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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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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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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8,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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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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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64. 멸종 (13)

DUMMY

164.


- 난 우수한 전사를 좋아하지만... 건방진 인간은 좋아하지 않지.


쿠우우우우우-!


살기를 담아 마나를 운용하는 위버멘쉬. 평범한 인간이라면 정신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울 만큼 예리한 기운이었다.


꿀꺽-


나를 부축하는 한겨울이 침을 꿀꺽 삼켰다. 긴장한 건 녀석뿐만이 아니었다. 모두가 전황의 흐름이 바뀌었다는 걸 눈치 챈 듯했다.


- 인간들이여. 이제부터는 손속을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마윤재와 박준 형은 쉬운 전투가 되진 않을 거란 걸 예감하고 마나를 끌어올렸고, 나 역시 재빨리 상처 부위에 [치유]를 돌리던 바로 그 때.


“오홋홋홋!”


순간 도심 한곳에서, 괴상하면서도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피그말리온이었다. 녀석은 희희낙락한 걸음으로 전장에 합류하며, 위버멘쉬에게 비웃음 가득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자기 힘이 아니라 인간으로부터 빌려온 힘으로 기세등등하다니, 정말 추하기 짝이 없군요. Type-00.”


- ... 누군가 했더니 배신자, Type-07이었군.


“글쎄요. 자아가 있던 시점부터 그쪽 편이었던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배신자라는 표현이 맞맞을까요?”


- ... 네놈에게는 실망했다. 흡수한 인격에게 주도권을 뺏겨, 아름다움이니 예술이니 하는 쓸모없는 것들에 몰두하게 될 줄이야.


“당신처럼 무작정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가치에 눈을 떴다고 봐야겠죠.”


- ... 의미도 없는 대화를 길게 지속할 생각은 없다. 중요한 건 Type-07. 네가 전사로서의 가치를 잃었다는 것. 너는 내 손에 죽을 것이다.


쿠우우우우우우-!


위버멘쉬는 아까보다 한층 더 강하게 마나를 분출했다. 마나 보유량이 그리 많지 않은 링링은 다리를 후들거릴 정도의 투기. 허나 피그말리온은 크게 웃을 뿐이다.


“오홋홋홋! Type-00. 당신이 날 죽인다라... 그 반대 아닐까요?”


- ... 무슨 소리지? Type-07. 네놈 따위가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물론 저 혼자서는 무리겠죠. 하지만 완전체가 아닌 당신으로선 여기 있는 분들의 협공을 견딜 수 없을 거고...”


- 따악!


“저는 당신에게 힘을 제공하는 [오토라이프]를 차단할 수 있으니까요.”


띠링-!


[ 위버멘쉬 ]

[ 마나량 : 53339 ( +18339 ) ]


피그말리온이 기계 손가락을 튕기자, 위버멘쉬의 마나량이 올라가는 것이 멈추었다. 이미 지금도 엄청나게 강해진 상태였지만, 이전의 유우키 텐카 때를 생각하면 초과 분량의 마나는 금방 대기 중으로 흩어질 것이 분명했다.


스으으으으...


실제로 과시하듯 분출하던 마나를 모두 거두는 위버멘쉬.


- 하나같이 모두... 건방지군. 지금부터는 자비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전투, 아니. 인류와 기계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


“꺄악!”


“버텨!”


우리 편은 총 일곱, 피그말리온을 포함해 총 여덟. 총 8대 1로 치러지는 이 소규모 전쟁은 치열하게, 또 처절하게 흘러갔다.


“허억... 허억... 준아... 진짜... 저게 말이 되니?”


평소의 여유 있는 모습을 갖다 버린지 오래인 정예원은, 몸 전체에서 땀을 홍수처럼 흘려대며 100배가 넘는 [전자기장]을 펼치고 있었고.


“무리하지 마! 예원아!”


그런 정예원을 지키다 옷이 다 찢어진 박준 형은 [공간 왜곡]으로 수천 개의 포탈을 생성하고 제거해가며 위버멘쉬의 움직임과 공격을 제약했다.


“야! 조심해!”


한겨울은 위력은 모자라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마나 컨트롤로 [빛]을 운용해, 위버멘쉬의 시야만을 교묘하게 방해했으며.


“Type-00. 여기가 당신 무덤입니다.”


피그말리온은 주변의 무인택시와 행인들의 마나블렛, 전광판 등의 전자기기들을 [골렘]으로 바꾸어 전투를 보조했다.


“신? 웃기는군. 기계 주제에.”


“하아- 하아... 꿀꺽... 말할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움직이라고요.”


그리고 나와 마윤재는 직접 위버멘쉬와 맞붙으며, 녀석과 육박전을 치렀다.


카앙-! 쿵-! 카앙-! 카앙-!


우리는 쉬지 않고 몰아쳤고.


- 이... 이 벌레 같은 것들이!


쿠구구구궁-!


전투의 신이나 다름없는 위버멘쉬였지만, 인류 전체에서도 강한 순서를 앞에서 세는 게 빠른 사람들의 8대 1공세를 모두 버텨내는 것은 무리였는지, 녀석은 마나를 한 번 폭발하듯 뿜어내며 시간을 벌었다.


그리고 곧바로.


띠링-!


[ 대상에 대한 정보가 갱신되었습니다. ]

[ 위버멘쉬 ]

[ 마나량 : 42143 ( + 7143 ) ]


녀석의 마나가 한층 더 떨어졌다. 마나량 50000선은 진즉 붕괴했고, 이제는 40000을 목전에 둔 상황. 우리의 ‘깎아내기’ 전략은 확실히 효과를 보고 있었다.


- Type-07! 네놈은 어째서 동족인 내가 아니라 인간 편을 드는 게냐!


“패배가 눈에 보이니까 내 힘이 아쉬운가 보군요. 하지만 소용없어요. 이곳이 당신의 무덤입니다.”


- ... 그렇게 되진 않는다!


도망치기 위해 땅을 박차고 하늘 높이 점프하는 위버멘쉬. 얼마나 강하게 뛰었는지 아스팔트가 깊게 패였다. 그대로 두면 대기권도 이탈할 듯한 속도.


하지만.


콰지지직-!


“허억... 허억... 어딜 가려고?”


“절대 안 놓쳐.”


정예원과 박준 형의 콤비네이션에, 녀석은 그 속도 그대로 바닥에 처박히고 말았다. 곧바로 마윤재가 만들어낸 무형의 망치가 녀석이 처박힌 자리 내리찍었지만, 그것만큼은 맞지 않았다.


- 이 쓰레기들이...!


차자자자작-!


일어나기가 무섭게, 자동으로 파손됐던 몸이 복구되는 위버멘쉬.


띠링-!


[ 대상에 대한 정보가 갱신되었습니다. ]

[ 위버멘쉬 ]

[ 마나량 : 39988 ( + 4988 ) ]


허나 이번의 고꾸라짐은 확실히 충격이 있었는지, 단번에 2000이 넘는 마나가 사라졌다. 이제는 승산이 슬슬 보인다고 생각했다.


- 미래가 바뀌었다.


여태껏 잠자고 있던, 내 주머니 속의 [미스트]가 말을 꺼내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 바뀌었다고?”


- 내가 예측했던 세 번째 사건이, 지금 시작된다.


[미스트]의 말이 끝난 바로 그 순간, 도심 속에서 떼거리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며 소리쳤다.


“기계신님이여! 우리의 목소리만으로도, 거창한 의식 없이도 부활하셨군요!”


“우리의 구세주시여!”


소리치는 내용만 들어도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기계숭배자, [안티 러다이트]들이었다. 녀석들은 마나블렛으로 위버멘쉬를 촬영하며 소리쳤다.


“여러분! 저기 우리의 구세주께서 사악한 사탄 무리와 맞서고 있습니다!”


“우리의 구세주가 힘낼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그리고 놈들이 기도하는 자세를 취한 그 순간.


스으으으으-


위버멘쉬의 등에, 날개가 돋았다. 몇 번이고 보았던 ‘그 거지 같은 현상’, [엔젤]이다.


“피그말리온! 저 녀석들을 치워야 해!”


“안 그래도 그렇게 하려 했습니다.”


피그말리온의 골렘들이 기도하는 [안티 러다이트] 놈들을 전장에서 쫓아냈다. 사실상 쫓아냈다보다는 집어던졌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허나 놈들을 쫓아내도, 위버멘쉬의 등에 돋은 날개는 사라지지 않았다.


[ 대상에 대한 정보가 갱신되었습니다. ]

[ 위버멘쉬 ]

[ 마나량 : 40961 ( + 5961 ) ]


거의 다 소진시켰던 녀석의 마나도 도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 이상하군... 힘이... 돌아오고 있잖아...?


위버멘쉬조차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운데, 유아라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서... 설마... 방송 때문에...”


“... 방송? 아라야. 그게 무슨 말이야?”


“[GZNS] 방송에서 생긴 링크가... 저 로봇에게 마나를 공급하고 있는 거야...”


유아라의 말에, 황급히 링링이 [Li4U] 홀로그램 모드로 켰다.


[ 손님4C11ABE님이 채팅방에 입장합니다. ]

[ 시청자 수 : 34,784,505 ]


“시청자가... 3000만 명이 넘어요...”


시청자의 수도 수였지만, 채팅이 본질이었다.


[ 기계천국인간지옥 : 기계신이여 우리를 구원하소서 ]

[ 유우땅다이스키 : 유우땅 복귀 기원 331일차 ]

[ 은총7133 : 기계신이여 우리를 구원하소서 ]

[ 부활3385 : 기계신이여 우리를 구원하소서 ]


[ ‘미륵0909’님께서 하이퍼챗 10000C를 후원하셨습니다! ]

[ 기계신이여 우리를 구원하소서 ]


전 우주에 1억 3000만 명 넘게 퍼져 있는 안티 러다이트 놈들의 채팅이 채팅창을 수놓고 있었다. 안티 러다이트가 아닌 일반 시청자들의 반응들도 별다를 건 없었다.


[ 신도시미시룩 : 이니시움 금수저 년놈들 쌤통 ㅋㅋ ]


대부분은 우리를 질투하고 있었고.


[ ‘세탁소이불도둑’님께서 하이퍼챗 1000C를 후원하셨습니다! ]

[ 그냥 로봇이 이겼으면 하는 백수들은 개추 ㅋㅋ ]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누군가는 그저 재미로 우리의 패배를 바라고 있었다.


이 우주에 우리 편은 없었다.


- 아무래도 동족에게 배반당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군. 하하하하!


[ 위버멘쉬 ]

[ 마나량 : 43061 ( + 8061 ) ]


광기 속에서 위버멘쉬의 녀석의 등에 돋은 날개는 점점 커져갔고, 마나는 계속해서 차올랐다. 반면 우리의 체력은 너나 할 것 없이 바닥이었다.


“...”


“...”


모두가 말을 잃고, 순식간에 고요해진 전장에서.


“... 야. 권민성.”


한겨울이 목소리를 냈다.


“하아... 하아... 왜.”


“아직 포기 안 했지?”


“... 당연하지.”


“... 그치. 그래야 내 남편답지.”


... 남편? 한 글자 잘못된 거 같지만, 그런 거에 딴지 걸 때가 아니었다. 이기기 위한 방법을 하나라도 더 찾아내야 할 때였다.


[GZNS]의 방송이 위버멘쉬에게 힘을 주고 있다면...


“야. 유아라.”


“... 네? 네.”


“이거 방송 촬영하는 [GZNS] 드론들 위치, 알겠어?”


“이건 드론으로 촬영하는 영상이 아니에요... 위성으로 촬영하는... 아.”


순간 무언가가 떠오른 듯한 감탄사를 내뱉는 유아라. 녀석은 황급히 마나블렛을 켜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 무의미한 발악을 하는군. 가치를 파악하는 눈.


시간만 끌면 자신의 승리라 확신하던 위버멘쉬는, 유아라를 방해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허나 그것은 큰 실수였다.


유아라는 신을 이기기 위해서, 신의 힘을 빌려올 준비를 마쳤으니까.


“[GZNS] 쉬안하오 편집장님? 슈마허의 유아라입니다. 아. 네. 네. 잘 지내는데... 아뇨. 그보다 지금 [Li4U]에서 라이브하고 계시는 방송에 저희 슈마허 광고 다실 생각 없으신가 해서요. 5분. 아니. 10분짜리로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유서 깊은 신, 돈이라는 이름의 신의 힘을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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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169. 이별 (4) +2 22.10.26 507 18 10쪽
173 168. 이별 (3) +3 22.10.24 517 1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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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166. 이별 (1) +3 22.10.16 536 22 10쪽
170 165. 멸종 (14) +6 22.10.12 528 22 10쪽
» 164. 멸종 (13) +4 22.10.10 509 22 11쪽
168 163. 멸종 (12) +2 22.10.09 499 20 9쪽
167 162. 멸종 (11) +3 22.10.06 506 22 10쪽
166 161. 멸종 (10) +3 22.10.04 522 2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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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159. 멸종 (8) +3 22.09.28 572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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