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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에서 온 인생 2회차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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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그림/삽화
김주보
작품등록일 :
2023.05.10 12:27
최근연재일 :
2023.06.16 14:09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8,762
추천수 :
189
글자수 :
186,803

작성
23.06.15 14:55
조회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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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죽은 자의 미션 32화

DUMMY

"어디 보자."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컴퓨터를 켠 장현은, 질산암모늄이 무엇인지부터 검색해 보았다.

부상까지 감수하며, 빈병 하나 집어온 전직 형사의 직감이 녹슬지 않았는지, '폭발' 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대번에 눈에 들어왔다.

수사를 이어나갈 증거를, 드디어 찾아낸 것이다.

심증이 물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러니 관련 자료들을 취합해, 보고할 준비를 서둘렀다.

아직 범행 동기까지는 파악할 수 없어, 풀어야 할 숙제들도 많았지만, 의혹을 재기했던 본인의 판단이 맞았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증명하고도 남을 기회였다.

사무실 컴퓨터 앞에 구부정하게 앉아, 저녁 식사도 거른 채, 보고서 작성에 열을 올렸다.


"그래, 이 정도면 이회장도 솔깃하겠지? 잘하면 돈푼 꽤나 땡길 수 있을 거야."


다음날 아침, 장현은 밤새도록 준비한 보고서를 가지고 재환부터 찾았다.

여비서의 안내를 받아 재환의 집무실로 들어가자, 재환은 실장과 긴밀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제 불이 났단 말이죠?"

"네, 들리는 소문으로는 방화가 의심된다고 합니다. 또 강사장이 죽었다는 말까지 돌아서, 조사가 필요 할 것 같습니다."


장현이 들어왔는데도, 두 사람은 중요한 이야기라도 하는지, 좀처럼 대화를 멈추지 않았다.


"허험~"


인기척을 내자 그제서야 장현을 바라봤다.


"어! 장현씨, 오셨습니까? 이쪽으로 앉으시죠."

"네 회장님."


그 후 장현의 보고부터 들었으나, 재환의 태도는 전과 달랐다.

뜨뜨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며, 보고를 듣는 내내 계속해서 고개만 갸우뚱거렸다.

예상했던 모습이 아니었던지라, 당황스러웠는데, 그 와중에 재환은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빼죽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찾아낸 증거가, 중식당도 아니고, 근처 주차장에서 찾아온 빈병이 전부다, 이 말씀이시군요?"

"네, 그건 그렇지만, 보고서를 좀 봐주시죠. 그 병에 들어 있던 것은 질산암모늄이라는 폭발성 화학 약품입니다. 그리고 그 병이 발견된 차량의 주인이 같은 날 살인 사건으로 죽었다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휴~ 그럼 그 사람이 범인이라 하더라도, 이미 죽었다는 소리군요."

"그거야... 그렇지만..."


이미 재환의 마음은 변해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덕에, 지금 회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니, 더 이상 죽음의 원인 따위가 중요 할 리 없었다.


"장현씨, 죄송합니다. 아버지 사건 수사는 이쯤에서 덮으시죠."

"네? 증거도 찾았는데, 갑자기 이러시는 이유가..."

"그 정도 증거로 우리 그룹을, 또다시 혼란에 빠트릴 수는 없습니다. 아버지의 죽음도 안타깝지만, 지금은 그보다 주주들과 직원들을 생각해야 될 때인 것 같습니다."


눈치 빠른 장현 또한 재환의 뉘앙스를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보다, 이제는 그룹의 안위가 중요하다는 듯이 말했으니, 알아들을 만도 했다.

수사를 강요할 수도 없고, 짤린 거나 다름없었다.

어제 밤까지만 하더라도, 돈을 더 땡길 수 있지 않을까 기대까지 했는데, 예상 밖의 전개에, 잔금도 날아가게 생겼으니, 매우 실망스러웠다.


"장현씨 잔금 말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얄미운 실장놈은 그 얘기부터 꺼냈다.

그러나 재환은 황급히 실장의 말을 잘라버렸다.


"아 아, 실장님, 잔금 문제는 그동안 고생하신 것을 생각해서, 모드 드리는 것으로 하시죠."


그나마 장현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그런데 그때,


"대신 다른 일을 하나 부탁드릴까 하는데, 실장님 화재 사건 말입니다. 간단한 조사니까, 그걸 장현씨에게 맡겨 보시죠."

"화재 사건이요? 그건 이미 비서실에서 파악 중인 일입니다. 굳이 장현씨에게..."

"실장님, 비서실에서는 물류창고 피해 파악부터 하셔야죠. 화재의 원인이 방화일지도 모르는 데다, 그 건물 주인이 죽었다는 소문까지 있다면서요. 우리 직원들이, 그런 소문이나 들쑤시고 다닌다면, 모양새가 좋겠습니까?"

"아! 네, 그렇군요. 회장님 말씀이 백 번 옳습니다. 장현씨가 정확하게 확인해 주시는 게 좋겠습니다. 더군다나 장현씨는 경찰 쪽에 발이 넓으시니까, 어렵지 않을 겁니다. 장현씨 부탁드립니다."


장현은 뜬금없이 다른 사건을 조사해 달라는 게 탐탁지는 않았으나, 잔금을 받아야 했으니, 거절할 수도 없었다.


"네, 뭐 정 그러시다면, 알아보고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장현은 빌딩 주소를 넘겨 받았다.

경찰 쪽에 발이 넓다는 실장의 말처럼, 후배에게 정보도 부탁해 놓았는데.

한편 그 시간 강사장의 건물 앞에는 민수와 노인이 한 발 앞서 도착해 있었다.

이번 일에 배후가 누구인지 본격적으로 조사를 해볼 생각이었다.

건물 주변을 둘러보니, 화재로 인해 피해를 본 듯한 물류 창고가 가장 먼저 눈에 뛰었고, 그곳으로 가보자, 강사장의 건물과 담장을 사이에 두고 붙어 있던 그 창고는, 시커먼 재들이 날아들어 지붕을 뒤덥고 있었다.

불똥이 날아들었는지, 군데군데 그을린 자국도 보였다.

입구에는 간판조차 없어 누구의 소유인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창고의 규모가 꽤나 큰 것이, 개인 소유 같지는 않았다.


"김형, 이 창고, 미래그룹 꺼 같지 않아요?"

"글세, 간판이 없으니, 알 수가 있나? 어쨌든 우리 때문에, 피해가 좀 있었나 보구나, 미안하게시리."

"그거예요!"

"응, 뭐가?"

"미래그룹에서 강사장 건물을 거저먹을 수 있는 방법, 그게 바로 이 창고였어요."

"어? 뭔 소리야?"

"김형이 말했었잖아요. 미래그룹에서 건물을 거저 먹으려고 한다고."

"응, 그때야 그랬었지."

"일단 부동산부터 가보시죠."

"응? 부동산은 왜?"


민수는 서둘러 인근 부동산으로 향했다.

자신의 예상이 맞는지,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강사장 건물에 대해 묻자, 부동산 사장도 트러불이 있었는지, 혀를 차며 "쯧쯧" 거리기부터 했다.


"쯧 쯧 쯧, 강사장 그 사람, 그렇게 욕심을 부리더니, 시세라는 게 있는데, 60억이 말이 되나, 그렇게 욕심 부리는 사람들이, 꼭 돈 한 푼 못 써보고 일직 간다니까."

"저, 사장님, 근데 이 지역에 그 정도 건물이면, 적정 시세가 어떻게 되는 데요?"

"25억이나 할까? 대기업 물류창고 확장한다니까, 눈이 벌게져서 두 배도 넘게 불렀던 건데, 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해도, 두 배를 주고 사겠어? 여기 봐봐, 다른 빈 땅들도 많은데."


'물류창고 확장?'


이제 대충의 상황은 알 수 있었다.

부동산을 나와 다시 미래그룹 창고로 갔고, 그러자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미래그룹의 검은 속내가 낱낱이 보였다.


"허~ 물류창고 확장이라니, 핑계가 귀엽네요."

"그러게, 하긴 미래에서 온 우리나 알지, 지금 이 동네 사람들이 상상이나 하겠어, 어쨌든 화재로 인해 자신들의 창고에 피해를 봤으니, 소송이다 뭐다 해서, 강사장 와이프부터 압박하겠구만?"

"네 맞아요. 그렇게 대기업에서 압박이 시작되면, 헐값에 건물을 넘길 수밖에 없을 거에요."

"음... 그렇다면 역시,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가장 이득을 보는 이재환 그 놈이, 이 모든 일을 꾸몄다는 거잖아, 그럼 또 앞뒤가 맞지 않는데. 흠~"


고개를 갸우뚱 하던 노인은, 불현듯 한 가지 가설을 찾아냈다.


"아, 그래 맞아!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네 뭐가요?"

"지금 이런 일들을 시킨 사람은, 지금의 이재환이 아니야."

"네? 아니라구요? 그럼 누구란 말이에요?"

"미래의 이재환, 그래 미래에 있는 그 녀석이, 이번 일을 사주한 거야."

"미래에 이재환이요?"

"그래, 하하하~ 그러니까 지금의 이재환 그 놈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거야, 그저 일이 술술 풀린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회장이 되자 마자, 방해꾼들이 저절로 죽어 나가니, 얼마나 좋겠어."

"그렇군요."

"이거 참 아이러니 하구나, 복수를 하려면 누구한테 해야 할까? 미래에서 지은 죄를 물어, 현재의 이재환에게 복수를 해야 하는 건가? 참!"


노인의 말을 듣자, 민수 또한 난감해졌다.

아직 저지르지도 않은 일에, 책임을 물을 수도 없었으니.

생각 끝에 복수의 방식을 조금 변경하기로 했다.

과거로 복제인간을 보내면서까지,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했던 그 것을, 빼앗기로 말이다.


"김형, 저번에 주식해서 돈 좀 벌었다고 하셨죠?"

"그래,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투자회사 하나 차려서 꽤나 벌었었지, 근데 그건 왜?"

"강사장 건물 말이에요, 그 건물 김형이 사시면 안될까요?"

"뭐? 내가?"

"확실해졌잖아요."

"뭐가?"

"뭐긴요, 강사장 건물이 완전 노른자위 땅이라는 거지."

"음, 그거야 그렇지만."

"이 땅을 미래그룹한테 넘기실 거예요? 그럼 미래의 그 녀석들 뜻대로 되는 샘이잖아요."

"그건 그런데, 대기업과 얽히는 건 쫌, 부동산 투자는 경험도 없고..."

"미래그룹 쪽에서 가격을 후려칠 때, 강사장 와이프에게 사서, 다시 미래그룹에 판다면, 차익이 어마어마 하지 않을까요?"


그 말을 듣고 서야 노인의 귀가 솔깃해졌다.


"그래, 신사옥 건설이 1년만 딜레이 돼도, 향후 쇼핑몰과 무역센터까지 들어올 예정이니까, 손해가 막심할 거야, 그걸 미래그룹에서도 알고 있을 테니, 당연히 차익도 어마어마 하겠지. 쓰읍~ 복제인간을 보낼 정도면, 최소 100억 이상, 그쯤 차익이 나지 않을까?"

"네, 100억!"


노인은 계산이 빨랐다.

미래그룹과 엮여야 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확실한 투자인 것 만은 분명했기에,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쁜 놈들에게, 건물을 그냥 넘겨줄 수 없다는, 민수의 그럴싸한 명분까지 있었으니.


"좋아 까짓 거, 한번 해보자!"


[한편]


그 시간 재환의 지시대로, 강사장의 건물에 도착한 장현은, 경찰 시절 후배와 통화를 하는 중이었다.

후배에게 또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언성까지 높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뭐! 그 건물주도 죽어? 씨발! 정말 사고로 죽은 거 맞아? 응,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미래그룹 하고 관계된 사람들이, 전부 죽어나가니까 하는 말 아니야! 이게 말이 되냐고?"


장현은 후배에게 따지듯 물었으나, 후배가 무슨 잘못인가,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해 주었을 뿐인데.


"그래 알았어, 씨발, 나도 모르겠다. 짤리는 마당에, 어 그래, 잔금 들어오면 쏘주나 한잔 사라, 니가 왜 사긴, 그동안 정보 준 값 두둑하게 챙겨주겠단 말 아니야 인마!"


전화를 끊은 장현은, 차에서 내려보지도 않고,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잘리는 마당에, 후배에게 들은 말 정도만 보고 해도 그만이었다.

실장 역시 필요한 정보는, 거기에 다 있었는지, 전화를 끊자마자 재환에게 달려갔다.


"회장님! 강사장 말입니다. 장현씨가 조사해 본 결과, 사망한 것이 확실하다고 합니다. 강사장 건물 인근 한라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되어 있다는데... 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우리 물류창고 말입니다. 화재로 인해 어느 정도 피해를 입었다는 게 확인되었습니다. 증거 자료들을 준비하고 있으니까, 소송으로 간다면 우리가 훨씬 유리한 상황으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실장의 보고를 들었으나, 재환은 무슨 생각이라도 하는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자 실장은 그런 재환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저... 회장님..."


그때 재환의 입이 드디어 열렸고, 그 입에서는 예상치 못한 의외의 말이 나왔다.


"쯧 쯧 쯧, 실장님, 사람이 죽었는데 '근조화환'부터 보내셔야죠. 그동안 분쟁이 있기는 했지만, 우리 그룹과 인연이 있으셨던 분인데..."

"네? 근조화환이라니?"

"법무팀에 연락해서, 직접 가져가라고 하세요. 시간은 좀 늦었지만, 장례식이니까 실례는 아닐 겁니다."

"아! 네, 법무팀,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당장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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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죽은 자의 미션 33화 23.06.16 85 1 13쪽
» 죽은 자의 미션 32화 23.06.15 37 1 12쪽
32 죽은 자의 미션 31화 23.06.14 37 1 12쪽
31 죽은 자의 미션 30화 23.06.13 40 0 12쪽
30 죽은 자의 미션 29화 23.06.12 52 0 13쪽
29 죽은 자의 미션 28화 23.06.10 76 2 12쪽
28 죽은 자의 미션 27화 23.06.09 78 2 12쪽
27 죽은 자의 미션 26화 23.06.08 88 1 14쪽
26 버림받은 존재 25화 23.06.07 92 2 12쪽
25 버림받은 존재 24화 23.06.07 110 2 14쪽
24 세 번째 미션 23화 23.06.05 150 2 12쪽
23 세 번째 미션 22화 23.06.03 131 1 13쪽
22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21화 23.06.02 177 3 12쪽
21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20화 23.06.01 147 3 13쪽
20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 19화 23.05.31 174 4 12쪽
19 두 번째 미션 18화 23.05.30 175 4 12쪽
18 두 번째 미션 17화 23.05.29 180 5 11쪽
17 두 번째 미션 16화 23.05.27 188 5 11쪽
16 두 번째 미션 15화 23.05.26 214 5 12쪽
15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4화 23.05.25 220 5 12쪽
14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3화 +2 23.05.24 272 7 13쪽
13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12화 23.05.23 266 4 13쪽
12 과거로 보내진 이유 11화 +2 23.05.22 272 6 12쪽
11 과거로 보내진 이유 10화 +2 23.05.20 283 7 12쪽
10 과거로 보내진 이유 9화 23.05.19 299 7 11쪽
9 과거로 보내진 이유 8화 23.05.18 325 7 12쪽
8 과거로 보내진 이유 7화 +2 23.05.17 373 5 13쪽
7 과거로 보내진 이유 6화 +2 23.05.16 432 9 13쪽
6 다시 세상 속으로 5화 23.05.15 452 12 13쪽
5 다시 세상 속으로 4화 23.05.13 462 15 13쪽
4 다시 세상 속으로 3화 23.05.12 528 13 14쪽
3 다시 세상 속으로 2화 +2 23.05.11 627 14 13쪽
2 다시 세상 속으로 1화 +4 23.05.10 820 18 13쪽
1 [프롤로그] +2 23.05.10 899 16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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