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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에서 온 인생 2회차 빌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동네서점
그림/삽화
김주보
작품등록일 :
2023.05.10 12:27
최근연재일 :
2023.06.16 14:09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8,515
추천수 :
189
글자수 :
186,803

작성
23.06.1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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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죽은 자의 미션 30화

DUMMY

실장이 나간 후, 재환은 집무실 창가에 홀로 서서 상념에 잠겼다.

회장이 되었으면 회사와 직원들을 생각하라는 비서실장의 말이, 계속해서 귓가에 맴돌아서였다.

그리고 아버지, 그러니까 선대 회장님께서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 서있을 수 있었을까,' 그것 또한 다시 한 번 냉정하게 생각해 봤다.

동생인 이재현 이사를 지지하는 쪽 사람들의 지분도 만만치 않았으니, 지금과 같은 특수한 비상 상황이 아니었다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재현이라 할지라도 답은 물음표였다.


"그래 어쩌면..."


그런데 오늘따라 재환의 눈에, 바깥 세상 풍경이 달라 보이는 게 아닌가, 창을 통해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 또한, 이상하게 어제와는 달라 보였다.

고개를 살짝 치켜들고 다시 한 번 보게 되었다.

확실했다.

분명 어딘가가.


'그래, 그딴 건 중요한 게 아니야, 어찌 됐건 지금 이 자리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사람은 나니까.'


집무실이 꼭대기 층에 자리하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진짜 회장이 되었기 때문일까, 창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세상이, 마치 발 아래 장난감처럼 느껴졌다.

고층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것이 처음도 아니었으니, 오늘따라 이런 기분이 드는 진짜 이유는, 아마 이 방의 주인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내가 회장이야!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도, 눈에 가시였던 김상만의원이 뒈져버린 것도, 모두가 나를 이 자리로 인도하기 위한 신의 뜻이었을 거야.'


높은 곳에 우뚝 서자 재환의 마음이 변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조차, 회장이 되기 위한 밑거름 쯤으로 여겨졌다.

이제 신사옥 건설만 별 탈 없이 진행된다면, 임원들은 물론이고 주주들 또한 재환을 밀어낼 명분 따위는 없을 테니.

재화는 혼자서 조용히 읍조렸다.


"그래 이제부터 미래그룹의 주인은 나다!"


그 말을 하는 재환의 표정에서 옅은 미소까지 새어 나왔다.

그렇게 재환이 스스로를 회장으로 인정하고 있는 사이, 민수와 함류한 노인은 미래그룹에서 엿들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는데, 지금 재환의 마음이 변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없었을 테니, 예상을 빗나간 재환의 행보만을 두고, 두 사람 모두가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이재환 그 사람이 해결사까지 고용했다구요?"

"그래, 그렇다니까."

"그럼 도대체 배후는 누구란 말이에요?”

"그러게? 아무래도 내가 잘못 짚었나 봐. 아! 그리고 골목 살인사건 어쩌고 하는 걸 보니까, 민수 니 사건과의 연관성도 찾고 있는 것 같던데, 조심해야 될게 하나 더 늘었어."

"그래요?"

"그래, 형사 출신인지, 그 해결사 생긴 것 하고는 다르게 똘똘한 구석이 있더라."


민수는 노인의 말을 듣자, 재환이 고용한 해결사도 궁금해졌지만, 당장은 강사장의 집에서 일어난 일들이 더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어쨌든 미션은 해야 하잖아요?"

"그거야 그렇지."

"그럼 됐어요. 우선 미션부터 진행하시죠."

"응?"


강사장을 꼭 죽여야 하는지 물었었던, 민수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그 눈빛에 영문을 알 수 없어, 노인은 갸우뚱하며 물었다.


"갑자기 왜 그래? 강사장 집에 가서 무슨 일이 있었어?"

"하~ 생각하니까 또 열받네! 그 새끼 완전 미친놈이에요. 쓰레기 새끼."


사건의 배후는 미궁에 빠졌으나, 두 사람이 미션을해야 하는 이유는 오히려 한 가지 늘어 있었다.

노인은 민수의 입을 통해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는데.


"뭐? 그게 정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딸은 딸이잖아, 어떻게 딸한테까지 그런 짓을 할 수 있어? 이런 개새끼!"

"김형, 그러니까, 미션부터 진행하시죠, 그 후에 배후가 누군지 판단하는 게 더 정확할 지도 모르겠어요."

"그야 당연하지. 애먼 사람 하나 죽이는 건 아닌가 싶었는데, 가끔씩은 미래에서 좋은 일도 하는구나."


명분이 생긴 두 사람은 본격적인 미션 준비에 돌입했다.

엉뚱한 사람까지 죽여야 한다는 일말의 죄책감에 시달려 왔지만.

미친 개새끼를 처단하게 되었으니, 더 이상은 거칠 것이 없었다.


"씨발! 이 자식은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그런데 두 사람과는 달리, 난관에 봉착한 사람도 있었다.

다름 아닌 장현이었다.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전화통부터 붙들었으나,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인상을 쓰고 있는 지금의 표정이 말해주듯, 좀처럼 일이 풀리지 않는 눈치였다.


“어! 야, 왜 이렇게 통화가 어려워? 어? 하~ 이 자식 핑계는,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아까 말한 거 있잖아, 어, 그 CCTV 영상, 그것 쫌 어떻게 안 되겠냐? 진짜 형 한 번만 살려주라! 어?"


후배에게 사정도 해보고 달래도 봤으나, 어렵다는 말만 돌아왔다.

실장에게 큰 소리나 치지 말걸, 하고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자존심이라는 그 놈이, 허락을 해주지 않았는데, 그나마 후배가 주겠다고 약속했던, 민수의 주민등록 정보, 그거라도 떠올리며 다급히 말했다.


"야, 그럼 김민수씨, 그래 그거라도 빨리 보내줘, 그건 약속한 거잖아, 그래 그래 빨리 보내, 알았어 기다린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후배는 약속한 대로 민수의 주민등록 정보를 보냈다.

중식당 사건에서 이렇다 할 단서를 찾을 수 없었던 장현은, 골목 살인 사건에서 작은 연관성이라도 찾아내야, 그나마 나불거렸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으니, 다음날 아침부터 부리나케 사무실을 나서게 되었다.


[다음날]


장현은 민수가 살던 아파트, 그러니까 지금은 현지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찾아갔다.

그러나 조급한 마음에 너무 이른 시간 도착한지라, 차에서 잠시 대기하다, 10시쯤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고, 어디서 났는지 경찰 신분증도 만지작거렸다.


"터벅 터벅"


결국 대문 앞까지 도착한 장현은, 숨을 깊게 한 번 들이 마신 후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누구세요?"


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경질적이라고 해야 하나, 단지 초인종 한 번 누른 것뿐인데.

그래도 장현은 "경찰입니다." 라고 꿋꿋하게 거짓말까지 하며,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철컥~"


생각처럼 문이 열리자, 얼른 신분증부터 슬쩍 보였고, 현지의 질문으로 대화는 시작되었다.


"무슨 일이시죠?"

"네 혹시 김민수씨 가족이십니까? 물어볼 것들이 몇 가지 있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주소지로 찾아왔습니다."

"저는 민수씨와 가족은 아니에요."

"아! 그럼 동거인 이시군요. 가족이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함께 사셨던 분 같은데, 몇 가지만 물어보고 가겠습니다."


가족이 아니라고 말하는 현지의 표정을 본 장현은, 눈치 있는 멘트로 베테랑 답게 대처했다.


"저, 그런데, 범인이라도 잡혔나요? 왜 아침부터 집까지 찾아오셨죠?"

"아, 그런 건 아니고, 사건이 있던 날 민수씨의 행적이 궁금해서 찾아왔습니다. 그날 집에서 나간 시간이 몇 시쯤 인지, 혹시 평소와 다른 게 있었다던지,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 있으신가요?"

"아침에 나갔다는 것 말고는... 그것도 정확한 시간까지는 모르겠어요."

"그럼 혹시 차를 몰고 나가셨나요?"

"네, 주차장에 차가 없는 걸 보면 그런 것 같아요."

"그럼 저, 차량넘버가...?"


장현은 슬쩍 물었지만, 현지는 그냥 넘기지 않았다.


"네? 그걸 경찰에서 아직까지 모르고 있나요?"

"아,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민수씨 사건 수사팀에서는 당연히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오해를 하셨나 본데, 저는 그 팀이 아니라, 같은 날 있었던 중식당 폭발사고 팀이라, 그쪽에 물어볼 수도 있지만, 지금 생각난 김에 여쭤보는 겁니다."


역시 거짓말에도 노련했다.


"중식당 폭발사고요?"

"네, 같은 날 있었던 사건인데, 혹시라도 연관성이 있나 하고, 아, 형식적인 조사니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근데 민수씨 차종이..."

“차종은...”


자동차넘버는 간신히 얻어냈다.

그러나 왠지 다른 질문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아 그래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아 아~ 잠시만요, 한 가지만 더, 혹시 민수씨가 중식당에 간다고 얘기한 적은 없었나요? 아니면 그날 모임이 있었다던가?"

"아니요. 그런 말은 못 들었어요."

"그렇군요."

"더 물어보실 게 있으신가요?"

"아, 아닙니다. 이제 됐습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네, 그럼."

"쿵~"


질문이 끝났다고 하자, 곧장 집으로 들어가 버린 현지는, 문을 "쾅" 하고 닫아버렸다.

그런데 현지가 들어간 집안에는, 쓰레기 더미가 가득 차 있는 게 아닌가, 민수와 함께 살았던 그곳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싱크대 위 또한, 온통 설거짓거리들이 나뒹굴었고, 바퀴벌레들까지 한 두 마리 보이는 게, 청소를 한지가 언제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창이 커튼으로 답답하게 가려져 어두컴컴한 집안에는, 유일하게 컴퓨터 모니터만이 불을 밝히고 있었는데, 화면에는 현지가 검색을 하고 있었는지, 이미 중식당 폭발사고 기사들이 빼곡히 뒤덮고 있었다.

이내 컴퓨터 앞에 다시 매달린 현지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반쯤 정신을 놓은 사람처럼 중얼거리기도 했다.


"역시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어, 중식당 폭발 사건, 이 사건이 민수와 연관되어 있는 게 분명해, 그럼 다음은, 다음은 어딜까? 분명 화재가 날 거야, 작게라도 분명히."


그 사이 장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아파트 출입구를 빠져나왔다.

큰 기대를 하고 찾아온 것은 아니었으나 기대 이하의 소득이었으니 돌아서는 발길은 못내 무거웠다.

하지만 그때, 민수가 차를 타고 나갔다는 말이, 불현듯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게 아닌가, 동시에 중식당 근처 공영주차장도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래 맞아!"


발걸음을 재촉했다.

공영주차장으로 가 민수의 차부터 찾아볼 생각이었다.

서둘러 차에 타 발끝에 힘을 주고 액셀을 깊게 밟아 차를 몰았다.


"부아앙~"


그때 장현이 애타게 찾는 민수 또한 차를 몰고 있었다.

장현이 자신의 뒤를 캐고 있다는 건 아는지 모르는지, 강사장의 뒤를 맹렬히 쫓고 있었다.

오늘 아침 일찍 강사장의 건물 옥상으로 가, 인화성 물질을 발라 놓는 것으로, 불을 지를 준비도 마쳤는데.


[오늘 아침 강사장의 건물 앞]


장현이 현지를 찾아갔던 시간 보다 2시간 빠른 아침 8시, 통신사 유니폼을 갖춰 입은 노인과 민수는, 강사장의 건물 앞에 이미 도착해 있었다.

두 사람이 죽은 그 녀석의 미션을 시작한 것이다.

강사장의 건물이 당시 이 주변에서 가장 높은 8층 건물이라, 통신사 기지국이 설치되어 있는 것은 당연했고, 그점을 이용해 옥상으로 진입할 생각이었다.

건물 앞에 차를 주차한 후, 트렁크에서 커다란 박스를 내렸다.

그 속에는 불을 지르는데 필요한 약품들과 장비들이 들어 있었다.

크고 무거운 박스를 나르는 일은, 노인에게 잠시 미뤄둔 채, 민수는 비타민 음료 상자만 들고, 건물 관리실부터 찾았다.

관리실은 엘리베이터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민수가 다가서자 이내 조금한 쪽창문이 "드드득" 거리며 열렸고, 그 창으로 건물 관리인 인지,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 한 분이 고개를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민수는 관리인 앞에 비타민 음료 상자부터 턱하니 내려 놓았다.


"어, 무슨 일로?"

"별건 아니구요. 통신사 안테나를 신형으로 교체하러 왔습니다."


관리인은 비타민 음료를 슬쩍 챙긴 후, 쪽창으로 고개를 빼꼼 더 내밀더니, 노인이 들고 있는 짐들도 확인했다.


"뭔 짐이 이렇게 많아?"

"최신 장비로 교체하려구요. 이래야 핸드폰이 빵빵 잘 터지거든요."


민수의 말을 듣자 관리인 할아버지도 피식 웃음을 지어 보였다.


"빵빵한 것도 좋지만, 조심해서 작업하고, 끝나면 옥상 키 꼭 반납하도록 해!"

"턱~"


비타민 음료의 힘이었을까, 관리인은 별 의심 없이 건물 키 꾸러미를 넘겨주었다.

민수와 노인은 그 덕에 손쉽게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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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죽은 자의 미션 29화 23.06.12 50 0 13쪽
29 죽은 자의 미션 28화 23.06.10 71 2 12쪽
28 죽은 자의 미션 27화 23.06.09 73 2 12쪽
27 죽은 자의 미션 26화 23.06.08 83 1 14쪽
26 버림받은 존재 25화 23.06.07 87 2 12쪽
25 버림받은 존재 24화 23.06.07 106 2 14쪽
24 세 번째 미션 23화 23.06.05 147 2 12쪽
23 세 번째 미션 22화 23.06.03 126 1 13쪽
22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21화 23.06.02 172 3 12쪽
21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20화 23.06.01 142 3 13쪽
20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19화 23.05.31 169 4 12쪽
19 두 번째 미션 18화 23.05.30 168 4 12쪽
18 두 번째 미션 17화 23.05.29 176 5 11쪽
17 두 번째 미션 16화 23.05.27 182 5 11쪽
16 두 번째 미션 15화 23.05.26 207 5 12쪽
15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4화 23.05.25 212 5 12쪽
14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3화 +2 23.05.24 261 7 13쪽
13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2화 23.05.23 255 4 13쪽
12 과거로 보내진 이유 11화 +2 23.05.22 265 6 12쪽
11 과거로 보내진 이유 10화 +2 23.05.20 276 7 12쪽
10 과거로 보내진 이유 9화 23.05.19 289 7 11쪽
9 과거로 보내진 이유 8화 23.05.18 315 7 12쪽
8 과거로 보내진 이유 7화 +2 23.05.17 361 5 13쪽
7 과거로 보내진 이유 6화 +2 23.05.16 424 9 13쪽
6 다시 세상 속으로 5화 23.05.15 444 12 13쪽
5 다시 세상 속으로 4화 23.05.13 453 15 13쪽
4 다시 세상 속으로 3화 23.05.12 522 13 14쪽
3 다시 세상 속으로 2화 +2 23.05.11 614 14 13쪽
2 다시 세상 속으로 1화 +4 23.05.10 805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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