요?"

"네! 물론 그 미션들은, 받으신 돈과, 다시 인생을 살 수 있게 해드리는 값의 무게만큼 힘든 일들이 겠지만요!"

"그... 그럼 혹시 사람을 해치는 일도 해야 합니까?"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어렵게 질문했지만, 송박사는 의외로 서슴없이 대답했다.


"물론이죠! 미션의 대부분은 그런 일들일 겁니다!"

"뭐라구요?"


송박사는 모범생 같은 이미지와는 다르게, 또다시 말을 보탰다.


"지금 남들까지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럴 때는 아닌 것 같은데..."

"남들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나는 남들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다.

송박사의 말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나에게 그의 제안은 달콤한 꿈과 같아서,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제안이 분명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시간을 돌리고 싶은 사람들은 지천에 널렸을 테니까.

이런 좋은 제안을 받았다면, 그에 따르는 대가가 이정도는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예상하고 있었다.

과거로 돌아가면 나쁜 짓을 저지르게 될 거라는 것쯤은, 하지만 문제는 내가 과연 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그새 마음은 굴뚝같아졌지만, 미션이란 말은 그 어감 자체가 너무 어려워 보였다.

그리고 나 같은 늙고 힘없는 자와는 어울리지도 않았다.

그러니 박사의 설명을 모두 들었지만, 머릿속에는 '굳이 왜?' 라는 의문이 떠나질 않는다.


'왜 굳이 나를 선택했을까? 굳이 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나는, 다시 한번 물을 수밖에 없었다.


"미션을 완수하라고요? 그것도 과거로 가서?"


그때 나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박사 앞에 무릎 꿇고 말했다.


"선생님 저를 한번 보세요! 나 같은 늙은이가 무슨 미션 같은 걸 할 수 있겠습니까?"


체념한 듯 말하는 나에게 박사는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그런 건 그쪽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가 당신을 훈련시켜 미션에 맞는 사람으로 만들 테니 까요!"

"네?"


나는 혼란스러웠지만, 얼마 전까지 죽으려고 했던 것을 생각하면, 박사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그럼 정말 빚을 탕감해주는 겁니까?"


박사의 손을 잡고 일어난 나는, 전과는 다른 눈빛으로 물었고, 그러자 박사 또한 더 이상 나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네 그렇습니다. 빚뿐만이 아니라 완벽한 몸으로, 새 삶을 살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잠시 눈을 감고, 그동안 힘겹게 살아왔던 과거를 떠올려 본 나는, 주먹을 움켜쥐고 박사에게 말했다.


"그럼 한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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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죽은 자의 미션 27화 23.06.09 74 2 12쪽
27 죽은 자의 미션 26화 23.06.08 83 1 14쪽
26 버림받은 존재 25화 23.06.07 90 2 12쪽
25 버림받은 존재 24화 23.06.07 107 2 14쪽
24 세 번째 미션 23화 23.06.05 148 2 12쪽
23 세 번째 미션 22화 23.06.03 127 1 13쪽
22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21화 23.06.02 172 3 12쪽
21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20화 23.06.01 142 3 13쪽
20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19화 23.05.31 169 4 12쪽
19 두 번째 미션 18화 23.05.30 169 4 12쪽
18 두 번째 미션 17화 23.05.29 176 5 11쪽
17 두 번째 미션 16화 23.05.27 184 5 11쪽
16 두 번째 미션 15화 23.05.26 209 5 12쪽
15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4화 23.05.25 215 5 12쪽
14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3화 +2 23.05.24 262 7 13쪽
13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2화 23.05.23 258 4 13쪽
12 과거로 보내진 이유 11화 +2 23.05.22 267 6 12쪽
11 과거로 보내진 이유 10화 +2 23.05.20 278 7 12쪽
10 과거로 보내진 이유 9화 23.05.19 292 7 11쪽
9 과거로 보내진 이유 8화 23.05.18 318 7 12쪽
» 과거로 보내진 이유 7화 +2 23.05.17 364 5 13쪽
7 과거로 보내진 이유 6화 +2 23.05.16 425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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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시 세상 속으로 3화 23.05.12 522 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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