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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연재수 :
1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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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7,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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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47
글자수 :
948,632

작성
22.10.1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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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6
추천
22
글자
10쪽

165. 멸종 (14)

DUMMY

165.


“네. 네. 편집장님. 아니. 평소 하지도 않으시던 내부 회의 얘기는 갑자기 왜 꺼내세요? 광고비는 달라는 대로 드릴 테니까- 네. 네. 위성 사용료도... 네. 파일 보낼게요. 네.”


유아라가 [GZNS] 편집부에 던진 전화 한 통으로 전황이 바뀌었다.


[ 지금은 광고 중입니다. ]

- 조강지처가 좋더라~ 슈마허가 좋더라~


우리의 싸움을 중계하던 [Li4U] 채널에는 슈마허의 CM송과 로봇들 카탈로그가 떠오르기 시작했으니까.


[ 구원1325 : ??? ]

[ 부활7743 : 뭐요. 광고. 빨리. 꺼. ]

[ 매트릭스0905 : GZNS! 신성한 의식에 돈놀이라니! 이 천벌 받을 놈들! ]


물론 광고 하나 틀었다고 그렇게 쉽게 해제될 링크는 아니었다. 오히려 반발심리로 위버멘쉬 등에 달린 [엔젤] 날개는 순간적으로 더 크게 성장했으니까.


하지만, 우리에게는 분탕의 여신 링링이 있었다.


“얘들아... 부탁해...”


- 꺄하하하!

- 하일 링링!

- 우리 세상이다!


스스스스스-


링링이 푼 [페르소나]들은 날파리처럼 날아 순식간에 마나블렛 안으로 몰려 들어가더니.


[ 소나00005 : 난 차라리~ 웃고 있는 ]

[ David Choi : 조강지처가 좋더라~ ]

[ 소나99996 : 난 차라리~ 슬퍼하는 ]

[ 유우땅다이스키 : 슈마허가 좋더라~ ]

[ 얀워이불도둑엄찬호 : ㅅㅁㅇ ]

[ 소나08853 : ㅅㅁㅇ ]


안보부 댓글부대 이상의 파급력으로 채팅창을 주도하기 시작했고.


[ 위버멘쉬 ]

[ 마나량 : 44031 ( +9031 ) ]


이내 위버멘쉬의 등에 달린 날개의 성장도, 녀석의 마나가 차오르는 것도 멈췄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유아라가 마나블렛을 만지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10분을 벌었어요. 일단은.”


일단은. 그 단어의 의미는 곧, 돈으로 시간을 더 살 수 있다는 뜻. 하지만 10분이면 충분했다.


- ... 끝까지 나를 귀찮게 하는 생물들이군.


이미 움직여야 하는 건 우리가 아니라, 위버멘쉬 쪽으로 변해 있었으니까.


쿵-! 콰아앙-! 콰직-!


위버멘쉬와의 2차전. 우리는 아까와 같은 연계를 다시 한 번 펼쳤다. 도로가 박살나고, 무인택시로 만들어진 골렘들이 찢어지고, 건물이 파손됐다.


땀이 비오듯 쏟아졌고, 한 합 한 합을 주고받을 때마다 상처가 늘었다. 하지만 괴로운 건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 인간 전사들이여! 어째서 너희들을 배반한 존재들의 편을 드는 것이냐? 내게 붙으면, 우주 최강의 전사로 거듭나게 해 줄 것인데!


자진해서 개소리를 지껄이는 것이, 녀석이 얼마나 절박한지를 반증하는 상황. 이제 곧 승리를 눈앞에 둔 바로 그 때, 변수가 발생했다.


“하아... 하아...!”


털썩 주저앉는 정예원. 안 그래도 몸에 부담이 갈 정도의 [전자기장]을 펼치고 있었는데, 유아라의 통화를 방해하지 않는 컨트롤까지 더하는 바람에 체력의 한계가 더 빨리 찾아오고 만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상대하는 위버멘쉬는, 이런 틈을 놓칠 녀석이 아니었다.


“윽!”


“크윽!”


- 이제부턴, 시간은 다시 내 편이다.


[전자기장]의 제약이 사라지자마자, 위버멘쉬는 나와 마윤재도 반응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움직임으로 우릴 밀쳐내고 유아라를 향해 달렸다.


스스스스스-


박준 사부가 포탈을 무한히 생성해 녀석의 이동을 방해하고, 한겨울이 빛으로 열심히 노려봤지만 소용없었다.


- 끝이다. 가치를 파악하는 눈.


“아...”


[전자기장]이 없는 상태의 위버멘쉬는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빠르고, 강하고, 망설임이 없었다. 부상자인 유아라로서는 위버멘쉬의 공격을 피할 수 없었다.


푸욱-!


위버멘쉬의 기계 팔이 인간의 형태를 관통했다. 하지만 그 대상은 유아라가 아니었다. 피그말리온이었다.


치직... 치지지직... 스으으으...


인간으로 치면 심장이나 다름없는 동력원을 관통당해, 마나가 점점 흩어지는 피그말리온. 위버멘쉬가 녀석을 붙들고 소리쳤다.


- 뭐 하는 거냐! Type-07!


“... 내가 할 일을 한 것뿐이다...”


- 해야 할 일? 인간 놀이를 하다 보니 자기가 인간이라도 된 줄 아는군! ‘그 놈’의 기억 때문에, 인간에게 부성애라도 느끼고 있는 거냐!


“그러면 안 되나...? 자기가 신이라 착각하는 로봇보다는... 인간을 꿈꾸는 로봇이 낫다고 보는데...”


- ... 쓸데없는 소리!


위버멘쉬는 피그말리온의 몸에 박힌 자신의 손을 뽑으려 했다.


철컥-!


허나 피그말리온은 남은 힘을 모두 쥐어짜내, 녀석의 손을 꽉 잡았다. 그리고는 스스로의 부품들을 골렘화 시켜, 용접하듯 녀석을 붙들었다.


- 배신자 자식! 놔라! 이 모든 것이 종족을 위한 일이란 걸 모르느냐!


“... 종족을 위한 일... 자신의 패배가 다가오니 집단을 파는 행위가 추하기 짝이 없군. Type-00... 정말로 추해...”


- 이... 이 버러지가 끝까지!


“우리는 검정색 같은 존재다... 다른 것과 어울리는 방법이라곤, 자기와 같은 검정색으로 만드는 것밖에 없어. 아름답지 못... 해...”


그대로 눈의 빛을 잃는 피그말리온. 위버멘쉬는 자신의 손이 박힌 피그말리온의 몸체를 완전히 갈기갈기 찢어 손을 빼냈고.


카지지직-!


그와 동시에, 나의 마나 사브르가 위버멘쉬의 목을 베었다.


툭... 투둑...


힘없이 떨어지는 위버멘쉬의 머리통. 그것은 균열 투성이인 콘크리트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다가, 나와 눈을 마주쳤다.


- 비겁한... 인간... 뒤에서...


“... 말이 바뀌었네. 전투엔 비겁한 자 따윈 없다더니.”


- ... 나는... 신인데... 한낱... 인간들 따위에게...


콰직-!


나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녀석의 머리통을 짓밟아, 완전히 산산조각을 내 버렸다.


“...”


“...”


모두가 조용해진 가운데.


“... 하아... 하아... 해... 해치웠니...?”


탈진 직전까지 몰려 숨을 헐떡이다, 금기어나 다름없는 말을 꺼내는 정예원. 허나 아무 일도 없었다. 로봇들은 다시 움직이지 못했다. 위버멘쉬도, 피그말리온도, 피그말리온이 만들어낸 골렘들까지 모두.


- 국민 로봇~ 슈마허~


그렇게, 인간이 만든 수많은 존재들 중 가장 신에 가까웠던 피조물들은, 슈마허의 CM송 속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


그렇게 로봇과의 작은 전쟁을 마치고, 우리는 모두 너덜너덜해진 채로 유아라의 본가로 돌아왔다. 물론 돌아오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것은, 여운휘의 마나 데이터 소켓이 얼마나 읽혔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 ‘원로운’을 핵심 키워드로 마인드맵 서치 진행중... ]

[ 예상 소요 시간 - 14 : 57 : 58 ]

[ 현재 탐색중인 키워드 - 후회, 역행, 타임 패러독스... ( 더보기 ) ]


“... 아직도 서치 중이야?”


“... 이 정도면 잘 되고 있는 편이에요... 예정대로 흘러가고 있으니까요. 아흐윽...”


데이터 소켓 리더기 화면을 확인하다가, 묘한 신음을 내며 허리를 펴는 유아라.


“아라야. 다친 덴 괜찮아?”


“괘... 괜찮아... 그보다 내... 내일 아침쯤이면 결과가 나올 듯 한데... 으윽!”


“어... 언니. 조심하세요...”


링링의 부축을 받으며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는 유아라. 모두들 멀뚱멀뚱 그 모습에 모두는 서로를 둘러보다가.


“... 어... 우리 일단 좀 씻어야 하지 않을까?”


박준 형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


철퍼억-!


“하이고...”


뜨거운 물 가득한 욕조에 몸을 담그자마자, 나도 모르게 절로 튀어나오는 노인네 같은 소리. 나는 잠시 증기 가득한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내 몸을 살폈다.


“... 생각보다 많이 안 다쳤네.”


이전에 이니시움 아카데미에서 위버멘쉬와 마주쳤을 땐 정말 신나게 두들겨 맞았는데, 오늘은 은근 자잘한 상처만 있을 뿐, 큰 부상은 없었다.


그렇게 된 이유라면 역시...


- 있잖아. 티격대도 밤에 같이 있는 게 좋지? 이히히.


부그르르르...


순간 거품처럼 떠오른 잡생각에, 가라앉듯 뜨거운 물에 얼굴을 담구고 마는 나. 그리고 바로 그 때, 욕조 옆에 놓여 있던 미스트가 중얼거렸다.


- 결과적으로, 너와 손잡은 것이 옳은 판단이었군. 나는 살아남았으니.


“... 그래서 너가 예측한 네 번째 사건은 뭐였는데?”


- 이미 일어나지 않았나. ‘그 종족’의 멸종이다.


그 종족이라면... [F.E.E.]겠지... 잠깐.


“... 멸종은 아니지. 너가 살아남았잖아.”


- 나는 그 종족이 아니다. 그 종족의 행동원리는 찾고, 먹고, 진화하는 것.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먹지도, 진화할 필요도 없다. 원숭이와 인간이 다른 종인 것처럼, 난 이미 ‘그 종족’보다 좀 더 ‘생존에 적합한 형태’로 진화한 상태니까.


“생존에 적합한 형태? 인간에 기생하는 형태가 아니고?”


- ... 세상에 비겁한 생존방식은 없다. 각자의 형태가 있을 뿐.


“비겁하다 한 적은 없는데.”


- ...


“...”


- ... 오늘은 좀 수면이 필요할 것 같군.


“... 넌 원래도 매일 자잖아.”


- 생존을 위한 수면이 아니라, 기분 전환용 수면이 필요하다. 왠지 기분이... 꿀꿀해서 말이다.


“... 맘대로 해라.”


- 그러려 했다.


그대로 불빛이 꺼지는 [미스트]. 나는 그런 녀석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목욕물로 얼굴을 한 번 헹구며 중얼거렸다.


“하아. 로봇 주제에 삐지기는...”


반응이 없는 미스트. 조금 미안하지만, 그래도 이제 좀 조용해지겠구나 싶었다. 하루 종일 소란이었으니까, 목욕할 때 만큼은 고요해도-


덜컥-!


“야. 권민성. 나 왔다~”


... 이젠 아주 자기 방처럼 드나드는구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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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175. 이별 (10) +4 22.11.09 484 18 15쪽
179 174. 이별 (9) +2 22.11.07 480 19 14쪽
178 173. 이별 (8) +2 22.11.04 502 17 10쪽
177 172. 이별 (7) +6 22.11.02 486 18 12쪽
176 171. 이별 (6) +2 22.10.31 509 19 12쪽
175 170. 이별 (5) +3 22.10.28 510 17 10쪽
174 169. 이별 (4) +2 22.10.26 506 18 10쪽
173 168. 이별 (3) +3 22.10.24 515 18 10쪽
172 167. 이별 (2) +2 22.10.18 525 21 12쪽
171 166. 이별 (1) +3 22.10.16 535 22 10쪽
» 165. 멸종 (14) +6 22.10.12 527 22 10쪽
169 164. 멸종 (13) +4 22.10.10 507 22 11쪽
168 163. 멸종 (12) +2 22.10.09 498 20 9쪽
167 162. 멸종 (11) +3 22.10.06 504 22 10쪽
166 161. 멸종 (10) +3 22.10.04 520 20 9쪽
165 160. 멸종 (9) +1 22.10.02 538 19 12쪽
164 159. 멸종 (8) +3 22.09.28 570 22 12쪽
163 158. 멸종 (7) +3 22.09.24 545 21 14쪽
162 157. 멸종 (6) +2 22.09.22 538 22 11쪽
161 156. 멸종 (5) +3 22.09.21 536 20 13쪽
160 155. 멸종 (4) +4 22.09.15 574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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