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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내 힘 돌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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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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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6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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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69. 이별 (4)

DUMMY

169.


이튿날.


위이이잉-


[ 현재 목적지 - 에덴 W 거주구역 09-31 ]

[ 도착까지 남은 시간 - 02 : 04 : 32 ]


나와 한겨울은 이른 아침부터, 매지시아 컴퍼니와 우주연합 본사가 위치한 행성 에덴의 무인택시 안에 있었다. 목적지는 말할 것도 없이, 한겨울의 본가였다.


우리가 여기까지 온 이유는 한가을이 불러서는 당연히 아니고, 원로운이라는 남자 안에 있던 ‘알맹이’를 찾아 온 것 또한 아니었다.


그저.


- ... 안 되겠다. 나, 가서 직접 내 입으로 말해야겠어.

- ... 뭘?

- 연 끊자고. 당신들이랑 나는 9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영원히 남이라고.


한겨울이 정식으로 자기 가족들과 관계를 끊기 위해서다.


“...”


그래서인지 평소라면 1초라도 쉬지 않고 재잘댈 한겨울이지만, 오늘만큼은 차에 탄 이래로 별다른 말이 없다. 오히려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을 뿐.


꾸욱-


물론 내 손을 꽉 잡고 있는 건 평소와 같다만, 그래도 녀석이 처음 보여주는 모습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 괜찮냐.”


“... 응? 뭐가? 나?”


“어. 너 지금 가족들 만나러 가는 거 괜찮냐고.”


“아. 이거? 괜찮아. 별 일 아니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 어차피 간단하게 이야기만 하고 오는 건데, 뭐.”


손사래를 치는 한겨울이지만.


“... 표정은 전혀 안 괜찮아 보이는데.”


“... 진짜? 티 많이 나?”


“... 조금.”


“아... 미안. 최대한 티 안 내려 했는데, 생각만큼 잘 안 됐나봐. 히히.”


그리 말하며 웃는 한겨울. 억지웃음은 아니라 다행이었다.


“... 하기 싫으면 지금이라도 그만둬도 돼.”


“응? 아냐, 아냐. 니가 그저께 목욕하면서 말했잖아? 사람이 어떻게 좋은 일만 하고 사냐고.”


“... 별걸 다 기억하네.”


“당연하지. 난 원래도 니가 한 말들 다 하나하나 소중하게 기억하거든?”


“...”


얘는 대체 어떻게, 이런 낯간지러운 소리를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과 동시에.


스윽-


한겨울은 내 어깨에 기대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암튼 이것도 사실 언젠가는 꼭 해야 할 일이었는데... 오히려 내가 그동안 너무 미뤘던 거지. 나중에 우리 사이 발목 잡기 전에, 지금 최대한 빨리 해 둘래.”


“... 니 맘대로 해라.”


“흐흥... 그러려구.”


“...”


“... 암튼 고마워, 같이 와 줘서. 나 혼자 왔으면 좀 떨렸을 텐데... 그래도 너랑 있으니까 용기가 난다. 흐히히.”


“내가 미쳤다고 널 혼자 보내겠냐...”


“오~ 우리 삐짐쟁이 오늘도 이쁜 말 하기로 마음먹은 거야? 요즘 왜 이렇게 예쁜 짓만 골라 하지?”


“...”


꾸욱-


이제야 평소처럼, 웃으며 양 손으로 내 볼을 살짝 꼬집는 한겨울.


... 그래. 넌 이러는 게 낫다. 훨씬.


---


[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


덜컥-!


“... 근데 여기 진짜 오랜만이다. 9년만이네.”


무인택시에서 내리자, 여태 머무르던 범우주적 기업 슈마허의 본가와 뒤지지 않을 만한의 크기를 자랑하는 매지시아의 본가 정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 사실 큰 게 당연했다. 매지시아에 모여 있는 ‘마법사’라는 자들은, 사실상 우주연합 내에서 귀족이나 다름없는 존재들. 극소수의 각성자 중에서도, 체계화된 마나 운용을 통해 뮤턴트와 맞설 수 있는 귀중한 전력이 바로 마법사니까.


허나 유아라의 본가가 자연과 융화된 목조 건물인 반면, 한겨울의 본가는 완전히 담으로 꽁꽁 둘러싸진 석조 건물. 둘의 성격과는 정반대... 아니. 처음 만났을 때 기준으로 생각하면 비슷비슷할지도. 작년 학기 초만 해도 유아라는 ‘겉으로는’ 모두에게 사근사근했고, 한겨울은 친구 하나 없이 모두에게 으르렁대는 미친개였으니까-


“응? 왜 그리 뚫어지게 쳐다봐?”


“... 그냥. 보고 싶어져서.”


“으응~? 그래? 그럼 보고 싶은 만큼 맘껏 봐. 흐히히.”


“...”


얼굴에 꽃받침 장난을 하며 계속 눈 깜빡대는 한겨울. 알곤 있었지만, 세상일이란 건 정말 한치 앞을 알 수 없단 걸 새삼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거기... 누구신지?”


한편 나와 한겨울이 무인택시에 내리자,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한 백발 지긋한 노인. 녀석이 어릴 때부터 있던 자택 경비원인지, 한겨울이 반가운 얼굴로 인사했다.


“아! 오랜만이에요. 넬슨 아저...”


“죄송하지만, 사전에 약속되지 않은 외부인은 안으로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 넬슨 아저씨. 저 기억 안 나세요? 저 겨울이에요.”


“... 죄송하지만 제 미천한 기억력으로는 아가씨가 누구신지 떠오르지 않는군요. 전 그저 사전에 약속되지 않은 외부인이라 생각하고, 막을 뿐입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넬슨이라는 노인은 한겨울로부터 의식적으로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마치 알고도 아는 척을 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그 모습에, 한겨울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네. 그래요. 기억 안 나실 수 있죠.”


“... 이해해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근데 한가을 그 자식... 아니지. 매지시아의 한가을 씨가 혹시 누구 온다고 말 안 했나요?”


“... 예. 오늘 방문 일정이 잡혔다고는 전달받은 바가 없군요. 죄송합니다.”


이번에는 내 쪽을 보는 한겨울. 녀석이 눈으로 ‘야. 우리 여기 헛걸음한 것 같은데...’라 말하기가 무섭게.


“저... 겨울. 아니. 누군지 모를 아가씨. 제가 감히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 네. 하세요.”


“저는 아가씨가 누군지 모르지만... 그래도 한가을 이사님을 꼭 만나야 하신다면, 제가 있는 경비실에서 조금만 기다리지 않으시겠습니까?”


“경비실에서요?”


“예. 이제 곧 한가을 이사님께서 돌아오실 시간이니... 부디 실례가 안 된다면, 옛날처럼. 아니. 그. 여튼 경비실에서 기다리는 것도 손님분들께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


작은 난로와 책상, 마나 컴퓨터. 넬슨이라는 노인은 우리를 경비실이라는 느낌이 흠씬 드는 컨테이너 박스로 안내했다.


“제가 이사님이 돌아오시면 알려드릴 터이니, 두 분은 여기서 편히 쉬십시오.”


“네. 고마워요. 넬슨 아저씨.”


“허허허...”


미안하다는 듯한 웃음을 비치며 나가는 넬슨. 그가 나가자마자, 한겨울이 다리를 오므리곤, 꿈지럭대며 중얼거렸다.


“... 그나저나 여기 경비실은 진짜 하나도 안 변했다. 나 이니시움 아카데미 들어가기 전엔 여기 많이 왔었는데.”


“... 그러냐.”


“응. 정원에서 놀다가 길 잃어서 울다 보면, 넬슨 아저씨께서 이리로 데려와 콜라를 주셨거든. 사실 어느 순간부터는 콜라 먹고 싶어서 일부러 길 잃고, 일부러 울었다니까? 히히.”


“... 영악한 건 그때도 마찬가지였네.”


“흐흥... 그래도 멍청한 것보단 영악한 게 낫지 않아? 멍청한 여자는 남편 고생시킨다고.”


한겨울이 날 잡아먹을 듯한 자세로 양 손을 쥐었다 폈다 하던 그 때였다.


띠링-! 띠링-!


순간 울리는 마나블렛. 이번에도 역시, 내 것이 아니라 한겨울의 것이었다.


“... 누구야?”


“응? 아라야. 마윤재 선배님이랑, 너 수배 풀렸다는데?”


그리 말한 한겨울은 잠시 마나블렛을 만지작대다가.


“정말이네. 기사도 떴어. 이거 봐봐.”


라 말하며, 화면을 내게 비춘다.


[ 행성 사인서 1억 명 모인 시위... 기계숭배 신앙 핫해 ]

[ 마윤재 부장, 권민성 교수 外 16명 수배 종료... “근 1달간의 사건은 모두 정치적 음해” ]

[ 타종 행사 준비 완료... 그레이트 오프닝 준비 끝나 ]


나는 잠시 녀석의 마나블렛을 받아, 기사 내용을 확인한다.


[ 마윤재 부장이 입장을 발표했다. 여태껏 있었던... ]


간단하게 요약하면, 마윤재 원조교제 썰 등 한가을이 클론을 이용해 ‘조작한 사건’들은 전부다 정치적 음해였을 뿐이고 사실이 아니며, 연합 내에서의 반동분자 색출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


간단하게 ‘아무 일도 없었으니 기억하지 마라.’ 수준의 기사였다. 뭐. 안보부가 하는 짓은 늘 이런 식이었으니, 당연할지도. 나는 한겨울에게 마나블렛을 돌려주며 말했다.


“... 마윤재가 확실히 일 잘 하네.”


“그러니까 말이야. 그나저나 잘 됐다. 우리 이번 일 끝나면, 이니시움에서 같이 느긋하게 축제 구경 할 수 있겠다. 그치?”


“... 응.”


“... 야. 근데 있잖아...”


아까부터 계속 꿈지럭다가, 이제는 꼼지락 수준으로 동작이 작아지는 한겨울. 계속 안절부절못하던 녀석은 곧, 고개를 푹 숙이며 중얼거린다.


“우리 이제... 사귄지 거의 1년 다 돼 가잖아...”


“아직 11개월도 안 됐는데.”


“... 야! 11이나 12나 거기서 거기지... 아무튼 그러니까... 우리...”


녀석이 연신 입술을 핥으며, 뭔가 말을 할까 말까 하던 바로 그 때였다.


“한겨울 아가... 아니. 손님분들. 한가을 이사님께서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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